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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193

       “설마, 벌써 승진하셨어요? 축하드립니다!”

       “감사합니다. 바로 알아봐 주시는군요.”

         

       내가 바라보는 시선 너머에 적힌 건 <제3 지부 길드장, 오주한> 이라는 이름의 명찰이었다.

         

       불과 몇 달 전만 해도 <부길드장>이었던 그는 무려 길드장이라는 거물로 승진해 있었다.

         

       또각또각.

         

       추가로 귓가로 발소리가 들려왔다.

       이번에도 역시 반가운 얼굴이었다.

         

       “오랜만이에요. 세하님. 보라님.”

         

       처음 날 상대해 주었던 협회의 여직원, 아리랑.

       그녀 또한 한 단계 승진했는지 색다른 정복을 입고 있었다.

         

       반가움으로 가득한 만남의 장.

       서로 오순도순 그동안 잘 지냈는지에 대한 안부 인사.

         

       그러다 이야기의 흐름을 돌린 건, 부 길드장 아니 길드장 아재였다.

         

       “자, 자. 여기서 계속 이야기하는 것도 좀 그렇지요. 안으로 들어가면서 마저 대화할까요?”

        “좋습니다.”

         

       *

         

       “아하, 후임으로 지정이 되셨군요.”

       “그렇습니다. 사실 제가 오래 근무하긴 했어도, 별다른 성과를 낸 것도 아니라서 <길드장>자리는 무리였는데…과분하게도 이리되었네요.”

         

       길드장 아저씨는 머쓱하게 웃으며 뒷머리를 긁적였다.

         

       그의 설명에 의하면 수옥빈 눈나가 위로 올라가면서 아재를 길드장 자리로 추천하였다고 한다.

         

       ‘과연…’

         

       나는 굴러가는 상황을 얼추 이해할 수 있었다.

         

       사실, 말이 추천이지…

         

       수옥빈 눈나의 위치는 무려 협회의 <부협회장>이다.

         

       사실상 2인자의 위치.

         

       여기에 버스를 타고 오면서 문보라에게 들은 이야기에 따르면, 순수하게 영향력, 세력만 보면 <협회장>도 눈치를 보는 수준이라고 한다.

         

       ‘그만큼 적이 많다고는 하지만…’

         

       함부로 반대를 표하는 이는 없을 거다.

         

       그런 내 생각을 읽은 걸까.

       아저씨는 빙그레 웃었다.

         

       “제가, 라인을 잘 탔지요.”

       “아아…그런 이야기 함부로 하셔도 돼요?”

       “뭐 어떱니까. 같은 파벌의 사람인데요.”

         

       파벌이라.

       이거 의도치 않게, 나도 수옥빈 쪽의 사람이 된 모양이다.

         

       나로서도 나쁠 게 없었다.

       그녀가 믿을 수 있는 사람이란 건 처음부터 느꼈고, 근래 다시 만나서 확신했으니까.

         

       ‘사실상 내가 가진 가장 강력한 영향력.’

         

       내가 어디 단체 같은데 들어가지 않고 강해지는 데만 집중할 수 있는 이유도, 수옥빈이라는 든든한 배후의 역할이 컸다.

         

       물론, 주나용도 컸지만…

         

       그녀가 후계자인 건 근래 알았으니 넘어가도록 하였다.

         

       “자, 자 이런 어른들의 권력 이야기. 유세하님의 귀에 들어가서 좋을 게 없지요. 그저 한 가지만 기억해 주십시오.”

         

       언제든지 힘이 되어드리겠습니다.

       연락만 해주십시오.

         

       “이건 수옥빈님도, 저도 같은 의견입니다.”

       “…감사합니다.”

       “별말씀을…”

         

         

       * * *

         

         

       성격 좋은 아저씨는, 자연스럽게 헤어졌다.

         

       애초에 직책이 길드장이다.

         

       분명 해야 할 일이 많을 텐데.

       일개 D급 헌터인 나에게 시간을 내준 것만으로도 그가 얼마나 위해주는지 알 수 있었다.

         

       여담으로 문보라 또한 잠시 헤어졌다.

         

       애초에 문보라는 C급 헌터 시험은 진작에 합격하였다.

         

       나랑은 B급을 같이 보기로 했기에, 잠시 자유시간을 가지기로 하였다.

         

       자연스럽게 남은 것은 나와, 아리랑.

         

       “아, 그럼. 하나는 지금 수련 중이군요?”

       “네, 듣기로 관악산 부근으로 간다고 들었습니다.”

       “확실히 그곳은 자연환경이 좋기로 유명해서 <정령>들이 자주 출몰하죠. 더할 나위 없이 좋은 수련 장소겠네요.”

         

       그녀는 C급 헌터 승격을 위한 여러 주의 사항에 대하여 언급해 주고 있었다.

         

       물론, 그러한 설명은 곧 우리 천사 같은 므냥이의 이야기로 변질되었다.

         

       음, 어쩔 수 없는 법이다.

       애초에 그녀는 나보다 더 오래 므냥이를 지켜본 사람이다.

       임혜자가 어머니 같은 존재라면, 아리랑은 약간 이모 같은 역할이 아닐까?

         

       조카 같은 아이가 신경 쓰이는 건 당연한 일이었다.

         

       나 또한 등급이 어떠니, 시험이 어떠니 같은 것보다는.

         

       우리 므냥이의 볼이 얼마나 말랑말랑하고 찰진지 설명하는 게 더 좋았다.

         

       “세상에…그러면 정말로 <해룡>을 본인들의 힘으로 잡으셨군요? 저희는 당연히 교수들의 도움이 있을 줄 알았는데…”

        “운이 좋았던 것도 있지만, 므냥이가 정말 큰 역할을 해줬습니다. 그녀가 도발로 주의를 끌고, <궁극 스킬>로 기절을 걸지 않았으면 잡지 못했을 것에요.”

         

       오순도순 즐거운 이야기꽃이 피어올랐다.

         

       나나, 그녀나 므냥이하면 껌벅 죽는 사람들이니 당연지사였다.

         

       그 때문일까.

       주변에 대한 인식이 조금 흐트러졌다.

       내 이야기는 아니다.

       아리랑, 그녀에 관한 이야기다.

         

       모퉁이를 지나치는 구간.

         

       툭-!

         

       “앗!”

         

       아리랑은 걸어 나오는 이와 어깨를 부딪쳐 바닥에 엎어지고 말았다.

         

       재수 없게 무릎부터 닿았는지, 까진 상처에서 소량의 피가 흘러나왔다.

         

       직후, 불쾌하다는 뉘앙스를 가득 담은 껄렁껄렁한 남자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뭡니까? 눈을 어디다 들고 다니는 겁니까?”

       “죄, 죄송합니다. 그만 부주의해서…”

       “거, 조심 좀 하십쇼. 이거 비싼 옷인데 에이, 짜증 나게.”

         

       부딪친 이는 꽤 장신의 남자였다.

         

       더벅머리에 제대로 면도하지 않은 턱수염을 매만지던 그는, 인상을 찌푸리며 작게 투덜거렸다.

         

       습관이라고 해야 할까.

         

       나는 아리랑을 부축하면서 그를 자세히 살폈다.

         

       약 30~40대로 들어서는 나이대.

       꽤 다부진 근육과 체격.

       마치, 야생에서 살아온 듯한 짐승 같은 야성미가 풍겨오는 남자였다.

       여기에 인상적인 건 바로 가슴팍에 달린 명찰의 내용.

         

       <데드헬, B급 시험관. 정광혁>

         

       <용검미르>처럼 4대 클랜 중 하나이자, 실질적으로 가장 약한 세력.

         

       <데드헬>이라는 이름이 인상적이었다.

         

       나의 눈빛에 그는 마치 ‘뭘 꼬라봐?’ 하듯 쳐다보았다.

         

       팔랑.

         

       그러다 아리랑이 놓친 서류 파일 하나가, 그의 발목에 툭 하고 떨어졌다.

         

       파일에는 나에 대한 기본적인 인적 사항과 등급 및 시험 신청에 대한 말이 간략하게 적혀 있었다.

         

       남자는 굳은살이 잔뜩 배긴 투박한 손으로 그것을 들어 올렸고, 이내 명백한 비웃음을 선보였다.

         

       마치 귀엽다는 듯한 반응이었다.

         

       “어이, 애송이. 시험 보나 봐?”

       “네.”

         

       짧은 말에, 남자의 미간이 찌푸려졌다.

         

       곧 대수롭지 않게 넘기며 파일을 건네주었다.

         

       “그래 뭐 힘내라고~”

         

       그는 뒤로 손을 흔들며, 별다른 사과의 말 없이 지나쳤다.

         

       “죄, 죄송해요! 제가 그만 실수해서 세하님의 정보를…”

       “아니요. 괜찮습니다. 잠시만요.”

         

       나는 아리랑의 까진 무릎에 [급속 치유]를 발동했다.

       삽시간에 새살이 돋자 놀란 얼굴로 바라보는 아리랑.

         

       “서, 성법도 배우…셨어요? 그러고 보니 [신성]을 얻으셨다고 듣긴 했는데…그, 그래도 제대로 된 기술을 얻으려면 족히 몇 개월은 걸린다고…”

         

       “네 뭐. 어쩌다 보니…아무튼, 몇 가지 좀 물어봐도 될까요?”

         

       “네, 물론이죠. 그게 제 일이니까요.”

         

       “저기 지금 지나간 남자. <데드헬>이라고 적혀 있었는데…혹시?”

         

       “생각하는 게 맞으실 거예요. 4대 클랜 중 하나 <데드헬>의 소속 시험관이세요.”

         

       나는 아리랑과 계속 걸어가며 묵묵히 설명을 들었다.

         

       D급까지는 <길드>의 주관하에 바로 승격이 가능하지만, C급부터는 단독으로 처리할 수는 없다고 한다.

         

       “그걸 위해서 시험관이 필요합니다.”

         

       어느 정도 지명도 있는 <클랜>에서 파견된 시험관이, 같이 참석해서 평가하는 게 의무라고.

         

       여기에 A급부터는 <교단>도 참여한다고 한다.

         

       “따라서 유세하님이 C급 시험을 보실 때는 시험관 중 한 분이 참석하실 거예요.”

         

       “아하…”

         

       C급 시험은 단순히 평균 능력치가 30이 된다고 달성하는 게 아니었다.

         

       이건 최소 조건이었고, 여러 가지 시험 방식을 통과해야 최종적으로 승격이 되었다.

         

       “아마, 지정된 <던전>을 클리어하고 거기서 관련 증거품을 모으셔야 할 거예요. 보스랑 중간보스에게서 표식을-”

         

       “-저기 말 끊어서 죄송합니다만.”

         

       제가 듣기로 그걸 바로 생략하는 방법이 있다고 들었는데요.

         

       나의 말에 아리랑은 두 눈을 끔벅거렸다.

         

       설마, 이걸 물어볼지 몰랐다는 듯 ‘으음…’거리며, 고개를 끄덕였다.

         

       “…네, 있기는 합니다.”

         

       방법의 정체는 바로, 상위 단계의 시험관을 정면에서 쓰러트리는 것.

         

       일종의 대련 시합이었다.

         

       다만 대다수는 이 방식을 고르지 않았다.

         

       시험관으로 임명된 자들은, 등급과는 별개로 산전수전 다 겪은 베테랑들이다.

         

       이제 갓 승격을 보는 이들이 도전하기에는 난이도가 너무 높았다.

         

       여기에 이러한 방식으로 실패하면, 다시 재시험을 보기까지 무려 6개월이라는 페널티가 걸렸다.

         

       “그럼 달리 말하면 방금 지나간 남자. 제가 이기기만 하면 C급 확정이라는 거네요?”

       

        “…네?”

         

       내 말에 아리랑은 눈에 띄게 당황하였다.

         

       처음 <토주원의 정원>을 공략하고 경악했던 그때와 엇비슷한 얼굴이었다.

         

       여러 번 망설이던 그녀는, 마지못해 고개를 끄덕였다.

         

       “가, 가능은 한데…구태여 B급인 장광혁씨와 싸우실 필요는 없어요. 어차피 이긴다고 B급이 되는 것도 아니거든요. B급은 반드시 <던전>을 클리어해야 해서…마, 만약에 이 방법을 고수하신다면 제가 다른 C급 시험관님을 알아-”

         

       “-아니요. 저분으로 할게요. 신청 기회는 있잖아요?”

         

       “…세, 세하씨. 다, 다시 생각해 보세요.”

         

       아리랑은 계속해서 날 설득했다.

         

       그녀의 눈에 걱정이라는 감정이 맴돈다.

         

       구태여 어려운 길을 걸어갈 필요가 있냐는 눈빛이었다.

         

       하지만 계속 고집을 부리자.

       결국, 하는 수 없다는 듯 한숨을 쉬었다.

         

       “…알겠습니다. 전달은 제가 해둘게요. 부디 몸조심하세요.”

       “물론입니다.”

         

       나의 자신만만한 태도에 아리랑은 여전히 마음을 놓지 못하겠다는 듯 쳐다보았다.

         

       뭐……

         

       오해하지는 마라.

         

       딱히 화가 나서 저 남자를 지목한 건 아니다.

         

       ‘아까 느꼈거든.’

         

       저 남자.

         

       틀림없이 완숙한 B급의 경지에 도달한 사람이다.

         

       아마 최소 10년 이상은 B급에서 머물렀겠지.

         

       그리고 그 특유의 야성미.

         

       ‘틀림없는 싸움꾼이야.’

         

       승급 시험과 별개로…

       나는 이번 <방학> 동안 더욱 강해지는 걸 목표로 삼고 있었다.

         

       기연이라던가, 보상이라던가, 스킬이라던가.

       그건 당연히 챙길 거지만…

         

       ‘이것만으로는 부족해.’

         

       나는 잘 알고 있었다.

         

       진정한 ‘강함’이라고 불리는 것은, 수많은 강자와의 싸움과 역경을 통해 겨우 완성되는 거라는걸.

         

       나라는 한 자루의 칼을 그 무엇보다 튼튼하게, 예리하게 만들기 위해서는 이러한 경험이 필수적이었다.

         

       ‘저 남자는 분명…’

         

       날을 날카롭게 세워줄 하나의 시련이 될 거다.

         

       분명, 좋은 경험이겠지.

         

       ‘음, 뭐. 크흠.’

         

       겸사겸사 혼쭐이 날 정도로 두들겨 팰 수 있으면…

         

       ‘더 좋고 말이야.’

         

       다시 말한다.

       오해하지 마라.

       절대로 뒤끝 있는 게 아니다.

         

         

       * * *

         

         

       2시간 뒤.

         

       경기도 안양시, 제3 길드 지부의 <정식 대련> 훈련장 위.

         

       “…제기랄.”

       “잘 부탁드립니다.”

         

       나는 실실 웃으며 눈앞의 남자를 바라보았다.

         

       B급 시험관, 장광혁.

         

       오만상을 찌푸린 그가, ‘이 건방진 애새끼가?’ 하듯 쳐다보고 있었다.

         

       왠지는 모르겠지만…

         

       저, 얼굴이 엉망으로 구겨질 걸 상상하니 절로 미소가 그려졌다.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Ilham Senjaya님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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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 Became a Cheat-Level Munchkin 5★ Character

I Became a Cheat-Level Munchkin 5★ Character

사기급 먼치킨 5★ 캐릭터가 되었다
Score 6.4
Status: Ongoing Type: Author: , Released: 2024 Native Language: Korean
《Gonis Archive Life》 ‘GAL’ for short. I found myself possessed into the world of this game. Not only that, but I became a 5★ character from the very start, The only male character with ridiculously OP abiliti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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