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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192

       ​

        “아저씨, 괜찮아요?”

        ​

        “나야 괜찮지.”

        ​

        “하지만 아저씨 요즘 너무 바쁘잖아요.”

        ​

        “그게 지금 내 가슴에 매미처럼 매달려 있는 이유였니?”

        ​

        “헤헤…”

        ​

        나는 가슴을 사정 없이 짓누르는 지방 덩어리의 폭력에 한숨을 쉬며 그녀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

        바쁘긴 하지만 잠깐 정도는 어울려 줄 수 있었으니까. 

        ​

        “준비는 잘 되고 있어?”

        ​

        “준비라고 해도 짐 조금 챙기는 거랑 수련밖에 없는 걸요. 요즘 장로님이 엄청나게 굴리고 있어요.”

        ​

        최대한 실력 끌어올린다고 수련을 도와주는 건가. 

        ​

        혜령이는 특히 배울 것이 많긴 할 테니, 장로님이 세심하게 봐주시고 있겠지.

        ​

        “목경이는?”

        ​

        “지금 제 앞에서 다른 여자 이야기하는 거예요?”

       

        “그런 말 하지 말아줄래. 무섭잖아.”

        ​

        “농담이에요! 목경이는 수련장에서 검 휘두르고 있을 거예요. 몸도 다 나았고 본격적으로 수련을 해야 제대로 싸울 수 있다면서 며칠째 그러고 있어요.”

        ​

        매일 전쟁 준비하고 시간 나면 맹주님이랑 1대1 논검에 비무까지 하고 있으니 주변에는 전혀 신경을 못 썼네. 

        ​

        “시간 내서 한 번 보러 가긴 해야겠네.”

        ​

        “아저씨, 저 궁금한 게 있어요.”

        ​

        “궁금한 게 있다고?”

        ​

        “네.”

        ​

        뭐가 궁금한 걸까. 의문을 담아 혜령이를 내려다보니, 내 가슴께에 얼굴을 묻고 눈만 슬쩍 드러낸 혜령이가 말했다.

        ​

        “파르스라는 사람은 얼마나 강한 거예요?”

       

        “글쎼. 나도 모르지.”

        ​

        “아저씨는 싸워본 거 아녜요?”

       

        “마지막으로 만났을 때가 맹주님이랑 비슷했던 거 같은데.”

        ​

        서양과 동양은 체계가 다르니 완전히 같다고 보긴 힘들지만…당시 내 경지가 일천하다보니 정확한 수위를 파악하는 건 힘들었다.

       

       맹주님과 단장님이 얼추 비슷했으니 그렇게 추측을 하는 거지.

       

       꽤 여유로웠던 걸 보면 어쩌면 그 때도 이미…

       

       뭐, 그 놈은 강하지 않을래야 강하지 않을 수가 없었다.

        ​

       천부적인 재능을 가진 놈을 어릴 적부터 칼리프가 국가 예산을 투입해서 까지 키운 괴물 중의 괴물이었으니까.

        ​

        이 시기 이슬람 제국은 최고의 전성기를 누리고 있었으니, 천자가 단 한 명에게 파격적인 지원을 해주면서 성장을 시킨 것과 다를 바가 없었다.

        ​

        문제는 그놈이 지 부하 이끌고 탈주 해서 사실상 군벌이 되었다는 건데.

        ​

        애초에 놈이 지나치게 강해져서 제어가 불가능했겠지만…

        ​

        “나이가 얼마나 되길래…”

        ​

        “나보다 많은 건 확실해. 못해도 10살?”

        ​

        “아저씨 나이에 10살이면 이립을 넘는 거네요?”

        ​

        “그렇지.”

        ​

        처음 조우했을 때도 단장과 팽팽할 정도였으니.

        ​

        한 시진을 싸웠는데도 결판이 안 났던가.

        ​

        하지만 그걸 감안해도 과연 그놈이 천마보다 강한지는 의문이었다. 

        ​

        그놈이 배운 아츠의 특성상 마공으로 상대하기 아주 까다롭긴 하겠지만, 아무리 그래도 천마를 상대로 이겼다는 사실 자체가 믿기지 않았으니까.

        ​

        적어도 여기 천마가 내가 아는 천마가 맞다면 아무리 성장이 폭발적이어도 한 수 내지 반 수 아래 일 텐데, 그 부분은 다른 부분으로 메꾼 건가.

        ​

        정직하게 싸워주는 놈이 아니었으니 예상치 못한 수로 천마에게 타격을 입히고 시작했을지도 모른다. 그놈은 이기기 위해서 라면 수단 방법을 가리는 놈이 아니었으니.

        ​

        “아마 지금 쯤이면 화경은 진작에 도달했겠지.”

        ​

        “화경…”

        ​

        다시 만날 때마다 기이할 정도로 강해져 있는 놈이었으니. 

        ​

        “그놈이 얼마나 강한지 지금은 그리 중요한 게 아니니까, 할 일이나 하자.”

        ​

        그놈이 얼마나 강하든, 우리 쪽도 화경의 고수를 대동하면 충분히 맞 상대할 수 있을 터.

        ​

        그놈을 다른 고수가 막는 동안 맘루크들을 착실히 줄여나가면 승기를 잡을 수 있었다.

        ​

        파르스가 그걸 지켜보기만 하진 않을 테니 쉽진 않겠지만.

        ​

        “자자, 이제 슬슬 떨어져.”

        ​

        “조금만 더 이러고 있으면 안 돼요? 아직 모자란데…”

        ​

        “그러면서 은근슬쩍 몸 비비지 마라.”

        ​

        “아저씨 정말 고자예요?”

        ​

        내 초인적인 인내력을 시험하고 싶은 건가. 나는 속으로 주기도문을 외우며 혜령이의 겨드랑이에 손을 끼워 들어 올렸다.

        ​

        마치 고양이처럼 허공에 매달린 혜령이는 불만 가득한 얼굴로 나를 쳐다보았다.

        ​

        “조금 더 있으면 안 돼요?”

        ​

        “슬슬 맹주님이랑 비무하러 갈 시간이야.”

        ​

        내가 신청했으니 슬슬 하러 가야지.

        ​

        나는 혜령이를 바닥에 내려놓고 장삼을 걸쳤다.

        ​

        “아저씨, 잘 다녀와요!”

        ​

        “그래.”

        ​

        나는 혜령이의 배웅을 받으며 방을 나섰다.

        ​

        ———————-

        ​

        폭음.

        ​

        그리고 충격.

        ​

        윌리엄과 맹주님의 몸이 3장 정도 멀어졌다.

        ​

        서로의 검이 부딪힌 반동 때문이었다.

        ​

        “이제 위력 하나는 자네도 나와 비슷해졌군!”

        ​

        “질리도록 붙어 댔으니 슬슬 어느 정도는 맞춰야 하는 것 아니겠습니까.”

        ​

        “내 아들이 들었다면 자네를 한 대 때렸을 걸세.”

        ​

        “제 몸이 튼튼하다고 검강으로 후려치시는 분이 하실 말은 아닌 것 같습니다만.”

        ​

        때려서 성장하는 게 아니고 갈수록 맞아서 성장하는 것 같단 말이야.

        ​

        물론 그쪽이 도움이 되기는 했다. 내가 검을 쓰기는 하지만, 결국 내 핵심 아츠는 오러아머였으니. 

        ​

        공격보다 방어 쪽이 강화되는 게 윌리엄 입장에선 더 이득이었다.

        ​

        기사가 아니면 공격을 맞추는 것 만으로 충분한 피해를 줄 수 있으니.

        ​

        차라리 상대의 틈을 강제로 비집고 벌릴 수 있는 오러아머의 강화야말로 그에게 필요한 일이었다.

        ​

        “자네가 튼튼해서 때리는 맛이 좋아서 말일세.”

        ​

        “…별로 듣고 싶지 않은 대답이었습니다. 그러고 보니, 아드님은…”

        ​

        “한 놈은 무림인이 아니라 학자라 이번 일과는 연이 없고, 다른 한 놈은 지금 폐관 수련 중일세. 초절정고수가 되겠다고 벼르며 들어갔건만, 자네를 보면 자괴감이 들겠군.”

        ​

        “…과장이 심하십니다.”

        ​

        “자네가 얼굴만 보면 폭삭 늙어 보여서 그렇지, 제 나이대로 보였다면 질시를 많이 받았을 걸세.”

        ​

        그의 말에 윌리엄은 떨떠름한 표정을 지었다. 

        ​

        “칭찬인지 욕인지 모르겠습니다.”

        ​

        “좋을 대로 생각하게나. 자, 슬슬 다시 시작하는 게 어떤가?”

        ​

        “살살 좀 해주시죠.”

        ​

        둘은 다시 한번 검에 검강을 둘렀다. 굳이 검강을 두를 필요는 없지만, 둘 사이의 암묵적인 규칙이었다.

        ​

        비무에서는 검강을 꺼낼 것.

        ​

        숨기는 것 없이 전력으로 맞붙을 것.

        ​

        단 두 가지 규칙.

        ​

        윌리엄은 벽력삼보의 구결을 통해 보완한 보법을 펼쳐 맹주에게 달려들었다. 

        ​

        벼락처럼 빠르지만, 바위처럼 무거운 움직임. 무시무사한 파공성과 함께 날아든 윌리엄의 어깨가 맹주의 몸을 아슬아슬하게 스치고 지나갔다.

        ​

        “자네, 장인어른을 너무 막 대하는 거 아닌가?”

        ​

        “이 정도에 맞을 분은 아니시잖습니까?”

        ​

        “허 참. 사위한테 맞고 사는 장인이라니, 남들이 보면 웃음거리가 되겠구나.”

        ​

        윌리엄의 검이 허리를 끊어버릴 기세로 날아든다. 맹주의 손에서 장풍이 터져 나온 것은 거의 동시에 일어난 일.

        ​

        윌리엄은 장풍이 날아온 순간 몸을 슬쩍 비틀어 오러아머로 흘려냈다. 

        ​

        능숙한 움직임.

        ​

        공격을 장풍으로 견제하는 맹주의 수법을 10번 넘게 맞은 결과물이었다.

        ​

        “이젠 통하지도 않는구먼.”

        ​

        “그렇게 맞았는데 계속 당하면 초절정 소리 들을 생각은 말아야 하지 않겠습니까?”

        ​

        검강과 검강이 허공에서 부딪히며 폭음을 낸다. 

        ​

        절정의 고수들조차 진탕이 될 정도의 무시무시한 기파가 비밀 연공실을 뒤흔든다. 가감 없이 휘두르는 검강이었기에 가능한 일.

        ​

        윌리엄은 공격이 무위로 돌아감을 확인하자 검을 회수하고, 자세를 바꿔 찌르기에 들어갔다.

        ​

        맹주와의 첫 비무보다도 더 날카로워진 찌르기. 맹주는 몸을 반바퀴 돌리며 검신으로 찌르기를 걷어내고, 손을 휘둘러 윌리엄의 가슴팍에 주먹을 휘둘렀다.

        ​

        강맹한 위력을 자랑하는 유성권이 윌리엄의 가슴팍에 부딪히자, 폭음과 함께 윌리엄의 몸이 번쩍였다. 

        ​

        “이러다 사위 잡겠습니다.

       

        “허허…내 딸 데려간 도둑놈에게 이 정도면 자비로운 걸세.”

        ​

        “과부 만드실 일 있으십니까?”

        ​

        “허허.”

        ​

        대화를 나누는 와중에도 둘의 검이 쉴새 없이 부딪혔다.

        ​

        하지만 어느 쪽도 섣불리 접근하지 않았다.

        ​

        그간의 싸움으로 서로의 강점과 약점을 파악한 탓이었다.

        ​

        ‘비무를 거듭할 때마다 단단해지니 원.’

        ​

        ‘참 영악하게 싸우신단 말이야.’

        ​

        무림인이라면, 그것도 정파 무림인이라면 자존심 때문에라도 싸움을 질질 끌며 장기전으로 끌고 가는 것도 드문일일진대, 맹주는 그런 전략도 곧잘 사용하며 윌리엄을 압박하곤 했다.

        ​

        어차피 내공은 맹주 쪽이 더 많으니, 천천히 갉아먹겠다는 전략.

        ​

        하지만 어쩔 수 없는 일이었다.

        ​

        윌리엄의 오러아머는 싸움을 거칠수록 점점 효율적으로 맹주의 공격을 흡수해버리게 되어서는, 이제는 강력한 초식을 꺼내지 않으면 유의미한 피해를 주기 어려워져 버렸으니.

        ​

        처음 만났을 때와 비교하면 장족의 발전이었다.

        ​

        ‘정말 미래가 두려운 녀석이로다.’

        ​

        문일지십(問一知十)이라는 말이 어울리는 남자.

        ​

        이대로 계속 성장한다면 종국에는 그를 넘어 망상으로나 나오는 경지라는 현경에 도달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

        ​

        ‘내 딸이 남자 보는 눈은 정말 뛰어나구나. 이런 사위를 물어오다니.’

        ​

        어떻게든 맹주 자리에 앉혀 놓으면…

        ​

        “오늘은 여기까지 하자꾸나.”

        ​

        “알겠습니다.”

        ​

        둘은 손등으로 땀을 훔치며 검을 검집에 집어넣고는, 연공실의 문을 열고 나왔다.

        ​

        그런 그의 눈에 가장 먼저 들어온 것은 그의 비서 역할을 맞고 있는 서문비검이었다. 그는 맹주와 윌리엄이 연공실 문을 열고 나타나자 다가와 입을 열었다.

        ​

        “맹주님, 위대협에게 손님이 왔습니다.”

        ​

        “손님?”

        ​

        “손님이 누굽니까?”

        ​

        “본인을 명 대인이라고 하는 사람입니다. 위 대협이 주문하신 물건을 가져왔다고 전해달라 하셨습니다.”

        ​

        아.

        ​

        명소인?

        ​

        정말 오랜만에 들은 그의 소식에 나는 탄성을 흘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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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edieval Knight in a Martial Arts Novel

Medieval Knight in a Martial Arts Novel

무협소설 속 중세기사
Status: Ongoing Type: Author: Native Language: Korean
After two years of being reincarnated as a medieval knight, he finally realizes that he's been reincarnated into a martial arts nove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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