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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192

    <192 – 빛나는 인성>

     

    팀 대항전을 앞두고 양팀의 사기는 아주 극명하게 엇갈렸다.

     

    “죽었다고 복창해라. 기권을 외치지도 못하게 패줄 테니까.”

    “덤비기만 해봐. 오줌을 지리게 해주지.”

     

    독이 바짝 오른 제철 복어처럼 사납게 가시돋힌 말을 쏘아대는 제국진영 학생들.

    덕분에 강의 하나 버리는 셈 치자고 했으면서도 내심 제국진영 학생들이 의문의 테러로 입은 부상 때문에 비벼볼만 하지 않을까 기대했던 변방진영 학생들의 사기만 바닥을 기었다.

     

    “어떡하지, 오크노디? 쟤들 기세가 전혀 꺾이질 않았어.”

    “흥. 상관없어. 화풀이를 하고 싶은 건 나도 마찬가지인걸.”

     

    승자연전.

    이긴 팀은 출전한 선수가 패할 때까지 계속 자리를 지키고, 진 팀은 이길 때까지 계속해서 다른 사람이 이어서 출전하는 대항전.

    하기에 따라서는 소수가 다수를 묵사발을 낼 수도 있는 대결이다.

     

    ━━━

    <승자연전 이벤트>

    마침내 시작된 반 대항전!

    승자는 계속해서 적을 꺾는 가혹한 룰에서 당신의 존재감을 드러낼수록 커다란 보상이 주어집니다.

    선봉장으로 나서서 적을 잔뜩 쓰러뜨리거나!

    적의 에이스를 격퇴하러 당당히 출동하거나!

    위기에 처한 팀의 최후의 보루가 되어 분투하거나!

    혹은 양민학살을 당하고 빠르게 리타이어 당할 수도 있겠지요.

    당신은 어떤 모습을 보여줄까요?

    ━━━

     

    가장 맛있는 보상이 무엇인지는 알고 있다.

    <최후의 보루>.

    승자연전의 마지막 선수로 참여하는 것!

     

    “도로시. 선봉으로 나가봐.”

    “으응!? 내가!?”

    “포인트를 많이 줄 거야.”

     

    솔깃해진 마음에 도로시가 냉큼 참전했다.

    내가 먹진 않아도 맛있는 보상은 친구한테 줘야지.

     

     

    * *

     

    삐. 삐. 삐.

    뿌우우━!

     

    위어드 교수의 손에 들린 램프에서 교전개시를 알리는 램프의 불빛이 녹색, 노란색에서 빨간색으로 변경되었다.

    요란한 소리를 내며 시작을 알리는 알림소리에 레이브 교수가 목소리를 더했다.

     

    “개전.”

     

    선공에 나선 것은 제국학생이었다.

     

    “시작부터 망신을 당하게 해주지. 마탄 3연발!”

    “겨우?”

     

    그간 나름 수련을 따라오면서 체력과 민첩성을 기른 보람이 있는지 가볍게 사이드로 움직여 공격을 모두 흘려버린 도로시.

    당황한 제국학생이 마법을 이어나가기도 전에 도로시의 마법이 제국학생의 발을 묶었다.

     

    “덩굴 속박!”

     

    계열 – 자연마법

    발동 – 덩굴만들기

    전문화 – 속박

     

    2써클 속박마법.

    비록 성장속도와 덩굴의 내구도는 미흡했지만 잠깐 발이 걸려 움직임이 무뎌지게 만들어 적을 곤란하게 하는 용도로는 충분했다.

    마법을 쏠 타이밍을 놓친 제국학생의 지척에서 도로시의 손에 <덩굴가시>가 기다랗게 자라났다.

     

    “으악!”

    “찔려볼래, 기권할래?”

    “기권… 하겠다……”

     

    “승자, 도로시.”

     

    “와아아아!”

    “어떻게 한 거야?”

    “와! 안 믿고 있었다고! 방금 어떻게 한 거야!?”

     

    버린 강의 취급하며 수련도 안 하고 꼬리부터 만 주제에 호들갑이나 떨기는.

    쏟아지는 찬사에도 도로시는 어떤 기쁨도 느끼지 못했다.

    오히려 불쾌감만이 앞섰다.

    너희들의 칭찬 따위를 바란 게 아니야.

     

    “고작 1승이다.”

    “33인분까지 앞으로 32승 남았어.”

     

    맡겨놓은 승리를 찾는 것처럼 재수 없는 말투의 샌드쿠커와 고작 이 정도로 방방 뛰며 기뻐하진 않겠지? 라는 분위기를 보이는 로지니.

    함께 수련을 거듭했던 동료들의 모습은 마치 두세 겹으로 서로를 지탱하며 담벼락을 덮는 덩굴식물과도 같았다.

    위어드 교수의 “다 썼죠?”로 대표되는 악랄한 필기도 서로 역할을 분담하여 구역을 나누어 정리하면 따라잡을 수 있듯이, 그들도 서로 힘을 합치면 감당할 수 없는 시험도 극복할 수 있다.

     

    ‘이게 맞죠? 위어드 교수님. 오크노디.’

     

    위어드 교수는 속을 알 수 없는 맹한 얼굴로 “오.” 하고 짧은 감탄을 흘렸다.

    오크노디는 잘하고 있다며 환히 웃으며 엄지를 슬쩍 들어보였다.

     

    “승자, 도로시.”

    “승자, 도로시.”

    “승자, 도로시.”

     

    거듭되는 대결에서 연승을 거두는 도로시.

    적의 마법은 피하고 내 마법은 다 꽂는다.

    기본을 다진 도로시는 “나 이런 마법도 배웠지롱”에 가까운 시연용 마법을 모조리 회피했다.

     

    [득점현황]

    [도로시, 10연승]

     

    [남은인원]

    100 vs 90

    -선봉 도로시 10연승 중!

    -도로시가 에이스로 등극된 상태이다. 격퇴 시 추가보너스 획득 가능!

     

    “빨리 어떻게 좀 해봐. 쟤 저러다가 기권하면 우리만 망하잖아.”

    “그렇게 잘났으면 너가 막던지. 백덤블링까지 하는 미친년을 어떻게 맞춰?”

    “쯧. 못 봐주겠네. 이래서 평민들이란.”

     

    제국학생들 사이에서 백발의 올백머리를 한 거만한 표정의 학생 한 명이 짧은 스태프를 들고 나섰다.

    이색적인 컬러머리.

    오크노디의 눈에 ‘저런.’ 하는 감정이 떠올랐다.

    도로시는 그 반응에 깨달았다.

    강적등장이다.

    이 시험, 이번이 고비구나.

     

    “휴고 마요네즈. 중앙신성제국의 남작가문이자 대대로 마도사령부 관직에 역임해온 마요네즈가문의 특질마법의 힘을 깨닫게 해주지.”

     

    대결 개시와 함께 사이드로 무빙하며 원형을 그려 접근을 시도하는 도로시.

    급한 마음에 즉시 마법을 날리는 학생들과 달리, 휴고는 영창시간을 길게 가졌다.

     

    “큭…!”

     

    말렸다.

    고써클 마법은 다룰 줄도 모르고 사용할 마나도 벅차기에 최소한의 마법으로만 승리를 따내왔던 도로시에게 적의 고위력 마법은 패배로 가는 지름길.

    상대는 그런 심리를 이미 예측한 것처럼 보란 듯이 영창에 들어갔다.

     

    ‘그래봤자 캔슬하면 그만이야!’

     

    힘껏 던진 돌멩이가 가볍게 걸음을 옆으로 돌리는 휴고의 움직임에 의해 빗나갔다.

    우연인가?

    그래, 우연이겠지.

    애써 불안한 마음을 속이며 연달아 세 번의 돌멩이를 더 던진 도로시.

    그녀는 인정해야만 했다.

    이 녀석, 무빙을 칠 줄 아는 놈이다!

     

    “치사하잖아. 그 마법실력에 움직임까지 좋은 건!”

    “메이요 스피어mayo sphere.”

     

    마요네즈 특유의 크림색으로 물든 점도 높은 구체덩어리가 동시에 허공에 떠올랐다.

     

    “윽 기분 나빠.”

    “무슨 색깔이 저래?”

    “으엑. 엄청 꿀렁거리잖아.”

     

    질색을 하는 학생들과 달리, 느릿느릿 날아오는 구체를 보는 도로시의 심정은 초조했다.

    그렇게 긴 시간을 들여서 영창한 마법이 저리 간단히 피할 수 있을 리가 없다.

    무언가 꿍꿍이가 있는 것이 틀림없겠지.

     

    “에잇!”

     

    돌을 던져 구체를 맞춰보았지만 구체는 펑 하고 터지는 대신 무너졌던 형체를 금방 복구했다.

     

    ‘윽. 꼭 슬라임처럼 형태를 복구하잖아.’

     

    기민하게 거리를 벌리며 더욱 크게 회전해서 휴고 마요네즈의 배후를 노리는 도로시.

    허나 다중으로 펼쳐진 구체들은 무려 여덟 개.

    네 개는 계속해서 그녀를 쫓아오고 있고, 남은 네 개는 휴고의 사방을 지키고 있다.

     

    ‘미적거려봤자 포위당할 뿐이야!’

     

    조금이라도 수가 적을 때에 돌파한다.

     

    “덩굴가시!”

     

    손톱처럼 길게 날을 세운 덩굴로 구체를 찔러 옆으로 갈라 터뜨리는 도로시.

     

    “걸렸군.”“꺄악!?”

     

    펑 소리와 함께 터지는 마요네즈구체.

    사방으로 비산한 마요네즈가 도로시의 교복에 백색얼룩을 남겼다.

     

    “으앙. 이게 머야. 끈적거리고 앞도 잘 안 보여!”

    “큭큭. 이것이 슬라임에서 영감을 얻은 가문의 선조, 헨타이님께서 창시한 특질마법이다. 한 번이라도 마이요에 묻은 자는 이제 피할 수 없다.”

     

    느려진 움직임과 제한된 시야.

    꾸덕꾸덕하고 끈적거리며 교복에 달라붙는 마요네즈에 새로운 구체의 접근을 허용하고 더 많은 마요네즈에 뒤덮여진 도로시.

    백색의 탁한 액체로 더럽혀진 그녀가 특기의 가벼운 몸놀림도 제대로 보이지 못하고 쓰러졌다.

     

    “승자, 휴고 마요네즈.”

     

    도로시의 연승이 끝났다.

     

    “으윽. 이상한 냄새 나.”

    “아 진짜 싫어. 이쪽으로 오지 마.”

    “저 이상한 액체는 대체 뭐야?”

     

    큰 기여를 하고 돌아왔음에도 노골적으로 도로시를 피하는 학생들.

     

    “수고했다.”

    “옷이라도 가려. 도움은 안 되겠지만.”

    “…미안해. 33연승도 못하고 돌아와서.”

    “넌 충분히 잘 싸웠다. 상대가 나빴을 뿐이지.”

    “휴고 정도면 나름 하급반에서는 강자에 속하는 상대야. 마탑출신 정통마법사도 상대하기 꺼려하는 기행종이니 그리 기죽지 않아도 괜찮아.”

    “오크노디도 그렇게 생각할까?”

    “착한아이잖아. 괜한 걱정이라고 생각 해.”

    “불안하면 가서 직접 물어봐라.”

     

    로지니와 샌드쿠커의 격려에 도로시가 눈치를 보며 오크노디에게 다가왔다.

     

    “오크노디. 미안해. 모처럼 훈련까지 봐줬는데 10연승밖에 하지 못해서.”

    “괜찮아! 연승 좀 깨진다고 안 죽어. 선봉보너스에 연승보너스로 혜택을 받았을 테니까 도로시도 중간고사 채점 끝나면 기대해도 될 걸?”

    “오크노디. 넌 어쩜 이렇게 이쁜 소리만 골라서 해? 역시 넌 세상에서 제일 착한아이야!”

     

    주변에서 더러운 기만자새끼들이라는 욕이 들렸지만 둘은 귓등으로 흘려들었다.

     

    “비겁한 녀석들. 10연패로 힘을 뺀 다음에 참전해서 에이스격퇴보상을 챙기다니.”

    “영리한 전투라는 거다. 너의 더러운 마요네즈 구체의 수가 충분히 줄어들기만 기다렸지.”

     

    도로시의 다음으로 출전한 샌드쿠커는 휴고를 격퇴하고 총 10연승을 거둔 뒤에 탈락했다.

    샌드쿠커를 격퇴한 강자는 20연승을 거둔 뒤에 로지니의 에이스 격퇴로 탈락했다.

    그런 로지니마저도 뜻밖의 난적과 마주쳐서 10연승을 거두고 탈락한 뒤.

     

    [남은인원]

    50vs70

     

    아군의 남은 인원은 50명.

    위어드 교수의 <마나사용의 기초와 이해> 강의를 듣는 학생들은 수적 열세에도 불구하고 신이 났다.

     

    “하하. 바보 같은 녀석들. 도로시나 샌드쿠커, 로지니를 막느라 에이스를 잔뜩 써버렸네? 우리에겐 아직 학년 공동수석의 오크노디가 있는데!”

    “절망해라, 제국마도학의 기초와 이해나 듣는 루저들아! 우린 오크노디 보유반이다!”

    “응? 나 마지막에 나설 건데?”

    “…어? 진심?”

    “레알?”

     

    오크노디는 넌지시 권했다.

     

    “괜찮겠어? 내가 먼저 나가면 너흰 한 번 싸워보지도 못하고 겁쟁이페널티로 감점만 받을 텐데.”

    “뭐어엇!? 그런 페널티가 있었어!?”

    “나, 나. 다음은 내가 할래!”

     

    기겁하며 출전에 나서는 남은 학생들.

    굳이 그들을 먼저 나서게 한 이유는 당연히 <최후의 보루> 보너스를 따기 위함이었다.

    그래도 나 제외 49명이 남았는데 쟤들이 다 꼬라박으면 못해도 25명은 줄여주겠지.

     

    [남은인원]

    1vs70

     

    괜한 기대였다.

    한 명한테 49명이 다 쓸려나갔다.

    엉망진창으로 발려버린 학생들.

     

    “으으…. 미안해, 오크노디…”

    “강의를 포기했더니 모처럼 했던 훈련도 무의미하게 몸이 무거워졌어.”

    “이럴 줄 알았으면 아예 놓아버리지는 말 걸…”

     

    쪽팔림에 고개를 들지 못하는 변방학생들.

    이전과는 달리 제국 학생들이 기고만장하게 소리쳤다.

     

    “하. 오크노디가 아무리 잘나도 70명은 에바지.”

    “강의 듣는 학생의 70%를 혼자 상대해야 한다고. 이 정도면 마나고갈로 싸우는 도중에 오크노디가 먼저 쓰러질걸?”

    “오크노디. 적당히 하다가 기권해~ 그런 바보들을 위해서 몸 고생하면서 싸울 필요 없잖아?”

     

    대놓고 비웃으며 조롱하는 학생들.

    하지만 오크노디의 표정은 해맑기만 했다.

     

    “오히려 좋아. 연승보너스를 잔뜩 받을 수 있는걸!”

    “맙소사. 분명 자기도 막막할텐데 개트롤을 해버린 우리가 무안해하지 말라고 저런 덕담을!”

    “오크노디…!”

    “크으윽. 어디까지 빛이 나려는 거냐, 오크노디! 눈이 부셔서 쳐다볼 수가 없잖아!”

     

    일반학생들이 감격을 금치 못하는 사이, 도로시와 샌드쿠커, 로지니도 응원의 말을 건넸다.

     

    “힘내, 오크노디!”

    “가라. 저 건방진 제국 귀족 놈들을 부수는 거다.”

    “…힘내. 우리 몫까지 복수해.”

     

    그저 포인트가 욕심났을 뿐이었는데.

    아무튼 칭찬을 들어서 신이 난 오크노디는 응! 하고 해맑게 외치며 대결장에 올라섰다.

    1 대 70.

    1학기 내내 두고두고 회자될 승자연전의 전설이 시작됐다.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격파수 버그픽스!
    로지니, 샌드쿠커의 격파수가 12, 13명에서 각각 10명으로 줄어들었습니다.
    49명의 학생들의 총합격파수가 5명에서 0명으로 줄어들었습니다.
    이제 변방 학생들은 한층 더 허접스레기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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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 Became the Daughter of the Academy’s Villain

I Became the Daughter of the Academy’s Villain

아카데미 흑막의 딸이 되었다
Score 4.2
Status: Ongoing Type: Author: Native Language: Korean

From the side, she looks pitiful and worn out, but in reality, she’s living her joyful survival story in the world of games.

But how can someone’s name be Oknodi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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