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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192

       

        

        

       “…그러면, 하모니는 유진 씨 밑에서 거의 두 달이나 있었던 거네요?”

        

       “그런 셈이죠.”

        

       “그럼 선배네요. 아이구, 선배님. 절 한 번 받으세요.”

        

       “아이, 왜 그래요.”

        

        

        

        오후 8시.

        

        용산에 몰린 역대급 인파로 인해, 경기가 끝난 지 두 시간이 지난 지금까지도 교통이 혼잡하다는 내용이 TV에서 흘러나오고 있을 즈음, 응접실에 모이게 된 나와 다이스, 그리고 하모니 일행은 QnA를 빙자한 수다를 떨고 있었다.

        

        까놓고 말해 크게 의미는 없었다. 어디 송출되는 인터뷰도 아니고, 이들이 스트리머라고는 해도 현재 실시간 스트리밍을 하고 있지도 않았으니. 게다가 반쯤 오프 더 레코드도 겸하였기에, 그냥 단순한 대화에 훨씬 더 가깝다고 할 수 있었다.

        

        물론, 세상 모든 일에 반드시 의미가 있어야만 할 필요는 없다. 그래도 굳이 살을 붙인다면 인파가 많이 줄어들 때까지 시간을 알차게 보내게 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걸지도.

        

        

        한편, 하모니는 오늘 친해지고자 하는 목표를 다이스로 잡았는지, 그동안 나와 함께 하면서 받은 울분인지 뭔지를 열심히 풀어놓고 있다. 주된 내용은 내 밑에서 받은 트레이닝에 대한 거였고.

        

        여기서까지 누가 더 힘들었는지를 따지지만 않는다면 상관없겠거니 하면서, 나 역시도 시선을 정면으로 돌린다. 다이스와 하모니가 각자의 대화로 바쁘듯 이쪽도 여러 질문을 받았기 때문이었다.

        

        하모니의 동료 스트리머인 리밋과 김스톤 – 현아라고 불러달라는 요청을 받았다 – 그리고 호떡.

        

        이들은 하민아를 도대체 어떻게 굴렸기에 그렇게까지 실력이 확 늘었는지에 대해 많은 관심이 있는 눈치였다.

        

        

        

       “저나 다이스가 했던 인터뷰를 보신 적 있으신가요? 기본적인 골자는 인터뷰를 통해 일관적으로 언급했었던 걸로 기억하는데.”

        

       “네. 대충 기억은 하는데…그러면 하모니의 플레이도 그 정도로 상세하게 분석해주셨겠네요? 대단하다. 오래 걸리지 않아요?”

        

       “사람이 많으면 그럴 수도 있겠지만, 그때는 단 한 명 뿐이었으니까요. 그래서 이번 아시아 예선전 준비 단계 때는 많이 힘들었네요. 18명이나 되는 인원들을 전부 상세히 확인하기에 4주는 좀 짧아서.”

        

        

        

        게다가 말이 4주지, 앞의 2주는 휴식과 광고, 스케줄 소화 등으로 온전히 집중이 어려웠단 점을 감안하면 하루에 한 명씩 분석을 끝마쳐야만 했다.

        

        분석 엔진 뿐만 아니라 그동안 쌓아왔던 경험들이 없었다면 곱절은 시간이 걸렸을 거다. 물론 거기까지는 이야기하지 않고 그저 속으로만 삼킬 뿐.

        

        다시 주제는 하모니를 향해 넘어간다.

        

        

        

       “제가 추구하는 방향성을 쉽게 설명하자면…한 사람의 실력을 다각형의 스테이터스로 표현한다고 가정하면, 모든 방향이 고르게 성장하는 걸 목표로 합니다. 제 역할은 영별히 부족한 부분을 최대한 빠르게 메울 수 있도록 도와주는 거고요.”

        

        

        

        테이블 위에 놓여진 초콜릿 음료수를 쭉 빨아 목구멍으로 넘긴다.

        

        경기장 건물 내에 입점한 카페에 요청하여 받아온 프라페였다.

        

        

        

       “…하모니는 사실 모든 면에서 부족했죠. 일반인이니 당연한 거지만…그래서 실전 위주로 강하게 굴려 센스와 전술 기동을 익힐 수 있도록 도왔던 것 같네요. 실전으로 채워지기 어려운 부분은 사격장에서 할 수 있는 모든 방법을 통해 메워줬구요.”

        

       “아하, 실질적으로는 거의 밀착 강의였네요. 게다가 메인 미션도 전부 매우 어려움 난이도로 두 명이서만 밀었던 것 같은데….”

        

       “잘 짚으셨네요.”

        

        

        

        하루에 최소 8시간, 많으면 12시간.

        

        그렇게까지 했는데 실력이 늘지 않을 리가 없었다. 성별을 비롯한 개인적인 특색과는 일절 상관없이 그건 당연했다. 한계점이 다른 이들에 비해 낮을 수는 있어도, 노력을 통해서 일류 수준에 다다르는 건 충분한 노력이 뒷받침되면 가능하다.

        

        그래서 뒷받침해줬고, 하모니는 그 동아줄을 잡고 올라왔다. 물론 당사자의 말로는 ‘줄을 잡았더니 내가 강제로 끌고 올렸다’급이긴 한데, 결과가 좋으면 됐지.

        

        

        

       “이제 궁금증이 좀 풀리셨나요?”

        

       “어…궁금한 건 풀렸는데, 전말을 듣고 나니 알아도 못 따라하겠네요.”

        

       “하하.”

        

        

        

        결국 이를 요약하자면, 안 되면 될 때까지.

        

        원래 어려워보이는 세상의 모든 원리들이란 다 그런 법이다.

        

        물론 이들은 여전히 궁금한 것이 많았다.

        

        

        

       “그러면 하모니의 실력은 지금 어느 정도인가요?”

        

       “글쎄요. 판단하기엔 아직은 이르네요.”

        

        

        

        정말 이것저것 다 떼고 말하자면, 아마 2개월 정도만 더 가르치면 적어도 어디 가서 얻어맞고 다닐 정도는 아닐 것이다. 요컨대 한국에서는 최상위권에 속할 거란 소리였다.

        

        단순히 게임에 한정한다면 일단은 그러했다. 현실로 범주를 넓힌다면 아직 가야할 길이 멀었지만, 그 분야들은 앞으로 하모니와는 영영 관련이 없을 테니 – 까놓고 말해 산악, 늪지, 사막, 하천을 누빌 이유도 없고, 생존술과 고공 다이빙을 익힐 이유도 없으니까.

        

        

        잠시 이야기가 샜다.

        

        그런 김에 저들이 조금 더 알기 쉽도록 익숙하게 표현해보도록 하자.

        

        

        

       “그래도 아마, 두세 달 정도만 더 있으면 어디 가서 실력이 부족하단 소리는 안 듣지 않을까.”

        

       “…그 ‘어디’가 설마 프로계는 아니겠죠?”

        

       “하하.”

        

        

        

        그건 하모니 본인의 의사에 달린 게 아닐까 – 물론 이 말은 목구멍에서 억눌려 나오지 못했다. 하지만 제대로 가르친다면 아마 프로계에서 활동하는 것도 불가능하다고는 볼 수 없겠지.

        

        트레이닝과 커리큘럼이라는 게 원래 일반인을 인간흉기로 만드는 것임을 감안한다면 충분히 있을 수 있는 일이라고 생각한다.

        

        아무튼 그렇게 대화를 나누고 있자니 이어지는 말.

        

        

        

       “혹시 하모니가 스트리머 대회 관련해서 무어라 말한 적 있나요?”

        

       “처음 들어보네요.”

        

       “아하.”

        

        

        

        하모니와 시선이 마주친다.

        

        그러나 눈을 피했다. 구체적으로는 내가 먼저 시선을 피했다 – 만약 하모니가 정말로 내 도움을 필요로 했다면 진즉에 이야기를 꺼냈겠지. 그런 이야기가 없는 걸로 봐선 관여할 바가 아니었다.

        

        나중에 두 명이서 대화를 할 때 은근슬쩍 안건으로 올라온다면 몰라도.

        

        하모니 역시 아무런 말이 없었다. 그래도 그것과는 별개로 어떤 대회를 하는지는 상당히 궁금했기에 한 번 물어볼 예정이긴 했다 – 같은 스트리머의 입을 빌어 나온 이야기니만큼 아마 그쪽과 관련되었을 확률이 높겠지. 그렇다면 AP처럼 많은 플레이어를 필요로 하는 쪽은 안 할지도.

        

        

        기억을 뒤져보았다. 하모니랑 했던 PVP 모드의 종류가 어떤 게 있더라. 생존도 있었고, 팀 식스 모드도 있었다. 미관측구역 탈출은 자세히는 모르겠고…만약 스킬까지 허용된 무제한적 소규모 PVP인 폴른 모드를 한다면 도움을 많이 줄 수 있을지도 모르겠다.

        

        이카루스 기어 내에 잠든 스킬 관련 민감한 데이터들을 방출할 필요는 없어도, 변절 오퍼레이터들을 상대하며 쌓았던 경험들은 결코 사라지지 않기 때문에.

        

        물론 그녀가 기꺼이 이를 수용한다는 가정 하의 이야기지만.

        

        

        그렇게 얼마나 지났을까, 어느덧 시간은 자정을 향해 달려가고 있었다.

        

        

        

       “…와, 어떻게 벌써 9시지? 생각보다 시간이 엄청 빠르네요.”

        

       “그러네요. 이 즈음이면 슬슬 바깥도 꽤나 한산해졌을지도 모르겠는데….”

        

        

        

        기회가 생겼으므로 빠르게 확인.

        

        바깥의 CCTV와 뉴스 등을 체크한 결과, 외부는 관람객 대신 어느덧 자원봉사자들과 이카루스 측에서 고용한 환경미화원들로 가득했다. 수십만 명이 버리는 쓰레기들의 양이란 어메이징한 것이었다.

        

        물론 무단 투기는 아니었다. 곳곳에 수천 개의 쓰레기통이 설치되어 있었지만, 몇 번이고 비닐봉지를 갈아도 부족한 건 부족한 거였단 뜻이다.

        

        이야기가 조금 다른 길로 새긴 했지만, 결과적으로는 슬슬 움직여도 될 것 같았다.

        

        

        

       “이제부터는 자유롭게 돌아가도 되겠네요. 아직 지하철역은 난장판이라고는 해도, 차량은 괜찮을지도…확신은 없긴 하네요.”

        

       “와, 3시간이나 걸려서 다 빠지다니. 자칫하다 저녁을 9시에나 먹고 들어갈 뻔했네.”

        

       “으, 언제 집에 가지…쌤, 여기 남는 자리 없어요? 저도 여기서 잘래요.”

        

       “…요즘은 왜 이렇게 재워달라는 사람이 많은지.”

        

        

        

        그와 동시에 몇몇과 시선을 마주한다. 다이스와 하모니를 번갈아 살펴보자 다들 씩 웃는다. 하모니가 다이스에게 알려줬든 혹은 그 반대이든 분명히 뭔가 오고가는 말이 있었던 건 확실한 듯했다.

        

        자연스럽게 피식 웃음이 나왔다.

        

        

        

       “내일 다시 와요.”

        

       “아무래도 그래야겠네요.”

        

        

        

        그리고 그 뒤, 피곤하다는 듯 머리를 이리저리 꺾은 호떡이 덧붙였다.

        

        

        

       “오늘 정말 즐거웠습니다. 앞으로도 부디 건승하셨으면 좋겠고…어, 아바타가 아바타가 아닐 거라곤 상상도 못 했네요. 저도 방송 초창기엔 그런 반응이긴 했는데, 유진 씨는…나중에 정체 공개할 예정이신가요?”

        

       “구체적이진 않지만, 적어도 이번 년도 안에 그러려고 생각은 하고 있죠. 조금만 이리저리 돌아다녀도 바로 티가 나는 타입이라, 계속 숨기는 건 불가능할 거예요. 아마 3개월만 방송 더 하고 있어도 다들 알지만 모르는 척할 걸요.”

        

       “그도 그렇겠네요, 하하.”

        

        

        

        그 다음은 리밋. 현실에서는 훤칠한 인상의 남자였다.

        

        아바타에 대해 거론하면 좀 그럴까봐 일부러 평이한 인삿말로 시작했더니, 굳이 안 참아도 된다고 말해주더라.

        

        그래서 말해주었다.

        

        

        

       “아바타는 계속 쓰시나요?”

        

       “푸큽….”

        

       “…써야죠. 어쨌든 시청자랑 합의해서 만든 건데. 그리고 게임 시작한 지 6개월 정도밖에 안 지나서 공식 대회는 안 봤었는데, 생각보다 많은 분들의 아바타가 현실이랑 성별이 달라서 놀랐네요. 그러면 그냥 계속 써도 되지 않을까 하고….”

        

       “오, 암컷타락.”

        

       “이…그렇게 말하지 마, 이 망나니들아!”

        

        

        

        그리고 마지막으로는 김스톤, 현실 이름으로는 김현아.

        

        하모니와 비슷한 키에 약간의 웨이브가 들어간 검은 머리. 꽤나 당찬 인상을 지닌 그녀가 느닷없이 덧붙였다.

        

        

        

       “앞으로도 우리 하모니 잘 부탁드려요!”

        

       “…네?”

        

       “야! 뭔 소리야!?”

        

        

        

        하모니의 고함이 메아리처럼 퍼졌다.

        

        아무래도 이 사람은 이해하기 힘들 듯한 느낌이었다.

        

        

        아무튼 그렇게 모두와 인사를 마치고, 하모니와도 몇 마디 나눈 뒤 헤어졌다. 어느새 텅 비어버린 응접실. 그러나 바깥에서 들려오는 자국, 또는 타국 프로게이머들의 목소리 때문에 그리 적막하지는 않았다.

        

        우리 역시도 슬슬 방으로 돌아갈 차례였다.

        

        

        

       “어으, 피곤해라. 씻고 누워야겠네요. 먼저 씻을 건가요?”

        

       “저는 아무래도 상관없어요.”

        

       “그럼 염치불구하고 먼저 씻으러 들어가겠습니다….”

        

        

        

        피곤함이 뒤늦게 몰려온 듯한 다이스가 먼저 비척거리며 응접실을 나갔다. 무언가 놓고 간 게 없나 하면서 마지막으로 체크한 후, 불을 껐다.

        

        문을 닫음과 동시에 덧붙였다.

        

        

        

       “디브리핑 있으니, 22시 30분까지 한국 선수 모인 방으로 집결해요.”

        

       “으에에엑….”

        

       “그리 길지는 않을 거예요.”

        

        

        

        예상했던 반응.

        

        그리고 단체 메시지를 전송하게 되면 또 비슷한 반응이겠지만, 어쩔 수 있나. 이건 필수였으니.

        

        한층 더 비척거리기 시작한 다이스의 등에 대고 덧붙였다.

        

        

        

       “오늘 하루 수고했어요.”

        

        

        

        그에, 그녀는 몸을 휙 돌려 작게 웃었다.

        

        더 이상의 말은 필요하지 않았다.

        

        토요일이 저물고 있었다.

        

        

        

        

        

        

        

        

        

        

        

        

        

        

        

        

        

       “어으.”

        

       

        

        온 몸이 졸음에 절었다.

        

        수많은 훈련과 실전으로 다져진 몸이라고는 하지만, 금요일 온종일 이어진 하드 트레이닝 이후 두어 시간이나 잤을까, 느닷없이 시작된 정기 테스트. 쉽게 말해 자다가 총 들고 튀어나간 뒤, 주어진 임무를 달성하는 것이었다.

        

        안 그래도 피곤하고 비몽사몽한 상태에서 주어지는 길고 복잡한 목표와 건물 내 청사진 확인. 그 후 즉각 투입되어 실전 사격. 당연하게도 일정 이상의 사격 정확성은 반드시 갖춰야만 했다. 그렇지 않으면 짐을 싸고 나가야만 했으니.

        

        꼴랑 10분 안에 모든 타격팀 임무를 마치고, 다시 샤워. 그 후 새벽 내내 경기 관람까지. 대략 오전 7시 쯔음에 숙소로 복귀하여 곯아떨어진 이후, 기상 시간은 무려 오후 3시.

        

        본래라면 좀 더 잘 수 있었겠지만, 코 끝을 맴도는 음식 향기 때문에 깨어버렸다.

        

        그 정체는 대강 예상이 갔다.

        

        

        

       “왜 그렇게 죽상이에요, 오웬스 상사님.”

        

       “블루 카드 받았다고 아주 제 집마냥 드나드는군.”

        

        

        

        익숙한 얼굴이 보였다.

        

        마치 자기는 상시 만전이라는 듯 멀쩡함을 넘어 탱글탱글하기까지 한 백옥같은 피부. 잠입과 침투, 휴민트 업무는 죽었다 깨어나도 못할 것 같은 발현자 특유의 이질적인 외모 – 구태여 설명할 필요도 없었다.

        

        과거 유진과 함께 자신과 함께 다니던 태스크포스 대거 소속이자, 바로 어제 다시 얼굴을 비춘 로건…로라 블레미스. 북극곰 몸에 마취총 대신 여자로 변하는 약물이 든 총을 쏘면 저렇게 될까 싶은 모습이 앞에 있었다.

        

        왜 자기 개인실까지 들어와서 밥을 만들고 있는지는 모르겠는데.

        

        

        

       “방문은 어떻게 열고 들어왔나?”

        

       “노크해도 아무런 반응 없길래, 옛날에 쓰던 비밀번호 그대로 입력했죠. 그리고 통장에 100달러 입금했으니 그걸로 문고리 바꾸세요.”

        

       “뭐?”

        

       “하도 뻑뻑해서 힘 좀 줬더니 망가졌거든요.”

        

        

        

        하여간 빌어먹을 발현자들 같으니라고. 힘조절은 개나 줘버렸구만.

        

        어쨌든 테이블 위에 올라온 아침 식사는 외관상으론 상당히 멀쩡했다. 소시지와 베이컨, 잘 구워진 빵, 스크램블드 에그. 하나같이 구우면 냄새가 이만큼 나는 것들이었기에 창문을 활짝 열어제껴 환기를 시행했다.

        

        물론, 맛은 없을 리가 없었고.

        

        

        결혼 농담이라도 할까 했지만, 맞아 죽을 수도 있을 듯했기에 묵묵히 입으로 음식을 쑤셔넣고 있었을까.

        

        의자를 집어와 앞에 앉은 로라가 이런저런 화제를 던져댔다.

        

        

        

       “어제 경기는 좀 볼 만했어요?”

        

       “허구한 날 보는 게 전투 녹화 영상인데, 이제 와서 뭔가 더 듣고 싶은 말이 있나?”

        

       “그러니까 선임관이 아직도 독신인 거예요. 좀 더 상대방한테 맞춰줄 필요가 있다니까요.”

        

       “상대방한테 맞추는 게 총알 말고 다른 게 있다니, 놀랍구만.”

        

       “하이구, 진짜 미친 사람 같으니라고.”

        

        

        

        어이가 없다는 듯 그녀는 웃음을 터뜨렸다.

        

        물론 무슨 이야기를 원하는지는 진즉에 알고 있었으니, 그에 적당히 맞춰줄 뿐.

        

        

        

       “유진 이야기라면 어제 하지 않았나?”

        

       “그거 말고요. 한국 유저들 플레이 봤어요? 전반적으로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수준이 높았다고요.”

        

       “그 녀석이 직접 가르치거나 했겠지. 도대체 얼마나 굴려댔는지는 몰라도, 꽤나 고생 좀 했겠어.”

        

        

        

        컵에 가득히 담긴 우유를 들이켰다. 십수 시간 내내 아무 것도 먹거나 마시지 않았기에 맛은 짜릿했다.

        

        입가에 은은히 맴도는 미약한 단 맛과 고소함. 그제야 정신이 좀 들었다 – 그리고 정신이 좀 들자, 아까보다는 조금 더 사소한 이야기들이 오간다.

        

        

        

       “전담 건스미스랑 숙소, 스쿼드는…내년부터 배정인가.”

        

       “그렇죠. 이번 년도는 다크 존 선수로 뛰어야 하니, 따로 신청도 안 했구요.”

        

       “유진 이기고 올 수 있겠나?”

        

        

        

        그러자 이어지는 적막.

        

        그녀는 작게 웃으며 덧붙였다.

        

        

        

       “솔직히 그다지 자신은 없네요. 걔만큼 전투에 천부적인 재능을 가진 애가 어딨다고. 노력은 해보죠.”

        

       “그럼 됐다.”

        

        

        

        적막과 소음이 연이어 이어지는 가운데, 마지막 이야기.

        

        

        

       “얼마 전에 키신저가 NSA에 다녀왔다고 하더라고요. 유진 군경력 문제로 솔로몬 국장이랑 논의하고 왔다는데…그러면 걔는 계급은 어디서 시작하죠? 중사?”

        

       “….”

        

        

        

        대답은 없었지만, 그것이 곧 대답이었다.

        

        

        달그락.

        

        식기 굴리는 소리만이 울려퍼질 뿐이었다.

        

        델타의 하루는 이토록 고요했다.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아시아 예선전은 199화를 끝으로 종료됩니다

    학교 다니는 와중에 소설쓰는건 너무 힘드네요

    개같은 개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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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 Have Returned, but I Cannot Lay down My Gun

I Have Returned, but I Cannot Lay down My Gun

귀환했지만, 총을 놓을 수는 없습니다
Score 4.1
Status: Ongoing Type: Author: Native Language: Korean

Just the fact that I came back couldn’t be the end of everythi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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