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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192

        

         ♬~~♬ ♪, ♩, ♪~… ♪…!

         

         강렬한 전자음, 그 뒤를 잇는 현란한 믹스.

         둠칫둠칫거리는 나이트클럽이나 길거리 음악과는 어딘가 다른, 보컬없이 짧게 끊어 치는 신스음(Synth音; 가상 악기로 만들어낸 소리)이 고막을 무자비하게 연타한다.

         

         심박수를 강제로 끌어올리는 듯 고조되는 거친 감각과 더불어, 업소 앞에 즐비한 인간들에게 오늘이야말로 누군가는-자신이- 일확천금의 꿈을 이룰 것이라는 희망을 품게 만들어주었다.

         

         대부분이… 희번덕거리는 눈을 한 채로.

         입장 대기 상태로 줄을 선 손님 층에게 말이다.

         

         “……씁.”

         “……….”

         

         거뭇거뭇한 안색을 어떻게 다듬어볼 생각조차 없이 초조하게 손톱을 깨무는 사람.

         번뇌 퇴산 같은 의미불명한 소리를 웅얼거리며 운수가 묘하게 좋다는 자리를 먼저 차지하기 위해 오픈 런을 준비하는 남자.

         늘어진 머리카락 끝자락을 손가락으로 배배 꼬면서 오늘밤에 가지고 놀만한 상대방이 있나 느긋하게 훑어보는 여자.

         

         그리고 원래 사정이 좋지 않거나, 곧 나빠질 상황에 처할 게 분명한 인간들을 노리고 주변에 포진한 ‘꾼’들까지.

         

         …즉석에서 현물을 맡아주는 대신 급전을 빌려주는 서비스를 제공하는 만큼 우아하게 표현하면 전당업에 종사하는 업자들이라고 하는 게 맞겠지만. 주로 바가지를 쓰는 고객층인 그들에게는 밉상스러운 상대였기에 호칭이 약간 시니컬한 건 어쩔 수 없으리라.

         

         어쨌건 다양한 인간 군상이 모였다면 그렇다 할 수 있고, 또 여타 도박장과 비슷비슷한 고객들로 가득하다면 평범하게 느낄 수 있는 어수선한 풍경이었지만.

         

         이곳 랑데부(Rendez-Vous) 카지노는 다른 도박장에서는 찾아보기 힘든 재밌는 시스템을 갖추고 있었으니.

         그건 바로 최소 이백만 크레딧 어치의 칩을 미리 환전하는 것으로, 평범한 이용객들이 다니는 밑층과는 분리된 하이 플로어에 전용석을 예매할 수 있는 VIP 제도였다.

         

         VIP는 상세한 신원 조회는 선불한 예치금으로 떔빵하여 줄을 서서 기다릴 필요도 없이 개장 시간에 도착하는 대로 자유롭게 입장 가능.

         

         기본적으로 높은 자리에서 아웅다웅하는 꼬라지를 즐기거나 따로 마련된 게임장을 이용하는 게 가능하고. 기분이 내키면 내려가서 판돈이 저렴한 일반 게임장에 끼기, 혹은 선심을 쓰듯 일반 손님을 위로 불러들여서 따로 판을 벌릴 수도 있는 관객 참여형 도박장이 랑데부 카지노인 셈이었다.

         

         VIP들에게는 진짜 상류층이나 부자들을 상대로는 감히 명함을 내밀기 힘들어도, 취미 생활치고는 비교적 괜찮은 액수의 크레딧으로 돈지랄을 하면서 얕은 우월감을 느낄 수 있는… 가성비 좋은 건전한 놀이터로서.

         

         대다수를 차지하는 일반 손님들은 구조적으로 뜯어내기 힘든 운영 측의 돈을 어렵게 먹기보단 적선하듯 베팅되는 VIP들의 판돈과 막대한 시드 머니를 한 번 노려볼 수 있는 기회의 땅으로.

         

         물론… 도박과는 거리가 먼 이성적인 사람이 보기엔 사실상 우스운 교류회나 다름없고, 중간에 낀 카지노야 양쪽 수수료 장사만 해도 배가 부르는 상황이었으니 눈꼴 시린다 하더라도.

         

         어떻게든 크게 따기만 하면 이만큼 수지 남는 일거리도 없는지라.

         최근에 인기가 드높은 가게로 소문이 난 데에는 다 이유가 있는 법이 아닐까… 하고, 신입 가드로 취직한 남성은 혀를 내둘렀다.

         

         “뭘 멍 때리고 있어 인마!? 곧 저녁 타임 물주님들 오실 때니까 정신 바짝 차려! 클레임 덜 들어오게 얼굴 말짱한 놈으로 뽑아달라 했는데 멀대 같은 놈이 와선…….”

         

         “예…… 예!”

         

         치수만 각자 다를 뿐, 디자인은 동일한 경비원 제복을 입은.

         귓전에 속삭이면서도 동시에 고함을 친다는 재주 좋은 선배의 호통에 그가 등골을 바로 세웠다.

         

         말마따나 지금 귀빈 전용 출입구로 호화로운 차량 행렬이 이어지는 있는 와중인데, 근무 첫날부터 딴생각에 빠져서 직무를 소홀히 하는 건 순탄한 직장 생활에 플러스로 작용할 리 만무한 행동이었으니까.

         

         아직 연수가 한창인만큼 가벼운 실수 정도야 크게 나무라지는 않겠지만, 그런 사소한 문제가 큰 좆 됨으로 발전하기 더럽게 쉬운 게 서비스직이니 되도록 알아서 조심하는 게 상책이겠지.

         

         끼이익!

         ……달칵.

         

         “꺄앗!? 자기는 다 좋은데, 그놈의 손버릇이 너무 나빠!”

         “그럼 어떡하는데, 응? 안에서 보여주면서 할 수는 없으니까 지금이라도 좀 풀어야지! 안 그래??”  

         

         차체가 굉장히 낮게 설계된 컨버터블(Convertible; 지붕을 접거나 펼 수 있는 차종)이 멈춰 서자, 선임 가드가 능숙하게 차문을 열고는 고개를 숙여 보였다.

         

         왁자지껄하게 떠들며 내리는 건 꽤 젊어 보이는 혼성 일행.

         

         무리를 이끄는 여성이 남첩의 엉덩이와 다리춤을 열정적으로 더듬느라-주물럭거리는 실루엣이 보이긴 했지만 프라이버시 보호를 위해 순화해서- 진행이 좀 더뎠으나, 그거야 뭐 이런 곳에서 일하다 보면 딱히 새로울 것도 없는 광경이었고.

         

         가드는 구태여 환영 인사를 건네지도, 안내를 위해 길을 막지도 않았다. 상대가 이미 여러 번 찾아왔던 단골이라는 점도 한몫 했지만 사실 그보다는 고객의 무드를 함부로 깨는 흉내를 내서는 안 된다는 걸 잘 알았기에.

         

         그저 묵묵히 그들이 안으로 사라지는 걸 정수리로 전송한 다음.

         남겨진 차량의 운행 장치를 몇 번 톡톡 건드려 카지노 주차장에 집어넣는 걸로 맡은 바 소임을 다했다.

         

         “에잉…. 저 미친년은 꼭 매번 나랑 휴일이 겹쳐서는. …경비야, 오늘은 좀 절박한 놈들이 많이 들어갔냐? 못 따면 콱! 죽어버리겠다는 결심을 한 것 같은 바보들 말이다.”

         

         “…재방문에 감사드립니다 알프레드님. 글쎄요. 제 눈에는 다들 용케 살아있는 것처럼 보여서, 뭐라 딱 잘라 말씀드리기가 어렵군요.”

         

         공연음란죄로 무려 세 번이나 경찰이 출동하게 만든 주범이 떠나자 다음은 고급스러운 세단에서 내린 가면 쓴 노인의 차례.

         

         능숙하게 인사를 마친 뒤, 자칫 고객이 안에서 희망사항과 다른 경험을 하실라 사견을 최대한 배제한 대답을 내놓았다.

         

         물론 재미라곤 일도 없는 무난한 대답에 알프레드라 불린 VIP는 가면 옆으로 빠져나온 수염이 떨릴 정도로 혀를 찼지만.

         또 그렇다고 영리하게 책임을 회피하는 말단 직원에게 화를 내기도 우스운 일이기에 끌끌거리며 발걸음을 옮겼으니.

         

         매뉴얼은 절대 알려주지 않는 실전 압축 고밀도 처세술의 향연에 신입은 그저 감탄사를 내뱉으며 박수를 칠 수밖에 없었다.

         

         “오, 와…!”

         

         “…짜식이. 선배의 위대함에 그렇게 얼빠져 있으면 쓰겠냐? 자, 어지간히 사고치는 게 아니면 내가 잘 아가리 털어서 커버쳐 줄 테니까. 다음 손님은 네가 한 번 모셔봐라.”

         

         “예!? 벌써, 갑자기요…?”

         

         정말정말진짜로?

         내가널데리고농담하는거겠냐확마.

         

         그래봐야 10초 내외, 기본 중의 기본인 얼굴 마담 노릇에 연습까지 시켜주는 친절한 선배가 또 어딨냐며 얼굴 근육을 마구마구 응축시킨 그가 신입을 현장으로 내몰았다.

         

         강하게 키운 후배 하나, 열 손님을 대신 능히 감당하리.

         높은 기대를 품었지만… 채용률 만큼이나 이직률도 높은 서글픈 현상에 자신도 꽤 이바지하고 있다는 걸 아는지 모르는지 세단이 미끄러져 나간 자리에 들어온 건….

         

         “무인 택시…?”

         

         “…!”

         

         원래는 타고 온 차를 보고 어떤 성격을 가진 고객일지 유추하며 태도를 갖추라 배웠거늘.

         이런 경우에는 어떤 준비를 해야 하나… 혼란스러워하는 신입을 보고 선임 가드는 아차! 했다.

         

         …자기가 택시에서 내리는 귀빈을 가장 경계하라는 걸 가르쳤던가?

         보통 이용하려던 교통편에 문제가 생겨서, 급하게 탑승한 사정이 대개인만큼 다들 기분이 영 별로시니까 무조건 머리를 숙이고 안내해드려야 한다고.

         

         지금이라도 어깨를 잡아당겨서 물러나게 할까…?

         아니, 늦게 나서다가 꼴사납게 접객하는 상황이 연출되면 그건 또 그것대로 뒤지게 깨질 텐데… 그래도 왜 이렇게 어설프냐고 한 소리 듣고 마는 게 더 낫지 않나?

         

         고민하는 사이, 택시가 미끄러지듯 입구에 정차했다.

         어쩔 수 없다. 늦은 건 늦은 거고 이럼 무난한 성격을 가진 손님이길 바라고 신입이 첫 환영 인사를 건네자마자 자신이 눈치껏 끼어들어서 비위를 맞추던가, 별문제가 없을 것 같으면 그냥 얌전히 사리고 있던가 해야지.

         

         덜컹… 쿵…!

         

         ““……?””

         

         하지만 열린 문으로부터 최초로 빠져나와 지면을 디딘 건 합금 다리.

         뒤이어 드러나는 건 번들거리는 금속 피부와, 빠져나가는 무게에 차체가 흔들릴 정도의 거체였으니.

         

         다수의 출입구 가드를 비롯해 혹시나 호구 잡을만한 VIP가 있지는 않을까, 매섭게 이쪽 방면을 훑어보던 다른 일반 손님들은 재빨리 그 시선을 돌려버렸다.

         

         뭐지? 엑사테크 출신인가? 아닌데, 그쪽에서 날고 긴다는 인간들은 호르몬 작용이 원활하지 않을 정도로 기계화 개조를 많이 해서 그런지 이런 가게에 잘 안 다니는데.

         게다가 전면부에 제조번호가 큼지막하게 써져 있는 데다가 뇌용기도 따로 없는 걸 보면 그냥 드로이드처럼 보이는데 왜 이게 차 안에서 튀어나온 걸까.

         

         정답은 쉬웠다. 아직 당사자는 내리지 않았던 거다.

         

         “…….”

         

         가장 먼저 신입의 눈길을 빨아들인 건 드레스의 옆트임을 통해 보인 새하얀 허벅지.

         각선미를 돋구는 흔한 패션임에도 불구하고, 그 환한 채도와 조여진 홀스터 밴드로 인해 살짝 눌린 살결이 자아내는 마력은 차마 언어로 다 표현하기가 어려웠고.

         

         품에 쏙 들어올 것 같은 아담한 체구와 그걸 수줍게 부풀리듯 위에 살짝 걸쳐진 검은 자켓은 보는 이의 머리와 심장을 자꾸만 도발해왔다.

         

         정확히는… 묘한 충동을 불러일으켰다고 해도 좋으리라.

         

         강하게 누르면 망가질 게 분명하리만치 연할 것 같은 꽃이지만, 향기에 취해 무심코 손을 뻗게 되어버리는 마성의 여자 손님.

         

         “…아.”

         

         ………손님? 그래, 손님.

         아, 맞다. 이럴 때가 아니었다. 선임의 기대에 부응하기 위해서, 그리고 찾아 주신 VIP분을 좋은 인상으로 맞이하기 위해서라도 환영의 인사를 드려야지.

         

         그렇지만 인공적인 미색과는 거리가 먼, 이런 화사한 미모의 귀빈분께 어울리는 인사말이나 환영 레퍼토리가 뭐가 있지?

         

         빨리, 빨리 생각해라. 앞으로 한 발자국 나선 주제에 입을 꾹 다물고 있는 가드를 이상하게 여기시잖아. 일단 극존칭에, 존경의 표현에, 눈 호강에 대한 개인적인 감사까지 담으면….

         

         “마… 만나뵙게 되어서 영광입니다…! 저희 카지노에 드디어 찾아 주셔서 감사합니다—!!”

       

       

       

       

        

       

         

       

       

         “?!”

         

         접객자의 난데없는 시원한 급발진에 소녀의 어깨가 움찔, 눈 또한 땡그랗게 커졌다.

         이런 고객이라면 필시 이름있는 연예인이나 모델일 게 틀림없고, 그저 자신이 모르는 분야에서 활동하던 유명인이 와주었다는 비약에 가까운 결론.

         

         거기에 대해 그녀는 굉장히 미심쩍게 되물을 수밖에 없었으니.

         

         “……죄송한데, 절 아세요?”

         

         “네? 아, 죄송합니다! 성함은 모릅니다!!”

         

         빠각!!

         

         “랑데부 카지노를 최초로 이용해 주셔서 대단히 감사드립니다 고객님. 요 버릇없는 신입의 교육은 제가 마무리하겠으니 부디 안으로…!”

         

         애처로운 말투와 등을 떠미는 말을 거절하지 못하고. 그렇게 정강이가 작살나는 소음을 뒤로 한 채 아나스타샤는 기대하던 랑데부 카지노에 입장했다.

         

         대체 뭐가 뭔지는 진짜 잘 모르겠지만, 여기가 예약된 도박장이 맞긴 하구나… 하는 더없이 한가로운 감상과 함께.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지나가던 불쌍한 택시는 이번에도 강제 초과 근무를 했습니다.

    참고한 BGM은 ‘GTA5 온라인, 다이아몬드 카지노 습격 4’ 입니다.
    굉장히 흥겹고 두근거리고 펑크한 사운드 트랙이에요.

    효도왕여포 님의 50코인 후원! 감사드립니다! 언제나 무심한듯 시크하게 툭 주고 가셔서 너무 무섭네요.

    어깨에 있어야 할 임플란트 타투는 다른 사람들과 마찬가지로 통신 기능을 쓰고 있거나, 능력을 풀로 발동해서 전류가 막 흐를 때 드러난다고 봐주시면 되겠습니다.
    리터칭으로 어떻게 잘 넣을까 싶었는데, 지금 포토샵이 없네요 쓰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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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 Became a Sub-Heroine in a Cyberpunk Game

I Became a Sub-Heroine in a Cyberpunk Game

Status: Ongoing Author:
No matter how many times I repeated the episodes, I couldn't clear the true ending of the open-world shooting RPG, Neo Haven. Just when I thought I finally cleared the hidden true ending... they want me to actually clear it without any help from the game system or save/load featur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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