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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192

        

       보이지 않는다고 없어진 것이 아니다.

       시선에만 없을 뿐 냄새나는 것은 썩어가며 냄새를 더하고, 독과 벌레가 들끓어 더 커다란 문제를 불러오기 마련이다.

         

       쿠로츠루기미네의 일 역시 마찬가지.

         

       사범이 ‘별일 없겠지.’라며 낙관적으로 생각하며 일을 덮고 있는 중에도 문제는 무럭무럭 자라났다.

         

       진성이 자그마한 의식으로 만들어낸 곰팡이는 점점 세를 불려가며 나무를 감염시키고, 그늘에 자리를 잡고, 버섯과 함께 땅 밑으로 뿌리를 뻗으며 점차 자라나고 있었기 때문이다.

       게다가 단순히 자라나는 것뿐만 아니라 진성이 가지고 온 마나를 품은 주물로 인해 마나의 성질을 품게 되어서 더 강하게, 더 사납게 세를 퍼뜨려가며 산 전역에 자기 뿌리를 뻗었다.

         

       곰팡이의 균근(Mycorrhizae)은 가차 없이 뻗어나가며 균근망(Mycorrhizal network)을 만들어내었고, 마나를 품고 포자를 퍼뜨리는 버섯은 쌓여있는 낙엽 사이사이에 쉴 새 없이 자손을 퍼뜨리며 세를 불렸다.

         

       그리고 그렇게 자라난 버섯은 마침내 숲을 넘어서 태양광 시설이 있는 곳까지 다다랐고, 내리쬐는 햇빛 때문에 땅 위에서 세력을 불리는 대신에 음습하고 어두운 땅 밑에 뿌리를 뻗어 그 아래에 자리를 잡았다.

         

       그렇게 쿠로츠루기미네는 곰팡이의 세력권이 되었고, 산 어디나 땅을 조금만 깊게 파면 흙이 아닌 짙은 곰팡이의 냄새가 확 풍기게 될 정도가 되었다. 산 곳곳에 울창하게 자라난 나무들의 사이에는 곰팡이가 침투했고, 나무껍질의 바로 아래에 새까맣게 자리를 잡았다.

         

       그뿐만 아니라 몇몇 나무의 경우 아예 속을 모조리 파먹으며 곰팡이로 이루어진 기둥 형태가 되기도 했다. 마치 고생대에 존재했다는 초거대 균류, 프로토택사이트(Prototaxites loganii)처럼 말이다.

         

       곰팡이는 나무의 속을 파먹으며 좁은 관의 형태를 만들고 그곳에 자리를 잡았고, 자신을 보호할 얇은 껍질을 남겨두며 층층이 갑옷을 둘렀다. 거기에 기공의 역할을 할 구멍을 뚫었고, 나무껍질을 단단하게 둘러 외부의 충격에 자신을 보호하기까지 했다.

         

       나무의 껍질을 뒤집어쓴 곰팡이.

         

       자연적으로는 만들어지기 힘든 참으로 불길한 모습이라 할 수 있으리라.

         

       그렇게 산의 나무들은 죽어 나갔다.

         

       곰팡이가 속을 파먹고 자리를 잡으며 죽어 나가고.

       곰팡이가 나무의 뿌리를 먹어 치우며 죽이고.

       온갖 병충해가 잎사귀와 줄기를 마르게 만들고.

       그렇게 땅을 단단히 붙잡고 있던 나무의 저지력은 약해졌다.

         

       거기에 더해서 폭우가 내리기 시작했다.

         

       예고되었던 폭우는 가차 없이 쏟아졌다.

       마치 태풍이라도 불어오는 것처럼, 혹은 하늘에 구멍이라도 뚫린 것처럼.

         

       그 빗줄기가 어찌나 거센지 수련장은 외부의 훈련을 취소할 정도였고, 열심히 잘 관리했던 땅은 죄다 물에 잠겨버리기까지 했다.

         

       “철수! 대피소로 간다!”

       “예!”

         

       결국 사범은 더 이상 훈련이 어렵다고 판단해서 마을로 무인들을 이끌고 갔다.

         

       쏴아아아-

         

       그렇게 사람이 사라진 산에는 적막이 감돌았다.

         

       아무런 일도 없다는 듯이.

       평소와 같이 이곳은 평온하다는 듯이.

         

       하지만 산이 품고 있는 불길함은 밖으로 새어 나가고 있었다.

         

       악취가 나는 것이 뚜껑을 덮어도 그 냄새가 밖으로 퍼져나가듯.

       썩어가는 것이 덮인다고 해서 그대로 유지되는 것이 아닌 것처럼.

         

       불길함은 암시의 형태로 산을 내려가 마을에 있는 사람들에게 스며들었다.

         

         

         

        * * *

         

       [ 마을 뒷산이 이상한 건에 대하여www ]

         

         

       1

         

       어이ww 내가 사는 곳 뒷산이 좀 이상해wwww

         

       2

         

       화산이야?

         

       3

         

       아니www 평범한 산w

       근데 좀 음산해www

         

       4

         

       kwsk(자세하게)

         

       5

         

       일단 나는 시골에서 살고 있음w 자랑거리는 유명한 유파가 있다는 거 정도?

         

       6

         

       군마?

         

       7

         

       거긴 시골이 아니라 정글www

         

       8

         

       쨌든 우리 마을에는 뒷산이 있는데 거기 사람이 돌아다니지를 않음

       이상한 전설도 있고 소문도 안 좋고 음산하고 그러거든.

       게다가 산나물 같은 것도 안 자라서 굳이 갈 이유도 없고w

       게다가 비라도 내리면 귀신 나올 거 같다니까wwwwwwwwww

         

       9

         

       사당이나 그런 거 있음?

         

       10

         

       그런 건 없음w

       아, 있긴 하다

       지장보살 석상은 몇 개 있음w

         

       11

         

       그런 건 어디나 다 있잖아

       그럼 그냥 산이네

       뭐가 이상하다는 거야

         

       12

         

       아니 근데 요새 이상한 일이 일어나거든?

       마을 사람들이 꿈을 꾼다고 하더라w

         

       13

         

       머리만 둥둥 떠다니는 지장보살이 나와서 말을 하는 꿈인데

         

       14

         

       더 듣고 싶으면 50까지

         

       15

         

       >>14 어이

         

       16

         

       ksk(가속)

         

       17

         

       ksk

         

       …

       …

         

       50

         

       너희 화력 좋은데?wwwww

       이야기 계속함w

         

       머리만 둥둥 떠다니는 지장보살이 나와서 이야기하는데 그 내용이

         

       산의 은혜를 잊었다느니, 마을에 저주가 덮칠 거라느니, 피눈물이 흐를 거라느니

         

       뭐 그런 내용임

       별거 아니지?

         

       51

         

       무셔

         

       52

         

       개무서운데

         

       52

         

       그런데 이 꿈이 한두 사람만 꾼 게 아니라 열 명 이상 똑같은 꿈을 꾼 거야 w

       그래서 마을에 난리가 났거든.

       내 친구 중에도 꾼 놈도 있고wwww

         

         

         

         

       나도 꿨어

         

       53

         

       wwwww야구공 좀 줍고 운동장 정리 좀 하고 집에 돌아와서 밥 먹고 잤는데wwwww

       꿈에서 지장보살 머리통이 나와서 나한테 저주받을 거라고 계속 말하더라www

       그러더니 막 저주받기 싫으면 내 여동생을 바치라고 하는데www

         

         

         

         

         

       똥 같은 소리하고 있어

         

       54

         

       우와

         

       55

         

       우와

         

       56

         

       아무리 봐도 악령입니다. 감사합니다.

         

       57

         

       아니아니www악령은 아닌 듯

       꿈 때문에 마을 사람들 다 난리 나서 신사 들르고 절 들르고 했는데 악령은 아니래w

       근데 산에서 이상한 기운이 풍기고 있는 것 같다고는 하더라w

       그러니까 산 문제임wwwww

         

       58

         

       그래서 마을 사람들이 산을 관리하는 유파의 사범한테 연락했거든?w

       근데 지금 폭우 때문에 힘들고, 폭우 끝나면 자기가 아는 실력 있는 신관 불러서 어떻게 해주겠다고 했음w

         

       59

         

       그럼 문제 생기는 거 아님?

         

       60

         

       괜찮ww 꿈에서도 의미심장하게 등장했다가 내가 옛날에 키우던 고양이 나와서 몸통 박치기 한 번 하니까 그대로 사라짐www

         

       61

         

       지장보살 약해www

         

       62

         

       겨우 고양이wwwww

         

       63

         

       종은?

         

       64

         

       >>63 메인쿤

         

       65

         

       >>64

         

       wwwwwwwww

         

       66

         

       >>64

         

       wwwwwwwww어이

         

       67

         

       >>64

         

       고양이가 나보다 크잖www

         

       …

       …

       …

         

         

       104

         

       폭우 너무 심해w

       대피소로 이동하라는데www

         

       난 이만 나갈게w

       대피소에 도착하면 돌아옴www

         

       …

       …

       …

         

       203

         

       대피소 도착

       도착하니까 무인들 잔뜩 있음w

       수련장에서 있던 무인들인 듯 w

         

       근데 그 가운데에 어디서 많이 본 얼굴이 있는데 누구지www

         

       204

         

       >>203 그걸 내가 어케암wwww

       사진이라도 찍던가ww

         

       205

         

       wwwww

       찍으면 얻어맞을 거 같아w

       엄청 무섭게 생겼어wwww

         

       …

       …

       …

         

       251

         

       어?

         

       252

         

       태양광 패널 미끄러지는데?

         

         

         

         

        * * *

         

         

         

       혼령이 한 저주는 실속이 없었다.

       사람을 홀리지도 못했고, 주술의 형태를 가지지 못해 저주의 효력을 발휘하지도 못했으며, 사람에게 영향을 미치기는커녕 단순히 사람이 내뱉는 욕설이나 협박만큼의 효과도 제대로 만들지 못했다.

         

       그저 산이 품은 마나와 불길함이 암시의 형태로 몇몇 예민한 사람들에게 스며들고 그것이 무의식을 자극해 악몽을 꾸게 만드는 것에 그쳤고, 거기서 나오는 저주의 발언 또한 무의식적으로 떠올린 방어기제에 순식간에 퇴치되어 버릴 정도로 덧없는 것이었다.

         

       당연하겠지만 저주하겠다느니, 피눈물을 흘리겠다느니 말을 했어도 그것이 물리적으로 효과를 발휘하지는 못했다.

         

       아니.

       못해야만 정상이었다.

         

       툭.

       투두둑.

         

       하지만 거기에 인위적인 조작이 가해진다면 어떨까?

         

       투두둑.

       투둑.

         

       주술을 수준급으로 다루는 누군가가, 최소한의 대가로 최대의 효과를 발휘하기 위해 산 전체에 수작을 부려놓았다면.

       지장보살 괴담을 퍼뜨리고, 혼령의 말을 그럴듯하게 만들고, 자신이 만들어낸 재앙을 그 말에 얼기설기 끼워서 맞추는 행위를 했다면.

         

       그렇게 해서 자연재해의 탈을 쓴 인재(人災)를 일으키려 한다면, 단순히 혼령의 허풍이었던 것이 끔찍한 재앙으로 변모하게 된다.

         

       투두두둑.

       투둑.

         

       산 곳곳에서는 파열음이 일어났다.

       폭우가 쏟아지자 땅에 자리를 잡고 있던 곰팡이는 지장보살의 머리통이 가루가 되고, 물에 녹아서 마나를 드러내었듯 빗방울에 그대로 녹아내리기 시작했다. 마치 대충 칠해놓은 물감이 물에 닿았을 때처럼 번지고 녹아들며 검은색 물이 되어 흘렀고, 검은색 물은 경사를 따라 흐르다가도 목마른 사람이 빨아들이듯 땅속으로 순식간에 흡수되었다.

         

        그리고 곰팡이가 안에 자리를 잡은 나무는 세찬 폭우에 몸을 가누지 못하고 이리저리 흔들리다가 부러지고, 쓰러지기를 반복하였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난 생채기 안에 빗방울이 들이치자 그 안에 자리를 잡고 있던 곰팡이 역시 물에 녹아 흐르기 시작했다.

       그 모습은 마치 나무가 검은 눈물을 흘리는 것처럼 보였다.

         

       그렇게 흐르는 곰팡이가 녹은 물은 땅속에 스며들어 그대로 아래로, 아래로 내려가 땅속에 자리 잡은 곰팡이에 다다랐다.

       그리고 땅속에 있던 곰팡이 역시 물에 그대로 녹아내리기 시작했고, 넓게 뻗은 균근망은 그대로 물웅덩이가, 땅속에 흐르는 냇물이, 작게 흔들리는 물줄기가 되어 다른 곰팡이를 녹이기 시작했다.

         

       곰팡이가 녹았다.

       녹고, 또 녹았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나무들은 쓰러졌고, 간신히 자리만 차지하고 있던 나무의 죽은 뿌리 역시 촉촉하게 젖었고, 땅은 물을 머금어 질퍽해졌다. 그리고 땅속에 자리 잡으며 얇은 층을 이루고 있던 곰팡이는 그대로 물이 되어 땅이 물 위에 떠 있는 형상을 만들어내었으며, 이것은 땅의 마찰력을 더 줄여버리는 결과를 만들었다.

         

       그렇게 마찰력이 줄어버린 땅은 흐르기 시작했다.

       물이나 다름없는 흙은 완만한 경사를 따라 천천히. 아주 천천히 흐르기 시작했으며, 그 과정에서 점점 가속도를 붙여가며 작은 나뭇가지와 돌멩이를 품었다.

         

       그리고 그렇게 막대한 질량으로 천천히 움직이던 흙은 태양광 시설이 위치한 곳을 지나치게 되었다.

         

       풀 한 포기, 나무 한 그루 없이 태양광 패널만 빼곡하게 자리를 잡은 지역.

       완만한 다른 곳과는 다르게 약간의 경사가 있는 황무지.

         

       쿠구구궁-!

         

       완만한 속도로 움직이던 흙은 태양광 패널을 지나며 어마어마한 가속도를 얻었다.

       운 좋게 자리를 유지하고 있던 흙은 흙이 덮치자 기다렸다는 듯 합류해서 흐르기 시작했고, 경사와 질량에 힘을 얻어 빠르게, 아주 빠르게 내려가기 시작했다.

         

       쿠구구궁-!

         

       나무가 있으면 나무를 부쉈고.

       바위가 있으면 바위를 밀어내며 흘렀고.

       산사태 대비용으로 만들어놓은 펜스를 그대로 박살을 내며 아래로, 아래로 내려가기 시작했다.

         

       마을을 향해서.

       사람들이 거주하는, 산 아래를 향해서 말이다.

         

       그렇게 저주가 마을에 내렸다.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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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Shaman Desires Transcendence

The Shaman Desires Transcendence

주술사는 초월을 원한다
Status: Ongoing Author:
The shaman realized he had gained life once more. This time, he would live a life solely for transcendence, through shamanism alon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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