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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191

    <191 – 무사생존>

     

    싸움을 방해받은 용사는 격한 거부감을 보였다.

     

    “교수님도 보셨다면 아시지 않습니까! 저 아이를 막을 수 있는 기회는 지금뿐일지도 모릅니다. 아카데미에서 마를 키울 작정이십니까?”

    “용사 이슈타르. 기프트 아카데미의 교육방침에 대해 고민해본 적이 있습니까?”

    “없었습니다. 오늘, 지금, 그리고 이 순간을 맞이하기 전까지는.”

     

    피부를 찌르는 살기가 과연 용사는 대단하구나 하는 감탄을 부른다.

    1학년의 강함이 아니다.

    당장 졸업을 앞둔 학생과 겨루어도 하급반 학생은 묵사발을 내겠지.

    상급반도 최상위권이 아니라면 용사를 능가할 수 있다고 자부하기 힘들다.

    부족함을 느끼고 교육을 받기 위해서가 아니라 최고의 동료를 얻기 위해 아카데미에 입학한 용사이니 당연한 강함이었다.

    그 강함에 여타의 학생이나 교수라면 불합리함을 느끼겠지만 명호스님은 욕심과 분노를 다스리는 도교와 불교의 심인술과 도인술에 능한 자.

     

    “아카데미는 선악을 가르치는 곳이 아닙니다. 세상을 살아가는 방법을 가르치는 곳이죠.”

    “그것이 마라고 해도 말입니까?”

    “선과 마가 중요한 것이 아닙니다. 좋은 토양에서만 곡물이 자라는 법을 가르치면 나쁜 토양에서는 어떤 가르침도 쓸모가 없죠. 세상에 어찌 좋은 것이 나쁜 것보다 많을 수 있겠습니까.”

     

    그가 던진 화두는 용사의 분노를 꺾는 대신, 용사 스스로 제 감정을 가라앉도록 만들었다.

    부러진 감정은 더욱 단단해지지만 스스로 가라앉힌 감정은 조용히 가라앉아 사라진다.

    납득의 교육.

    명상과 마나호흡을 가르치는 교수.

    명호스님의 교육철학이 담긴 가르침의 효과였다.

     

    “…대단하시군요, 교수님은. 저 아이가 성검에 당한 반응을 보고도 그런 자비로운 마음을 유지할 수 있다니. 가르침이 실패할 때가 두렵지도 않으십니까?”

     

    용사가 말하고자 하는 바는 명호스님도 알고 있었다.

    어찌 모를까.

    그녀를 남몰래 지켜본 시간이 가장 긴 것이 바로 그일진대.

     

    “물론 두렵습니다.”

    “그럼 왜 저를 막으시는 겁니까.”

    “그 또한 두렵기 때문이지요.”

     

    용사의 두려움과 명호스님의 두려움은 달랐다.

    용사의 두려움은 다크프린세스의 성장과 그로 인해 벌어질 대륙을 뒤덮을 새로운 마위지체의 등극, 마왕의 탄생에 대한 두려움.

    명호스님의 두려움은 오크노디를 끝내 바른 길로 돌려놓지 못해 한 아이의 미래를 구해내지 못했음에서 비롯되는 두려움이다.

     

    “이슈타르 1년생. 허가받지 못한 대련에 대한 벌금이 부여될 겁니다. 부처와 천존의 자비로움도 학칙위반은 눈감아줄 수 없음은 인지해두시길 바랍니다.”

    “…흥. 패배한 신들의 자비 따윈 바라지도 않습니다. 제가 신들의 신인 유일신 소페미아의 뜻을 대행하는 용사임을 교수님이나 잊지 마세요.”

     

    성검을 납검하고 돌아서는 용사.

    그녀가 째릿 오크노디를 노려보다가 돌아섰다.

     

    “머요. 우씨. 확 때려버릴라.”

    “…”

     

    나도 이제 모르겠다.

    이슈타르는 고개를 절래절래 저으며 돌아갔다.

     

     

    * *

     

     

    명호스님은 뒷수습에 적극적으로 나섰다.

    쓰러진 아이린과 즈앙을 의료동에 입원시키고 교관들을 불러 파손된 설비의 복구를 지시했다.

    교관들은 그대로 조교들을 불러 짬을 때렸고, 조교용 자켓 속으로 3학년 휘장을 단 선배들은 입으로 소리 없이 욕하면서 갈아엎어진 복도를 복구했다.

     

    “잘 참으셨습니다.”

    “뭐를요?”

    “오크노디양이 지닌 암흑마나 말입니다. 분명 지금 이상으로 힘을 쓸 수 있었는데도 용사를 다치게 하기 싫어서 참고 있었죠?”

    “마지막에는 안 참을 생각이었어요. 전 착한아이가 아닌가봐요.”

    “그 정도로 맞았으면 참는 것도 한계가 있는 것이 당연합니다. 부처도 왼뺨을 맞거든 오른뺨을 내어주라 하셨지만 칼을 든 습격자는 승장으로 머리를 내리치라 말씀하셨습니다.”

    “정말요?”

    “아니면 어떻겠습니까. 승려들이 어설픈 자비심에 헛되이 목숨을 잃는 것보단 나을진대.”

     

    역시 말이 통하는 교수님이다.

    용사 때문에 머리끝까지 올라왔던 분노게이지가 제법 내려가는 기분이 들었다.

     

    [당신은 용사의 분노로부터 무사히 살아남았습니다.]

    [용사의 분노 이벤트를 완료했습니다.]

    [완료보상으로 10만 포인트를 습득합니다.]

    [조력보너스로 3만 포인트를 습득합니다.]

    [마나제어술 경험치+25]

    [검술 경험치+25]

    [마도학 경험치+25]

    [호흡 경험치+10]

    [대담함 경험치+10]

    [따돌리기 경험치+10]

    [마나호흡 경험치+3]

    [신속기동 경험치+3]

    [누적포인트가 합계 100만을 돌파했습니다. 소비촉진을 위해 포인트 상점이 무료로 개방됩니다.]

    [포인트상점이 개방되었습니다. 포인트뱅킹이 연동기능으로 개방됩니다.]

    [지금부터 포인트뱅킹을 이용한 포인트대출이 가능합니다. 대출관련 상담은 아카데미 총무처 혹은 학생회를 방문하시기 바랍니다.]

     

    보상도 나쁘지 않게 받았다.

    자잘하게 업적을 달성하며 모았던 것들을 포함해서 105만에 달하는 포인트도 슬슬 쓸 때가 되었지.

    하지만 이런 건 중요한 사실이 아니다.

    포인트를 쓸 이벤트는 아직 뒤에 있다.

    적어도 중간고사를 끝낼 때까지는 쓸 생각이 없다.

     

    *포인트가 뭐죠* : 한 학기동안 포인트를 사용하지 않고 시험을 치른다.

    -업적보유효과 : 포인트 습득량 1% 상승

     

    *포인트를 왜 써야하죠* : 한 학기동안 포인트를 사용하지 않고 우수한 성적을 거둔다.

    -업적보유효과 : 포인트 습득량 2% 상승

     

    *포인트는 열등생의 구제책 아닌가요* : 한 학기동안 포인트를 사용하지 않고 엄청난 성적을 거둔다.

    -업적보유효과 : 포인트 습득량 3% 상승

     

    쓰나 마나 효과도 없는 포인트를 아껴두기만 해도 포인트 습득량이 잔뜩 오른다고.

     

    첫 중간고사 일정 – 이틀 뒤.

    수강강의 – 마나사용의 기초와 이해.

    장소 및 시간 – 상세보기 참고.

     

    알아서 불어날 포인트와 달리, 이틀 뒤의 시험은 알아서 해결되지 않는다.

     

    “얘기 끝났어요? 저 이제 중간고사 준비할건데.”

    “암흑마나의 제어에 자신이 있어도 지금까지처럼 가급적 인내하시길 바랍니다. 오크노디양은 괜찮아도 다른 학생들은 목숨이 위험하니까요.”

    “네에~.”

     

     

    * *

     

     

    중간고사 D-1.

    첫 시험을 하루 앞둔 날이지만 오늘도 상급반 강의실은 난장판이 벌어졌다.

     

    “끼끽! 꾸끼끽!!”

    “그르르르르아웅”

    “뿌우우우우━!”

     

    지난 번 이후로도 미처 다 못 먹은 식품도감 사료들을 훔쳐 먹으며 본의 아니게 다이어트를 하게 된 탑승물들은 단단히 화가 나있었다.

     

    “우아아앗, 이 자식 갑자기 왜 이래! 지난 주까지는 말 잘 들었잖아!”

    “으아아아아, 그건 나무잖아. 갑자기 달리다 말고 나무는 왜 뜯어먹는 거냐고~!”

    “교수님… 제 거북이가 지렁이를 잡아먹으러 땅을 파고 사라졌어요…”

     

    난장판이 된 상급반 체력단련 강의.

    막판 탑승물 기승시험의 상태는 빈말로도 좋게 말할 수 없을 정도로 개판이 났다.

     

    “즈앙. 팔은 좀 어때?”

    “멀쩡해. 저 용사, 재주도 좋아. 급소는 다 피해서 타격으로 기절만 시켰어.”

    “시험에서 본때를 보여주자!”

    “…그랬으면 좋겠네. 저 말 안 듣는 치타가 순순히 지시를 좀 따라주면 좋을 텐데.”

     

    오늘도 목줄을 들고 치타의 목에 채워가며 몸씨름을 하는 즈앙과 하악질을 하는 치타.

    발톱과 단검을 챙챙 부딪쳐가며 살벌한 힘싸움을 하는 것이 시험 당일까지는 계속 저럴 기세다.

    어제 있던 일을 감안하면 하루만에 격렬한 강의를 들어도 되나 싶지만, 명호스님이나 용사나 당한 두 사람이나 모두 입을 다문 덕분일까.

    딱히 소문이 퍼지지는 않았다.

    알게 모르게 저기압인 용사의 눈치를 보는 이들은 있어도 우리와 엮어서 뭔가가 있었다고 생각하는 이들은 보이지 않았다.

     

    째릿.

     

    그래도 표정이 곱지 못한 용사.

    시험에서 못다한 승부를 내자는 기세다.

    흥. 나야말로 바라던 바라고.

     

    “홀리 디텍티드.”

     

    근데 이 사람은 갑자기 와서 뭐 하는 거지?

    대부분의 학생들이 교복을 입은 것과 달리, 수녀복 차림을 고집하는 신성심주머니가 투철한 신앙심을 드러내는 여자성녀 유피.

    12주신 중 하나를 상징하는 <참수의 골고다>를 믿는 성녀답게 신성주문 너머로 단두대가 아른거리다가 핏 하고 사라졌다.

     

    “머하세요?”

    “…미안해. 잠깐 사악한 존재의 기척이 느껴져서.”

    “저한테요?”

     

    헉. 설마 반지의 가짜 린을 눈치 챈 건가!?

    화들짝 놀라 몸을 움츠리자 수상해 죽겠다는 얼굴로 쳐다보던 성녀가 물었다.

     

    “한 번만 더 스캔해도 되겠니?”

    “싫어요.”

     

    아카디아가 먼발치에서 부채를 치켜들며 소리쳤다.

     

    “거기, 오크노디에게 무슨 용건이시죠?”

    “…아무것도 아니랍니다.”

     

    아카디아를 의식한 성녀가 꼬리를 말고 도망쳤다.

    친구들이나 동료들도 좋지만 역시 이럴 땐 의지할 수 있는 어른인 아카디아가 좋아.

     

    “누가 괴롭히면 바로 말해요, 디. 제가 혼쭐을 내줄 테니까.”

    “고마워요 아카디아!”

    “언니라고 부르래도요.”

    “네엡, 언니!”

    “후후. 잘했어요, 디.”

     

    근데 가짜 린은 신성감지주문을 어떻게 피한 걸까.

    비밀은 내 발치의 그림자에서 쏙 튀어나오는 린의 고개를 보고 해소되었다.

    누구를 닮아서 그런지 숨기를 참 잘하는 귀신이다.

     

    웃음도 잠시.

    약간의 해프닝. 막판준비.

    초조한 기다림의 끝에.

     

    D-day.

    중간고사 첫 강의.

    <마나사용의 기초와 이해> 반 대항전을 치를 날이 도래하였다.

     

    ‘학생들을 때려눕히면 용사야 싫어하겠지만 내 알 바는 아니지.’

     

    대결에 앞서 레이브 교수가 규칙을 설명했다.

     

    “이번 마법대결은 승자연전으로 치러지네. 서로의 실력 차이도 감안하여 점수를 측정할 예정이니 강적이라고 두려워말고 약자라고 얕보지 말도록.”

    “빨리 시작하지 않을래요? 양지바른 공터에서 광합성 마려운데.”

     

    이날만 기다렸다고 싸늘하게 눈을 치뜬 레이브 교수와 세상만사 다 귀찮다는 얼굴의 위어드 교수.

    두 교수의 입회 속에서 마침내 1학년 1학기 기념비적인 첫 중간고사가 시작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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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 Became the Daughter of the Academy’s Villain

I Became the Daughter of the Academy’s Villain

아카데미 흑막의 딸이 되었다
Score 4.2
Status: Ongoing Type: Author: Native Language: Korean

From the side, she looks pitiful and worn out, but in reality, she’s living her joyful survival story in the world of games.

But how can someone’s name be Oknodi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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