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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193

    <193 – 70연승>

     

    제국진영 학생들의 사기는 최고조였다.

    의문의 습격을 겪은 뒤로 독이 오를 대로 오른 제국학생들.

    실력자인 도로시, 샌드쿠커, 로지니도 고작 10연승을 거두고 실력자들의 에이스저격에 쓰러져 곧바로 패배하였다.

    심지어 남은 49명의 학생들은 로지니를 쓰러뜨린 제국측 에이스에 의해 줄지어 패배한 상황!

    덕분에 제국 측 최고기록은 무려 50연승이라는 엄청난 기록이 탄생하고야 말았다.

     

    “1학년 1학기 반대항전 승자연전 최다 격파수 부문 역대 최고기록이군.”

     

    레이브 교수의 도발에 자신이 가르친 제자들이 발렸다고 조금쯤은 화가 날 법도 하건만, 위어드 교수는 머리에 달린 꽃봉오리만 키우고 있었다.

    꿈틀꿈틀… 뾱!

    기어이 오후의 따스한 햇볕과 학생들의 비명과 절망을 양분삼아 머리에 꽃을 피워낸 위어드 교수!

     

    “응? 뭐라고?”

    “…승부도 이제 끝이라는 말이다.”

    “언제나 그렇듯이 시시한 소리나 하고 있었네. 승패 따윈 처음부터 정해진 건데.”

    “포기한 건가? 하긴. 1 대 70이라는 학생비가 만들어진 시점에서 자기 제자들의 하찮은 실력을 몰라보았을 리가 없지.”

    “하찮은 건 사실이지만 지는 건 너희일걸?”

    “이길 수 있다고 생각하는 건가? 고작 오크노디 한 명이 70명의 학생들을?”

    “저 아이는 강해. 네가 생각하는 것 이상으로.”

    “무슨 근거로 그렇게 생각하지?”

    “저 아이의 힘의 원천에 대해 알아봤어.”

     

    머리에 꽃이나 단 미친년의 헛소리로 치부하기에는 제법 신경 쓰이는 이야기였다.

     

    “학생들에게 돌을 먹이고 어떻게 하면 마나가 늘어나는지 시험해봤더니 결과가 나왔어.”

    “돌을…?”

    “마나석을 먹였더니 마나가 늘었어.”

    “불순물은 어쩌고?”

    “마나만 소화하고 전부 형태변환으로 체외에 배출시켰어. 저 아이, 마나량이 심상치 않아.”

    “70명을 감당할 정도라는 거냐?”

    “70명? 그런 숫자는 저 아이에게 아무런 의미도 없어. 100명도 혼자 감당할 수 있어.”

     

    이제야 오크노디에게 복수를 할 수 있다고 속으로 기뻐하던 레이브 교수에게는 믿을 수 없는, 믿고 싶지 않은 청천벽력 같은 소식이었다.

     

     

    * *

     

     

    대결장에 올라오자 생각보다 쌩쌩한 상대편 학생이 도발을 걸어댔다.

     

    “아쉽게 됐네. 50인째로 널 격파했으면 내 이름이 훨씬 더 유명해졌을 텐데. 뭐… 51명째로 격파해도 네 명성을 실추시키기엔 충분하려나.”

     

    나름 억까라면 억까라고 할 수 있는 강자의 등장이지만 그래봤자 고인물인 내 눈에는 귀여운 앙탈로 보일 뿐이다.

    오히려 연승달성자를 격파하면 얻는 에이스 격파자 보너스를 무려 50인 격파로 한층 업그레이드 된 에이스 오브 에이스 격파자 보너스로 얻을 수 있다.

    실력만 되면 보상이 올라가는 덕분에 억까도 억빠가 되는 긍정적인 변수가 되는 셈이다.

     

    “축하해. 엑스트라 치고는 제법 힘냈네!”

    “…남을 위에서 내려다보듯이 하는 건방진 태도도 이 대결이 끝나면 이어나가지 못할 거다.”

    “이름이 뭐야?”

    “사랑의 신 아타락시아님의 신자 페페. 신앙의 힘으로 대결시작 전과 동일한 이 무한한 체력의 힘으로 널 굴복시켜주겠다!”

     

    이상한 이름보다도 그 앞에 붙은 수식어에 눈을 깜빡거렸다.

    아타락시아… 아타락/시아… 시아?

    갑자기 훅 튀어나온 소꿉친구의 이름이 가슴팍에 화살이라도 꽂힌 것처럼 신경 쓰였다.

     

    “개전.”

     

    레이브 교수의 건방진 비웃음과 함께 시작된 시합.

    페페의 전신에 요사한 연분홍빛 기운이 코팅이라도 된 것처럼 아른거렸다.

    앞서 로지니와 49명의 학생들을 초전박살내었던 신체강화계열 신성마법이다.

     

    “그거 처음 쓸 때부터 묻고 싶었는데 제국마도학 기초와 이해 강의에 신성마법을 써도 되는 거야?”

    “제국에서는 신앙이 곧 일상이다!”

     

    마나연공법을 전력으로 끌어올리며 신체강화를 하는 현역기사처럼 엄청난 속도로 달려드는 페페.

    과연 50연승의 비결을 알 것 같다.

    아무리 체력훈련과 민첩성 훈련을 해도 그건 마법사의 원거리 마법을 회피하는 훈련이지, 기사급을 맞상대할 훈련이 아니었다.

    요컨대 상성의 문제다.

    경장회피 메이지는 제국 메이지의 제자리에 말뚝 박고 마법을 전개하는 공격을 피하는데 능하다.

    근접전투형 메이지는 경장회피 메이지의 어설픈 체력과 민첩성을 웃도는 스펙으로 이를 씹어 먹는다.

    저렇게까지 대놓고 신체스펙에 올인한 것들은 오히려 제국메이지식 강력한 화력으로 찍어 누르지 않으면 답이 없다.

     

    ‘로지니와 샌드쿠커가 마탑출신이니 그나마 화력에서 가능성이 있었지.’

     

    하지만 가위바위보도 아니고 굳이 바위를 보로 이기라는 법은 없다.

    바위가 아주 강하면 로지니를 이긴 페페처럼 보자기도 부술 수 있다.

     

    팍팍팍.

     

    과연 범상한 바위는 아닌지 날아드는 주먹을 손으로 막는데 손바닥이 욱신거렸다.

    용사만큼은 아니지만 제법 아프다.

    아무리 봐도 엑스트라의 위력은 아니다.

    하급반에도 간혹 이런 사람들이 있다.

    이게 왜 하급반이야?

    이게 왜 엑스트라야?

    누가 봐도 상급반급 스펙 아닌가 싶은 학생들.

    이유는 간단하다.

    입학시험에서 기존의 다른 상급반 학생과 조우해서 억까를 당한 학생들이기 때문이다.

    고인물이고 나발이고 수풀 위로 엉덩방아를 찧었다가 안에서 자고 있던 싱에게 어그로라도 덜컥 끌려버리면 그 회차의 입학은 대차게 말아먹게 된다.

    천재지변이나 다름없는 일이다.

    본인이 먼저 시비를 건다는 정신나간 객기를 부리지 않았다는 가정 하에.

     

    ‘얘는 매번 객기를 부렸나보네!’

     

    누구랑 입학시험에서 인카운터가 떴는지는 몰라도 한 번도 본 기억이 없는 NPC인걸 보면 보통은 하급반 잔류도 못하고 아예 사망했나보다.

    손속이 독한 사람에게 걸린 걸 보면 높은 확률로 싱의 먹잇감이 되었으리라고 점친다.

     

    “상급반도 별거 아니네. 학년수석도 막상 붙어보니 도망만 치기 급급하잖아?”

     

    아무튼 급우가 될 수도 있었던 학생이니 당사자는 하급반에 떨어진 것도 운이 좋다고 위안을 삼기보단 속이 타들어가기 바쁘겠지.

    50연승이나 저질렀으니 날 탈락시킨 상급반의 동지인 오크노디를 쓰러뜨리는 것으로 복수해주마, 같은 생각도 겸사겸사 하고 있나보다.

    이해는 한다.

    져줄 생각은 전혀 없지만.

     

    “다크사이드.”

     

    계열 – 암흑마법, 연금마법

    발동 – 등가교환

    전문화 – 신체보조, 지속발현, 평정

    페널티 – 인격마모

     

    새카만 암흑마나를 투기로 변화시켜 전신에 두른다.

    페페가 선보였던 전신투기의 암흑마나버전 응용이다.

     

    “신앙도 없이 투기를 길들여!?”

    “투기는 원래 신앙이랑 관계없이 다룰 수 있는 거야. 너희 신이 형편 좋게 이용하고 있을 뿐이지.”

     

    암흑마나를 전신에 둘러 투기로 활용한다.

    투기를 두른 신체부위의 위력이 급증하는 것은 당연지사.

    직전까지와 달리 이제는 페페의 걸음이 정신없이 뒤로 물러섰다.

    쫓아가며 요리저리 딜을 넣으니 페페가 설칠 때까지만 해도 입 꾹 다물고 방관하던 레이브 교수가 갑자기 딴죽을 걸었다.

     

    “이런 건 마법대결이 아니다.”

    “레이브 교수. 그건 너무 추하지 않아? 이쪽은 50연승을 거두는 동안 계속 봐줬는데.”

    “큭…!”

     

    명분은 자기가 먼저 쌓았다.

    비겁하다는 소리는 이쪽에서 먼저 나왔지만 특유의 게으른 성격 탓에 방임한다고 보였던 위어드 교수.

    교수의 게으름은 뜻밖의 정론을 토대로 도리어 레이브 교수와 페페의 목을 조이는 올가미가 되었다.

    알고 있었던 걸까?

    내 주특기가 신체강화 마법이라고.

    2m 30cm 전사가 주로 다루는 마법이면 당연히 신체강화계열 보조마법일 수밖에 없지.

    그 사실을 모르면서도 짐작했다면 그것 나름대로 안목이 대단하다.

     

    “엔젤펀치!”

     

    위기에 몰린 페페의 주먹 주변으로 새하얀 날개가 잔뜩 펼쳐지더니 눈부신 빛을 발산했다.

    요란한 외침과 달리 실제로는 눈뽕펀치에 가깝다.

     

    “저런 비겁한!”

    “끝까지 치졸한 수만 쓰네!”

     

    쏟아지는 비난 앞에서도 당당하게 정권을 내지르는 페페였지만 내 손바닥은 정확히 정권을 받아냈다.

     

    “어떻게…!?”

    “암흑마법은 자기 눈에 걸면 썬텐이 되거든요!”

     

    푸른주먹의 이오가 번쩍번쩍 주먹을 쓸 때도 멀쩡하게 싸웠는데 새삼 유사한 잔재주에 당할 리가.

    억까패턴도 겪다보면 결국 종류가 한정되어 있는지라 척하면 척, 대부분은 쉽게 막는다.

     

    “힘냈고 수고했어요. 이제 점수는 저한테 주세요!”

    “안돼!”

     

    패배를 인정할 수 없었던 페페가 무차별적으로 쏘아낸 마법에 코웃음을 쳤다.

     

    계열 – 암흑마법, 강화마법

    발동 – 거대펀치

    전문화 – 신체보조, 급속 과충전, 보호

     

    떠올리는 것은 언제나 내 것이었던 2m30cm의 육체로 펼쳐내는 일격.

    <마탄magic missile>만큼이나 기본마법 취급 받는 <마법주먹magic punch>의 상상을 초월하는 힘이 실린 일격에 학생들의 눈이 똥그래졌다.

     

    콰아앙

     

    무너진 벽에서 깜빡깜빡 힘이 다한 전등처럼 연분홍빛 사랑의 신의 신성력을 쥐어짜내다 쓰러지는 페페.

    낙승이었다.

     

    “와. 와……”

    “저딴 걸 우리가 상대해야해…?”

    “기권하면 낙제 받겠지…?”

     

    다음은 자기들 차례라는 사실에 망연자실한 제국학생들과 차마 패배를 받아들이지 못하고 넋을 잃다가 벌떡 일어서서 나를 노려보는 레이브 교수.

    그들 대신 머리에 꽃이나 피우고 게으름을 부리던 위어드 교수가 대신 말했다.

     

    “승자, 오크노디.”

     

    앞으로 69번을 더 듣게 될 승리선언이었다.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기술이름이 다크사이드인데 자기가 다크프린세스가 아니라고 주장하는 미친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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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 Became the Daughter of the Academy’s Villain

I Became the Daughter of the Academy’s Villain

아카데미 흑막의 딸이 되었다
Score 4.2
Status: Ongoing Type: Author: Native Language: Korean

From the side, she looks pitiful and worn out, but in reality, she’s living her joyful survival story in the world of games.

But how can someone’s name be Oknodi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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