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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191

       “상태는 어때요. 더 아픈 데 없어요?”

       “괜찮다.”

       

       서령 산의 신령에게 업혀 집으로 돌아온 노인은 신령에게 무심히 답했다.

       

       신령은 그런 노인을 보며 제대로 이야기해주지 않으면 곤란하다며 투덜거렸지만 노인은 그런 데에 신경을 쓸 틈이 없었다.

       

       스스로를 다른 세상의 화령이라 주장한 여인이 보여준 것이 여전히 그의 머릿속에 머무르고 있었기 때문에.

       

       그녀가 보여주었던 것은 천마신공을 다루는 자에게 있어 이상향이나 마찬가지였다.

       

       그런 걸 보았는데 어찌 무인으로써 가만히 있겠는가.

       

       그 여인의 정체가 정말로 화령인가?

       

       그는 분명 중요하고 복잡한 문제다.

       

       그렇지만 이는 나중에 확인해도 괜찮다.

       

       여인은 어찌되었든 그에게 호의적인 것으로 보였으니 천천히 이야기를 해도 된다.

       

       그렇지만 무는 아니다.

       

       이 지표는. 깨달음은.

       

       언제 사라질지 모르기에 지금 붙잡아야 하는 것이었다.

       

       신령의 등에서 내린 노인이 누워서 쉬기는커녕 일어나선 무를 펼칠 준비를 하자 신령이 기함을 했다.

       

       “당신 뭐하는 거에요?! 지금 당신 몸은 정상이 아니라고요!”

       

       노인은 그 목소리를 무시했다.

       

       아니. 노인에겐 이미 그 목소리가 들리지 않았다.

       

       그가 바라보는 것은 저 너머의 길이었으니 노인에게 목소리를 들을 틈 따윈 없었다.

       

       “아아아. 진짜!”

       

       천마신공을 다루는 자가 목표로 하는 것은 천마의 자리가 아니다.

       

       그는 어디까지나 극에 이름에 따라 얻어지는 것에 불과하니.

       

       신공을 다루는 자의 목표는 어디까지나 하늘에 이르는 것이다.

       

       심호흡을 함으로써 몸 안의 내기를 다스린 노인이 하늘로 향하는 발걸음을 밟는다.

       

       항상 하던 대로 신공의 초식을 따를 때마다 새로운 깨달음이 그를 찾아온다.

       

       이것이 이런 의미였구나.

       

       과연 이는 이렇게도 해석을 할 수가 있군.

       

       이 문구는 이렇게 봐야 하는 것이었나.

       

       방금 전 혈교주와의 싸움으로 인해 한계에 달한 몸이었지만 노인은 전혀 힘들다는 생각을 하지 않고 있었다.

       

       내가 지금 도달한 경지에 얼마나 오랫동안 머물렀던가.

       

       나아가고 싶어도. 극에 도달하고 싶어도. 끝을 보고 싶어도.

       

       깨달음을 얻지 못하여 한 자리에 머무르던 세월이 얼마던가.

       

       벽이 너무도 높고 두꺼워 그 아래에 머무르던 세월이 얼마던가!

       

       그 벽에 금이 가고 있었다.

       

       한걸음.

       

       구름의 위로 올라 하늘을 발아래에 두고.

       

       또 다시 한걸음.

       

       천마의 신공이 지닌 내기를 펼쳐.

       

       또 한 걸음.

       

       만마를 굽어 살핀다.

       

       깨달음이라는 벽에 난 금이 점차 커져가지만 그에 비례해 속도는 점점 더 무뎌지기만 한다.

       

       그를 느낀 노인은 초조함을 느꼈다.

       

       벽은 두껍고 견고하다.

       

       이 정도 금이 간 것으로 과연 이 벽이 무너질까?

       

       내가 저 금을 더 크게 만드는 게 가능할까?

       

       애초에 이 벽은 정말로 한 겹인가?

       

       이것이 무너진다한들 바로 다음에 새로운 벽이 있지 않을까?

       

       너무 오랜 기간 벽을 바라만 보고 살았던 노인은 자신의 무에 확신을 지닐 수 없었다.

       

       그 망설임 때문일까.

       

       분명 눈앞에 선명히 보였던 깨달음의 빛이 점차 작아져간다.

       

       저 앞에 있던 길이 점점 더 멀어져 간다.

       

       나는 또 다시 이렇게 벽에 가로 막히는가.

       

       “의심하지 마십시오.”

       

       그 때였다.

       

       

       “당신에게서 배움을 얻은 자가 넘었던 길입니다. 당신이 넘지 못하겠습니까?”

       

       목소리가 들려왔다.

       

       “벽은 부서지지 않을 것처럼 보이지만 그는 어디까지나 벽의 아래에 있기 때문입니다.”

       “천마신공을 다루는 자이지 않습니까. 하늘에 오르십시오.”

       “제가 앞장서겠습니다.”

       

       희미해졌던 길을 여인이 새롭게 그려 낸다.

       

       하늘을 향해 오르는 길을 닦아낸다.

       

       노인은 여인의 뒤를 따라서 무작정 걸었다.

       

       위로. 또 다시 위로.

       

       그러다 어느 순간 아래를 바라보자 벽이 그의 아래에 있었다.

       

       두텁고 견고한 것처럼 보였던 벽은 사실 무척이나 얇았다.

       

       그제야 노인은 깨달았다.

       

       이를 두껍게 만들었던 건 그저 그의 생각일 뿐이라는 것을.

       

       그 순간 여인이 노인의 앞에서 자리를 비켰고 노인은 자신의 권을 준비했다.

       

       그리고 그를 앞으로 내지른 순간 노인은 자신의 심상에서 빠져나와 숲을 가르고 산세를 지나쳐 하늘을 향해 오르려 하는 자신의 권을 보았다.

       

       그는 아직 하늘에 닿기엔 부족했으나 노인은 아쉬워하지 않았다.

       

       언젠가는 닿을 수 있으리라는 확신을 얻었기에.

       

       가만 하늘을 쳐다보던 노인은 이내 눈을 감고는 휴식을 청했다.

       

       *

       

       깨달음을 얻자마자 만족한 듯 웃음을 지으며 눈을 감은 은인은 그대로 뒤로 넘어갔다.

       

       본래라면 흙바닥에 그대로 떨어져야 할 터이지만 그 옆에 있던 신령이 다급히 은인의 몸을 받아주었기에 은인의 몸엔 상처하나 없었다.

       

       “내가 이래서 하지 말라고 그랬는데!”

       

       은인이 기절을 한 셈이지만 난 그를 걱정하지 않았다.

       

       숨도 멀쩡하고 내기의 흐름도 정상적이니 걱정할 이유가 없었다.

       

       뭣보다 방금 전의 일권으로 어느 정도 벽을 넘어선 것처럼 보였으니 몸상태가 좋아지면 좋아졌지 나빠지진 않을 것이다.

       

       어쩌면 천마신공을 다루기 더 좋은 몸으로 환골탈태를 하는 과정에서 환동을 할지도 모르는 일이지.

       

       “네가 왜 그리 몸을 혹사하는 걸 좋아하나 했더니 스승에게 배운 것이었더냐?”

       

       바루가 미간을 찌푸리며 그리 말을 했지만 반박할 말이 마땅찮았다.

       

       지금 내가 다른 이들을 가르치는 방식은 신교의 방식과 이 노친네가 날 굴리던 방식이 합쳐진 결과물이었으니.

       

       노친네가 신교의 출신이라는 걸 생각해보면 그냥 신교의 방식이라 해도 무방하겠구나.

       

       내가 슬며시 웃고 말자 바루가 한숨을 내쉬었다.

       

       “그래서 어찌할 것이냐.”

       “깨어나실 때까지 기다려야지.”

       

       은인의 옆에 앉아 호들갑을 떨고 있는 신령을 밀어내고는 은인의 몸을 들쳐 업었다.

       

       “환자를 그렇게 막 다루면 어떡해요!”

       “멀쩡하시다. 그대도 알잖나.”

       “그렇지만.”

       “쓸데없는 말은 되었으니 눕힐 장소나 이야기하거라. 언제까지고 흙바닥 위에 내버려 둘 셈이더냐?”

       

       내가 그리 일갈하자 여성이 투덜거리면서도 나를 안 쪽으로 안내했다.

       

       은인이 사는 곳은 예전에 나와 살던 때와 비슷할 정도로 검소했다.

       

       바란다면 돈도 명예도 얼마든 얻을 수 있는 사람이 왜 이렇게 사는 것인지.

       

       예전에도 지금도 이해하기가 어렵구나.

       

       이불이라기도 뭐한 천쪼가리 위에 은인을 눕혀주고 나니 할 일이 마땅찮았다.

       

       은인이 일어날 때까지 시간이 꽤나 걸릴 것은 자명한 일이다만 그 동안 무얼 해야 한단 말인가.

       

       혈교의 나부랭이들은 오는 길에 다 박살을 내두었고 그렇다 하여 이 척박한 산에 무언가 해야 할 일이 있지도 않다.

       

       곰방대나 피우며 바루와 놀자니 다른 신령의 앞이라고 바루가 잔뜩 무게를 잡고 있는 것이 걸리고.

       

       흠.

       

       “저기.”

       

       팔짱을 낀 채 고민을 하고 있자니 신령이 내게 말을 걸어왔다.

       

       “무어냐.”

       “방금 전엔 경황이 없어서 인사를 못 드렸습니다. 저와 이 사람의 목숨을 구해주셔서 감사합니다. 당신이 아니었더라면 꼼짝없이 죽었을 겁니다.”

       “신경 쓰지 마라. 은인에게 입은 은혜에 보답을 한 것 뿐이니.”

       

       이 곳에 있는 은인이 내가 알던 은인과는 다른 사람임을 모르진 않는다.

       

       본인을 구원해주었던 사람은 목숨을 건 전투의 끝에 웃으며 돌아가셨으니까.

       

       이 세상의 은인을 구한다 한들 과거에 있었던 사실이 바뀌지는 않지.

       

       허나 사람의 마음이라는 게 그리 간편하게 맺고 끊을 수 있는 게 아니잖나.

       

       한 때 은인에게 목숨을 구원받았던 입장에서 나는 이 세상의 은인과 나의 은인을 동일시할 수밖에 없었다.

       

       그러니 이번 일은 내게 도움만 받고 갚지는 못했던 이에게 은혜를 갚는 데 성공한 것처럼 느껴졌으니.

       

       은인을 구함으로써 구원받은 것은 은인과 그대 뿐이 아니다.

       

       나 또한 구원 받은 것이다.

       

       그러니 감사인사는 필요치 않다.

       

       내가 단호히 고개를 젓자 신령이 곤란해 했다.

       

       “허나.”

       “백소야. 이럴 땐 그냥 넘어가면 족하다.”

       

       신령이 되물으려는 것을 바루가 끊었다. 백소라는 이름으로 불린 신령은 입술을 곱씹다 이내 고갤 끄덕였다.

       

       “알겠습니다. 그렇담 적어도 성함을 알려주시겠습니까?”

       “민가다.”

       “민가님이군요. 다시 한 번 감사드리겠습니다. 이 은혜는 마음 안 쪽에 깊게 새겨두도록 하겠습니다.”

       

       그럴 필요는 없다 말하고 싶었지만 저 자도 나름대로 정리를 해야 할 부분이 있다 싶어 내버려 두었다.

       

       “잠시 기다려 주십시오. 손님이 오셨으니 조촐하게라도 대접을 하겠습니다.”

       “이 곳에 무어가 있는가?”

       

       내가 은인과 살아본 적이 있어서 안다만 이 노친네는 결코 손님을 대접할 준비를 하는 작자가 아니다.

       

       대충 먹고 마시고 잘 수 있으면 충분하다는 지론을 가진 인간이 무얼 놔뒀을 리가 없다.

       

       “없죠. 그렇지만 신령의 물건으로.”

       “그거라면 됐다.”

       

       신령의 음식이니 술이니 하는 것 중에 현대의 음식보다 맛있는 것을 본 적이 없다.

       

       현대인들의 기술과 지식이 흘러들어온 이 세상에서 굳이 신령의 음식을 먹을 이유를 못 느끼겠구나.

       

       “예? 그치만 신령의 음식이라고요? 하계의 음식과는 격을.”

       “백소야.”

       “뭐에요. 바루. 자꾸.”

       “요즘 인간들의 음식은 신령의 음식과 비교할 수가 없다.”

       “네?”

       

       바루는 신문물을 전달해주는 선지자라도 된 것 마냥 백소에게 자신이 먹었던 음식들에 대한 이야기를 하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반쯤 흘려듣는 것처럼 보이던 백소였지만 어느새 바루의 생동적인 묘사에 빠져버린 백소는 침을 꿀꺽 삼키며 바루의 이야기에 집중했다.

       

       흐음. 나중에 신령과 백소를 데리고 어디 식당에라도 가봐야 하나.

       

       그런 생각을 하고 있을 무렵에 내게 메시지 하나가 날아들었다.

       

       그는 하린이 내게 보낸 것이었다.

       

       <화령님. 이거 화령님이 하신 거 맞죠?>

       

       문장의 아래에는 링크가 하나 쓰여 있었는데 그를 누르자 커뮤니티의 한 게시글로 연결이 됐다.

       

       거기에 있는 것은 하늘의 구름이 반으로 갈라지며 푸른 색 하늘이 드러나는 풍경이었다.

       

       <제가 한 게 맞는 것 같은데요?>

       

       아마 본인이 혈교주에게 내지른 주먹이 만들어 낸 결과물이 아닐까 싶다.

       

       이 근처에 있던 이가 기현상에 놀라 녹화를 해 올린 모양이구나.

       

       내가 긍정의 답을 보내자 바로 하린에게서 메시지가 돌아왔다.

       

       <이거 때문에 화령님 시청자 분들이 많이 화가 났어요.>

       <왜요?>

       <재밌는 걸 방송 안 키고 자기 혼자서만 한다고.>

       

       하린은 그와 함께 링크를 하나 보내주었는데 거기에는 내 방송을 보는 시청자로 보이는 이들의 성토가 잔뜩 늘어서 있었다.

       

       내 방송에 화끈하게 불을 질러 버리겠다는 이들의 원성을 보고 있자니 절로 곰방대에 손이 갔다.

       

       …내일은 방송을 키지 말까?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Ilham Senjaya님 보러와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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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Heavenly Demon is Broadcasting

The Heavenly Demon is Broadcasting

천마님 방송하신다
Status: Completed Author:
He couldn't pass his habits to others upon his return. The Heavenly Demon remained a martial arti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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