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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191

       

        

        

        

        

        

       “뭔가 이러니까 진짜 관계자 된 것 같아.”

        

       “파트너 스트리머까지 했는데, 관계자가 아니면 그게 더 문제 아냐?”

        

       “그도 그렇네.”

        

        

        

        어쩌다 이렇게 됐을까?

        

        본래라면 지금쯤 호떡이 가지고 온 차량에 타, 시원하게 한강을 건너…지는 못하고, 꽉 막힌 도로 위에서 강남 가는 도로까지 언제 가냐며 한껏 투덜대고 있어야 할 것 같은데, 정작 지금 걷고 있는 곳은 여전히 경기장 건물 안이었다.

        

        물론 복잡하다 못해 터져버릴 것 같은 용산을 힘겹게라도 빠져나갈 필요가 없다는 점은 괜찮았다. 아니, 마음에 들었다. 지금 이런 반응을 보이고 있는 이유는 그저 얼떨떨하다는 단어 한 마디로 정리할 수 있었기도 하고.

        

        게다가 가는 과정도 괜찮았다.

        

        

        

       -중앙 무대로 올라와서 오른쪽으로 빠지면 스태프 온리라고 써있는 문이 있을 거예요. 사전에 받은 카드키를 대고 연 다음 쭉 걸어가면 관계자들이 머무는 대기실이랑 유리문이 있으니, 거기서 저한테 연락해요.

        

       “가면 유진 선생님이 열어주시나요?”

        

       -안타깝게도, 상주 중인 스태프 분이 열어줄 거예요. 엘리베이터 타고 지하 2층까지 내려오세요. 거기서 만나요.

        

       “네에.”

        

        

        

        뭐라고 해야 하나, 진짜 관계자가 된 느낌.

        

        조금 엇나간 비유일수도 있지만, 남자들이 좋아하는 ‘수수한 오두막에 숨겨진 비밀 연구소로 들어가는 문’이라든가, 그런 느낌을 다른 형태로 경험하는 느낌이다. 뒤에서 떠들고 있는 애들도 꽤 비슷한 느낌을 받은 듯했고.

        

        

        

       “하모니 얘는 아주 선생님이라면 사족을 못 쓰네.”

        

        

        

        …방금 말은 잡음이다. 아무튼 잡음이야.

        

        아무튼 만 명에 달하는 인원들이 퇴장하는 동안, 그리고 스태프들이 메인 무대 위에 놓여있는 100개의 의자 배열을 간단하게 정리하고 주 경기장의 쓰레기들을 치우는 동안, 중앙 무대에 올랐다.

        

        자연스럽게 시선을 마주한다. 덧붙여서 우리 전부가 파트너 스트리머였기에 알아보는 사람들도 꽤 있었고. 그런 분들과 인사를 나누며 무대의 끝까지 걸어간 뒤, 방향을 오른쪽으로 꺾는다.

        

        그리고 그 말대로, 벽의 한쪽에 스태프 온리라고 써있는 문이 있었다. 옆에는 카드키 인식 장치가 달렸는데, 목에 걸고 있던 출입증을 가져다대니 녹색으로 점멸하며 잠금쇠 풀리는 소리가 들렸다.

        

        

        

       “자, 가자. 얘들아.”

        

       “…어떡해, 나 좀 떨려.”

        

       “하긴, 우리 김현아 씨가 언제 이런 귀한 대접을 다 받아보겠-악!”

        

       “개소리야, 이쒸.”

        

        

        

        열린 문 사이로 들어가는 동안 리밋의 정강이를 살짝 걷어찬 김스톤이 어이가 없다는 표정을 지었다.

        

        

        

       “그 유진 보러 가는 거잖아, 빡추야. 엠바고까지 걸린 분인데 긴장이 안 될 리가 있겠냐. 설마 호떡보다 훨씬 무서운 헬창이면 어떡하지?”

        

       “그러고 보니, 그 분도 발현자라고 했지? 궁금하네. 같은 백호인가?”

        

       “아으, 아파라…근데 모니는 왜 아무런 말도 없어? 자기만 유진 씨 만났다고 지금 아무런 말도 안 하고 있는 거 실화?”

        

       “흐히히.”

        

        

        

        그치만 이걸 어떻게 말해.

        

        나로서는 알아도 입을 꾹 다물고 있을 수밖에 없었지만, 여깄는 애들이 고작 몇 분 후 무슨 반응을 보일지를 생각하니 입이 벌써부터 근질근질하다. 임금님 귀는 당나귀 귀…가 아니라, 유진 씨 꼬리는 아나콘다 꼬리라고 해야 하나, 이건.

        

        하지만 나는 그게 다른 애들에게 얄밉게 보일 거라고 당연히 가정하고 있어야만 했다.

        

        

        한순간 마주쳐버린 세 쌍의 눈동자. 유진 선생님에 의해 단련된 육감으로 인해, 솟구치는 위기감에 즉각적으로 대응한 몸이 단숨에 복도를 달려나가려고 했지만, 안타깝게도 현실의 내 몸은 그냥 개복치였다.

        

        뛰었지만, 단숨에 잡혀왔다.

        

        

        

       “아으….”

        

       “네 죄를 네가 알렷다.”

        

       “아이, 이따 가서 봐. 내 입으로 어떻게 말해?”

        

       “알았어, 알았어.”

        

        

        

        허락이 떨어지기 전까지는 – 다르게 말하면, 유진 씨가 직접 이들의 앞에 모습을 드러내기 전에는 신상을 추리할 수 있는 그 어떠한 부분도 말할 수 없었다.

        

        비록 지금 여기서 조금 힌트를 준다고 하더라도, 유진 씨는 크게 신경쓰지 않을 게 분명했다. 애초에 나 이외의 다른 애들까지 전부 초대했단 건 모습을 드러내도 괜찮다고 생각했기 때문일 테니까 – 그럼에도, 선은 스스로 지켜야 하는 법이다.

        

        스스로가 지키지 않으면 나중에 가벼워지는 건 내 입이니까. 이 정도면 괜찮겠지 하고 하나둘씩 이야기해주다 보면, 나중에는 방송할 때 무심코 흘려보내는 법이다.

        

        

        

       “다 왔다. 저 유리문 앞에서 기다리면 될 거래.”

        

       “오, 유진 씨가 직접 나오나?”

        

       “나도 그런 줄 알았는데, 아쉽게도.”

        

        

        

        그렇게 이런저런 대화를 나누다 보니 어느덧 게이트 앞에 도착했다. 굳게 닫힌 게이트의 벽면은 유리로 되어 있었지만 불투명 테이프 같은 게 벽면에 깔끔히 붙어있어 내부가 보이지 않았다.

        

        똑똑 두들겨야 하나 싶었지만, 벽에 붙은 호출 버튼이 있었다. 일단 유진 선생님과의 통화는 여전히 연결된 상태였기에 음소거를 끄고 부르자, 마치 기다렸다는 듯 유리문이 스르륵 열렸다.

        

        호출 버튼도 안 눌렀는데 뭔가 싶었지만, 스태프 특유의 복장을 갖춘 한 인원이 다가와 간단하게 설명해주었다.

        

        

        

       “쭈욱 가시면 엘리베이터가 있습니다. 타고 지하 2층까지 내려가시면 됩니다. 오늘 석식은 뷔페 형식이니 드시고 싶은 만큼 드시면 되겠습니다.”

        

       “이따 나갈 땐 어떻게 하면 될까요?”

        

       “다른 분이 지하주차장까지 연결된 통로로 안내해줄 겁니다.”

        

       “아, 감사합니다.”

        

        

        

        발을 디디자마자 인테리어가 극적으로 바뀐다.

        

        말 그대로 복도라고 할 수 있었던 방금과는 다르게, 유리로 이뤄진 게이트를 넘어가자마자 다시 건물 내부에서 볼 수 있었던 미래지향적인 디자인이 조금 다른 형태로 나타났다. 조금 더 차분해졌다고 해야 하려나.

        

        벽면 이곳저곳에는 여러 용도로 쓰일 법한 방으로 이어지는 문들이 붙어있었는데, 익숙한 국기가 대문짝만하게 붙어있는 방도 보였다. 그 중 한국 국기가 붙어있는 문은 반 정도 열려있었는데, 내부에 짐이 이리저리 흩어져있는 걸 보아 아무래도 국가대표 대기실인 것 같다.

        

        일행의 생각도 비슷한 듯했고.

        

        

        

       “와, 여기 대기실이야? 안에 유진 있나?”

        

       “어어, 훔쳐보지 마라. 눈동자 돌아가는 소리 다 들린다.”

        

       “안에 덤벨은 없나?”

        

       “지랄을 해라, 지랄을.”

        

        

        

        …좀 너무 지들처럼 생각해서 문제긴 한데.

        

        아무튼 엘리베이터는 금방 나타났고, 속도는 이런 건물에 걸맞지 않게 빨랐다. 지하 2층에 대기 중인 엘리베이터가 5층에 순식간에 도착했으니. 대신 문은 조금 늦게 열리긴 했지만 – 내부 인테리어도 깔끔했다.

        

        모두가 탑승하자 문이 닫혔다.

        

        나는 그다지 떨리거나 하지는 않았지만, 다른 애들은 곧 유진을 만난다 생각하니 꽤 떨리고 있는 모습마저 보였다. 심지어는 같은 발현자인 – E2급이긴 하지만 – 호떡마저 그랬다.

        

        서로 약간 긴장된 상태에서 극딜을 박기 시작했다.

        

        

        

       “야, 니는 무슨…지도 발현자면서 무지하게 떠네.”

        

       “이게 다 팬심이야, 팬심. 니가 뭘 알아? 다크 존도 개못하는게. 그러니까 갓-유진의 플레이가 왜 대단한 건지도 모르지.”

        

       “너도 하모니한테 개처럼 발렸잖아.”

        

       “내가 모니모니한테 발렸다고 해서 너보다 못해지는 줄 알아요?”

        

        

        

        그렇게 약간의 시간이 흘러, 정적이 찾아온다.

        

        화살이 나한테 향했다.

        

        

        

       “그래서, 모니야. 유진 씨는 어디서 기다리고 계신대?”

        

       “어, 글쎄. 한 번 물어볼게.”

        

        

        

        엘리베이터가 빠르게 감속한다. 이런 곳에 타고 있어서 통화가 멀쩡히 될지는 잘 모르겠지만, 일단 다시 음소거를 끄고는 물었다.

        

        기다리고 있었다는 듯 익숙한 목소리가 들렸다.

        

        

        

       “유진 선생님, 저희 지하 2층에 거의 다 도착했어요. 나오면 어디로 가면 되나요?”

        

       -나오면 바로 알게 될 거니 걱정하지 마세요.

        

       

        

        라고 하신다.

        

        어떻게든 되지 않을까 하며, 문이 열리기 직전 뒤에서 들려온 질문에 답했다.

        

        

        

       “말해주셨어?”

        

       “어….”

        

        

        

       ───스르륵.

        

        

        

        그와 동시에 눈 앞을 가득히 메우는…뱀꼬리.

        

        느슨하게 움직이며 허공 위를 떠다니는 듯한 그 모습이 기억 속에서 빠르게 플래시백된 순간, 파란색 눈동자와 시선을 마주쳤다. 날카로운 눈매 아래에서 스산하게 움직이는 사파이어같은 눈. 그것이 모두를 한 번 훑자마자 느슨하게 풀어지더니, 이내 아치를 그렸다.

        

        그리고 그 옆에는 – 영상으로는 많이 봤지만 왜 현실에 계시냐고 묻고 싶은 분이 한 명 더 있었다.

        

        모두가 당황한 사이, 그나마 조금 덜 당황한 내가 간신히 입을 열었다.

        

        

        

       “여기 계셔.”

        

        

        

        그러자 어이가 상실되었음을 알리는 헛웃음이 엘리베이터 안에서 터져나왔다.

        

        

        뭐, 왜.

        

        아무튼 틀린 말은 안 했잖아.

        

        

        

        

        

        

        

        

        

        

        

        

        

        

        

        

        

        

       “…진짜 놀랐어요. 영락없이 아바타인 줄로만 알고 있었는데.”

        

       “하하. 이해해요. 그리고 여기 있는 하모니와 다이스도 저와 처음 만났을 땐 같은 반응이었어요. 다이스는 그 자리에 주저앉았고.”

        

       “아이, 그건 또 왜 말해요!?”

        

       “아하하.”

        

        

        

        식기가 달그락거리는 소리와 즐거운 대화 소음.

        

        그 외에도 수많은 음색들이 합쳐져 하나의 분위기를 이룬다. 말로 표현된 수없이 희노애락이 얽혀 공기 중으로 녹아든다. 생각보다 대화는 잘 흘러가고 있었다. 애초에 이곳에 모인 이들 전원의 기질이 그러하기도 했고, 다크 존이라는 공통적인 대화 주제도 있었기 때문이었다.

        

        사실상 굳이 걱정할 이유가 없었다고 해도 무방했다. 여기 모인 이들은 다이스를 제외하면 전부 남을 대하는 게 익숙한 사람들이었고, 수많은 시청자를 끌어들이는 데 천부적인 재능이 있었으니까 – 그래서인지 그 사이에 나를 끼워넣는 게 맞나 싶기도 하다.

        

        그리고 증거도 있었다.

        

        

        

       “그래서 막, 너무 피곤해서 제가 그때 안전지대의 간이 침대에 드러누워 있었거든요? 그렇게 해놓고 물을 마시러 갔는데, 저 위에서 유진 선생님이 뚜벅뚜벅 걸어내려오는 거 있죠. 바로 달려가서 ‘선생님! 저랑 파티 좀 해주세요!’ 하고 외쳤는데, 그게 모든 일들의 시작이었어요.”

        

       “하긴, 다크 존 튜토리얼 진짜 어렵죠. 저는 스크림에서 처음 만났는데, 처음에 좀…처참하게 폭사당했어요. 그래도 그것 덕분에 여기까지 온 걸 보면 전화위복인 것 같기도 하고.”

        

       “그쵸, 그쵸! 혹시 제 다크 존 초창기 영상 보셨어요? 유진 선생님이 캐리해준 덕분에 어떻게든 살아남아서 HQ까지 갔거든요. 그땐 진짜 죽는 줄 알았어요.”

        

       “물론 봤죠. 유진 씨는 그때도 여전하시더라고요. 근데 어, 중간에 탄창 떨어뜨리는 거 뱀꼬리로 잡았을 때는 진짜 웃겼어요. 그땐 엄청 놀라시든데요?”

        

       “그랬죠. 근데 지금은…뱀도 꽤 괜찮지 않나 하고….”

        

       “아…그 마음 이해해요.”

        

        

        

        …근데 저쪽은 그걸 감안하더라도 좀 심하게 빠르게 친해진 것 같은데.

        

        게다가 잘 나가는가 싶더니 갑자기 불순한 곳으로 대화 주제가 빠지길래, 슬그머니 꼬리를 움직여 하모니의 정수리를 톡 쳤다. 으엑 하는 소리를 내며 고개를 위로 올린 그녀가 우와 하며 놀라기까지는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괜히 이걸로 쳤나보다. 차라리 말로 주의를 줄 걸 그랬어.

        

        

        

       “우와…꼬리 진짜 기시네요.”

        

       “아.”

        

       “그, 그! 진짜였어요!?”

        

        

        

        후우.

        

        한숨을 내쉬며 덧붙였다.

        

        

        

       “여기선 꼬리 이야기 금지.”

        

       “으앙, 어째서!”

        

        

        

        그걸 몰라서 묻느냔 표정으로 쳐다보자, 이내 두 명은 바람 빠진 풍선처럼 쭈그러든다. 당사자인 나로서는 잠자거나 어디 앉을 때 불편해 죽을 것 같은 애물단지인데, 이게 도대체 뭐가 좋다는지 원.

        

        이러면 분명히 제3의 팔 느낌으로 유용하게 쓰고 있으면서 그렇게 말해봐야 그다지 신빙성이 없다고 말하겠지만, 오히려 그 반대다. 안 그래도 애물단지였기에, 이렇게라도 쓸 수 있도록 아주 필사적으로 노력을 했던 거에 좀 더 가깝지.

        

        사람들이 크고 꿈틀거리는 거에 관심을 가진다는 건 이해 불가능한 사실은 아니지만…여기선 화제를 좀 돌려보도록 하자.

        

        

        

       “오늘 경기는 재밌었나요?”

        

       “아, 네! 진짜 재밌게 봤어요. 다들 그렇게나 잘하실 줄 몰랐어요. 작년에 날아다니던 러시아랑 일본이 쪽도 못 쓰고 당하더라고요.”

        

        

        

        주변에 아무도 없는지를 확인한 리밋이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

        

        

        

       “…조금 통쾌했죠. 첫 경기에서 10위 안에 한국 선수 분들밖에 없는 걸 보고 느꼈거든요. 이번 년도의 통과 인원수는 5명이겠구나 하고.”

        

       “그런 인상을 줄 수 있어서 다행이네요. KSM 이후 주어진 시간이 고작해야 한 달도 안 되어서, 가르치는 입장에서도 어떠려나 싶었는데. 그 말을 들으니 나름 보람은 있군요.”

        

       “…아, 직접 가르치셨어요!?”

        

       “네.”

        

        

        

        생각해보니 이 부분은 외부에 딱히 공개된 적이 없었구나. 사전 브리핑에서 언급된 이후로는….

        

        잠시 머리를 굴려 이게 나가도 괜찮은 이야기인지를 판단했지만, 음. 나중에 내가 더 귀찮아지긴 하겠다. 대충 입술에 손가락을 올리고 ‘오프 더 레코드로 해달라’는 의사를 보내자, 그 모습을 본 모두가 반쯤 기계적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애초에 이번 경기 송출을 통해 다들 어느 정도 짐작은 하고 있겠지만, 그래도 구단과 타국 관계자만 아는 것과 사방천지가 전부 알고 있는 건 이야기가 다른 법이다. 방송을 시작한 지 꼴랑 두 달만에 ‘시청자가 너무 많다’는 이유로 스트리머 생활을 그만두는 건 좀 아니었기에.

        

        

        여하간, 이야기가 점점 진행됨에 따라 식사의 템포가 조금씩 맞춰지기 시작했다. 구체적으로는 대화의 흐름이 끊기지 않도록 한 명이 일어서면 다 같이 가는 그런 느낌이었다.

        

        물론 그런 게 두어 번 반복되자 굉장히 모양이 이상해졌기에, 그냥 한 번에 음식을 많이 퍼오기로 했다. 어차피 이들이 듣고 싶은 이야기는 나한테서 나올 테니, 차라리 그러는 게 더 마음이 편할 것 같기도 했고.

        

        다행인지 불행인지는 몰라도, 오늘은 경기로 인해 따로 운동을 하기도 어려웠고, 칼로리를 대량으로 필요로 하는 일도 없었기에 저녁을 좀 적게 먹었다.

        

        

        깔끔하게 비운 그릇을 반납한 후 이어지는 대화.

        

        

        

       “그럼 이제는 집에 가시는 건가요?”

        

       “안타깝게도 그렇지는 않네요. 이런저런 제약이 많아서….”

        

       “경기장 내부에 숙박 시설을 만들어놔서, 하루이틀 정도는 크게 문제 없거든요. 사실 작년에도 이랬어요.”

        

        

        

        다이스의 부연 설명.

        

        이번 년도가 첫 출전인 나와는 다르게, 경험자는 뭔가 달라도 달랐다 – 그 후 잠깐 이어지는 정적. 다이스와 시선이 마주쳤다. 대충 왜 갑자기 아무런 말도 안 하냐는 표정이기에, 나는 고개를 살살 저어 설명을 일임하겠다는 메시지를 남겼다.

        

        물론 씨알도 통하지 않았다. 결국 이들이 궁금해하는 인원들은 나였으니까.

        

        

        시간을 확인했다. 오후 7시 16분. 아시아 예선전 토요일의 스케줄은 6시에 끝났고, 식사를 마친 시점은 지금으로부터 몇 분 전. 당연하게도 그리 오래 지나지는 않았다.

        

        어차피 바깥에 운집한 수십만 명의 사람들이 전부 빠져나가려면 한참 더 걸릴 예정이었으니, 이 참에 이들의 궁금증을 좀 풀어주도록 하자.

        

        잠시 상의할 게 있다며 하모니 일행과 잠깐 멀찍이 떨어진 후 다이스와의 의견 조율을 거친다. 결과는 ‘너무 민감한 이야기만 아니라면 크게 상관없다’는 내용이었다. 게다가 저들 역시도 그 정도는 능히 알 법한 충분한 분별력이 있을 거고.

        

        한껏 의문에 부푼 이들에게 덧붙였다.

        

        

        

       “기왕 시간도 남았으니, 간단하게 QnA라도 해보려고 하는데. 다들 괜찮으신가요? 시간 안 나시는 분?”

        

        

        

        물론 이들은 없던 시간도 만들어냈다.

        

        그럴 것 같았다.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갑자기 날씨가 왜 이렇게 더워지는지 모르겠네요

    이번 주말 내내 30도라는 것 같은데, 제발 아니었으면 좋겠습니다

    구와아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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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 Have Returned, but I Cannot Lay down My Gun

I Have Returned, but I Cannot Lay down My Gun

귀환했지만, 총을 놓을 수는 없습니다
Score 4.1
Status: Ongoing Type: Author: Native Language: Korean

Just the fact that I came back couldn’t be the end of everythi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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