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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191

       “용아아, 용아아아…!”

         

       용우엑, 용아아, 용우와아아아앙!!!

         

       주나용은 말 그대로 패닉에 빠져있었다.

         

       정말 오랜만에 머리 위에 달린 붉은색 바보 털이 휙 휙 하고 움직였다.

         

       붉어진 얼굴로, ‘용우아아아아!’ 만 반복하는 주나용.

         

       어째서 유세하의 입에서 ‘라면 먹고 갈래?’라는 말이 나오게 된 걸까.

         

       그걸 알기 위해서는 약 10분 전으로 돌아가야 했다.

         

       *

         

       ‘용헤헤…’

         

       유세하의 손길에 그저 행복한 표정으로 좋아하는 주나용.

         

       주나용은 절로 두둥실 떠오르는 기분이었다.

         

       구름 위에 올라타서 누워있다면 이런 기분이 아닐까?

         

       ‘이, 이게…’

         

       사랑이구나…

         

       그런, 낯부끄러운 생각을 하였다.

       주나용은 다시금 깨달았다.

       자신이 얼마나 유세하를 좋아하는지…

       사랑하는지…

       그와 함께하는 미래를 꿈꾸는지 말이다.

         

       ‘…용헤헤…’

         

       그리 좋아하던 때였다.

         

       주나용은 아주 약간의 고통을 느꼈다.

       육체적인 고통은 아니다.

       정신, 내면의 고통이었다.

         

       주나용은 약간 짜증 나는 얼굴로, 시선을 돌렸다.

         

       어느새 그녀는 내면이라고 칭하는 <용의 힘> 안에 있었다.

         

       “…뭐, 왜! 뭐!!!”

       “용우우…!”

         

       전방, 대형견 크기로 줄어든 ‘적룡’이 못마땅한 표정으로 주나용을 쳐다보고 있었다.

         

       왜 아픈가 했더니만, 이 망할 붉은 도마뱀이 꼬리로 때려서 그런 거였다.

         

       여담이지만, 저리 앙증맞은 크기가 된 이유는 주나용의 의지였다.

         

       ‘무식하게 커서 올려다보기 힘들다고.’

         

       근래, 명상하면서 터득한 주나용만의 기술(?).

         

       안 그래도 덩치도 큰 놈이, 난동은 또 엄청나게 부려서 여간 부담스러운 게 아니었는데, 이리 작아지니 좀 괜찮았다.

         

       물끄러미 쳐다보는 주나용.

         

       특유의 붉은빛 비늘을 혀로 핥던 ‘적룡’이 고개를 갸웃거렸다.

         

       “용우우?”

       “이리 보니 묘하게 날 닮은 것 같기도?”

       “…용우우?”

       “아니야. 난 너처럼 못생기지 않았어. 이 날개도 못 펴는 비만 도마뱀아.”

       “…용아아!!”

       “아 시끄러워! 용아아는 내 전문이거든? 짭주제에!”

       “용아아!”

       “용아아!”

       

       주나용은 자기 자신과 한바탕 싸움을 벌였다.

         

       요새 항상 이렇다.

         

       <용의 힘>을 확실하게 깨우치고 난 직후, 내면끼리 충돌하는 일이 잦았다.

         

       그렇다고 딱히 ‘적룡’이 의지와 자아를 가지고 주나용과 별개로 독립적인 활동은 하는 것은 아니었다.

         

       주나용도 그것을 잘 알았다.

       저건 자신이다.

       자신의 힘이며 본인이다.

         

       그냥…

         

       “이, 이 못생긴 주제에!”

       “용아아!”

         

       서로의 자아가 비대해서 부딪치는 에고의 현상일뿐이었다.

         

       *

         

       쭈욱-!

         

       “용아!?”

         

       그런 주나용의 상념은 갑자기 볼을 당기는 유세하의 행동에 깨어났다.

         

       유세하가 약간 탐탁지 않아 하는 얼굴로 그녀의 볼을 밀가루 반죽 만지듯 주물렀다.

         

       문질문질.

       쭉쭉-!

       만지작만지작.

         

       “용, 용우에…”

       “주나용.”

       “으응?”

       “너 살 빠졌어?”

       “…!?”

         

       주나용은 흠칫거렸다.

       어, 어떻게 알았지?

       사실 근래 다이어트에 돌입한 주나용이었다.

         

       물론, <의무 훈련> 기간에 말한 적은 있었다.

       주나용은 언제나 적절 체중을 유지하며 스스로 관리하는 편이라고.

       그렇기에 딱히 살이 많이 쪘다거나, 토실토실한 것과는 거리가 멀었다.

       오히려 확연하게 새겨진 복근을 보면 적절한 근육 미인이었다.

       따라서 구태여 다이어트 같은 걸 할 필요는 없었다.

         

       이건, 그냥…

         

       ‘……’

         

       좋아하는 남자에게…

       잘 보이기 위한 마음의 행동일 뿐이었다.

         

       동시에 연적(?)에 대한 경계도 있었다.

         

       ‘문보라.’

         

       주나용은 생각하였다.

       문보라는 솔직히 말해서 사기라고.

       같은 여자가 봐도 도저히 이해가 안 되었다.

         

       ‘아무리 생각해도 말이 안 돼.’

         

       그런 쭉쭉 빵빵한 빅 다이너마이트 음란한 몸매를 가졌으면서 마르기는 엄청 말랐다.

         

       진짜 먹는 영양분이 모두 마법 주머니랑 엉덩이로 저장되는 건가, 의문일 정도였다.

         

       문보라가 들었다면 ‘서, 성희롱이에요 그거!’라며 격분하였을 말을 아무렇지도 않게 생각하는 주나용.

         

       그녀는 볼을 부풀렸다.

         

       ‘지고 싶지 않아.’

         

       응, 지고 싶지 않았다.

         

       이러한 마음이 모여, 다이어트라는 꽤 하드한 일로 이어지게 된 거였다.

         

       “그, 그냥…조금 몸을 가볍게 만들어야…단련할 때도 좋아서…”

        “너, 그러다 쓰러진다.”

         

       유세하가 진지한 얼굴로 말을 꺼냈다.

         

       수면과 식사는 매우 중요한 법이라고, 언제 어디서든 보급이 원활하지 못하면 전멸한다고.

         

       주나용은 평소 그리 싫어하는 잔소리에도 두근거리는 감정을 숨길 수 없었다.

         

       저런 시시콜콜한 한 마디 한 마디에도…

         

       ‘거, 걱정해 주는구나.’

         

       자신에 대한 애정이 느껴졌으니까.

         

       조물조물.

         

       “용, 용아아…”

       “흠, 뭔가 만지는 맛이 적은데…”

       “요, 용우에…”

         

       주나용은 심장이 쿵쿵 뛰었다.

         

       사실 볼 만지기가 처음은 아니었다.

         

       예전에도 몇 번 있긴 했었다.

         

       하지만…

         

       ‘거의, 마하나밖에 해주지 않았는데…’

         

       주나용으로서는 언제나 이런 볼 만지기 행동을 독차지(?)하는 마하나가 너무너무 부러웠었다.

         

       그런데 이렇게 실컷 당하니…

       이제는 아무래도 좋다고 생각하였다.

         

       ‘용헤헤…’

         

       붕붕 날아다니는 듯한 느낌.

         

       등 뒤에 날개가 퍼덕퍼덕하는 듯한 감각이었다.

         

       그러자, 다시 ‘적룡’이 꼬리로 얼굴을 후려쳤다.

         

       ‘또 왜!’ 하니 마치 ‘잊었어?’ 하듯 쳐다보았다.

         

       ‘아, 맞다.’

         

       사실…

         

       오늘 주나용이 유세하에게 찾아온 이유는, 신분에 대한 고백, 진심 어린 사과도 있지만.

         

       단둘이라는 틈을 노려서 자신의 존재를 더욱 인식하게 하려는 목적도 있었다.

         

       그래, 분명 그럴 생각이었다.

       그럴 생각이었는데…

         

       ‘용헤헤, 용헤헤…’

         

       지금, 이 순간이 너무 행복해서…

       아무것도 생각 할 수 없었다.

         

       헤실헤실하며, 자기도 모르게 용 꼬리가 불쑥 튀어나왔다.

         

       마치 강아지처럼 붕붕거렸다.

         

       그런 모습에 귀엽다는 듯 웃는 유세하.

       곧, 넌지시 물어보았다.

         

       “너, 그럼 오늘 저녁은 먹었어?”

       “용아? 괘, 괜찮아. 별로 배고프지도 않-”

         

       -꼬르륵.

       -꼬르르르르.

       -용꼬르르르르륵!

       -용우왕아아아앙!

         

       “……”

       “……”

         

       기가 막힌 타이밍에 들려오는 뱃고동 소리.

         

       그것도 아주~~~ 우렁찼다.

         

       마치, 배 속에 천둥이라도 있는 것 같은 소음이었다.

         

       주나용은 고개를 숙였다.

         

       깔고 앉던 방석을 꺼내 머리 위로 덮었다.

         

       잘 익은 가을 홍시가 되어 부들부들 몸을 떨었다.

         

       어떻게…

       어떻게!

         

       ‘타, 타이밍이 이럴 수가 있어!’

         

       주나용은 하늘이 너무나도 원망스러웠다.

       너무너무…

       수치스러웠다.

         

       사실, 이는 당연했다.

       근래 살을 뺀답시고 거의 먹지 않던 주나용이다.

       언제나 허기가 졌다.

       그것이 지금 터져 나온 것뿐이다.

         

       유세하는 그런 주나용을 보며 피식 웃었다.

         

       “마침 잘됐다. 안 그래도 저녁 먹을 생각이었거든. 같이 먹으면 되겠다.”

         

       “용아?”

         

       “으음…”

         

       고민하던 유세하가 싱긋 웃는다.

         

       “라면 먹고 갈래?”

         

         

       * * *

         

         

       “……”

         

       주나용은 잠시 멍하니 입을 벌렸다.

         

       바, 방금 자신이 뭘 들은 거지?

         

       ‘라면? 라면 라면?!’

         

       주나용의 머릿속 여러 가지 생각들이, 안드로메다가 되어 요동치기 시작했다.

         

       저, 정말로 그, 그런 의미로 자신에게 말한 건가? 지금……?

         

       쿵, 쿵, 쿵.

         

       주나용의 심장이 미친 듯이 뛰기 시작했다.

       서, 서, 설마…

       이, 이렇게 계단을 확 뛰어오를 줄은 몰랐다.

         

       저, 적어도…

       조, 조금은…

       처, 천천히 갈 줄 알았는데…?

         

       ‘요, 용아아…’

         

       물론……

       유, 유세하가 원한다면…

         

       ‘……’

         

       주나용은 거절하지 않을 거다.

         

       그가 하고 싶은 대로…다 해줄 거다.

         

       하지만…

         

       ‘마하나도 있고…문, 문보라와도 아직 결판을 못 냈는데…’

         

       여러 가지 폭발적인 용아아아한 생각.

         

       이런 생각은 곧 유세하의 한마디에 싸늘하게 식었다.

         

       “농담이야~”

       “…아?”

       “용검미르의 귀한 집 아가씨에게 라면 같은 걸 대접할 수는 없잖아?”

       “……”

         

       주나용은 주방으로 걸어가는 유세하를 죽은 눈으로 바라보았다.

         

       마치, ‘이걸…그냥 쥐어패서 납치해 버릴까?’ 하는 표정이었다.

         

       그런 걸 아는지 모르는지…

         

       유세하는 앙증맞은 고양이 그림이 새겨진 앞치마를 둘렀다.

         

       “지금, 만들 테니 조금만 기다려.”

       “어? 어어…”

         

       냉장고에서 재료들을 꺼내는 유세하.

       하나하나 고급스러운 건 아니지만, 관리를 잘했는지 꽤 싱싱해 보였다.

         

       그가 손을 펼쳤다.

       [슬라임의 전시고]가 발동되며, 사람 머리통만 한 웍이 허공에 생겼다.

         

       기름을 바르며 찬밥을 볶기 시작했다.

         

       주나용은 ‘볶음밥인가?’ 하는 생각을 하다 뒤늦게 상황을 인지했다.

         

       유세하가…

         

       밥을 차려주고 있는 거였다.

         

       주나용은 서둘러 일어나, 유세하의 옆에 다가갔다.

       그가 하는 걸 물끄러미 지켜봤다.

         

       마치…기계 같은 요리법이었다.

       조금의 오차와 실수 없이 확실하게 레시피 책을 기반으로 만드는 요리.

         

       유세하의 몸에서 미묘한 마력이 감도는 걸 보았을 때 [요리] 특성을 발휘하는 모양이었다.

         

       “도, 도와줄게!”

       “어, 그래? 그러면 여기 채소 좀 잘라줄래?”

       “응!”

         

       주나용은 조심히 식칼을 들었다.

         

       어설프게 채소를 잘랐다.

         

       “용, 용으응…”

         

       누가 봐도 요리 경험이 없다는 걸 보여주는 모습.

         

       웃음보를 참지 못한 유세하가, 불을 끄고 웍을 내려놓았다.

         

       “내가 도와줄게.”

       “용아?”

         

       그대로 주나용의 뒤로 가, 마치 그녀를 끌어안듯 양손을 붙잡았다.

         

       “요, 용아아!”

       “어허, 집중해. 칼 쓰는데 다친다고.”

       “요, 용아아…”

       

       주나용의 머리 위로 새하얀 김이 푸슈슉 솟아올랐다.

         

       마치 신혼부부나 할법한 알콩달콩한 행동.

         

       내면의 ‘적룡’ 또한 부끄러운지 꼬리로 자기 얼굴을 가리고 웅크렸다.

         

       서걱서걱.

         

       “……”

       “옳지 잘하네.”

       “누, 누가 무슨 애인 줄 알아…”

       “응? 아니었어?”

       “…화, 화낸다?”

         

       달콤했다.

       꿈만 같았다.

         

       그렇기에 더더욱 짧게 느껴지는 순간이었다.

         

       어느새 완성된 먹음직스러운 해물볶음밥.

         

       그 위로 올려진 계란 후라이와 느끼함을 잡아줄 김치까지 세팅되었다.

         

       “잘 먹겠습니다.”

       “자, 잘 먹을게.”

         

       오순도순 식사 시간이 진행되었다.

         

       야무지게 한입 털어놓은 주나용은 배시시 웃었다.

         

       그녀는 생각하였다.

         

       비록, 큰 어필은 하지 못했어도…

         

       ‘용헤헤…’

         

       지금, 이 순간이 너무나도 행복하다고.

         

         

       * * *

         

         

       주나용과의 소소한 저녁 식사가 끝나고 하루 뒤.

         

       현재 나는, 오랜만에 처음 시작했던 고향 장소.

         

       경기도 안양시의 <제3 길드> 지부를 방문하기 위한 버스를 기다리고 있었다.

         

       주나용은 초설화 팀장에게 끌려가듯 먼저 출발하였다.

         

       므냥이 또한 ‘므아, 므아~’거리며 차여주의 차를 타고 떠났다.

         

       ―므아아, 세하야. 나 없어도 잘 있어야 해? 울면 안 돼?

       ―므냥아. 그건 오히려 내가 하고 싶은 말이야.

       ―므아아, 세하야. 나 없다고 이상한 거 주워 먹으면 안 돼?

       ―므냥아. 다시 말하지만, 그건 내가 하고 싶은 말이야…

         

       나와 므냥이는 헤어지기 전 서로 포옹하였다.

         

       말랑말랑한 고양이귀를 만지며 ‘므아아~’를 듣는 건 덤이었다.

         

       아마, 므냥이도 마찬가지겠지만.

       기분이 여러모로 싱숭생숭했다.

         

       ‘언제나 함께했는데…’

         

       고작 몇 주지만, 이리 떨어지는 건 영 어색하였다.

         

       그래도 헤어짐이 있기에, 다음에 있을 만남이 더욱 가치 있는 법.

         

       나는 창문을 열어 손을 흔드는 므냥이를 천천히 보내주었다.

         

       ―므아아! 세하야 나 강해지고 강해져서…!

         

       반드시 세하를 지킬 방패가 되어서 올게!

         

       절로 눈물이 날 정도의 심금을 울리는 한마디.

         

       아아, 맞다. 맞아.

         

       차여주 교수에게 부디 우리 므냥이, 잘 부탁한다는 말도 잊지 않았다.

         

       ―…유세하 생도. 호들갑이 너무 심합니다.

         

       라고 한 소리 듣기는 했지만 말이다.

         

       그렇게 다들 떠나고 남은 건 나와 문보라.

         

       문보라의 경우 버스 티켓을 확인하러 잠시 옆을 떠난 상태였다.

         

       ‘근데 그걸 고려해도…’

         

       문보라가 너무 늦었다.

         

       뭔가 일이 생긴 건가 하고 고민하던 그 순간.

         

       “유세하 생도!”

       “…응?”

         

       익숙한 목소리.

         

       나는 뒤를 돌아보았고, 절로 놀란 표정을 지었다.

         

       의외의 인물이 눈앞에 있었으니까.

         

       “후욱, 후욱…”

       “어, 교수…님?”

         

       한참 동안 달려왔는지 땀에 젖은 옷자락.

       약간 잘 그을린 갈색빛의 피부.

       여기에 베이지색의 머리카락이 땀방울과 함께 턱에 늘어져 특유의 요염함을 돋보였다.

         

       팽진아.

         

       나의 첫 스승이자, 마지막 스승님.

         

       그녀의 아름다운 눈동자에 나의 얼굴이 거울처럼 비쳤다.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Ilham Senjaya님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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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 Became a Cheat-Level Munchkin 5★ Character

I Became a Cheat-Level Munchkin 5★ Character

사기급 먼치킨 5★ 캐릭터가 되었다
Score 6.4
Status: Ongoing Type: Author: , Released: 2024 Native Language: Korean
《Gonis Archive Life》 ‘GAL’ for short. I found myself possessed into the world of this game. Not only that, but I became a 5★ character from the very start, The only male character with ridiculously OP abiliti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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