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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192

       저들끼리 떠드는 이들의 대화만 보아도 내일의 채팅창이 선명하게 보이는 듯하구나.

       

       광기에 휩싸여 온갖 헛소리와 기괴한 이모티콘이 올라올 것을 생각하니 현기증이 나는 것 같았다.

       

       <난리가 났네요.>

       

       생각해보면 괘씸하기도 하구나.

       

       신교의 일원이라 주장하는 것들이 어찌 감히 본인에게 대든단 말인가.

       

       아무리 본인이 저런 격식 없는 모습이 좋아 방송에 흥미를 지니긴 했다만 그래도 너무 격식이 없는 것 아닌가?

       

       <다들 화령님이 보여주는 멋진 모습에 굶주려 있으니까요.>

       <굶주리다뇨?>

       <최근에 방송에서 다른 강자랑 싸우는 거 잘 안 보여 주셨잖아요.>

       

       그랬던가?

       

       최근에 엔리의 팀원들을 괴롭히는 것만을 보여주기만 했지.

       

       <그런 와중에 멋있는 광경을 혼자서만 간직하려 하시니까 다들 화가 난 거죠.>

       <그게 화가 날 이유인가요?>

       <물론이죠!>

       <…하린?>

       

       설마 싶다만 하린 이 녀석도 커뮤니티에서 불을 지피고 있는 사람 중 하나인 게 아닐까.

       

       그런 의심을 담아 되물었더니 하린이 농담이라며 그를 부정했다.

       

       <그치만 아쉬운 건 진심이에요. 화령님이 싸우는 모습은 하나하나가 명장면인걸요.>

       <그런가요?>

       <네! 방송을 하는 게 귀찮으시다면 나중에 마이튜브에라도 올려주셨으면 좋겠어요!>

       

       마이튜브인가.

       

       그렇게라도 내가 싸우는 모습을 보고 싶다는 심정은 이해했으나 그는 아마 불가능할 것 같구나.

       

       <기록한 게 아무것도 없는데요.>

       

       나는 단 한 번도 따로 영상을 녹화한 적이 없다.

       

       그러니 내가 백화령과 싸운 것이라던가, 혈교주를 제압한 것이라던가, 하는 장면은 보여주고 싶어도 보여줄 수 없으리라.

       

       <괜찮아요! 그거 자동으로 녹화되거든요!>

       <네?>

       

       하린이 말을 하길 VR기기는 따로 설정을 건드리는 게 아니라면 자동으로 영상을 녹화하는 모양이었다.

       

       호오. 그렇더냐?

       

       나는 그런 기능이 있는 지조차 모르는 상태였으니 아마 영상들은 그대로 남아있겠구나.

       

       허나 영상이 있더라도 문제는 그것만이 아니었다.

       

       게임 상에서 내가 다른 이들과 나눈 대화도 문제였다.

       

       이 게임에 사는 이들에게는 본인이 백화령임을 이야기하더라도 크게 문제가 되지 않는다.

       

       저들은 어차피 화룡무인의 세상에 사는 존재들이니 말이다.

       

       어디까지나 그들에게 신기하고 기이한 존재라 여겨질 뿐 그 이상으로 문제가 커지진 않는다.

       

       내 말할 대상을 분별하고 있기도 하고.

       

       허나 현대의 사람들은 다르다.

       

       만약 그들에게 본인의 이상성이 알려진다면 그게 얼마나 큰 화제가 될지.

       

       그는 분명 지금 본인이 즐기는 유유자적한 삶에 커다란 풍파가 되겠지.

       

       그런 건 사양이다.

       

       <안에 있는 대화를 들려주고 싶지 않으신 거라면 목소리만 제거하는 기능도 있어요.>

       <…그런 것도 있어요?>

       <네! 별로 어렵지도 않아요!>

       

       자꾸 이렇게 권유하는 것을 보면 본인이 싸우는 걸 정말로 보고싶긴 한 모양이구나.

       

       근데 목소리를 지우는 게 가능하다 하더라도 말이다.

       

       그걸 본인이 직접 다루어야 하는데 잘 될지 모르겠구나.

       

       나이가 들어서 그런가 새로운 기능을 접하는 것이 고된지라.

       

       마이튜브에 올릴 수 있을만한 영상을 만드는 것은 더더욱 엄두가 나지 않는다.

       

       <마이튜브에 영상을 올리면 시청자들의 불만도 진압될 거에요! 그걸 보고 싶어서 난동을 피우는 거니까.>

       

       하린의 이야기에 귀가 쫑긋했다.

       

       결국에 그들의 불만은 본인이 싸우는 장면을 보지 못했다는 것이다.

       

       그러니 전투 장면을 보여주기만 한다면 어느 정도 불만을 해소할 수 있다는 건가?

       

       그는 분명 솔깃한 이야기다만 당장에 도움이 되는 이야기는 아니구나.

       

       내 어떤 식으로 영상을 만들어 올린다 치더라도 내일 내가 해쳐나가야 할 난관에 도움이 되진 않을 테니.

       

       그래도 생각 정도는 해볼만 하겠구나.

       

       <알겠습니다. 조언해줘서 고마워요.>

       <아뇨! 뭘요!>

       <감사의 의미를 담아 이번 주 토요일 수련은 좀 더 길게 가죠.>

       <…네?>

       

       메시지 창을 끄고 나서도 하린에게서 계속해서 메시지가 날아들었지만 나는 그를 무시했다.

       

       분명 더 굴려주셔서 고맙습니다 같은 내용일 테니 읽을 이유가 없었다.

       

       그리고서 다시 앞을 바라보자 침을 줄줄 흘리고 있는 백주와 자기가 이야기를 하면서도 입맛을 다시고 있는 바루가 있었다.

       

       아직도 음식의 이야기를 하고 있었느냐.

       

       보통 신령이라 함은 좀 더 고고하고 해탈한 이들 아니었는가?

       

       이렇게 본능에 충실해서야 도대체 어찌하겠다는 것인지.

       

       내가 그를 한심하고 보고 있자니 백주가 내 쪽으로 고갤 돌렸다.

       

       “민가님. 지금 바루가 한 말이 모두 사실인가요?”

       “음식에 대한 이야기라면 모두 사실이다.”

       “세상에. 제가 산에 틀어박혀 있는 동안에 그리 많은 발전을이룩하다니. 역시 인간들은 대단하네요.”

       “얼마나 오래 이 산에 틀어박혀 있었기에 그러는가.”

       “…으음. 글쎄요. 예전에 이 산에서 나와 돌아다녔던게 천존이 등장하기 전이니 오래되긴 했을 거에요.”

       

       천존 그 인간이 무림에 모습을 드러내기 전이라면 최소한 백 오십년 전이라는 소리인데.

       

       그러고 보면 바루가 말하길 백주가 자기보다 오랜 삶을 살았다고 했었지.

       

       겉으로 보기에는 스무살 정도 되어 보이지만 실상은 수백살을 먹은 할망구인 건가.

       

       “얼마나 바뀌었을지 궁금하긴 하네요. 먹을 것도 그렇고.”

       “나중에 이 노친네가 깨어나면 같이 구경이나 가자꾸나.”

       “그건 괜찮겠네요.”

       

       *

       

       은인이 결국 잠에서 깨어난 것은 그믐달이 하늘의 정중앙에 섰을 무렵이었다.

       

       뱀의 형상으로 돌아와 잠을 청하는 신령과 그를 베개 삼아 코를 고는 바루의 옆에서 비척거리며 몸을 일으킨 그는 내 얼굴을 보고는 즉시 고갤 숙여 감사의 인사를 건넸다.

       

       “고맙소. 당신 덕분에 벽을 넘을 수 있었으니.”

       “은혜를 갚은 것뿐입니다. 고갤 드시죠.”

       “그는 제가 드린 은혜가 아니지 않습니까.”

       

       그건 그렇지.

       

       본인을 구원한 것은 이 세상의 은인이 아니니 말이다.

       

       은인의 입장에서는 일방적으로 빚을 진 것처럼 느껴질 것이다.

       

       “바라는 게 있다면 말씀해 주시지요. 천마신공의 사용자라하여 도리를 모르진 않으니 은혜를 갚기 위해서라면 무엇이든 하겠습니다.”

       “무엇이든?”

       “예.”

       “그럼 일단 하대를 해주시죠.”

       

       다른 건 그렇다 치고서라도 당신에게 존댓말을 들이니 몸이 근질거려서 참을 수가 없잖습니까.

       

       내가 대뜸 부탁을 하자 은인은 당황스런 기색을 보였지만 이내 떠듬떠듬 나를 하대했다.

       

       “알…겠다. 이 외에 다른 것은 없느냐?”

       “글쎄요.”

       

       은인에게 부탁을 할 것이 있나?

       

       어차피 은인이 할 수 있는 이들은 전부 다 본인이 할 수 있는 일인지라 부탁을 하고 싶어도 할 것이 없다만.

       

       그렇다 하여 아무것도 필요없다하며는 은인이 이를 마음의 짐으로 삼을 것이고. 으음.

       

       “조금 생각을 하고 말씀을 드리겠습니다.”

       “그래. 천천히 말을 하거라.”

       

       그를 끝으로 침묵이 자리를 메웠다.

       

       본인이 하고 싶은 말이야 많았다.

       

       은인에게 하고 싶은 말들은 본인이 평생토록 쌓아온 것인지라 많을 수밖에 없었다.

       

       그렇지만 그것은 본인을 구원해 준 은인에게 들려주어야 하는 물음이었지 이 세상의 은인에게 할 말이 아니었다.

       

       무작정 내 말을 내뱉으면 그가 곤란해 할 것을 알았기에 나는 말을 아꼈다.

       

       결국에 침묵을 깬 것은 은인이었다.

       

       “다른 세상의 화령이라 했지.”

       “예.”

       “그 말이 거짓은 아닐 것이라 생각한다. 그대처럼 초월적인 이가 나 따위와 연결되어 얻을 게 아무것도 없으니까.”

       “…”

       “허나 그를 심정적으로 받아들이긴 어렵구나. 솔직히 말을 하자면 내 그대를 스승이라 부르고 싶은 입장인지라.”

       “그건 곤란합니다.”

       

       다른 것은 그렇다 치더라도 은인에게 스승이라 불리는 것은 좀 그렇다.

       

       이 노친네와 티격태격한 세월이 얼마인데 이 인간이 날 스승님이라고 부르는 꼴을 보라고?

       

       노친네를 스승이라 부르지 못한 걸 미련 중 하나로 지닌 내 입장에서 그는 결코 허락할 수 없는 일이었다.

       

       “그런가.”

       

       은인은 그리 말을 하고는 몸을 일으켰다.

       

       경지에 오르며 환골이 탈태를 하여 그의 몸은 이전에 비해 훨씬 더 강건해진 상태였다.

       

       자신이 다루는 무공과 하나가 되어 몸의 형상마저도 무공을 다루기에 최적의 상태가 된 것이다.

       

       저기서 조금만 더 성장을 이룩한다면 환동조차 할 수 있지 않을까.

       

       은인은 자신의 몸이 신기한 듯 둘러보다 내 쪽으로 시선을 돌리더니 포권을 취했다.

       

       “그래도 염치를 불구하고 부탁을 하마. 조금만 더 가르침을 주겠나?”

       

       자신이 누군가에게 배울 일은 없다 호언장담하던 이 인간이 고개를 숙인 것은 분명 커다란 결심일 것이다.

       

       한 때 본인을 가르쳤던 이에게 본인이 가르침을 내리는 것인가.

       

       “조언 정도는 해드리겠습니다.”

       

       뭐어. 그 정도야. 스승소리만 안 듣는다면 충분히 해드릴 수 있지.

       

       “고맙다.”

       

       그렇담 내 화룡무인의 세상에 들어와 매일 이 산에 방문을 해야겠구나.

       

       …아니지. 굳이 그럴 필요가 있나?

       

       그냥 은인을 화산으로 초대하면 그만이지 않나.

       

       그런 생각을 하다가 문득 좋은 생각 하나가 났다.

       

       은인은 천마신공을 주력으로 사용하는 사람이지만 그렇다 하여 다른 무공들을 모르지 않는다.

       

       깨달음의 벽에 막히고서 그를 넘기 위해 온갖 무공을 익히고 연구해 온 사람이니 말이다.

       

       “질문을 하나 드리려 합니다만. 화산의 무공에 대해 알고 계시지요?”

       “정파의 화산 말인가? 기초 정도는 알고 있지.”

       “그렇다면 부탁을 드리고픈 게 있습니다만.”

       

       *

       

       “안녕하세요. 장작의 여왕님. 커뮤니티도 태우고 자기 방송도 태우고 장난이 아니시네요.”

       

       다음날 엔리는 나를 만나자마자 대뜸 이렇게 이야기를 했다.

       

       날 놀리면서도 어딘가 불쌍한 듯이 바라보는 게 본인의 상황을 알고 있는 게 분명했다.

       

       “제가 딱히 잘못한 건 없지 않아요?”

       

       본인이 어디 24시간 동안 본인이 하는 일을 꼬박꼬박 방송하며 살아야 하는 건 아니지 않나.

       

       “그쵸?”

       

       본인이 잘못했다는 말이 돌아올 것이라 생각했거늘 엔리가 내게 공감을 해주는 바람에 순간 당황했다.

       

       “아라 씨가 방송을 안 하는 것도 아니고. 방송 끄고 따로 즐길 수도 있죠.”

       “…지난 번에 바루 만났을 땐 뭐라고 하셨지 않아요?”

       “그 땐 아라 씨가 업보를 쌓아뒀잖아요.”

       “그 때 제가 뭐 잘못했던가요?”

       “네! 스토리 진행 안하겠다더니 히든 퀘스트를 받아 놓고는!”

       

       그러니까 그 때는 약속을 하고 지키지 않은 게 문제고 지금은 약속도 뭣도 한 게 없으니 괜찮다 그 소리더냐?

       

       아니 그럼 말이다.

       

       “제가 잘못한 게 없는데 왜 불이 나요?”

       “투정을 부리는 거죠. 방송 해달라고.”

       

       투정? 그게?

       

       그런 것치고는 반응이 좀 과했던 것 같다만?

       

       “그래서 제가 아라 씨를 위해 해결책을 들고 왔답니다.”

       “해결책이요?”

       “네!”

       

       멋있는 모습을 보고 싶어 하는 것 같으니까 고봉밥으로 먹여주자고요.

       

       엔리는 그리 말하며 웃음을 지었다.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Ilham Senjaya님 보러 와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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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Heavenly Demon is Broadcasting

The Heavenly Demon is Broadcasting

천마님 방송하신다
Status: Completed Author:
He couldn't pass his habits to others upon his return. The Heavenly Demon remained a martial arti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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