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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191

       이예리는 아직 어린 축에 속했으나, 경험이 부족한 변호사는 결코 아니었다. 하루에 열 몇 시간씩 갈리는 하루하루의 밀도가 높았던 덕분이다. 결코 원치는 않았지만.

        

       그리고 그런 그녀의 경험상, 최근에 신설된 한국지사의 현지 지사장이 본사에 보여줄 실적을 무리하게 만들어내려 드는 건 제법 흔한 일이었다.

        

       ‘아따먹, 이라는 아이디부터 이상한 사람 때문에 본사 개발진에 지옥문이 열린 상황이고. 본사는 패치에 급급해서 고소는 아직 생각 못하고 있지만……현지 지사에서 로펌 의견서까지 가져와서 이렇게 문제를 해결하겠다는 의지를 보인다. 잘 풀리면 꼭 고소를 할 필요도 없이 현지 사정을 꽉 잡은 티를 낼 수 있다, 라는 건가.’

        

       한 마디로, 쇼다.

        

       어차피 먹고 살자고 하는 일인데, 그리 벌이는 쇼에 슬쩍 끼어서 품삯을 받으면 그만 아니냐- 라고 묻는다면, 고개가 끄덕여지는 일은 아니었다.

        

       ‘위에서 고객으로 연결되고 싶은 건, 지사가 아니라 본산데. 지사의 무모한 짓거리에 끼어들었다가 괜히 찍힐 수도 있잖아……그렇다고 지사를 무시하면 본사랑 연결될 수도 없고. 아, 퇴사하고 싶다.’

        

       “지사장님, 죄송하지만 저희가 잠시 내부적으로 논의를 해야 할 것 같습니다. 잠시만 기다려주시겠습니까?”

        

       《아, 네네.》

        

       대답을 기다리지 않고 회의실 전화기의 음소거 버튼을 누른 이예리는, 깊은 한숨을 내쉬며 옆에 앉은 후배에게 시선을 향했다.

        

       통화 내내 하고 싶은 말을 꾹꾹 눌러 담으려다 결국 참지 못한 채, 종이에 무언가를 잔뜩 써서 자기에게 끝없이 건네주고 있던 후배였다.

        

       “……네, 더 안 주셔도 무슨 말인진 알겠습니다. 이……아따먹이라는 분을 고소하는 게 고객한테 손해가 된다, 라는 말씀이신 거죠?”

        

       “어……네! 맞아요! 고객을 위해서요. ……제가 게임을 많이 좋아해서, 꽤 봐왔어요. 요즘 추세에서 고객 고소한 게임사로 라벨링 되면, 온갖 렉카가 축제를 벌이며 모든 곳을 도배할 거예요. 아무튼 고소는 안 돼요. 진짜로. ”

        

       방금, 조금 이상한 지점에서 망설이지 않았나. 밀려오는 생각을 애써 치우며, 이예리는 차분하게 전략을 정립했다.

        

       “……나오나가 고객의 핵심 상품이니까……관련 언론 리스크는 최소화하는 게 맞겠네요. 제가 보기에도 지금 고소를 진행하는 건 문제를 악화할 가능성이 너무 높은데……그렇다고 방치하자고 하면, 고객이 납득하실 리가 없고. 음……이렇게 해볼까요?”

        

       .

       .

       .

        

       “네, 지사장님. 그래서, 저희 의견은 이렇습니다. 일단 지금 당장 우리가 고소부터 진행하는 건 적절치 않지만……이 시위에서 무슨 일이 있는지에 따라서는 조치가 가능할 수 있어요. 현장에서 명예훼손이 있을 수도 있고, 업무 방해가 있을 수도 있지 않겠습니까?”

        

       《네, 네, 변호사님.》

        

       “그러니, 이번에 시위가……2주 후라고 하셨던가요?”

        

       《네. 다다음주 금요일 12시부터입니다.》

        

       “거기에 저희가 직접 가겠습니다. 가서, 제지할만한 일을 한다 싶으면 즉각 증거 수집해서 경찰을 출동시킬 거예요. 이건 여차하면 회사는 익명으로 남은 채로 민원처럼 처리도 가능합니다. 그리고 혹시 시위를 조용히 끝내려 하더라도, 일단 그 자리에서 저희가 당사자에게 대리인임을 밝히고 물밑 협상을 시도해보겠습니다.”

        

       《아! 그렇게 해주시면 너무 좋겠네요. 아니, 이게 진짜 혹시라도 후속 시위할까봐 더 그래요, 변호사님. 그 주말에 우리 CEO님이 한국 방문 예정인데, 만에 하나라도 밤 새워서 지사 앞에서 시위를 하고 있으면 우리 진짜 곤란합니다. 첫 시위는 그렇다 쳐도, 계속되는 건 꼭, 꼭 좀 막아주세요.》

        

       “……네, 지사장님. 시위 채증에는 제가 직접 갈 예정이니, 걱정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저희 자문비용 관련 안내 및 계약서는 이메일로 보내드리겠습니다.”

        

       《네, 감사합니다! 잘 좀 부탁드립니다. 네네.》

        

       “네, 조심히 들어가세요. 네.”

       

       -뚝.

        

       깔끔하게 정리된 편이었다. 나름.

        

       정말로 문제제기를 할 만하다면, 시위 현장에서 확인이 가능할 거고. 안 되더라도, 시위 현장 확인까지 해줄 정도로 꼼꼼히 챙긴다는 이미지를 남길 수 있고. 

       

       무엇보다 시위까지의 시간을 확보했으니, 그동안 본사의 의중을 살필 기회가 생겼다.

        

       시위인지, 팬미팅인지는 몰라도- 현장까지 직접 갈 생각을 하면 조금 피곤하기는 했지만.

        

       일이란 본래 그런 것 아니겠는가.

        

       마침 동생의 자취방도 그리 멀지 않았으니- 타이밍이 맞으면, 저녁이라도 사주고 오면 될 터였다.

        

       * * * *

        

       “-그래서,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어, 어? 응……음주방송은, 좀 위험하지 않을까? 2부로 나오나 할 건데, 실수할 수도 있고…….”

        

       “생각보다 괜찮아요. 어쩌면 금주방송이 더 위험할 수도 있지 않을까요. 생각해보면, 지니님이 술 먹고 실수한 적은 한 번도 없는데, 아까 맨정신으로는 만나자마자…….”

        

       “아! 아아아! 진짜 미안하다니까아……!”

        

       조금, 조금만 더 밀어붙이면 넘어올 것 같은데. 너무 건드리는 건 좋지 않겠지만.

        

       오늘따라 쿡쿡 찔러대면 찔러대는 대로 반응이 오는 게……진희에게 이런 포텐셜이 있었구나. 너무 즐겁, 흥미로운 탓에 자제가 잘 되지 않았다. 

        

       맛있는 샌드백의 느낌은 방송인 ‘아크’의 전유물인 줄로만 알았는데.

       

       기쁜 오산이다.

        

       “조금 전의 기억을 잊기 위해서라도 술먹방을 해야 하지 않을까요. 장기기억으로 넘어가기 전에 알코올로 씻어내야 할 것 같은데. 아니면 평생 기억할 지도 몰라.”

        

       거의 울 것 같은 표정을 짓는 건 기쁘지 않았지만.

       

       ……아니, 그러니까 빨리 동의하면 모두에게 좋잖아. 왜 이상한 지점에서 고집을…….

        

       “하아아……그래, 그러면……대신, 절대 취할 때까지 마시진 않는 거로. 약속하는 거다? 나랑 합방하면서 너 방송사고 나서 뭐 논란되고 그러면, 나 진짜 울 거야. 진짜로.”

        

       “……이해했어요. 안 울릴게요.”

        

       사고, 만 안 치면 안 운다는 거잖아. 아크의 어깨를 가볍게 두들겨주며, 최선을 다하여 믿음직스러운 표정을 지어 보였다.

        

       이어서 자연스럽게 눈을 마주하자, 시선이……아니, 아까보다 더 심해진 것 같은데. 불붙은 폭탄도 그렇게는 안 볼 것 같아.

        

       “무슨 생각하고 있는지 안 물어볼게요.”

        

       “……물어봐줘.”

        

       “주종은 어떤 걸로 하고 싶으신가요.”

        

       “……집에 선물받은 와인 있어. 혹시 찾을까봐 소주도 사두긴, 했고.”

        

       그래도, 응.

        

       역시 좋은 사람이다.

        

       * * * *

        

       《아. 아. 안녕하세요 아친이님들! 아크입니다. 오늘은, 예고한대로 합방입니다! 게스트는, 요즘 트위트는 물론이고, 나오나에서도 모르는 사람이 없는 도적 센세! 아따먹 님이에요!》

        

       『캬』

       『섭외력ㄷㄷ』

       『아따먹은 진짜 합방 아크랑만 해주네 ㅋㅋㅋㅋㅋㅋ 이게 저점매수…?』

       『이제 아따먹이라고 부르는데 거리낌도 없구나』

       『술먹방 진짜인가요? 술먹방 진짜인가요? 술먹방 진짜인가요? 술먹방 진짜인가요?』

       『와인 보소ㄷㄷㄷ 역시 월 5천의 여자』

       『아따먹 데려와! 아따먹 데려와! 아따먹 데려와! 아따먹 데려와! 아따먹 데려와!』

        

       아크의 방송은 규칙적이기로 유명했다.

        

       반쯤 죽어가는 상황이 아닌 이상에야 평일 오후 6시에는 반드시 방송을 켜고, 아무리 텐션이 좋아도 새벽 1시에는 종료하는 일정.

        

       심지어 독감으로 목소리가 나오지 않을 때조차 정시에 방송을 켜고, 마스크를 쓴 채 생존신고를 한 후, 다시 방종할 정도였으니- 그녀를 싫어하는 이들도, 차마 그녀의 직업의식만큼은 비난하지 못할 정도였더랬다.

        

       처음엔 특별한 컨텐츠 없이 일과처럼 나오나만 달린다는 의미에서 붙었던 공무원이라는 별칭은, 2년이 조금 지날 무렵부터 자연스럽게 그 성실성에 대한 칭송으로 변해 있었다.

        

       그런 그녀의 방송에서 가장 드문 일을 하나 꼽자면, 술먹방이었다.

        

       100만원짜리 미션이 걸렸을 때도 거절했던 술먹방이 급작스럽게 예고된 상황. 대체 무슨 바람이 분 건지 궁금해하면서도, 모두가 반기는 상황이었다.

        

       ‘아따먹’과 얽힌 상황에서는 술을 마신 채로 등장하는 경우야 몇 번 있었지만, 방송에서 실시간으로 취해가는 모습은 또 다른 법 아니겠는가.

        

       -ㅇㅇ 님이 1,000원을 후원하였습니다!-

       【그 텐련은 어디있나요】

        

       《아, 걱정하지 마세요! 안전하게 보호 중입니다. 일찍 도착하셨어요. 우리끼리 얘긴데, 단둘이 같이 수다도 떨고 커피도 마셨다? 아따먹님이 케이크도 사오셔서 나눠 먹었는데, 와, 진짜- 케이크도 맛있었지만, 미모가 너무 달콤해서 단 맛이 안 느껴지더라. 부럽지? 부럽지?》

        

       -별포크 님이 1,000원을 후원하였습니다!-

       【네 부러워요😭】

       

       예상한 도네이션에, 예상하지 못한 아이디. 만면에 방송용 미소를 띄우며 웃던 아크의 표정이 일순 당황으로 물들었다.

        

       《……잠깐만, 이거 진짜 별포크잖아. 아리가 왜 부러워! 오늘은 마법사 강의라 그런 거니까, 다음에 같이 놀자! 왕따, 불화 논란같은 거 치는 애들은 싹 다 밴해주세요. 우리 아리랑 얼마나 친한데. 한번 동료는 영원한 동료, 몰라?》

        

       『포크포크야…』

       『이래서 여자는 반드시 짝수로(이하 생략)』

       ㄴ 임시차단되어 삭제된 메시지입니다.

       『너는 부계정 좀 써라』

       『좀 숨겨라 포크야…』

       『아따먹/논란/왕따』

       ㄴ 임시차단되어 삭제된 메시지입니다.

       『헉…치정싸움…헉…허어어억……』

       『난 백합에 3번째 여자 난입이 좋다』

       ㄴ 임시차단되어 삭제된 메시지입니다.

       『와 보 셋』

       ㄴ 임시차단되어 삭제된 메시지입니다.

        

       -별따먹 님이 1,000원을 후원하였습니다!-

       【솔직히 금단의 사제관계가 더..ㅎㅎ 닉변의 때가 왔다고 생각하면 개추】

       

       시청자 수가 빠르게 늘어나는 것에 비례하여, 채팅창의 분탕 비율도 폭증하고 있었다. 미리 대기시켜둔 매니저가 끝없이 목을 날리고 있음에도 역부족일 정도로. 이예나를 초대할 때 어느 정도는 각오한 일이었지만, 그새 더욱 늘어난 주목도로 인한 화력의 세기가 예상을 한참 상회하는 탓이었다.

        

       -ㅇㅇ 님이 1,000원을 후원하였습니다!-

       【궁탁: 나도 같은 팀 아니었나……? 얘들아? 혹시 톡방 따로 팠니?】

       

       -딸깍.

        

       빠른 스킵. 조금만 방심해도 말려들 것 같은, 정신이 어지러워지는 채팅과 도네이션의 홍수였다. 대체 저런 시청자들을 데리고 어떻게 방송을 하는 건지. 나름대로는 어그로를 유도하며 관리하는 편이라는 자부심을 가지던 아크로서도 대응이 쉽지 않았다.

       

       ‘정신 차리자. 제발, 방송사고는……와, 잠깐. 시청자수 뭐야?’

       

       그럼에도, 아크는 천상 스트리머였기에. 방송을 켠지 10분도 채 되지 않아 2만명이 넘게 몰려든 시청자수에는 지끈거리는 두통을 치유하고, 평정심을 되찾게 만들 정도의 힘이 있었으나- 

       

       《저 잠깐 소주 가져가도 되나요. 다 떨어졌는데.》

       

       안타깝게도, 그 치유력을 상회하는 존재가 옆에서 불쑥 나타나 말을 거는 상황에서 평정을 유지할 정도는 아니었다.

        

       《아아아아 카메라! 카메라! 각도!》

        

       다급하게 뻗어진 손이 카메라를 가리기 직전. 오토바이 헬멧을 뒤집어쓴 사람의 머리가 90도 기울어진 채 등장하고- 이어서, 새하얀 손이 빼꼼 나타났다.

        

       《헬멧 썼어요. 안녕하세요.》

        

        흔들흔들, 인사하는 손길. 이어진 팔에는 살색 팔토시가 둘러져 있었다.

       

       피부가 너무 하얀 탓에, 평범한 색임에도 조금 어두워 보이는.

       

       -ㅇㅇ 님이 1,000원을 후원하였습니다!-

       【문신 어디갔냐】

        

       《제거 시술을 받았어요. 많이 아팠습니다. 덕분에 이젠 흘러간 과거의 과오네요. 논란 항목에서 하나 지울 수 있겠어요.》

        

       그리 등장한 이예나의 평온한 목소리와 함께, 본격적인 합방이 시작되었다.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다들 연휴 잘 보내셨나요?

    오늘 중(아마도 밤)에 한편 더 올라갈 예정입니다.

    다음화 보기


           


It’s Not That Kind of Malicious Broadcast

It’s Not That Kind of Malicious Broadcast

그런 악질 방송 안ㅣ에요
Score 3.7
Status: Ongoing Type: Author: Native Language: Korean

I am a healthy skill-based broadcaster.

I don’t hate priests.

It’s not that kind of broadcast.

What?

Clarify the controversy that’s been posted on the community?

M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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