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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191

   원래 퀘스트의 보상이 주어진다고 하면 기쁜 마음에 두근거리며 무엇이 올지를 기대할 것이다.

   

   그게 죽어라 고생을 한 뒤에 주어지는 거라면 더더욱 그렇겠지.

   

   고난을 겪으면 그만한 대가를 받는 게 일반적이니까.

   

   그렇지만 나는 보상이 지급된다는 문구를 보고서도 도저히 웃음을 지을 수가 없었다.

   

   오히려 불안했다.

   

   왜냐고? 예전에 당한 게 있으니까!

   

   빌어먹을 개허접 무능 페도 변태인 주제에 쪼잔한…

   

   아니. 아뇨. 아닙니다.

   

   방금 그건 얼빠 여우가 제 입을 마음대로 움직여서 그렇습니다.

   

   전 아무 말도 안 했어요.

   

   어쨌든 모든 신을 주관하는 위치에 계신 위대한 주신 아르마디님께서는 전지하신 지라 과거의 일을 쉬이 잊지 않으신다.

   

   그 때문에 잘못한 일이 있다면 그 잘못을 되새기고 앞으로는 잘못된 행동을 하지 말라는 의미에서 따끔한 충고를 하시기도 하지.

   

   이전에도 난 그 충고에 호되게 당한 일이 있다.

   

   아직도 생각나. 음란 성녀라고 불렀을 때 당혹스러워하던 페이비의 얼굴이.

   

   그래서 방금 전까지 주제도 모르고 위대하신 주신을 모욕하는 말을 내뱉었던 나는.

   

   하. 씨. 못해먹겠네 진짜.

   

   뭐같은 개 허접 무능 주신 때문에 내가 당한 게 얼만데 보상 하나가 두려워서 벌벌 떨어야 하다니.

   

   이게 말이 돼?

   

   저 놈이 제대로 알려주지도 않고 위험한 일을 시킨 바람에 내가 몇 번이나 죽을 위기를 겪었는데!

   

   개허접 무능 주신이 양심이 있으면 제대로 된 걸 내놓겠지!

   

   그리고 뭐 꼽다고 허접 주신이 날 죽이기라도 하겠어?

   

   할 테면 해 봐! 나 없으면 아무것도 해결 못하는 무능 주신이 뭘 제대로 할 수 있을진 모르겠지만!

   

   – 띠링.

   

   힉!

   

   …듣고 있으세요?

   

   아니죠?

   

   그쵸?

   

   부들부들 떨리는 눈으로 첫 번째 메시지를 확인한 나는 절로 안도의 한숨을 내뱉고 말았다.

   

   [기적을 일으켰습니다. 그에 따라 신성의 양과 신성의 숙련도가 대폭 상승합니다!]

   

   다행이다. 그냥 타이밍이 좋았을 뿐이네.

   

   괜히 쫄았잖아! 

   

   하아아. 이게 파블로프의 개라는 건가. 당한 게 있어서 그런가 메시지 뜨는 소리만 들어도 눈이 떨리네.

   

   신성의 양과 숙련도가 상승한 건가.

   

   이건 좋은 보상이다.

   

   안 그래도 최근에 할배한테 기술을 배우면서 여러모로 부족한 걸 느끼던 차인데.

   

   대폭이라는 게 정확히 어느 정도인지는 확인해봐야겠지만 좋은 보상이라는 건 분명해.

   

   나중에 밤에 할배랑 시험을 해보자.

   

   몸 상태가 안 좋아도 연습 모드에선 멀쩡히 움직일 수 있을 거 아냐.

   

   기대된다.

   

   할배의 입에서 감탄이 나오는 걸 보고 싶은 걸.

   

   [신성에 관한 많은 깨달음을 얻었습니다. 스킬이 새로운 가능성을 얻습니다.]

   [루엘류 신성박투술이 진화합니다.]

   [루엘류 신성박투술 -> 루엘류 신성투술]

   

   메시지는 그것으로 끝나지 않았다.

   

   이번에는 신성박투술과 관련된 것이었다.

   

   스킬이 진화했다고 그러는데 박투술이 투술이 된 데에 무슨 차이가 있는 거야?

   

   둘 다 비슷한 거 아닌가?

   

   양 쪽 다 앞에 루엘이 들어간 걸 보아 할배한테 물어보면 답이 나올 것 같긴 한데.

   

   음. 지금은 물어보지 말자.

   

   나중에 놀래켜주고 싶으니까.

   

   [퀘스트 1회 면제권이 지급됩니다.]

   

   그 다음은…

   

   엑?

   

   면제권?!

   

   그러니까 마음에 안 드는 퀘스트가 나오면 이걸 사용하게 넘겨버릴 수 있는 거야?

   

   진짜로?!

   

   순간 내가 잘못 읽은 건가 싶어 눈을 주무른 후에 다시금 확인을 해보았지만 문구는 여전히 그대로였다.

   

   면제권이라니!

   

   그를 확인한 순간 여태까지 내가 겪었던 여러 불합리한 퀘스트들이 떠올랐다.

   

   불합리하거나 장난스러운 여러 문장들이 말이다.

   

   그걸 한 번만은 없던 걸로 할 수 있단 거잖아!

   

   후흐흐. 허접 주신. 언젠가 이런 보상을 준 걸 후회하게 만들어주지.

   

   설마 한 번 면제된 후 똑같은 퀘스트를 주는 치졸한 짓은 안 할 거라고 믿을게.

   

   어디 보자.

   

   벌써 다음이 마지막이야?

   

   이상하네.

   

   내가 이번 퀘스트를 하면서 겪은 고생을 생각하면 이걸로는 한참 모자란 것 같은데.

   

   야. 허접 무능 주신.

   

   깨어나려는 악신을 봉인하면서 내가 구한 목숨이 얼마인데 이것밖에 안 주겠다고?

   

   아무리 네가 능력이 없다지만 그래도 험한 일을 시켰으면 그만큼은 줘야 할 거 아니냐.

   

   하여간 마음이 쪼잔한 녀석은 손도 작다니까.

   

   이런 녀석이 어떻게 주신이 된 거지?

   

   자꾸 이러면 나 다른 데로 이적해버린다?

   

   투덜투덜 거리면서 메시지를 확인하던 나는 그 다음에 나온 문구를 멀뚱히 바라봤다.

   

   [방학 기간 동안은 수련하지 않아도 수련을 통해 상승할 능력치가 매일 아침 지급됩니다.]

   [※ 약화되지 않은 몸상태를 기준으로 합니다.]

   [※ 이 기간 동안엔 수련을 하더라도 수치가 늘어나지 않습니다.]

   

   …어.

   

   그러니까 내가 이해한 게 맞다면 대충 이런 내용이지?

   

   방학 기간 동안 수련을 하지 않아도 수련을 한 것처럼 능력치가 상승한다.

   

   그 대신 수련을 하더라도 아무것도 올라가지 않는다.

   

   이거 간단히 이야기하면 방학 기간 동안 그냥 쉬라는 소리잖아.

   

   자기 때문에 죽어라 고생했으니까 남은 기간은 휴식을 취하라는 거야?

   

   문구의 내용을 이해한 나는 절로 새 나오는 웃음에 나도 모르게 키득거리고 말았다.

   

   얘가 아예 양심이 없지는 않네.

   

   아르마디가 주는 거라고 해봐야 무슨 스킬이나 아이템 정도일 거라고 생각했는데 갑자기 2개월 가까이 되는 휴식을 줄 줄이야.

   

   그것도 단순한 휴식이 아니라 자기 때문에 내가 손해 볼 것까지 채워주겠다고 하다니.

   

   안 그래도 몸 상태가 회복될 때까지는 강제로 요양해야 할 상황이었는데 잘 됐네.

   

   아르마디가 준비한 보상의 내용은 그것으로 끝이었다.

   

   살짝 아쉬운 감도 없잖아 있었지만 그보단 이거면 됐지라는 생각이 강하게 들었다.

   

   어차피 보상이야 다른 데서 뜯어내면 그만이라.

   

   뭣보다 이상한 장난질이 없는 점이 만족스러워.

   

   평소에도 이래 주셨으면 얼마나 좋습니까. 아르마디님.

   

   이런 식으로 사도를 신경 쓰는 티를 내주니까 마음속에서 우러나온 경외를 표할 수 있잖아요.

   

   보상의 확인을 끝마친 나는 편안한 웃음을 지으며 침대에 기댈 수 있었다.

   

   좋아. 아르마디님께서 쉬라 그러시니까 이번 방학 동안은 좀 여유롭게 보내도록 할까.

   

   몸을 회복하는 동안 천천히 일정을 짜봐야겠네.

   

   일단 구해야 하는 물건들이 있어서 경매장 쪽에는 한 번 가봐야 할 것 같고.

   

   파트란 영지 축제 때 조이랑 놀아야 하니까 그 때 일정은 생각해놔야 하고.

   

   그리고…

   

   – 띠링.

   

   눈을 감은 채 곰곰이 생각을 하고 있으려니 다시금 메시지가 떠올랐다.

   

   무슨 일이십니까. 아르마디님.

   

   혹시 전달하지 않은 보상이 있는 겁니까?

   

   아니면 새로운 퀘스트가 주어지는 겁니까?

   

   어느 쪽이라도 말만 하시죠.

   

   당신의 사도가 지닌 능력을 보여드리겠습니다.

   

   [축제의 학살자]

   [당신의 뛰어난 능력을 파트란 영지 축제에서 보여주십시오!]

   [10개 이상의 가판에서 대결을 하고 승리하라!]

   [보상 : 평판의 상승]

   [실패시 : 과거 루시의 차림으로 파티 참여]

   

   아. 이거 소울 아카데미가 게임일 당시에도 있었던 퀘스트다.

   

   파트란 영지 축제에 참여하면 자동으로 지급되는 퀘스트인데 쓰잘데기 없이 난이도가 높아서 클리어하려면 운과 피지컬 양쪽 모두가 필요한 녀석이었지.

   

   축제 참여의 보너스 느낌이어서 굳이 이 악물고 클리어 할 필요는 없던 의뢰지만 지금은 이야기가 다르다.

   

   게임엔 없던 실패시 패널티가 생겨났으니까.

   

   과거 루시의 차림이라는 건 그거지?

   

   치렁치렁하고 너풀너풀한데다 팔과 어깨를 과감히 드러낸 화려한 드레스.

   

   알아. 저택에서 예전에 루시가 입던 드레스를 지겹도록 봤으니까.

   

   옷장을 열 때마다 찢어버리고 싶은 걸 참느라 얼마나 고생했는데.

   

   그 옷을 입고 파트란 가문의 파티에 참여하라고?

   

   진심으로?

   

   거기에 내가 알고 지내는 지인 모두가 결집할 예정인데?!

   

   무리.

   

   절대로 무리.

   

   비교적 노출이 심하지 않단 점에서 바니걸보단 낫긴 한데 그건 좀 정신적으로 괴롭다고.

   

   그거 완전 여아용 애니메이션에 나올 것 같은 공주님 차림이잖아.

   

   아직 교복을 입는 것도 약간 거부감이 있는 인간한테 그런 드레스를 입으라는 게 말이 돼?!

   

   물론 잘 어울리겠지.

   

   속이 어쨌든 간에 겉모습만큼은 괜찮으니까.

   

   그럼 뭐 하는 데!

   

   남한테 어떻게 비치느냐는 상관없어!

   

   내가 싫다고!

   

   그거 입고 공식석상에 나가는 순간 매일 밤마다 이불을 걷어차다 못해 찢어버릴 것 같단 말이야!

   

   성공하면 되는 거 아니냐고?

   

   물론 그렇지. 성공하면 아무런 문제도 없어.

   

   바닥을 치는 내 평판이 올라봐야 얼마나 오르겠냐만은 별 일 없이 지나갈 수 있겠지.

   

   근데 있잖아.

   

   축제의 학살자 퀘스트는 내가 조절할 수 있는 변수가 아냐.

   

   진짜 고일대로 고였던 시절에도 절반 확률로 실패하는 퀘스트였다고!

   

   거기에다 저거 게임 속에선 7개 가판이었는데 10개로 늘어났잖아!

   

   안 그래도 어려운 퀘스트의 난이도를 더 늘리다니! 이거 그냥 실패하라고 떠미는 수준 아냐?!

   

   야! 허접 변태 이 새끼야!

   

   솔직하게 말해봐.

   

   너 그냥 내가 그 드레스를 입고 치욕스러워 하는 걸 보고 싶은 거지?!

   

   모두의 앞에 서서 흑역사를 쌓는 걸 보고 싶은 거잖아!

   

   이 페도 변태 새꺄아아아아!

   

   너는 한시라도 자신의 변태성을 감추지 못하면 무슨 문제가 생기냐?!

   

   네가 양심을 지킨 것 때문에 감사하면서 경의를 표하고 있는 마당에 굳이 이딴 걸 내놔야 겠어?!

   

   잠시라도 멋있는 척 좀 하고 있으면 안 되냐고!

   

   어?! 왜 자꾸 사도의 경외심을 박살 내는 거냔 말야 이 쓰레기 자식아!

   

   …혹시 그거야?

   

   꼬우면 면제권 쓰고 넘기라는 거냐?!

   

   이 지독하고 치졸한 새끼.

   

   누가 네 마음대로 해줄 거 같아?!

   

   정면 승부다 이 변태 새꺄!

   

   너 따위 없어도 상관없어!

   

   난 다이스 갓님의 보우를 받는다 이 말이야!

   

   당당하게 승리해서 네 사악한 계획을 박살 내주마!

   

   알겠어?! 난 소울 아카데미의!…

   

   “하아. 무리하지 말라니까. 대체 혼자서 뭘 보고 열을 내는 거냐.”

   

   얼빠여우의 한숨 어린 목소리가 내 기억의 끝이었다.

   

   머리에 피가 오른 탓에 찾아온 현기증을 견디지 못한 나는 그대로 정신을 잃어버리고 말았다.

   

   *

   

   “그 여자아이가 베네딕의 딸이라고?”

   “예. 스승님.”

   

   알새틴과의 감동 어린 재회를 끝마친 후 그와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던 카리아는 놀라운 사실을 듣게 됐다.

   

   자신을 악신의 저주에서 구해주었던 여자아이가 그 성격 더러운 꼬맹이였다니.

   

   전혀 예상하지 못한 일이었다.

   

   베니딕의 자랑을 듣고서 곱게 컸다는 이야기는 들었지만 그만한 능력을 지녔을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못한 것이다.

   

   이내 놀람에서 빠져나온 카리아는 언제쯤 그녀를 만날 수 있을지 알새틴에게 물었다.

   

   상대가 누가 되었던 은혜를 입었단 사실은 같으니 만나서 감사를 전하고 싶었으니까.

   

   그 물음을 들은 알새틴은 미묘한 표정을 지으며 머잖아 만날 수 있을 거라 이야기했다.

   

   그로부터 이틀 가량이 지났을 무렵 카리아는 루시 알른을 만날 기회를 얻게 됐다.

   

   양해를 구하고 루시의 방 안으로 들어간 카리아는 침대에 앉아있는 여자아이를 보고서 할 말을 잃어버렸다.

   

   창가의 햇볕을 받는 그녀는 웃음 짓는 것 만으로 사람의 언어를 빼앗을 능력을 지니고 있었다.

   

   교회의 장인이 천사를 상상하며 만들어낸 듯 경외로운 외모를 지닌 여자아이.

   

   분명했다.

   

   그녀는 카리아의 흐릿한 기억 속에 남은 그 사람이 맞았다.

   

   하. 베네딕이 주책을 떨 만도 하군.

   

   이런 딸아이가 있으면 자랑하지 않고는 견딜 수 없겠지.

   

   나라도 그랬을 거야.

   

   놀라다 못해 일종의 감동마저 느끼던 카리아였지만 그녀의 감상은 순식간에 박살이 나고 말았다.

   

   “안녕. 노처녀 아줌마. 아. 미안. 착각했어. 성질 더러운 할망구였지? 쿡.”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Ilham Senjaya님 보러 와 주셔서 감사합니다.

안심했을 때 뒤통수를 치면 데미지가 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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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esugaki Tank Enters The Academy

Mesugaki Tank Enters The Academy

Messagaki Tank Enters the Academy, Messaggi tanks are not properly educated., Mesugaki tanks are not properly educated., 메스가키 탱커는 참교육 당하지 않는다.
Score 9.2
Status: Ongoing Type: Author: Released: 2022 Native Language: Korean
“You sloppy orc~ You can’t take down a girl?” He became the Mesugaki character in the Academy game. But the taunt works too wel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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