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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192

       후욱, 후욱…

         

       팽진아는 거친 숨을 내뱉었다.

         

       비 오듯 땀이 흘렀다.

         

       그중 한 방울이, 그녀의 고운 턱선을 타고 뚝 하고 떨어져 가슴골 안으로 흘러 들어갔다.

         

       수많은 남정네의 마음을 설레게 할 색기 있는 모습이지만, 그녀는 이러한 자각이 없었다.

         

       이는, 팽진아가 남자에 대한 경험이 전혀 없다는 점.

         

       그리고 <패천검>이라는 별호를 가진 강자이기에 접근한 남자가 없다는 점도 크게 한몫하였다.

         

       ‘겨우, 겨우 잡았군.’

         

       팽진아는 마지막으로 숨을 크게 들이셨다.

         

       이 정도로 심장이 뛰는 건 오랜만인 것 같았다.

         

       A급 헌터 중에서도 정점에 도달한 만큼 초인적인 신체 능력을 갖춘 그녀이다.

         

       당연하지만 겨우 뜀박질 조금 했다고 이리 지치지는 않았다.

         

       ‘…내가 생각해도 참 바보스럽군.’

         

       무려, <아카데미>에서 몇km는 떨어진 버스 정류장까지 최고 속도로 달려온 거였다.

         

       도중 도중, 날아오를 듯 점프하여 지붕 위를 밟고 지나가기도 했다.

         

       팽진아로서는 오랜만에 느껴보는 전속력이었던 거다.

         

       그럼, 그녀가 대체 뭘 위해서, 이렇게까지 서둘러 달려왔는가?

         

       이유는 어리석으면서도 단순했으며, 중요하였다.

         

       ‘유세하…’

         

       소중한 제자인 그에게…

       드디어 말할 용기가 생겼기에 찾아온 거였다.

         

       한편, 그런 팽진아를 바라보던 유세하는 조금 당황스러웠다.

         

       곧 그의 얼굴이 붉어졌다.

         

       현재 팽진아는 몸에 착 달라붙는 활동복을 입고 있었다.

         

       여기에 주나용, 문보라만큼이나 몸매가 좋은 그녀이다.

         

       땀에 젖어 안이 비추니 아주 조금이지만, 그…미, 민망한 속옷 색이 드러났다.

         

       “저기…교수님. 안에…”

       “음? 앗!”

         

       팽진아 또한 뒤늦게 알아채고는 전신에 마력을 돌렸다.

       특유의 열기가 피어오르며 단숨에 땀이 증발했다.

       물론, 급하게 한 거라 얼굴에는 송골송골 땀방울이 맺혀있었다.

         

       그 모습에 품을 뒤지는 유세하.

       팽진아의 코앞까지 다가갔다.

         

       “유세하 생도?”

       “저기 교수님. 무슨 일인지는 모르겠지만…”

       

       일단 이것부터 하고 이야기해요. 우리.

         

       쓱쓱.

         

       “…!”

         

       팽진아의 얼굴이 절로 붉어졌다.

         

       유세하가 품에서 꺼내든 것은 예쁘장한 손수건.

         

       주나용이 선물하였고, 문보라가 돌려주었던 그 물건이었다.

         

       꼼꼼히, 애정어린 손길로 팽진아의 얼굴을 닦아주는 유세하.

         

       팽진아는 헛기침을 터트렸다.

         

       마, 마음 같아서는 ‘내, 내가 하겠다.’라고 말하고 싶었다.

         

       하지만…

         

       왜인지는 모르겠지만, 그럴 말이 목구멍에서 나오지 않았다.

         

       팽진아에게 있어 지금, 이 순간이…

       소중한 애제자에게 받는 짧은 시간이…

         

       ‘너, 너무나도…’

         

       소중하다고 생각했다.

         

       *

         

       잠시 뒤.

       유세하는 손수건을 집어넣고 넌지시 물어보았다.

         

       “무슨 일이세요?”

         

       당연하지만, 유세하는 이미 진작에 그녀에게 방학 잘 보내시라고 말씀을 드렸다.

       팽진아 또한 차를 마시면서, ‘그, 그래…자, 잘 보내도록…유세하 생도’라고 답변하였다.

       그렇기에 오늘 출발한다는 사실을 모를 리가 없었다.

         

       ‘…아, 그러고 보니.’

         

       한 가지 걸리는 게 있기는 했다.

       뭔가 말하고 싶은데, 망설이는 게 좀 있었으니까.

       혹시 그걸 말하려고 이렇게 오신 건가?

         

       이러한 유세하의 생각은 정답이었다.

         

       실제로도 팽진아가 부랴부랴 달려온 것도 말하지 못했던 제안을 하기 위해서였으니까.

         

       팽진아는 단 하나뿐인 제자를 바라보며 마른침을 삼켰다.

         

       ‘다, 다짐했는데…’

         

       고, 고작 별거 아닌 제안을 건네기가 이리 어려운 줄 몰랐다.

         

       본인이 이리 겁쟁이였나 싶었다.

         

       ‘원래라면 더 일찍 말해야 했다.’

         

       밤새도록 고민하고…

       머뭇거리며…

       기회도 많았음에도 끝내 대답하지 못했다.

         

       그렇기에 그냥 넘길까도 했지만…

         

       ‘싫어.’

         

       후회하고 싶지 않았다.

         

       ‘말해야 해.’

         

       이, 이번 <방학> 동안…

       언제든지 좋으니…

       가, 같이 단둘이서 수련하지 않겠냐고…

       오순도순 지내지 않겠냐고…

       마, 마침 자신이 아는 맛집도 있으니…

       거기서 같이 식사도 하고 그러자고…

       마, 말해야 했다!

       말해야 해!

         

       힘을 내라…나 자신!

         

       내면의 응원에 드디어 용기를 얻은 팽진아는 눈을 꾹 감고 입을 열었다.

         

       “유, 유세하!”

         

       나, 나랑 같이…

       같이…

         

       “수, 수련 하지 않겠-”

       “-죄송해요. 교수님!”

       “…응, 어?”

         

       팽진아는 멀리서 들려오는 답변에 뒤늦게 눈을 떴다.

         

       유세하.

         

       그는 이미 뒤돌아 어디론가 달려가고 있었다.

         

       저 멀리 출발하려는 버스와 ‘어서 타요!’하고 소리치는 문보라가 보였다.

         

       유세하가 뒤를 돌았다.

         

       “나중에 전화할게요!”

       “아, 아아…아앗! 자, 잠시만! 유, 유세하!”

         

       아…

       아…

       아아아…

       흐흑…

         

       팽진아는 허망한 표정으로 떠나가는 유세하를 바라보았다.

         

       “……”

         

       허탈하였다.

       절로 몸에 힘이 쭉 빠졌다.

       뒤늦게 용기를 낸 건데…하면서도 이리 늦었으니 당연하다는 자책감도 들었다.

         

       결국, 크게 한숨을 쉬었다.

         

       ‘…아니야.’

         

       곧 회복하고는 생각을 달리하였다.

       용기가 생긴 게 더 중요한 법이다.

         

       ‘아직 포기하기는 일러.’

         

       토, 톡으로 말해보는 거다.

         

       애초에 방학은 길지 않는가?

         

       그중 몇 주, 아, 아니 며칠이라도 좋으니…

       그와 오순도순 같이 있는 거다.

         

       여기에 명분도 확실했다.

         

       스승과 제자의 관계.

       그것도 단둘이서 수업을 진행하는 게 당연한 <전속 제자> 관계이다.

       아무도 뭐라 할 사람은 없을 거다.

         

       “음, 음…”

         

       팽진아는 우선 돌아가서 마저 짐을 싸기로 하였다.

         

       자신 또한 이번 <방학>은 꽤 의미 있는 시간이었다.

         

       ‘검후.’

         

       <매화검후>를, 사매를 만날 예정이 되어있었으니까.

         

       띠리링~

         

       “응?”

         

       그러던 찰나.

         

       전화 소리에 절로 발걸음을 멈췄다.

         

       순간, 유세하인가? 했지만, 아니었다.

         

       정말 예상치 못한 인물의 전화였다.

         

       [수옥빈]

         

       ‘…어째서 그녀가?’

         

       노경완 경질 때 첫 만남.

         

       각자, 유세하를 위해 움직였다는 걸 인지한 둘은 전화번호를 교환한 적이 있었다.

         

       그 이후로는 연락 한번 한 적 없는 사이인데…

         

       팽진아는 갸웃거리며 전화를 받았다.

         

       들려오는 고운 목소리에 적당히 인사를 하고 바로 본론으로 들어갔다.

         

       묵묵히 서서 내용을 듣던 팽진아.

         

       곧, 고운 미간을 찌푸렸다.

         

       “……S급 레이드 보스…말인가요?”

         

       ―네, 오늘 탐색으로 확실히 되었어요. 틀림없이 서울, 명동에 나타날 겁니다. 위치상, 교단이랑 가장 가까워서. 아마, 그들에게 토벌권이 가지 않을까 싶어요.

         

       “…그럼 굳이 저까지 갈 필요는…”

         

       ―아니요. 저의 추측이지만, <교단>은 토벌에 실패할 겁니다. 그리고 그 죄목을 <성녀>가 뒤집어쓸 테고요.

         

       “…그게 무슨?”

         

       ―자세한 건 직접 만나서 이야기하죠.

         

       당신의 힘이 필요해요. <패천검>.

         

       ―부디 도와주시겠어요?

         

         

       * * *

         

         

       나는 버스를 둘러보며 작게 감탄했다.

         

       그냥 일반 버스가 아니다.

         

       무려 <각성자> 전용 VIP로 구성된 고오오오오급 버스라 그런가, 넓고 쾌적하였다.

         

       ‘심지어 족욕 시설도 있네.’

         

       문보라는 이미 그곳에 발을 담그고, 고대어가 적힌 책을 읽고 있었다.

         

       아주 자연스럽다는 태도.

       여기에 선글라스까지 끼니 마치 부잣집 아가씨 같았다.

         

       ‘아, 아니지.’

         

       애는 금수저가 맞긴 하니, 부잣집 아가씨이긴 했다.

         

       그런 나의 시선에 ‘음?’ 하는 문보라.

       선글라스를 내리며, 특유의 아름다운 보랏빛 눈동자로 윙크하였다.

       자기 딴에는 매력적이라고 하는 것 같지만, 내가 보기엔 그냥 푼수같이 귀여웠다.

         

       “도착하면 바로 승급 시험이잖아요? 조금 눈을 붙이세요.”

       “어, 배려 고마워.”

       “뭘요.”

         

       문보라는 ‘흐흥~’거리며 자기가 생각해도 멋지다는 듯 기분 좋게 콧노래를 흥얼거렸다.

         

       하지만 그런 그녀의 멋진 모습은 1시간 뒤에 바로 평소(?)처럼 변했다.

         

       “…헤헤, 웅엥…”

         

       대충 옆에 내버려 둔 고대어책.

         

       등 뒤로 몸을 기댄 문보라는 침을 줄줄 흘리며, 꿈나라에 빠져있었다.

         

       나는 그 모습에 피식 웃으며, 물티슈로 입가를 닦아주었다.

         

       “헤헤…세하…바보…뭉청이. 웅엥…”

       “얼씨구?”

         

       허허, 이것 참.

       갑작스러운 기습 비난이라니…

       이거 이거 문보라 녀석.

       꽤 하는구먼?

         

       툭.

         

       “웅엥…”

        “가지가지 하네.”

         

       이제는 고개도 제어하지 못하고, 머리를 기댔다.

         

       나는 그런 문보라를 바라보며, 일부러 더 기대기 쉽게 어깨를 내렸다.

         

       그러자 푹신한 베개라고 생각했는지 입을 오물거리며 좋아하였다.

         

       ‘피곤했나 보네.’

         

       듣기로, 어제 밤늦게까지 [빙월일신공]의 부작용에 대한 대처법을 연구하다 잤다고 들었다.

         

       무리도 아니었다.

         

       나는 잠시 문보라의 손을 움켜쥐었다.

         

       차가웠다.

         

       아마 알게 모르게 얼어붙은 내상이자, 동상의 흔적도 있을 거다.

         

       이대로 내버려 두면, 분명 언젠가 대가를 치르겠지.

         

       ‘그렇게 둘 수는 없지.’

         

       나는 다시금 ‘그 능력’을 문보라에게 줄 생각을 하며 고개를 끄덕였다.

         

       때마침 문보라와 단둘이니…

         

       겸사겸사, [역천의 눈동자]에 대하여 알려주는 것도 나쁘지 않을 듯싶었다.

         

       뭐, 좋다.

         

       그건 그거고…

         

       ‘이건 이거지.’

         

       “자, 문보라~김치~”

       “…웅엥~”

         

       찰칵!

         

       *

         

       잠시 뒤.

         

       “웅엥?”

         

       문보라는 입가의 침을 닦으며 뒤늦게 정신을 차렸다.

         

       “…우엥?”

       “일어났어?”

       “웅엥!?”

         

       그리곤 본인이 무슨 짓을 했는지 깨닫고 흠칫거렸다.

       내 어깨를 바라보며 얼굴을 붉히다 기어들어 가듯 사과했다.

         

       “미, 미안해요. 근래 잠을 조금 제대로 못 자서…”

       “괜찮아~어차피 재미는 다 봤거든.”

       “…네?”

         

       영문 모를 말에 고개를 갸웃거리는 문보라.

         

       띠링, 띠링-!

         

       “……?”

       

       그러다 휴대폰의 벨 소리에 조심히 톡을 확인하였다.

         

       “……?!”

       “흐흐흐.”

       “우, 우, 우엥?!”

         

       잘 달아오른 프라이팬처럼 새빨갛게 얼굴을 붉혔다.

         

       ——————————————–

       <므아하며, 용아하고, 웅엥한 방>

         

       【유세하】: (대충 침 줄줄 흘리는 문보라의 사진).

         

       【유세하】: 푼수 같네.

         

       【강해지는 므냥이】: 므아~보라보라 바보 같아. ㅋㅋㅋ

         

       【보라보라는 맞지만, 웅엥은 아닙니다.】: 미, 미쳤, 미쳤어요. 유세하!? 다, 당장 지워요. 지우라고!!!

         

       【라면 먹고 싶은 용용이!】: ……저기 근데, 옆에 어깨 기댄 거 혹시 유세하야? 응? 제대로 말해봐. 침 자국도 있는데…설마 그거야? 아니지? 응? 응? 응? 너희 둘? 지금 서로 뭐 하는 거야? 대답 안 해?

       ——————————————–

         

         

       “이, 이익, 이이익!!!”

       “흐흐~그러게 누가 함부로 자래?”

       “이이이익!!!”

         

       나의 놀림에 참지 못한 문보라가 웅엥! 하면서 달려들었다.

         

       앙증맞은 주먹질을 맞으며, 나는 정말 오랜만에 크게 웃음을 터트렸다.

         

         

       * * *

         

         

       2시간 뒤.

       경기도 안양시, <제3 지부> 길드.

         

       나는 ‘흥!’하고 삐진 문보라를 달래주며, 오랜만에 보는 건물에 감개무량한 표정을 지었다.

         

       내가 처음 이곳에 빙의된 상태로 눈을 뜨고, 결심을 마친 뒤.

         

       첫 모험을 시작하였던 장소.

         

       ‘…모든 것의 시작이 바로 여기였지.’

         

       우리 므냥이를 만나고, 문보라를 만났던 장소.

         

       상념을 끝마친 나는 문보라와 함께 안으로 들어섰다.

         

       그러자 미리 기다리고 있었는지, 의자에 앉아있던 중년의 남성과 젊은 여성이 각각 걸어왔다.

         

       반가운 얼굴이었다.

         

       “오랜만입니다. <설빙>님. 은인님.”

         

       “…! 아, 안녕하세요! 오랜만입니다.”

         

       “기억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브레이크 반발> 사건을 끝마치고, 감사 인사를 전했던 부 길드장 아재.

         

       나는 가쁜 마음에 그와 악수하였다.

         

       “……음?!”

         

       뒤이어, 그의 가슴팍에 달린 직책을 보고 두 눈을 휘둥그레 떴다.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Ilham Senjaya님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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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 Became a Cheat-Level Munchkin 5★ Character

I Became a Cheat-Level Munchkin 5★ Character

사기급 먼치킨 5★ 캐릭터가 되었다
Score 6.4
Status: Ongoing Type: Author: , Released: 2024 Native Language: Korean
《Gonis Archive Life》 ‘GAL’ for short. I found myself possessed into the world of this game. Not only that, but I became a 5★ character from the very start, The only male character with ridiculously OP abiliti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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