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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191

       생일은 이제 이틀밖에 남지 않았다.

        

       사실 그 안에 아이들이 나를 설득하려고 무슨 짓을 해도 시간이 부족했다. 그런 의미에서는 이 초대장을 조금 늦게 받은 것이 다행이었다.

        

       한 달 전쯤 받아서 그 시간 내내 주변 사람들한테 들들 볶였을 것을 생각하면, 차라리 아슬아슬한 시기에 받아서 조금은 덜 볶이는 게 나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뭐, 아무튼 그건 그렇다고 치고.

        

       이 초대장을 무조건 다 써야 한다는 조건은 없었다. 덕분에 초대장이 부족할 일은 없다. 내 친구들을 초대하고, 그 가족들도 초대하고…… 뭐 그 정도면 되는 일이니까.

        

       사실 이쯤 되니 걱정되는 것은, 누굴 초대하고 하지 않고의 문제가 아니었다.

        

       내 친구들과 그 가족들이, 사라의 생일파티— 그러니까 명목상으로는 내 생일파티이기도 한 곳에 와서 사라의 친척들에게 무시당하는 일이 있을까 걱정이 되는 게 진짜 문제였지.

        

       “그거라면 걱정할 필요 없어.”

        

       나의 걱정을 들은 수아는 당당하게 말했다.

        

       “그런 곳에서 대놓고 누굴 싫어한다는 걸 드러내는 게 오히려 부끄러운 일이니까.”

        

       “……그런 거야?”

        

       “응. 아무리 누가 싫어도, 공개적인 곳에서 대놓고 비난하는 건 하면 안 되는 일이지. 보통은 진짜 사이가 나쁘지 않은 이상은 이런 곳에서 만났을 땐 친한 척이라도 해. 정 하고 싶은 말이 있으면 따로 불러서 이야기하는데, 애초에 서로 처음 보는 사이라면 그런 말을 할 리가 없으니까.”

        

       어쩌면 내가 생각하는 그런 ‘파티’의 종류가, 드라마나 영화에서나 보던 것이라서 그럴지도 모르겠다.

        

       “무엇보다 상대로서는 정보가 없잖아?”

        

       “오…….”

        

       그것도 그렇다.

        

       누구인지 알아야 까건 말건 하지, 애초에 모르는 사람이면 그냥 인사나 조금 하고 말 테니까.

        

       “수아, 너 잘 아네.”

        

       평소에는 조금 자신감이 없는 수아였지만, 이렇게 자기가 자신 있는 분야에 대해서는 시원하게 알려주는 것이 좋았다.

        

       내 칭찬에, 수아는 그제야 얼굴을 붉혔다.

        

       “그, 그리고, 어차피 우리는 너의 곁에 딱 붙어있을 거니까…… 생일파티의 주인공이고, 앞으로 기업을 이끌어 갈 사람 앞에서 대놓고 흉을 볼 수는 없을 거야.”

        

       무엇보다, 수아가 있었다.

        

       유진그룹 수준은 아니라고 하더라도, 분명히 한국 내에서는 열 손가락 안에 꼽는 기업의 상속녀다. 그런 아이가 섞여 있는 그룹에서 누군가를 무시할 수 있을 리가 없다.

        

       “으음…….”

        

       하지만 그래도 불안함이 완전히 가시지는 않는다.

        

       최나경이 해온 짓만 봐도, 남들 몰래 음습하게 움직인다면 충분히 나 몰래 내 친구들을 겁박하는 것이 가능했으니까.

        

       내 친구들 뿐만이 아니라 그 가족들까지 오게 된다면, 당연히 한두 명 정도는 내 곁에서 벗어날 수밖에 없게 된다. 그런 사람들한테 거는 시비까지 커버해줄 자신이 없었다.

        

       “으음…….”

        

       나는 계속 고민하다가,

        

       “아.”

        

       아이디어 하나를 건져냈다.

        

       “기왕 이렇게 된 거, 아예 그룹을 만들어버릴까?”

        

       “그룹을 만들다니?”

        

       이야기를 듣고 있던 하늘이가 되물었다.

        

       “나를 지지하는, 비슷한 사람끼리 모인 그룹을 만들자는 이야기야. 공식적인 클럽 같은 건 아니지만, 파티 내내 서로 지지해줄 사람이 많을수록 좋잖아?”

        

       물론 파티에 참석하는 사람의 과반수를 이루거나 할 정도는 아니겠지만, ‘다수’라는 것은 언제나 큰 힘이 되는 법이다.

        

       설령 서민들을 무시하고 돈 없는 사람들을 괴롭히는 사람이라도, 뉴스에 나와 가며 대놓고 그런 행동을 하지는 않는다. 보통은 남들 몰래, 보이지 않는 곳에서 찌질하게 그런 행동을 하지.

        

       그 이유는 단순하다. 성난 대중은 그 자체로 이미 두려운 존재이기 때문이다.

        

       아무리 돈 많은 사람이 모여도 돈 없는 사람보다는 수가 적다. 회사 안에서의 투표라면 모를까, 선거에서 투표권은 공평하게 한 사람에게 한 장씩만 부여된다.

        

       부자들이 지지하는 당이 이기니 지니 하는 소리를 하는 것이 아니다.

        

       정치인들이 ‘서민들’의 눈치를 전혀 보지 않을 수 없다는 소리를 하는 거다.

        

       이슈화된 어떤 불쾌한 사건이 법적으로 처벌받게 되기까지의 시간은 오래 걸리지 않는다. 회사의 이미지가 나락으로 가고, 소비자의 눈에 찍혀서 불매운동이 되면 분명한 타격이 있다.

        

       당장 격한 산불이 되지는 않더라도, 오랫동안 남아 잔잔하게 타오르는, 장기적으로 회사의 밑동을 태워버릴 불씨가 되는 것은 충분히 가능하다.

        

       ……현실에서 그런 사례가 대체 얼마나 되냐고 묻는 것은 무의미하다.

        

       애초에 여기는 내가 알던 현실과는 다르니까.

        

       보통 막장드라마에선, 주인공이 시원하게 이기는 법이 아니겠는가.

        

       나는 고개를 갸웃거리는 하늘이를 보며, 빙긋 미소를 지었다.

        

       *

        

       “어, 그러니까, 이걸 나한테……?”

        

       목소리만으로도 나한테까지 진동이 전해질 정도로 덜덜 떨면서 초대장을 받아든 그 아이는, 지난번에 징계위원회에서 나에게 돈을 받았던 아이 중의 한 명이었다.

        

       “응, 맞아. 그때 나 도와준 게 고마워서.”

        

       “어, 아, 으, 아니…….”

        

       마치 고장 난 것 같이 말을 제대로 잇지 못하는, 그 안경 낀 수수한 인상의 아이에게, 나는 초대장을 두 장 더 쥐여주며 말했다.

        

       “그래도 와서 어색할 수 있으니까, 친한 친구들 더 불러도 좋아. 대신에 꼭 오늘 안에 결정해서 알려줘야 해. 바로 내일이 내 생일이거든.”

        

       “으, 응! 꼭 알려줄게!”

        

       “아, 아니다.”

        

       내가 그렇게 말하자, 그 아이의 표정이 바로 흐려졌다. 내가 ‘아니다’라고 하는 것을 듣고, 어쩌면 초대장을 회수해갈지도 모른다고 생각한 모양이다.

        

       “아예 모이자. 참가자 목록은 확실하게 하는 쪽이 좋을 테니까. 확실하게 참가할 사람들을 모아서 인원 확인은 해야 할 것 같아. 방과 후에 시간 될까?”

        

       “응! 시간 돼! 어차피 학교 끝나고 할 일도 없으니까!”

        

       거짓말이다.

        

       내가 사람의 마음을 꿰뚫어 보는 능력이 있어서, 혹은 그만큼의 통찰력을 가지고 있어서 하는 말이 아니다.

        

       이 학교에서 학원 같은 것을 다니지 않고 최상위의 성적을 유지하는 학생은 거의 없다. 설령 이 아이처럼 장학금을 받고 다니는 아이더라도, 그렇기에 오히려 더 열심히 공부해서 성적을 유지해야 한다. 아예 학교에서 마음이 떠나버린 하늘이 같은 경우가 아니라면, 당연히 수업 끝나고 집에 가서 열심히 공부할 것이 분명하다.

        

       학원에 가건, 과외를 받건, 아니면 독학하건 상관없이 말이다.

        

       ……늘 최소한의 공부만 하고도 상위권을 유지하는 하늘이가 이상한 거지.

        

       ……생각해보니까 참 불공평하네. 주인공이라 그런가?

        

       하긴, 그렇게 따지면 재산만 두고 봤을 때 나도 똑같은 소리를 들을 사람이긴 하니까.

        

       나는 슬쩍 주변을 둘러보았다. 다들 탐욕스러운 눈으로 우리 둘을 보고 있다.

        

       이 아이의 손에 들린 초대장.

        

       이 초대장이, 누군가의 눈에는 마치 면죄부처럼 보일 것이고, 누군가에게는 출세의 지름길처럼 보일 것이다.

        

       뭐, 어떻게 보이건 상관없다. 미끼라는 것에는 변함이 없으니까.

        

       내가 따로 모이라고 한 것은 처음부터 계산된 말이었다. 만약 누가 이 초대장을 훔쳐서 올 수도 있으니까.

        

       뭐, 훔쳐서 와도 상관은 없다.

        

       하지만, ‘내 측근’ 취급은 절대로 받지 못할 것이다.

        

       이렇게 초대장을 뿌려놓고 대체 어떻게 사람을 구분하려고 하는 건가 싶을 수도 있지만……

        

       뭐, 나도 아무 생각 없이 뿌리는 건 아니니까 말이다.

        

       *

        

       “와아…….”

        

       내 예상대로, 초대장은 대부분 같은 학교에 다니고 있는 장학생들을 중심으로 돌았다. 유명한 집안의 아이들이나, 진짜 부자들은 거의 보이지 않는다.

        

       참 놀랍게도 남학생도 몇 명 있는 것을 보면, 누가 남자친구라고 불러온 거겠지. 이름표를 보니 다른 학년 학생도 있었다. 아마 언니나 오빠를 불러온 아이도 있는 모양이었다.

        

       ……음, 이건 예상 못하긴 했는데, 뭐 그래도 상관은 없다. 어차피 돈이면 뭐든지 다 되는 일이니까. 무엇보다 데리고 온 아이가 계산적인 관계가 아니라 끈끈한 관계면 나로서는 더더욱 좋았다.

        

       게다가, 물질적인 부분이나 시간적인 부분은 돈을 갈아 넣으면 어떻게든 되는 법이거든.

        

       아이 대부분은, 자신들이 모인 로비를 열심히 올려다보고 있었다. 그야 당연하겠지, 내가 ‘집’이라고 부르는 곳에 왔는데, 어째 눈앞에 보이는 것은 백화점으로 써도 될법한 거대한 건물이었으니까.

        

       아닌 게 아니라 정말로 그렇게 쓰인 적도 있고, 그렇게 쓰려다가 말기도 한 곳이거든.

        

       그리고, 지금 내 양옆으로 엄청나게 많은 재단사가 있었다.

        

       쟤네들은 이 사람들이 재단사라고 생각도 못 하겠지만.

        

       과연 양혜인의 능력은 좋았다. 아무리 돈을 많이 준다고 했다고 해도, 서울 내에서 능력 있는 재단사, 디자이너들을 하루아침에 이렇게 모으는 것 자체가 쉬운 일은 아니었을 텐데.

        

       ……뭐, 이제 몇 시간 안 남았다.

        

       재단사는 많았지만, 맞춰야 할 옷도 많았다. 처음부터 만들어내는 것은 무리고, 기존에 있던 것을 줄이거나 늘리는 것도 빠듯할지 모른다.

        

       ……하지만, 아까도 말했듯 돈은 많은 것을 해결해주는 법이었다.

        

       “자, 참석하기로 한 여러분.”

        

       내가 입을 열자, 스무 명 남짓한 학생들의 시선이 나에게 모인다.

        

       이 아이들은 따로 가족을 불러오지는 못했다. 애초에 나눠준 초대장이 몇 장 되지도 않았고, ‘여기에 모여야 한다’는 조건도 있었으니까.

        

       그렇기에 오히려 더 좋다. 전부 학교 내의 학생들이었으니까.

        

       “드레스 코드는 없지만, 저의 초대를 받은 사람들을 잘 구분하기 위해서 같은 색의 옷을 맞춰 입기로 했어요. 조금 번거롭긴 해도, 협조해주셨으면 해요. 물론 비용은 걱정할 필요가 없습니다.”

        

       그렇다.

        

       드레스 코드 없는 부자들의 파티.

        

       거기서, ‘내 편’만큼은 한 가지 색으로 통일된 옷을 입게 될 것이다.

        

       그리고, 이건 그 자체로 무언의 선언이 되겠지.

        

       나는 내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은, 확실하게 구분하는 사람이라고.

        

       무시하려면 무시해 봤으면 좋겠다.

        

       내가 곧바로 대응할 테니까.

        

       이렇게 보여도 우리나라에서 제일 돈 많은 사람 중 하나가 나거든.

        

       정확히는 내가 돈이 많은 거지만.

        

       굳이 그 타이밍에 그렇게 말해야겠니.

        

       나는 어깨에서 살짝 힘이 빠지는 것을 느꼈다.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따라랏쥐님, 후원 감사합니다!

    늘 꾸준하게 저의 글을 읽어주셔서 너무나 감사합니다. 작가로서는 제 글을 좋아하는 분들이 계시다는 것이 너무나 큰 축복처럼 느껴집니다. 이전부터 유명했던 작가도 아니고, 그저 작년부터 글쓰기를 시작한, 작가로서는 이제 한 발작 씩 걷기 시작한 초보 작가일 뿐인데, 벌써부터 이렇게 많은 분들의 사랑을 받는 것이 너무 과분한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해요. 하지만 저의 글에 대해 그런 생각을 하는 것은 저의 글을 좋아해주시는 분들에 대한 예의가 아닌 것 같아 언제나 다시 생각을 고쳐먹습니다.

    제가 매일같이 글을 쓸 수 있는 원동력은, 저의 글을 매일같이 읽어주시는 분들이 계신다는 것을 알고 있기 때문입니다. 작년 이전까지는 한 번도 글을 끝까지 써본 적이 없었지만, 저의 글을 읽어주시고 응원하는 분들이 옆에서 함께 걸어주셨기에 저도 지치지 않고 꾸준히 글을 쓸 수 있었습니다. 아직은 부족한 부분도 많고 고칠 부분도 많지만, 그만큼 성장할 수 있는 부분이 있다고 생각하고 언제나 발전하는 작가가 되도록 하겠습니다.

    다시 한 번, 후원 감사합니다. 지금까지 그래왔던 것 처럼, 언제나 정해진 시간에, 정해진 양만큼의 글을 가지고 오는 작가가 되도록 하겠습니다. 제가 글을 쓰면서 느끼는 즐거움을 독자 여러분께서도 저의 글을 읽으시며 함께 느끼실 수 있다면 너무나 감사하겠습니다. 앞으로도 잘 부탁드립니다!

    =

    에리흐님, 후원 감사합니다!

    외전도 좋아해주셔서 감사합니다! 독자 여러분께서 보고 싶으신 외전이 많다는 것은, 그만큼 소설 속의 캐릭터들을 좋아해주셔서 그런거라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개인적으로 웹소설을 좋아하는 이유 중 하나가, 작가나 독자들의 생각대로 자유롭게 스토리를 전개시킬 수 있다는 점입니다. 저도 글을 쓰면서 써보고 싶은 다른 설정의 스토리가 떠오르고, 독자 여러분께서도 저의 소설을 읽어주시며 떠오르는, 읽고 싶은 외전이 있는 법이니까요.

    그리고 그런 외전들을 쓰는 것에 큰 제약이 없으니, 정말 모든 스토리까지는 아니더라도, 제가 감당할 수 있는 선에서는 여러분께 외전을 꾸준히 선보일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다만, 만약 외전이 긴 형태라면 한 외전이 끝나기 전에 다른 외전을 쓰는 경우는 없을 듯 하네요. 안 그래도 본편 중간중간 외전이 섞여서 연재되고 있는 형태라, 외전 여러개가 완전히 섞여버리면 읽어주시는 분들께서 혼란스러우실 것 같아서요. 다음 외전은 이전 외전의 전체적인 스토리가 일단락되면 추가로, 나름대로 순서를 정해 쓰는 것으로 하겠습니다.

    오늘도 저의 글을 읽어주셔서 너무나 감사합니다! 앞으로도 여러분께서 언제나 다시 오셔서 읽으실 수 있는, 언제 읽어도 즐거운 소설을 쓸 수 있도록 노력하겠습니다! 제가 이 글을 쓰면서 느낀 즐거움이 독자 여러분께도 그대로 전달 될 수 있다면 좋겠습니다. 앞으로도 잘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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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 Don’t Want to Become a Villainess

I Don’t Want to Become a Villainess

Q악역 영애가 되긴 싫어
Status: Completed Author:
I fell into the single-player game 'If You Wish' and decided to struggle to avoid becoming a villainess with a terrible endi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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