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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192

       

       

       

       

       

       와락!

       

       “삐유…!”

       

       아르는 자신의 품에 안긴 레키온을 보며 어쩔 줄 몰라 했다.

       나와 실비아 이외에 본모습을 보여 준 사람이 없었어서 아무래도 좀 어색한 모양이었다.

       

       나를 안을 때처럼 같이 안아 줘야 되는지 말아야 되는지 고민하는 듯, 갈 곳을 잃은 젤리가 허공을 방황했다. 

       

       “아르야, 삼촌 안 안아 줄 거야?”

       “아, 안아 줄게여.”

       

       꼬옥.

       

       결국 레키온이 보채자 아르는 그제야 조금 안심한 듯 두툼한 팔로 레키온을 안았다. 

       

       “아, 포근해. 행복해….”

       

       레키온은 아르의 목을 껴안은 채 쓰다듬다가, 왕 커진 아르의 볼따구에 손바닥을 얹었다. 

       

       “아유, 진짜 너무 귀엽네. 볼따구도 커진 것 봐. 내가 알렉스한테 얘기 듣고 얼마나 이 모습을 보고 싶었는지….”

       

       레키온은 그야말로 회포를 싹 풀어 버릴 기세로 아르의 품에 안겨 뚠뚠말랑한 촉감을 즐겼다. 

       

       “이야, 비늘도 잘 여물었네. 아주 튼튼해.”

       

       말랑한 살 쪽이 아닌 비늘 쪽도 만져 본 레키온은 척 봐도 매우 훌륭해 보이는 용의 비늘을 보며 감탄했다. 

       

       “아르야, 나랑 손 한 번 대 보자.”

       “요, 요로케여?”

       “응. 히야, 아르 손 엄청 크네.”

       

       손을 쫙 편 채 손바닥을 마주 댄 레키온이 헤실헤실 웃으며 아르의 왕 큰 젤리 감촉을 즐겼다. 

       

       아르도 이제는 긴장이 좀 풀렸는지 그런 레키온에게 눈을 접으며 웃어 보였다. 

       

       “헤헤….”

       

       원래 모습을 보고 나서도 자신을 진심으로 좋아해 준다는 사실에 안심한 모양이었다.

       

       “아유, 웃는 거 봐. 진짜 이렇게 귀여운 드래곤이 세상에 어디…. 아니, 드래곤은 처음 보긴 하지만 어쨌든 드래곤 중에서도 제일 귀여울 거야. 이건 확실해.”

       

       레키온은 아르의 커다란 손을 양손으로 잡고, 엄지로 꾹꾹 마사지하듯이 젤리를 눌렀다.

       

       “아주 신이 났네, 신이 났어. 방금까지 기절해 있던 사람 맞냐?”

       

       레키온이 호들갑을 떠는 동안 데보라도 많이 진정이 됐는지, 팔짱을 끼며 레키온에게 핀잔을 주었다. 

       

       “하하, 내가 회복이 좀 빠르잖아.”

       

       레키온의 말에 데보라의 눈썹이 꿈틀했다.

       

       “지금 그게 웃을 일이야? 내가 처음에 너 어떻게 되는 줄 알고 얼마나 걱정을 했는 줄 알아? 그냥 아르가 어깨에서 떨어진 거 하나 보고 눈이 돌아가가지고는 힘을 다 써버리고, 어? 잘못했으면 그 신성력이라는 것도 몇 달 동안 못 쓸 뻔했다잖아.”

       

       참고 있던 게 터진 듯 술술 나오자, 레키온도 심각함을 감지했는지 머리를 긁적였다. 

       

       “그건 미안. 나도 모르게…. 다음부터는 조심할게.”

       “후우…. 하여간 사과는 또 빨라.”

       

       데보라가 한숨을 쉬며 표정을 풀자, 레키온은 슬쩍 아르의 쫙 펴진 젤리를 보여주며 말했다.

       

       “뭐, 결국 다 잘 풀렸으니까 너도 귀여운 아르 보고 기분 풀어.”

       “온니두 기분 풀어여!”

       

       왕 큰 아르가 활짝 웃으며 데보라에게 팔을 뻗은 채 성큼성큼 다가갔다.

       그러자 데보라는 놀란 듯 자기도 모르게 살짝 뒷걸음질을 쳤다. 

       

       ‘앗.’

       

       그 모습을 본 나는 속으로 탄식을 뱉었다.

       

       “쀽.”

       

       아니나 다를까.

       아르는 데보라가 뒷걸음질을 치자, 그 자리에 석고상처럼 그대로 굳었다. 

       

       그러고는 곧 어깨를 축 늘어뜨리고 작게 웅얼거렸다. 

       

       “히잉. 역시 드래곤이라 아르가 시른 거예여? 그래두 데보라 온니랑 쪼끔 친해졌다구 생각했는데….”

       

       처음에는 귀여운 것에 관심이 없어 본 체 만 체했던 데보라가, 그래도 지난번에 레키온이랑 데보라가 잘 어울린다고 한 이후로 조금씩 귀여운 아르에 대한 마음을 열고 있던 게 사실이었다.

       

       지난번에는 데보라가 지나가듯이 ‘보다 보니까 뭐, 좀 귀여운 것 같기도 하고….’ 같은 말도 했었기 때문에, 안 그래도 데보라의 짝사랑 이야기에 지대한 관심을 갖고 있었던 아르는 데보라와 내적 친밀감을 쌓고 있었던 것이다.

       

       그런데 이렇게 눈앞에서 데보라가 거부 반응을 일으키듯 뒷걸음질을 치니, 뭔가 배신 당한 기분을 느낀 것 같았다. 

       

       “삐유우….”

       

       아르의 입에서 구슬픈 삐유 소리가 흘러 나왔고, 커다란 눈망울에는 순식간에 눈물이 차오르기 시작했다.

       

       “어어…? 저기, 아르야?”

       

       뒷걸음질을 친 장본인인 데보라는 이 작은 동작 하나에 이런 반응이 나올 줄 몰랐던 듯 당황해서 레키온과 나, 실비아 쪽을 바라보았다. 

       

       “…….”

       “…….”

       

       하지만 레키온과 실비아는 ‘와…. 너무했다.’, ‘우우, 쓰레기….’라는 표정으로 데보라를 바라보고 있었고.

       

       나도 장단에 맞춰 ‘저런 여린 아이를 울리다니….’라는 표정으로 데보라를 바라봐 주었다. 

       

       “아니….”

       

       데보라가 말문이 막혀 있는 동안, 아르의 눈에서는 이미 굵은 닭똥 같은 눈물이 뚝뚝 떨어지고 있었다. 

       

       “삐유우우우…. 삐유….”

       

       얼마나 서러웠는지 입까지 바들바들 떨리고 있었다. 

       

       하긴, 자기가 나서서 변신한 것도 아니고, 보여 달라기에 용기를 내서 본모습을 보여준 건데 이런 반응이 나오면 아르 입장에선 상처가 될 수밖에 없다.

       

       데보라는 그 모습을 보고 황급히 아르 쪽으로 다가와서 축 처진 어깨에 손을 얹었다. 

       

       “저기, 아르야? 방금은 내가 좀 놀라서 그랬던 것뿐이야. 절대 네가 싫어서 그런 게 아니니까 오해하지 말아 볼래?”

       “삐유…?”

       

       아르가 여전히 눈물을 뚝뚝 흘리며, 코를 훌쩍 들이마신 후 데보라를 내려다보았다. 

       

       “내가 원래 그, 애정 표현 같은 건 익숙하지도 않고 서투르거든. 그래서 네가 너무 해맑게 다가오길래 놀란 거지. 내가 귀여운 건 잘 모르지만, 널 보면서 처음으로 귀엽다는 게 뭔지 좀 알 것 같다는 생각도 했었어.”

       “삐유…. 정말루여?”

       

       아르의 울음이 조금 그칠 기미가 보이자, 데보라는 얼른 고개를 끄덕였다. 

       

       “정말로. 지금 이렇게 보니까 귀엽기도 하고, 음. 뭐랄까. 그래. 드래곤이라서 그런지 좀 늠름하고 멋지기도 하네. 아주 듬직하고.”

       

       뭔가 칭찬할 거리를 급하게 쥐어짜낸 것 같은 느낌이었지만….

       

       놀랍게도 효과는 훌륭했다. 

       

       “저, 정말여? 아르 늠름하구 멋져여?”

       

       어느새 구슬퍼 보였던 아르의 눈이 기대감으로 차오르기 시작했다. 

       

       데보라를 바라보는 눈에 총기가 돌았다. 

       

       “어, 응. 그럼! 아주 멋진데?”

       

       데보라는 생각 외로 효과가 있자 연신 고개를 끄덕이며 아르를 칭찬했다. 

       

       아르의 입이 기분 좋은 듯 벌어졌고, 아르는 나를 휙 돌아보며 말했다. 

       

       “레온, 바써? 데보라 온니가 아르 늠름하고 멋진 드래곤이라구 해 조써! 쿠왕!”

       “하하, 좋겠네. 아르.”

       

       그러자 옆에 있던 레키온도 거들었다. 

       

       “이렇게 된 김에 데비도 한 번 안아 줘, 아르야.”

       “레키온, 너…!”

       

       갑자기 안으라는 말에 데보라가 당황했지만.

       

       “온니, 고마워여!”

       

       기분이 한껏 좋아진 아르는 이미 두 팔을 벌려 데보라를 껴안고 있었다. 

       

       졸지에 아르에게 폭 안겨 버린 데보라는 얼굴을 붉힌 채 조심스레 아르를 마주 안아 주었다.

       

       “히히히.”

       

       아르는 고개를 살짝 숙여 데보라에게 볼을 부볐다.

       

       그렇게 일이 좀 수습된 후.

       

       우리는 앞으로의 계획에 대해서 좀 더 자세하게 이야기를 나누었다. 

       

       “레키온 님이 잠드신 사이에 저희가 지부를 뒤지면서 여러 가지 정보를 알아냈어요. 그중엔 하무트교의 다른 지부 위치도 있었고요.”

       “오오! 그럼 신속하게 처리를 해야겠군요. 레온 님 말씀대로라면 하무트교도 곧 그 헤카르테라는 마왕처럼 부활 의식을 준비할지도 모르니까요.”

       “네. 아마 큰 싸움을 피할 수 없을 겁니다.”

       “피할 생각은 없습니다. 그저 저는 모두의 평화를 위해 앞으로 나아갈 뿐이지요. 그 앞에 무엇이 있다고 해도요.”

       

       방금까지 아르에게 안겨서 헤실거리고 있던 모습과는 다른, 용사다운 표정으로 레키온이 말했다. 

       

       “아마 이제 제가 황실에 보냈던, 하무트교 지부에서 보낸 증거품의 진위 여부가 판정이 날 겁니다. 그럼 황실 기사단의 도움도 공식적으로 받을 수 있겠죠.”

       

       황실 기사단. 

       

       황실의 직속 부대인 만큼 한 명 한 명이 일반 기사단장급 이상의 실력을 갖춘 정예 집단이다. 

       

       물론 기사단장급이라고 해도 용사인 레키온에게 비견할 바는 아니지만, 그런 사람이 몇 명만 모여도 엄청난 전력이 되어 줄 게 분명했다. 

       

       “하긴, 레키온 님의 신성력도 완전히 회복될 때까지는 조금 기다려야 할 테니 시기도 얼추 맞겠군요.”

       

       아무리 저쪽이 준비할 시간을 적게 주는 게 좋다지만, 그렇다고 해서 이쪽이 풀 컨디션도 아닌데 달려드는 건 마왕을 상대로 무모한 짓이었다. 

       

       지금은 황실에서 오는 연락을 기다리며 며칠이라도 정비 시간을 갖는 게 나을 듯싶었다. 

       

       “그럼 일단 이 무기고랑 혹시 다른 거 또 털 거 없나 마지막으로 둘러보고 나가시죠.”

       

       아르의 젤리를 만지작거리고 있던 내가 먼저 자리에서 일어났다. 

       

       아르도 꼬리를 툭툭 털며 일어났다. 

       

       “앗, 잠깐만요.”

       “네?”

       

       레키온이 또 뭐가 생각났는지 우리를 불렀다. 

       

       “그…. 알렉스한테 남부에서 활약하셨던 이야기를 듣기로, 그때 아르가 사람 모습으로 다녔다고 하던데…. 아르야, 혹시 그 모습도 보여 줄 수 있니?”

       

       아무래도 딸내미 모드도 한번 보고 싶은 모양이었다. 

       

       “알게써여! 어려운 거는 아니에여!”

       

       아르는 곧바로 손을 번쩍 들더니, 곧 자기가 좋아하는 파란 프릴이 달린 옷을 입은 딸내미 모드로 변신했다. 

       

       “우와….”

       “와….”

       

       레키온과 데보라가 동시에 감탄했다. 

       

       그리고 놀랍게도 이번에는 데보라가 더 아르에게 관심을 보였다. 

       

       “이게 아르의 인간 모습이구나. 진짜 예쁘네….”

       “히히, 이러케 다닐 때는 레온한테 아빠라구 하구, 실비아 온니한텐 엄마라구 하구 다녀여!”

       “엄마, 아빠라…. 진짜 가족이네.”

       

       꿀꺽.

       

       데보라는 뭔가 부럽다는 눈빛으로 우리를 바라보았다. 

       

       “나도 이렇게 예쁜 딸이 있으면 좋겠네.”

       

       아르는 그 말에 천진한 눈으로 데보라를 보며 말했다. 

       

       “구럼 온니두 겨론해서 딸 낳아여!”

       

       그러자 데보라가 웃음을 터뜨렸다.

       

       “하하, 아르야. 결혼이란 건 말이야. 서로 엄청 좋아하는 사람끼리 하는 거야. 평생 함께하기로 약속하는 거지.”

       “아르두 알아여! 그러케 하면 대자나여.”

       “그게 그렇게 쉬운 게 아니란다. 내가 좋아하는 사람이 나를 좋아할 가능성이 얼마나 되겠니.”

       

       그러자 아르가 고개를 갸웃하며 말했다. 

       

       “우응? 그럼 대짜나여!”

       “그게 무슨 소리야?”

       “삼촌이 아까 온니 조아한댔는데?”

       “어?”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지아잔틴 님 10코인 후원 감사드립니다!
    꿀꿀도야지 님 55코인 후원 감사드립니다! 주문하신 대로 후원 코인은 아르에게 블랙보어 족발보쌈 비빔막국수 세트를 사 주는 데에 사용될 예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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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 Picked Up a Hatchling

I Picked Up a Hatchling

해츨링을 주웠다
Status: Ongoing Author:
But this guy is just too cut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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