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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191

       올리비아는 결계를 응시했다. 단 두 명만을 가두기 위해 만들어진 결계.

         

       해제하기로 마음먹기 전까지는 절대로 부숴지지 않을 것이다. 본능적으로 그런 확신이 들었다.

         

       쿵, 쿵……!

         

       바깥에서 들려오는 처절한 진동. 아무것도 보이지 않음에도, 어떤 모습으로 벽을 두드리고 있을지 그려질 정도였다. 하지만 올리비아는 냉정하게도 눈길 한 번 주지 않았다.

         

       툭툭.

         

       그저 발뒷꿈치를 들어 바닥을 가볍게 두 번 두드릴 뿐. 그러자, 거짓말처럼 진동이 멈춘다.

         

       “잔인하기도 해라. 애타는 절규도 들어주지 않을 생각인가요?”

         

       올리비아가 웃었다.

         

       “괜찮아. 곧 원없이 들을거라서.”

       “그렇기는 하죠.”

         

       아스모데우스 또한 마주 웃었다. 그녀의 손가락이, 제 가슴부터 시작해 천천히 어깨를 타고 오른다. 마침내 어깨 양 끝에 도달한 순간, 아스모데우스는 제 어깨를 끌어안고 좌우로 몸을 흔들었다.

         

       ‘정말, 생각만 해도 짜릿해.’

         

       아스모데우스는 입술을 혀로 핥으면서 생각했다.

         

       진리에 닿은 마법사의 고통어린 비명을 상상했던 것만으로도 충분히 만족스러웠는데, 올리비아는 거기서 한 단계 더 나아가 다른 누군가를 지키기 위해 지금까지 쌓아온 모든 것을 버리기까지 했다.

         

       그런 원대한 결심을 한 자를 망가뜨린다면 얼마나 즐거울지, 감히 예측도 할 수 없었다.

         

       아스모데우스는 보란듯이 올리비아가 만들어낸 결계를 툭툭 두드렸다.

         

       “이런다고 당신의 타락이 숨겨질 것 같아요?”

       “그럴리가. 애초에 숨길 생각도 없었어.”

         

       그 말에 아스모데우스의 입꼬리가 미친듯이 솟구쳤다. 이러는 와중에도 허세를 부리다니.

         

       물론, 올리비아를 절망시키고 싶어 안달난 그녀 입장에서는 올리비아가 지금처럼 행동해주는 편이 훨씬 좋았다.

         

       본래 의지가 강할수록, 무너뜨렸을 때 얻는 과실이 달콤한 법이니까.

         

       “방금 네가 말했었지. 매개체를 창조하는 건 신이나 할 법한 일이라고.”

       “그랬었죠.”

       

       아스모데우스가 비웃듯이 입꼬리를 들어올렸다. 물론 처음에는 올리비아가 신의 영역에 닿았다고 생각했었다. 하지만 여러 요인들로 검증해본 결과, 그저 우연이었을 뿐이라는 결론을 내렸다.

         

       마기의 기초적인 사용법은 물론이거니와, 사용하는 마기의 총량에 비해 재생력이 심각하게 뒤떨어졌기 때문이다.

         

       확신으로 차있던 아스모데우스의 시선이 천천히 올리비아에게로 되돌아가는 순간.

         

       “그러면 이거는 어때?”

         

       양 손바닥에서 물 흐르듯 떨어지는 검붉은 액체. 본디 형체가 없어야 할 마기가, 무게와 형체를 가지고 움직이는 기이한 모습.

         

       “이것도, ‘우연’이라고 생각해?”

       “…….”

         

       이 세계에 떨어진 순간부터 지금까지, 올리비아는 단 한 번도 남이 짜놓은 판에서 움직였던 적이 없었다.

         

       ‘판을 새로 짰으면 짰지.’

         

       항상 모든 수를 꿰뚫어보던 그녀가, 가장 중요한 최종전에서 ‘우연’에 의지할 가능성은 전무했다.

         

       찰박.

         

       “……!!”

         

       지면에서 느껴지는 이질적인 소리. 그제서야 이상함을 눈치챈 아스모데우스의 눈동자가 경악하듯 커진다.

         

       마치 끈적한 늪 한복판에 떨어진 것만 같은 감각.

         

       마의 정점에 도달한 그녀조차도 헛구역질이 올라올 정도로 불길한 기운을 풍겨대는 검붉은 액체가, 조금씩 차오르고 있었다.

         

       다리를 타고 올라오는 그것들을 떨쳐내려던 순간.

         

       꾸르르륵!

         

       순식간에 불어난 검붉은 액체에서 끝을 알 수 없는 존재감이 흘러나와 주변 공기를 가득 메웠다.

         

       아스모데우스의 눈동자에 의문이 떠올랐다. 항거할 수 없는 공포……단지 시선을 마주하는 것만으로도 끝없이 차오르는 두려움.

         

       무언가, 잘못됐다.

         

       ‘어째서?’

         

       마신.

         

       모든 악마들을 창조해낸 신은, 계시를 내릴 때를 빼고는 아스모데우스의 앞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계시를 내렸을 때조차도, 목소리로 영접하는 것이 고작이었다.

         

       올리비아의 말대로, 아스모데우스는 마신을 진심으로 섬기지 않았다. 하지만 거기에는 이유가 있었다.

         

       마신은, 악마들에게조차 자비롭거나 인간적인 존재가 아니었다.

         

       차원을 부유하며, 눈 앞에 보이는 모든 것을 파멸시키는 종말이자, 절대로 막을 수 없는 재해. 그것이 바로 그들의 신(神)의 본질이었다.

         

       마신이 언제든지 자신을 파멸시킬 수 있다는 사실을 안 순간부터, 아스모데우스는 맹목적인 믿음을 거두었다.

         

       그럼에도 마신의 계시대로 행동했던 이유는.

         

       ‘말도……안 돼.’

         

       당장 소멸할지도 모른다는 두려움 때문ㅡ.

         

       [말해 봐.]

         

       등 뒤에서 목소리가 들렸다.

         

       아스모데우스는 흠칫 놀라 몸을 뒤로 꺾었다. 언제부터 뒤에 있었지?

         

       [지금은 어떤 기분이야?]

         

       단 한 번 느꼈을 뿐이지만, 절대로 망각할 수 없는 공포. 도망쳐야 한다. 최대한 멀리 달아나야 한다. 본능이 그렇게 외쳤지만, 마왕으로서의 자존심이 그것을 가로막았다.

         

       “닥쳐……!!”

         

       악독하기 그지 없는 살의가 섞인 아스모데우스의 절규.

         

       아스모데우스는 이빨을 부서져라 악물었다. 지금 느끼는 공포는 착각에 불과하다. 단지, 그때 느꼈던 감정과 비슷할 뿐이다.

         

       ‘마신과는 달라. 똑같을 리가 없어. 만약 마신이었다면 이런 생각을 하기 전에 바닥에 엎드려 있었을거야.’

         

       그렇다면 뭐지? 환술. 정신을 현혹시키는 능력이 탁월한 마법이 떠올랐다.

         

       환술은 대상이 강할수록 사전에 준비해야 할 것이 많아진다. 평범한 악마도 아니고, 마왕인 자신을 가두려면 당장 그 마법진의 크기부터 엄청나게 거대할 것이다.

         

       ‘그래. 단순한 결계가 아니었던거야.’

         

       이 결계 자체가, 자신의 정신을 무너뜨리기 위한 환상진이었던 것이다.

         

       다시 안정을 찾아가는 아스모데우스의 표정을 보며 올리비아가 웃었다.

         

       [아직도 현실을 부정하고 싶은 모양인가 본데.]

       “하, 어디 이 결계가 부숴진 후에도 그렇게 당당할 수 있나 보도록……!!!”

       [아니라는 걸 증명해줄게.]

         

       쩌어엉……!

         

       다음 순간, 아스모데우스의 심장이 터질 듯 울렁거림과 동시에 그녀가 주저앉았다.

         

       온 몸에서 느껴지는 감각이 통째로 뒤틀린 것 마냥 일그러지는 얼굴.

         

       “이건, 이건……?!”

         

       마기를 사용할 수 없게 되었기 때문이 아니다.

         

       온 몸에서 터질 것처럼 솟구치는 마기를, 더는 통제할 수 없게 되었기 때문이다.

         

       “양이 너무……많아!”

         

       우두두둑……!

         

       과부화를 견뎌내지 못한 피부가 쩍쩍 갈라지기 시작했다. 코에서 피가 뿜어졌다. 온 몸의 관절들이 뒤틀렸다.

         

       “카학……!”

         

       올리비아가 웃었다.

         

       진리에 도달하여 세계 그 자체를 그릇으로 쓸 수 있게 되었다고 한들, 세계에 부유하는 모든 마력을 한 번에 사용할 수는 없다.

         

       그리고 그것은 마왕 또한 마찬가지.

         

       모든 마의 정점에 군림한다고 한들, 한 번에 수용할 수 있는 마기는 엄연히 한정되어 있다.

         

       [어때, 답이 되었니?]

       “끄흐, 끄흐으윽……!!”

         

       아스모데우스는 온 몸에서 피를 줄줄 흘렸다. 손톱이 부서질 때까지 제 얼굴을 긁어대며, 혼절할 것처럼 울부짖는 모습.

         

       평범한 악마였다면 진작 명줄이 끊겼어야 했지만, 마왕의 불멸성이 그를 가로막았다.

         

       “아극, 아그그그그극……!!”

       

       아스모데우스는 숨을 헐떡거리며 제 손을 의식했다. 머리가 터질 것처럼 아프다. 이러다간 죽는다, 죽어버리고 만다.

         

       그렇다면 차라리……!

         

       푹!

         

       아스모데우스는 망설이지 않고 제 두개골에 손가락을 쑤셔넣은 다음 뇌를 마구 헤집었다.

       

        “그극, 으으윽……카하아악!”

         

       뇌가 과부화 되어 터지는 고통보다, 곤죽이 되는 편이 차라리 나았기 때문이다. 적어도 재생하는 순간만큼은 고통이 덜 했으니까.

         

       [시끄러우니까 조용히 좀 하지?]

         

       올리비아가 그렇게 말하며 아스모데우스의 머리를 틀어쥐려던 순간.

         

       “……잡았다.”

         

       아스모데우스가 힘겹게 눈을 뜨고 웃었다. 머리를 움켜쥐려던 손이 아스모데우스의 손에 잡혀 있다.

         

       아스모데우스는 미친듯이 입꼬리를 틀어올리며 올리비아의 손목을 그대로 잘라냈다.

         

       푸확!

         

       손목에서 피가 솟구쳤다. 아스모데우스는 거기서 그치지 않고 튕기듯이 솟구치며 그대로 올리비아를 들이받았다.

         

       콰아앙!

         

       “꺄하하하하하핫!”

         

       창백한 그녀의 손바닥이 올리비아의 양 팔을 정확하게 짓눌렀다. 곧바로 공간 곳곳에 날카로운 마기를 쏘아보내 공간 이동을 틀어막는다.

         

       ‘……위험했어.’

         

       고통 내성이 조금이라도 부족했더라면, 지금처럼 몰아붙이기는 커녕 아직도 바닥을 뒹굴고 있었을 것이다. 물론 지금도 정상인 것은 아니었다.

         

       머리는 여전히 터질 것 같았고, 아니. 실제로 터지고 있었다. 귀와 코에서 줄줄이 흘러내리는 뇌수가 그 증거였다.

         

       하지만 처음보다는 버틸만 했다.

         

       ‘죽인다.’

         

       적당히 올리비아와 싸워 주며 놀아볼 생각이었지만, 이제는 이야기가 달라졌다. 올리비아의 마기 통제력은 어느새 아스모데우스의 예상 범주를 아득히 벗어나 있었다.

         

       ‘성장 속도가 너무 빨라.’

         

       이대로라면, 올리비아에게 절망을 주기도 전에 먼저 죽어버리고 말 것이다.

         

       “후후……! 당신은 너무 설쳤어! 아직 승부가 끝나지도 않았는데 자만이나 하고 있으니……!”

         

       아스모데우스는 두 눈에 살광을 번뜩거리며 오른 손을 치켜들었다. 그 즉시 뻗어진 손이 올리비아의 가슴을 꿰뚫었다.

         

       “이렇게, 죽는거야……!!”

         

       가슴팍이 으깨지는 파육음과 함께, 아스모데우스가 미친듯이 웃음을 터뜨렸다.

         

       올리비아는 피하지 않았다. 가슴을 꿰뚫은 아스모데우스의 손을 쳐다보며 빙그레 웃을뿐.

         

       [내가 말했잖아.]

       “어, 어……?”

         

       올리비아는 천천히 양 손에 힘을 주어 아스모데우스의 손을 뽑아냈다. 섬뜩한 피륙음이 들려왔지만, 비명을 지르기는 커녕 미간조차 찌푸리지 않는다.

         

       [비명 소리 원 없이 들을거라고.]

         

       올리비아의 가슴에 난 구멍은, 이미 메워져 있었다.

         

       [기대해도 좋아.]

         

       올리비아가 이죽거렸다.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오늘도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Ilham Senjaya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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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 Became the Witch Who Destroyed the World

I Became the Witch Who Destroyed the World

세계를 멸망시킨 마녀가 되었다
Score 4.0
Status: Ongoing Type: Author: Native Language: Korean

I destroyed the world to see its Annhiliation Ending.

And I possessed my Character Olivia in the game.

However… … .

[The world is rebuilt.] – NPCs killed by you return.

– Princess Aria hates you.

– Sword Saint Kiel wants to slit your throat.

… … Isn’t that a bit of a regressi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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