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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192

       쿠우우웅!

         

       어마어마한 압력이 아스모데우스를 짓눌렀다. 순식간에 뼈가 으스러지고, 내장이 터져나갔다.

         

       “아흐윽……!!”

       

       아스모데우스는 단순히 올리비아의 가슴팍을 꿰뚫기만 한 것이 아니다. 심장을 붙잡은 손을 등으로 튀어나오게 한 것으로 모자라 쥐어짜듯 터뜨리기까지 했다.

         

       분명, 거기서 끝났어야 했는데.

         

       올리비아는 아무렇지 않다는 듯 일어났다. 그녀의 재생력은 아스모데우스를 아득히 초월해 있었다.

         

       [알고 있잖아.]

         

       아스모데우스의 어깨가 가늘게 떨렸다.

         

       “……아니야.”

         

       아스모데우스의 뇌리에는 한 가지 가능성만이 미친듯이 번뜩였다.

         

       초월의 영역조차 초월하여, 세계의 법칙 자체를 억지로 해체하여 재창조해내는 존재들.

         

       아스모데우스가 가장 두려워했던 신이자, 모든 악마들의 창조주.

         

       “아니야, 아니야, 아니야!!!”

         

       그것이 이 상황을 설명할 수 있는 가장 끔찍하면서도 유일한 가능성이라는 것을 깨달았으면서도, 아스모데우스는 미친듯이 중얼거리며 고개를 가로저었다.

         

       “죽어, 이 망할 이단자……!!”

         

       아스모데우스는 고함을 지르며 마기를 끌어모았다. 직후 아스모데우스의 손끝에 모여든 검붉은 화염이 올리비아의 가슴팍을 파고들었다.

         

       극한까지 증폭된 흑염. 그것을 만들어낸 아스모데우스조차 버텨내기 힘들 정도로 뜨거운 열기.

         

       콰아아아아아!

       

       여전히 아무런 대응도 하지 않고 가만히 서 있는 올리비아에게 분노와 멸시를 느끼며 쉴새없이 흑염을 때려박는다.

         

       시간이 갈수록 결계 내부의 온도가 기하급수적으로 치솟고, 사방에 산재되어 있던 마기들은 흑염의 크기를 키우기 위한 제물로 전락한다.

         

       “좀, 좀, 좀 죽어! 죽으라고!”

         

       이런 싸움은 바라지 않았다. 상대가 피한다면 얼마든지 대응할 방법이 있다. 방금처럼 맞불을 놓아도 마찬가지다. 하지만, 올리비아가 선택한 방법은 아스모데우스의 예상을 아득히 벗어나 있었다.

         

       마왕 아스모데우스가 직접 만들어낸 흑염.

         

       초월자조차도 잿더미로 만들어버릴 공격을, 올리비아는 아무렇지 않게 받아내고 있었다.

         

       아니, 받아내는 수준이 아니다.

         

       흑염은 올리비아의 육체와 닿는 즉시, 마기의 형태로 분해되어 흡수된다. 아스모데우스는 덜덜 떨리는 눈으로 그 광경을 지켜보았다.

         

       경악성이 짙어진 아스모데우스의 눈동자 너머로, 미소를 피워올리던 올리비아가 속삭이듯 말했다.

         

       [아직 제대로 시작하지도 않았어.]

         

       다음 순간, 올리비아의 온 몸이 어둠 속으로 사라졌다. 단순히 기척을 감춘 수준을 넘어, 존재 자체가 사라진 것만 같았다.

         

       어둠이 소름끼치는 비명을 내질렀다. 그 비명에 공명한 공간이 미친듯이 떨려왔다. 빛이 사라지고, 고요한 어둠이 강림했다. 마기를 부여해 안력을 강화시켜도,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다.

         

       아스모데우스의 눈이 파르르 떨렸다. 지금 느끼는 이 감정이 낯설었다. 미친듯이 솟아오르는 공포라는 감정이.

         

       어떻게 해야 하지? 어떻게 해야, 살 수 있지? 방법을 찾아내야 한다. 자신은 불멸의 존재. 스스로 죽기를 원하기 전까지는 절대로 죽지 않는다. 반드시 올리비아를 처죽이고 살아나갈 것이다.

         

       올리비아가 이대로 자신을 두고 갔을 리는 없다. 분명 어딘가에서 자신을 지켜보고 있을 것이 분명했다.

         

       아스모데우스의 어깨가 바들거리며 떨렸다. 한치 앞도 보이지 않는 어둠으로 나아가기가 두려웠다.

         

       사냥당하고 있다.

         

       이런 입장에 선 것은 처음이었기에, 어떻게 대응해야 할 지도 알지 못했다. 애써 짓누르고 있던 불안감이 강하게 솟구치고 있었다.

         

       올리비아가 만들어낸 이 공간 안에서는 아무런 소리도 들리지 않는다. 자신의 숨소리조차도. 그것이 무슨 의미인가.

         

       아스모데우스가 그 이유를 제대로 생각하기도 전에, 사방에서 기시감이 느껴졌다.

         

       스스스스스…….

         

       수천 마리의 뱀들이 몸을 흝고 지나가는 것 같은 감각.

         

       무엇인가, 아스모데우스를 향해 다가오고 있었다.

         

       “……어, 아……?”

         

       손에 들고 있던 마검의 무게가 느껴지지 않았다. 갑자기 몸이 가벼워진 것만 같은 기분에, 아스모데우스가 몸을 내려다보았다. 팔이 보이지 않았다. 눈을 치켜뜸과 동시에ㅡ다리가 사라졌다.

         

       “아아아아악!”

         

       끔찍한 고통에 비명을 지르기 무섭게, 어둠이 터지듯 쏘아졌다. 시야가 기우뚱 무너지며 바닥에 철푸덕 쓰러졌다. 아프다. 죽인다. 죽여, 죽여버린다. 아스모데우스는 붉게 충혈된 눈으로 미친듯이 주변을 두리번거렸다.

         

       활짝 펼쳐진 손바닥에서 마기가 퍼부어졌다. 처음과는 비교할 수 없을정도로 난폭한 기운을 머금고 있었지만, 그뿐. 어둠 너머로 나아간 순간 고요에 파묻혀 소멸한다.

         

       “이, 이건…….”

         

       ‘어둠’이 순식간에 포위망을 좁히고 다가왔다. 공포 때문에 판단이 빠르게 되지 않았다. 아차하는 사이, 순식간에 다가온 ‘어둠’이 아스모데우스를 집어삼켰다.

         

       “……!!”

         

       어둠에 삼켜진 아스모데우스는 부릅뜬 눈으로 주변을 보았다.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다. 아무것도 느껴지지 않는다. 그리고 이내 그런 ‘생각’마저 끊겨버린다.

         

       모든 것이 정지해버린, 끔찍한 고요.

         

       그 한가운데에서 수명이 다한 기계처럼 멍하니 서 있던 아스모데우스의 정신에 누군가의 기억이 깃든다.

         

       한 여인의 기억.

         

       하얀 눈발을 휘날리며 뇌전을 쏘아대는 여인. 가히 초월자라고 해도 부족함이 없는 여인의 눈 앞에 나타난 것은, 눈동자만 수천 미터에 달하는 거대한 어떤 존재.

         

       쳐다보는 것만으로도 의식을 놓아버릴 것만 같은 위압감 속에서도, 여인은 익숙한 듯 전투를 이어나간다.

         

       그녀의 곁에서 함께 싸우는 동료들의 면면은 매번 달라진다. 하지만, 그녀만큼은 변하지 않는다.

         

       스스로의 공능으로 신을 죽이고, 그 위업을 수천 개의 세계선에서 끊임없이 이어가다가.

         

       마침내, 답을 찾아낸다.

         

       “아으, 아으아……!”

         

       가까스로 현실로 돌아왔지만, 정신이 희롱당한 탓에 언어조차 구사할 수 없다.

         

       머나먼 세계선들의 기억과, 눈 앞의 현실이 겹쳐진다.

         

       “끄흐, 크하악……!”

       

       아스모데우스는 틀리지 않았다. 올리비아가 내뿜는 기운은, 분명 그녀가 기억하던 마신과는 달랐다.

         

       하지만 그런 결론에 도달했으면서도, 아스모데우스의 안색은 스스로도 놀랄 만큼 딱딱하게 굳어 있었다.

         

       “도대체……도대체 무슨 짓을 하려는 거냐……!!”

        [방금 봤으면 알 거 아니야.]

         

       올리비아는 그렇게 말하며 양 손을 끌어모았다.

         

       당연한 이야기였지만, 마신의 불멸성은 마왕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강력하다.

         

       오죽했으면 그 주인인 마신의 의지조차 거역할 정도로.

         

       마신을 완전히 소멸시켰음에도, 잔재의 형태로 남는 이유는 그것 때문이었다.

         

       [소멸하지 않는 존재를 소멸시키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할까.]

         

       올리비아가 담담하게 말했다.

         

       [불멸성이 주인의 의지를 거역할 정도라면, 역으로 그것을 이용할 수도 있다는 소리겠지.]

         

       동시에 올리비아의 등 뒤에서 떠오르는 무수한 원한.

         

       한 세계를 몰살시킨 것을 넘어, 우주의 모든 차원을 멸망시킨 미치광이에게 쏘아지는 증오.

         

       아스모데우스는, 감히 그 어둠을 마주볼 수조차 없었다.

         

       그저 바닥에 축 늘어져 푸들거리며 떨고 있을 뿐.

         

       눈물과 콧물, 혈액과 뇌수가 아무렇게나 뒤섞인다. 근육과 힘줄이 떨어져나가고, 관절과 뼈가 아무렇게나 뒤틀린다.

         

       “아으으으……!”

         

       아스모데우스는 그제서야 이 어둠이 무엇에서 비롯되었는지를 깨달았다.

         

       생명도, 죽음도 없는 세계.

         

       공허.

         

       [수많은 시행착오를 겪은 뒤에야 깨달았지.]

         

       모두를 구하기 위해, 모두를 죽여야 했다.

         

       [이게, 유일한 방법이라는걸.]

         

       츠츠츠츠츠…….

         

       올리비아가 양 손을 털어내는 것과 동시에, 공허의 기운이 담긴 단검이 허공에서 모습을 드러냈다.

         

       “……아으, 아으아아……!”

         

       단검을 마주한 순간, 아스모데우스는 질겁을 하며 뒷걸음질쳤다. 온 몸에서 피를 줄줄 흘리면서도, 온몸을 질질 끌어가며 바닥을 기면서도, 어떻게든 올리비아와 멀어지려고 했다.

         

       그 잠깐 사이에 대체 몇 번을 죽었는지 셀 수도 없었다. 정신은 수복되기 무섭게 무너졌고, 육체는 끊임없이 붕괴했다.

         

       ‘……죽고 싶어.’

         

       소멸하기를 바랬지만, 그조차도 마음대로 할 수 없었다. 올리비아는 죽음조차 허락하지 않았다.

         

       도도하고 오만했던 아스모데우스는 더 이상 존재하지 않았다. 올리비아의 정체를 깨달은 순간부터, 그녀는 모든 희망을 잃었다.

         

       처음 만났던 그 순간부터, 초월자의 인두겁을 둘러쓴 악신은 자신의 파멸을 바라고 있었을테니까.

         

       터억.

         

       아스모데우스는 벌벌 떨리는 손을 뻗어 올리비아의 발을 붙잡았다.

         

       “……제발, 제발. 죽여주세요…….”

       [물론 죽일거야.]

         

       아스모데우스의 눈가에 화색이 돌기 무섭게, 올리비아가 말을 이었다.

         

       [내가 죽었던 만큼 죽인 이후에.]

         

       그 말에 아스모데우스의 얼굴이 절망으로 물들었다.

         

         

       *****

         

         

       어느 순간을 기점으로 아스모데우스는 말 그대로 망가졌다. 여전히 육체는 재생했지만, 한 번 무너진 정신은 다시 되돌아오지 않았다.

         

       “아우……아우우…….”

       

       아스모데우스의 얼굴은 공포와 고통으로 일그러져 있었다. 정신이 무너진 그녀가 할 수 있는 건 알 수 없는 말을 지껄이며 입술을 끔뻑거리는 것 뿐.

         

       올리비아는 오른손에 들린 단검을 아스모데우스의 가슴에 처박아넣었다.

         

       화아악…….

         

       어둠이 잦아든다. 아스모데우스의 육체를 구성하는 마기가 단검으로 빨려들어갔다.

         

       곧, 아스모데우스는 흔적 하나 남기지 못하고 소멸했다.

         

       올리비아는 잠시 허공을 응시하며 숨을 골랐다. 온 몸이 뻐근했고, 심장은 미친듯이 뛰었다.

         

       ‘……아직, 아직은 아니야.’

         

       올리비아는 호흡을 가다듬으며 결계를 거두었다.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오늘도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Ilham Senjaya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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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 Became the Witch Who Destroyed the World

I Became the Witch Who Destroyed the World

세계를 멸망시킨 마녀가 되었다
Score 4.0
Status: Ongoing Type: Author: Native Language: Korean

I destroyed the world to see its Annhiliation Ending.

And I possessed my Character Olivia in the game.

However… … .

[The world is rebuilt.] – NPCs killed by you return.

– Princess Aria hates you.

– Sword Saint Kiel wants to slit your throat.

… … Isn’t that a bit of a regressi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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