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witch Mode
Please report if you find any blank chapters. If you want the novel you're following to be updated, please let us know in the comments section.

EP.191

       *** ***

         

       “뭐 자네도 떠나기로 했다고?”

         

       재상해는 금의위를 관두기로 했다는 말을 전하는 강추모루를 보며 뜨악한 표정을 지었다.

         

       “그렇네. 나는 아무래도 지휘관이 되고 싶어서 말이야.”

         

       “…음. 그렇다면 자네는 그만둘 수밖에 없긴 하겠군. 아쉽게 되었어.”

         

       “이제 광재련에게도 소식을 전해야 하는데…같이 외출하지 않았나?”

         

       “지인을 만났으니 한 잔 하는 모양일세.”

         

       “그렇군.”

         

       재상해는 턱을 쓰다듬으며 고민에 빠졌다.

         

       “이상한데…”

         

       조가주가 금의위직을 박차고 떠났을 때 재상해는 그냥 조가주답다고 생각하고 넘겼다. 조가주는 고지식하고 완고한 남자였으며 본인 스스로에게 가혹한 면이 있었으니까.

         

       ‘호 교관님이 진짜 이런 상황을 예상하지 못했을 리가 없는데.’

         

       애초에 조가주에게 창을 전한 게 호천안이었다. 그리고 강추모루가 전략전술을 펼치는 일에 열정적이었다는 것은 누구나 잘 아는 사실이었다. 그런 사실을 호천안이 몰랐을까.

         

       그러고보니 언동도 묘하기 그지 없었다. 결과는 상관하지 않겠다느니 가능성을 개화하라느니 스스로의 길을 걸으라느니.

         

       ‘금의위가 되기로 확정된 우리들에게 스스로의 길을 걸으라는 건 좀 이상하지 않았나.’

         

       금의위가 되는 것과 별개로 자신만의 목표를 세우고 정진하라는 의미로 받아들였지만 어째 지금 형국을 보니 그 의미가 아닌 것 같았다.

         

       한참동안 생각에 잠겨 있던 재상해는 고개를 들었다.

         

       “….설마. 아니겠지.”

         

       이것이 사실이라면…재상해는 고개를 흔들어 상념을 떨쳐냈다. 그저 머릿속에서 스쳐 지나간 가설에 불과했다. 그리고 어처구니가 없는 가설이기도 했고. 그렇지만 재상해는 이미 머릿속을 잠식해버린 의혹을 떨쳐 버릴 수가 없었다.

         

       재상해의 얼굴이 기묘하게 일그러졌다. 만약 자신의 머릿속에 떠오른 이 가정이 사실이라면, 몇 가지 증거가 남아 있을 터였다.

         

       ‘알아봐야겠군…’

         

       재상해는 옥수수의 어깨를 짚었다.

         

       “수수.”

         

       “음? 뭔가?”

         

       “자네한테 부탁을 좀 해도 되겠는가?”

         

       재상해는 옥수수의 귀에 부탁에 관한 내용을 말했고 옥수수의 표정이 기묘하게 일그러졌다.

         

       “음…가능은 할 것 같은데 이런 일을 해야 할 필요가 있나?”

         

       “부탁함세. 중요한 일이야.”

         

       옥수수는 진지해 보이는 재상해의 얼굴에 고개를 끄덕였다. 며칠 발품을 팔아야 하겠지만 그렇게 어려운 일은 아니었으니까.

         

       옥수수에게 부탁한 뒤로도 재상해는 생활관을 누비며 몇몇 동기들에게 도움을 청했다.

         

       *** ***

         

       막율은 자신의 그림자를 한 번에 가리는 거대한 그림자를 보며 입을 열었다.

         

       “이놈의 자식이 일찍 오라니까. 새벽부터 나 혼자 준비했잖아!”

         

       “최대한 빨리 온거요. 오늘도….동기 한 사람이 떠나서 말이오.”

         

       “변명은..쯧. 아무튼 준비는 다 되어 있으니 쇠부터 쳐라!”

         

       광재련은 공방 안을 둘러보았다. 숨을 쉬기도 힘들 후끈한 공기에 숯과 연탄이 타는 매캐한 내음이 섞여 폐부로 흘러 들어왔다.

         

       대장장이에게는 익숙한 대장간의 공기.

         

       “몇 달…만이로군.”

         

       광재련은 집게를 쥐며 그렇게 중얼거렸다. 공방을 떠나 낙양에 도착한 뒤 시험을 치르고, 선별시험 훈련생이 되어 1개월을 굴렀다.

         

       “질 좋은 철을 잔뜩 구비해 놨다. 몇 달이나 쉬었으니 감이 다 죽었겠지. 오늘은 그냥 죽어라 때려!”

         

       대답은 돌아오지 않았다.

         

       막율은 인상을 쓰며 광재련 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대장간에 선 대장장이들은 예민해진다. 쇠를 자르고 제련하기 위한 도구들 모두 위험하기 짝이 없다. 가까이에 있는 것만으로도 살이 익는 열기를 뿜어내는 용광로. 때릴 때마다 불똥을 토해내는 쇳덩이. 그런 쇳덩이를 자르기 위한 날카롭고 위험한 공구들까지.

         

       그런 공구들을 다루고 쇳덩이를 때려야 하는 대장장이는 언제나 정신을 바짝 차리고 있어야 했다.

         

       ‘이놈의 자식이 몇 달 쉬었다고 대장간에서 얼을 타?’

         

       “이…”

         

       욕설을 일발 장전했던 막율은 목구멍 바깥으로 튀어나오려던 말을 도로 삼켰다.

         

       광재련은 달구어지는 쇠를 노려보고 있었다. 화로에 얼굴을 집어 넣을 것만 같은 표정으로 연신 집개를 벌렸다 좁히고 있는 광재련.

         

       당장이라도 쇠를 꺼내 두들기고 싶다.

         

       평상시의 우렁찬 목소리 만큼이나 자신의 심정을 명확하게 표현하고 있는 뒷 모습을 보면서 막율은 슬쩍 웃었다.

         

       광재련의 손이 움직였다.

         

       완전히 선홍색으로 물들은 괴를 집어 모루 위에 올리고는.

         

       따아아아앙!!

         

       곧바로 망치로 때리기 시작했다.

         

       따앙! 따앙!

         

       ‘실력은 별로 녹슬지 않았구만.’

         

       시원시원한 소리 만큼이나 빠르게 형태가 바뀌어가는 선홍빛의 철괴를 보며 막율은 웃었다.

         

       *** ***

         

       낙양 재가.

         

       무려 8대가 관직에 몸을 담은 명가.

         

       ‘오래간만이로군.’

         

       보통 이 정도 수준쯤 되는 저택이라면 귀중품들이 자리해야 할 곳에 올려져 있는 것은 수묵화와 글귀가 적힌 족자들이었다. 재상해는 청량한 종이향과 먹향이 은은히 콧속으로 스며드는 것을 느끼며 괜히 팔을 들어 킁킁 냄새를 맡았다.

         

       새삼스럽게 닭비린내와 홀아비 냄새가 진동하던 생활관이 떠올랐기 때문이었다.

       

       그런 냄새가 밴 것은 아니겠지. 

         

       “가주님~ 아들이 등장했습니다.”

         

       재상해는 가주이자 아버지인 재문성의 방 앞에 서 말했다. 방 안에서 작은 한숨이 들리는 것을 들으며 재상해는 킬킬거리다가 표정을 굳혔다.

         

       ‘내 예상대로라면 그다지 웃을 만한 일은 아니지.’

         

       “..들어오거라.”

         

       “그래. 금의위 시험에 도전한다고 한동안 집을 나가 있더니 이제야 돌아오는구나.”

         

       “뭐~ 그렇게 됐습니다.”

         

       “이제는 정신이 들었느냐? 네 나이가 이제 적지 않으니 슬슬 제 길을 찾아가야 하지 않겠느냐.”

         

       “제 길이랄 것이 무에 있습니까? 그냥 이렇게 살면 그만인 것을.”

         

       재문성의 미간에 주름이 잡혔다.

         

       “금의위 시험에 떨어졌으니 갈 곳이 없어 집에 돌아온 것이 아니냐. 지금까지는 재능이 있어 네 방종을 허락했지만 이제는 아니 된다. 관원이 될 것이 아니라면 집 싸서 나가거라.”

         

       “아니, 아버지 말씀을 너무 심하게 하는 것이 아닙니까?”

         

       재상해는 일부로 어조를 가다듬으며 말했다. 마치 잔뜩 칭찬받기를 바라고 집에 달려왔는데 꾸중을 듣는 듯한 말투.

         

       서책을 읽던 재문성이 재상해를 바라보았다.

         

       재상해는 재문성의 눈빛 속에서 일말의 당혹감을 읽어냈다. 오랜 문관 생활로 인해 속내를 쉬이 내비치지 않는 재문성이었지만 재상해는 재문성의 아들이었다. 남들은 읽어내지 못할 작은 당혹스러움을 읽어낸 재상해는 성급하게 낚싯줄을 당기지 않고 더 공을 들였다.

         

       “아버지께서는 못마땅하게 생각하셨지만 이 재상해, 일류의 몸입니다. 뿐입니까? 각종 재주를 두루 섭렵했지요! 이런 인재가 떨어지면 누가 금의위가 됩니까? 거 참.”

         

       “…그럼 네가 합격이라도 했다는 말이냐?”

         

       재상해가 과장된 몸짓으로 등 뒤에 숨겼던 허리띠를 꺼내들었다. 허리띠에 새겨진 황실의 문양을 보며 재문성의 눈이 크게 떠졌다.

         

       “이게 뭔지 아십니까? 이번 기수 금의위 선별시험장을 방문하신 유야! 공주님! 께서! 하사하신 하사품입니다! 아버님! 이번 기회에 장목수에게 고급스러운 벽사목 함 하나 주문하시지요. 공주님의 하사품이니 그만큼 귀한 함에 담아야 하지 않겠습니까?”

         

       재상해는 재문성의 흔들리는 눈을 보며 의심이 확신이 되어가는 것을 느끼며 말을 이어나갔다.

         

       “제가 소속된 부대가 무려 상위권에 입상했지 뭡니까? 으하하하! 이제 저도 연수만 수료하면 금의위입니다.”

         

       “….”

         

       재상해는 입을 다물고 상황을 받아들이고 있는 재문성을 보며 싸늘하게 말했다.

         

       “그런데 아버님, 어째서 제가 금의위에 탈락할 것이라고 그리 확신하셨습니까?”

         

       “…무슨 말이냐.”

         

       “제가 일류라는 것을 잘 알고 계시지 않았습니까. 제가 가문이 빠집니까? 인물이 빠집니까? 아니면 머리가 빠집니까? 제가 금의위에 합격할까 마음을 졸이셔야 하실 분이 무슨…든든한 보험이라도 든 상인 같이 구십니다 그려?”

         

       잠시 재문성의 방에는 무거운 침묵이 흘렀다.

         

       “네 녀석이 군에 어울리지 않으니 당연히 금의위도 떨어질 것이라 여겼을 뿐이다.”

         

       “그렇습니까.”

         

       굳어 있던 재상해의 얼굴이 감쪽같이 풀리며 웃음을 지었다.

         

       “뭐 아무튼 공주님의 하사품을 전달해 드릴 겸 자랑도 할 겸 잠시 들렸습니다. 원 어찌나 훈련소가 열악하고 보관함이 좁은지 하사품을 두는 것조차 힘들지 뭡니까. 벽사목 함이 마음에 안 드신다면 어디 걸이대라도 만들어서 접견실에 잘 보관해 주시지요.”

         

       “그리 하마.”

         

       태연스럽게 책으로 시선을 돌리는 재문성. 재상해는 재문성을 잠시 바라보다가 자연스럽게 등을 돌렸다.

         

       저택을 나서는 재상해의 눈은 번뜩임이 감돌고 있었다.

         

       *** ***

         

       “하하하하.”

         

       “하하하하!”

       

       옥수수는 다른 부대의 훈련생들과 어울렸다.

         

       십이 번대가 훈련 초반에 다른 훈련생들에게 얕보인 것은 사실이었으나 그렇다고 다른 훈련생들이 십이 번대를 향해 악감정을 품은 것은 아니었다.

         

       오히려 다른 훈련생들은 내심 십이 번대 훈련생들과 교분을 트고 싶어했다. 연수를 받게 되면 어차피 다 동기가 될 사이이니 한 사람이라도 더 친분을 다지는 편이 유리했다.

         

       안 그래도 어떤 사람이라도 1다경만 투자하면 막역지우가 될 수 있는 옥수수였으니 다른 훈련생들 사이에 스며 들어 웃고 떠드는 것은 일도 아니었다.

         

       “이런 벌써 시간이 이렇게 됐군. 나는 이만 돌아가 봄세!”

         

       “잘 가게나! 나중에 인사라도 하자고!”

         

       “그러지. 하하하!”

         

       옥수수는 다른 부대 훈련생들과 헤어져 십이 번대 막사로 향했다.

         

       ‘재상해는 이런 걸 알아내서 뭘 하려는 걸까.’

         

       다른 부대원들의 출신을 알아봐 달라.

         

       재상해가 했던 부탁이었다.

         

       “육번대 인원들의 출신을 알아왔네.”

         

       “이 짧은 시간 내에 합격한 부대원들의 정보를 다 알아오다니. 역시 자네에게 부탁하길 잘했어.”

         

       “허허. 뭐 나야 워낙 사람 사귀는 것을 즐기니 그리 어려운 일도 아니었네. 그래. 이제 원하던 정보는 다 모았나?”

         

       “그렇다네. 고맙군.”

         

       재상해의 얼굴이 급격하게 어두워진 것을 보고 옥수수는 괜히 부탁을 들어주었나 싶었지만 이미 다 끝난 이야기였다.

         

       “수수.”

         

       “뭔가?”

         

       “자네는 조가주나 강추모루가 떠나는 것을 보며 무슨 생각이 들었나?”

          

       “음…멋지다고 생각했지. 금의위 자리를 때려치울 수 있을 정도로 명확한 인생의 목표를 세웠으니까.”

         

       “둘처럼 되고 싶다는 생각은 안 들었는가?”

         

       “글쎄.”

         

       옥수수는 잠시 고민해 보다가 고개를 내저었다.

         

       “뭐….사람 사귀는 것을 좋아하기는 하지만 그거야 무슨 일을 하더라도 할 수 있는 것이고…그 둘처럼 인생의 목적이라고 할 만한 거창한 것은 떠오르지 않아.”

         

       “그렇구만.”

         

       “금의위가 되어 새로운 경험을 하면 또 새로운 목표가 생기지 않겠나. 그러니 일단은 연수에 집중할 생각일세. 아쉽게도 조가주의 창술 재능이나 강추모루의 지휘술처럼 천재적인 재능을 타고나지 못했으니 내 갈길을 신중하게 택해야 하지 않겠나.”

         

       “천재라…”

         

       옥수수는 자신의 말을 곱씹는 재상해를 보며 아차 싶어 말을 덧붙였다. 자신의 재능에 자부심이 있던 재상해가 아니던가.

         

       “물론 자네의 재능도 뛰어나지만 말일세. 내 자네처럼 빠르게 무언가를 배우는 사람을 본 적이 없어.”

         

       “하하, 원 사람도. 며칠 간 시간을 내어 주면서 부탁을 들어 주는 건 쉬운 일이 아니었는데…정말 고맙군.”

         

       “그래. 무엇을 알아보고 싶었는지는 통 모르겠지만 도움이 좀 되었나?”

         

       “아주 많이 도움이 되었지. 이제는 기다리기만 하면 될 듯 싶으니 말일세.”

         

       재상해의 시선이 어느 한 곳으로 향했다.

         

       매일 새벽같이 금철공방으로 출근했다가 밤늦게 돌아오는 광제련의 자리였다.

         

       *** ***

         

       “완성했나.”

         

       “모르겠수.”

         

       광재련은 자신이 만든 비도를 내려다보았다.

         

       처음에는 평범한 비도를 만들었다. 그러나 그 비도를 던져 본 광재련은 처음부터 잘못 생각했다는 것을 깨달았다.

         

       ‘유독 큰 손 때문에 비도술을 익히는데 고생했지.’

         

       남들의 배는 되는 팔힘과 커다란 손 때문에 광재련은 비도술을 익히며 상당히 고생했다. 광재련에 있어 비도는 너무 작고 가벼운 무기였으니까.

         

       ‘내가 사용할 무기다. 내가 원하는 대로 만들면 그만이지.’

         

       그렇게 광재련은 비도를 던지며 느꼈던 불만을 다 반영한 비도를 만들어냈다. 일반적으로 비도란 손바닥을 펼쳤을 때 딱 그 손안에 감출 수 있을 법한 크기였지만 광재련이 만든 것은 비도라기보다는 식칼에 가까웠다.

         

       광재련은 그런 비도 아닌 비도를 던져 보면서 깨달았다.

         

       욕심이 너무 지나쳤다고. 광재련의 마음에는 쏙 들었지만 빈말로도 비도라고 할 수 없는 이 무기를 사용하기 위해서는 처음부터 암기술을 다시 익혀야 했다.

         

       그때부터 광재련의 도전이 시작되었다. 자신이 사용하기 편하면서도 비도라 부를 수 있는 물건을 만들기 위해 광재련은 비도를 만들고 또 던지기를 반복했다.

         

       그리하여 비도를 만들기 시작한지 사흘 째 되는 날.

         

       드디어 광재련은 완성품이라 자신할 수 있는 비도를 내려다보았다.

         

       소재는 다른 철에 비해 무겁고 단단하다는 흑철. 크기는 일반적인 사람들이 손바닥 안에 숨길 수 있는 길이었으나 손잡이 부분이 독특했다. 비도의 손잡이는 두터웠고 비도 손잡이의 아래 부분에는 마치 못처럼 넓은 머리가 달려 있었다.

         

       광재련은 심호흡을 하며 표적을 바라본 뒤에 비도를 집어 들었다. 두터운 손잡이가 큰 손임에도 비도를 안정적으로 잡을 수 있게 해 주었다. 광재련은 그대로 수천 수만번 연습한 서서 쏘기를 시전했다.

         

       어깨를 떨치고 팔을 펼치며 접혀진 손목을 펴고 모든 힘이 한점으로 수렴한다.

         

       검지와 약지가 비도의 경로를 잡아주고 중지가 비도를 쏘아내는 최후의 발사대가 된다.

         

       쐐애애액!!

         

       남들보다 배는 큰 손을 가졌기에 작은 비도를 제대로 잡아주지 못하던 손가락들이 두터운 손잡이를 가진 비도를 만나 투로를 고정하는 제 역할을 완수했다. 못의 머리와 같이 큼직한 면적을 자랑하는 비도의 뒷부분이 안정적으로 중지의 힘을 받아낸다.

         

       쩌억!!

         

       올곧은 궤적을 그리며 표적의 머리통 정 중앙에 박혀든 비도. 광재련의 비범한 힘을 십 할 담은 비도의 위력을 증명하듯이 표적의 머리가 파열음과 함께 두 쪽으로 갈라졌다.

         

       그 모습을 보며 두 사람은 확신했다.

         

       높은 위력과 정확한 명중률을 보유한 광재련만의 비도가 완성되었다고.

         

       광재련이 주먹을 불끈 쥐었고 막율이 그런 광재련의 어깨를 두들기며 기뻐했다.

         

       “해냈구나!”

         

       “으하하하하! 그렇수다. 형님! 내가 해냈소!”

         

       막율의 공방에는 곧바로 술판이 열렸다. 광재련은 싱글벙글 웃으며 여섯 자루의 비도를 내려다보고 술을 마셨다. 보기만해도 술이 절로 넘어가는 영롱한 여섯 자루의 비도!

         

       그런 광재련을 바라보던 막율은 결심을 굳혔다.

         

       “재련아.”

         

       “뭔 말을 하려고 그리 목소리를 낮게 까시우? 안 어울리게.”

         

       “금철공방에 큰 투자를 하겠다는 투자자가 나타났다.”

         

       “그렇구만.”

         

       “알다시피 금철공방은 나라에서 막대한 투자를 받고 있다. 낙양 황군의 무기 보급은 물론이고 금의위의 무기들도 납품하고 있지.”

         

       “거, 다 아는 이야기를 뭣 하러 다시 하시오?”

         

       “그렇기에 금철공방은 관직에 있는 자들의 투자를 받을 수가 없다. 며칠 전에 종장(宗匠)께서 넌지시 말하고 가더구나. 그 사람이라면 광철공방에 투자를 할 수도 있을 것 같다고.”

         

       술을 넘기던 광재련의 동작이 멈추었다.

         

       “…형님.”

         

       “금의위? 영광된 자리지. 그렇지만 지금 네 녀석을 봐라.”

         

       막율은 광재련이 만들어낸 여섯 자루의 비도를 가르켰다.

         

       “비도를 안주로 술을 마실 정도로 쇠질에 미친놈이 네놈 아니냐. 내일 자리를 마련할 테니 이야기라도 해 보거라.”

         

       “…그만 두시오 형님.”

         

       광재련은 길게 한숨을 내쉬었다.

         

       “새로운 제철법을 개발하다가 빚더미에 나앉은 공방이요. 그런 공방에 누가 투자를 하겠소?”

         

       “어허! 큰손이래도! 가능성 정도는…”

         

       “형님이 공방을 나선 뒤에도 공방의 재정은 계속 악화되었소. 그래도 선대의 덕업이 빛을 발해 채무가 있는 이들이 공방을 빼앗지는 않고 있으나. 이자가 늘어나는 것까지는 막을 수 없으니 이미 공방의 빚이 금자 백 냥이 넘었소.”

         

       “그래도 금철공방에는 개발 중인 새로운 제련법이 있지 않느냐.”

         

       “허허. 어디 새로운 금속 제련법이 그냥 나오겠소? 대충 견적을 짜 보니 투자 비용만 금자 백 냥은 더 들어갈 일이었소. 새로운 금속 제련법을 개발해 내더라도…휴유.”

         

       제련법을 개발해 낸다고 해서 곧바로 돈이 되는 것이 아니다. 제련법을 개발한 뒤 그 제련법을 바탕으로 철을 팔아내야 그때부터 돈이 된다.

         

       빠악!

         

       “이놈의 자식이!”

         

       막율이 버럭 소리를 지르며 술병으로 광재련의 머리통을 때렸다. 청승을 떨며 술을 마시고 있던 광재련은 사각에서 떨어진 술병에 강타당한 머리통을 부여잡고 바닥을 굴렀다.

         

       “끄어어억!”

         

       “광철공방에서 그리 쉬이 포기하라고 가르쳤더냐! 금의위 물 좀 먹었다고 젠체하는 꼴이 아주 그냥! 내일 자리를 만들어 둘 터이니 그런 줄 알거라!”

         

       “아니 형님…!”

         

       항변하려던 광재련은 막율이 다시 술병을 치켜드는 것을 보며 움찔했다.

         

       “아, 알았소! 내일 오겠소, 오겠다니까!”

         

       “지금 당장! 썩 꺼지고 내일 귀빈을 맞이할 준비나 하거라! 그 철사 같은 수염도 싹다 자르고! 갈기 같은 머리도 정리해!”

         

       “으악! 사람 잡는다! 사람 잡아!”

         

       막율의 술병에게 마구 두들겨 맞으며 광철공방에서 쫒겨난 광재련. 술병을 휘두르며 씩씩대던 막율이 금철공방의 다른 사람들에게 끌려가는 모습을 보며 안도의 한숨을 내쉰 광재련은 다시 한번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투자라.”

         

       제련법을 개발하다가 빚더미에 나앉은 공방에 투자할 투자자가 있을까. 광재련은 그렇게 생각하면서도 가슴이 뛰는 것을 느꼈다. 정말로…투자를 받을 수만 있다면. 그런 기적이 일어날 리는 없겠지만 만약 그런 기적이 일어난다면.

         

       광재련은 홀린 듯이 발걸음을 옮겼다.

         

       막율의 말대로 수염이라도 정리해야 할지 모를 일이었으니까.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근데 사실 무기를 안주로 술을 마시면 미친게 맞…읍읍!

    2화급 고봉밥!

    끊을까 했는데 끊을 포인트가 없어서 걍 올렸슴다.

    다음화 보기


           


I Became an Outcast the Martial Arts Masters are Obsessed With

I Became an Outcast the Martial Arts Masters are Obsessed With

무협게임 속 고수들이 집착하는 낭인이 되었다
Score 4.0
Status: Ongoing Type: Author: Native Language: Korean

I became Ho Cheon-an, a second-rate warrior in the martial arts game [Murim Cheonha].

To survive, I had no choice but to give enlightenment.

Martial arts masters began to obsess over me.

In Murim Cheonha, where fame means difficulty, getting attention meant death.

Please, just go away.

Please, let me live.

Comment

Leave a Reply

Your email address will not be published. Required fields are marked *

Options

not work with dark mode
Res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