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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193

       

       

       

       

       아르의 말에 이번엔 데보라가 굳었다. 

       

       “무, 뭐라고?”

       

       데보라의 동공에 강도 약 7.5의 강진이 일어났다. 

       

       “아까 쩌기 밖에서 따로 있을 때 삼촌이 그래써여. 온니 조아한다구.”

       “아, 아르야! 내가 언제 그런 말을…. 하긴 했는데….”

       

       아르의 폭탄 발언에 레키온도 굉장히 당황한 상태로 말을 더듬었다.

       아까 사실대로 쭈욱 늘어놓은 말을 안 했다고는 차마 할 수 없어서인지, 얼굴이 새빨개진 상태로 인정했다. 

       

       “했다고…?”

       

       혹시라도 거짓말일까 봐, 혹은 아르가 잘못 들은 걸까 봐 레키온 쪽을 돌아보지 못하고 있던 데보라가 그제서야 레키온 쪽을 홱 돌아보았다. 

       

       레키온은 이러다 익어 버리는 거 아닐까 싶을 정도로 귀까지 빨개져 있었다. 

       

       “그, 그, 그게…. 들어 봐. 데비. 내 말은 그러니까….”

       

       하지만 진격의 아르는 멈추지 않았다. 

       

       “삼촌두 걱정 안 해두 대여! 온니두 삼촌 조아한다 그랬어여!”

       “데, 데비가?”

       

       그 말에 레키온의 표정에 희망이 깃들었다. 

       

       그간 좋아하긴 했지만 데보라를 잃을까 봐 말하지 않고 있었던 건데, 만약 아르의 말이 사실이라면 잃지 않아도 되는 것이다. 

       

       한편 이번엔 데보라의 얼굴이 새빨개질 차례였다.

       

       “아르야, 그걸 누가….”

       

       누가 알려줬냐고 말하려 했지만, 범인은 너무나도 뻔했다.

       

       데보라의 시선이 실비아를 향했다. 

       

       실비아는 데보라의 시선을 슬쩍 피하면서 휘파람을 불었다. 

       

       “실비아 씨….”

       “하하, 단장님한테 말하지 말아 달라고 하셨지 아르한테 말하지 말라고 하신 적은 없잖아요?”

       “…….”

       

       실비아가 뻔뻔하고 능글맞게 나오자 데보라도 말문이 막혔다. 

       

       “데비, 아르가 한 말이 진짜야?”

       

       레키온은 직접 확인을 하고 싶은 듯, 먼저 용기를 내서 물었다. 

       

       “너, 너야말로! 네가 날 좋아했다고? 언제부터?”

       “아주 오래전부터.”

       

       대답 대신 질문이 들어왔지만, 레키온은 신경쓰지 않고 사뭇 진지한 얼굴로 대답했다.

       그러자 데보라의 입술이 떨렸다. 

       

       “너, 너…. 내가 물어봤을 땐 나 아니라고 하더니!”

       “응…? 네가 물어봤다고?”

       “그래! 물어보니까 너 예쁜 여자 좋아한다며.”

       

       그러자 레키온이 당연하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예쁜 여자 좋지. 너 예쁘잖아.”

       “무, 무, 무, 뭐?”

       

       레키온의 연이은 콤보 공격에 데보라의 혀가 갈 곳을 잃고 천방지축 입 속에서 날뛰었다. 

       

       데보라는 황급히 주변에서 얼굴을 비춰 볼 만한 철제 방패 같은 걸 찾으려 두리번거렸다. 

       

       “온니, 거울 요기써여.”

       “어, 아르야. 고맙…아니, 어떻게 알았니?”

       

       아르가 재빨리 아공간에서 핑크색 손거울을 꺼내 데보라에게 내밀자, 데보라는 어리둥절하면서도 일단 받아들었다. 

       

       그러고는 얼른 자신의 얼굴을 요리조리 확인했다. 

       

       “…이게 예쁘다고?”

       

       여전히 모르겠다는 듯한 데보라의 말투에 레키온이 작게 한숨을 쉬었다. 

       

       “너 평소에 주변에서 예쁘다 아름답다 소리 꽤 많이 듣지 않아?”

       “많이는 아니고 가끔 애들이 그런 소리를 하긴 하는데, 그거야 내가 부단장이니까 윗사람한테 잘 보이려고 하는 소리겠거니 했지.”

       “네가 없는 곳에서도 그런 말이 도는데?”

       “그건…. 아니, 내가 진짜 예뻤으면 견습 기사 때부터 인기가 많았겠지! 그땐 예쁘다 소리 듣지도 못했는데.”

       

       데보라가 억울하다는 듯이 말했다. 

       

       “그땐 네가 진짜 남자처럼 머리를 밀다시피 하고 다녔고, 나이도 어렸으니까.”

       

       그 말을 들은 나는 음, 그럴 수 있지, 하고 고개를 끄덕였다. 

       

       ‘단편 순정 만화 같은 데에서 가끔 나오는 클리셰지.’

       

       남자인 줄 알았던 소꿉친구가 알고 보니 여자였습니다?! 같은 느낌이라고 할까.

       

       어렸을 때 같이 놀다가 둘 중 한 명이 이사를 가게 되고, 고등학교 때 다시 돌아와서 같은 반이 되었는데 남자는 못 알아보고 웬 예쁜 여자아이가 아는 척을 하면서 반 아이들의 주목을 받는….

       

       아, 벌써 순정 만화 한 편 다 봤다.

       

       물론 레키온의 경우엔 데보라가 여자아이라는 걸 알고 있긴 했지만, 아마 말하는 걸 들어 보니 주변 사람들은 잘 몰랐거나 알아도 여자로 생각을 하지 않았던 모양이었다. 

       

       그냥 좀 잘생긴 여자 같은 느낌으로 생각했겠지.

       

       ‘그런데 이제 2차 성징이 오고, 골격과 함께 외모가 변하면서 지금 같은 잘생기면서도 예쁜 얼굴이 된 거지.’

       

       그리고 그때쯤 이미 레키온과 데보라가 붙어 다니는 걸 안 사람들은 대충 둘의 관계를 눈치챘을 거고.

       

       데보라도 데보라지만 특히 레키온의 엄청난 재능에 대해서는 이미 기사단 전체가 알고 있는 수준이라 어중간하게 집적대려는 사람도 없었을 것이다. 

       

       누가 감히 용사의 연인을 가로채려 하겠는가.

       

       “못 믿겠으면 저기 레온 님이나 실비아 님, 아니면 아르한테도 물어보든지. 네가 예쁜가 안 예쁜가.”

       “…….”

       

       데보라는 진짜 물어볼 기세로 우리를 바라보았다. 

       

       역시 먼저 입을 연 건 우리 아르였다. 

       

       “온니, 진짜루 이뻐여! 눈도 엄청 크구, 콧날두 오똑하구, 입술도 이뿌구, 웃을 때두 넘넘 이뻐여!”

       “맞아요. 잘생기면서도 예쁘셔서 지금 머리도 너무 잘 어울리고요.”

       “저도 같은 생각이에요. 사실 어떤 머리를 하셔도 잘 어울리실 것 같은데요.”

       

       나와 실비아도 재빨리 아르의 말에 덧붙이듯 거들었다. 

       

       “…….”

       

       자신이 예쁘다는 사실을 이제서야 처음 깨달은 데보라는 얼떨떨한 듯 머리를 짚었다. 

       

       그러자 레키온이 피식 웃으며 말했다.

       

       “그만 인정해. 너 예쁜 거 맞다니까. 적어도 내 눈에는 누구보다 예뻐.”

       

       오오!

       

       큰 거 한 방 들어왔다!

       

       나와 아르는 동시에 주먹을 쥐었다. 

       그리고 꿀잼 현장을 직관하며 아르와 함께 아공간에서 꺼낸 팝콘 한 줌을 입 안에 욱여 넣었다. 

       

       하지만 데보라는 아직 반박할 거리가 남은 모양이었다.

       

       “하, 하지만 어차피 네 이상형은 너보다 검 잘 쓰는 사람이잖아. 그럼 난 아닌데?”

       “무슨 소리야. 검술만 놓고 보면 네가 나보다 한 수 위인데. 그렇죠, 실비아 님?”

       

       실비아는 팝콘을 가져가려던 손을 다시 치우며 고개를 끄덕였다. 

       

       “순수 검술의 완성도만 놓고 보면, 데보라 님이 한 수 위인 건 확실해요.”

       “거 봐. 내 입으로 말하긴 좀 그렇지만, 난 순수 검술 말고 타고난 재능이 많잖아. 오러라든지, 전투감각, 반응 속도 같은 것들. 하지만 검술만 보면 데비 네가 한 수 위야. 이건 상대해 본 내가 제일 잘 알지.”

       

       레키온 본인도 저렇게 말하고, 여기 있는 모든 사람들보다 검술이 뛰어난 9성 검사 실비아까지 보증을 해 줬으니 이 정도면 기정사실화 된 셈.

       

       이제 데보라의 목소리는 거의 기어들어갔다. 

       

       “하지만…. 다른 여자들이 접근할 때 막 지금은 제국을 위해 앞으로 나아갈 때라서 연애 같은 건 생각 안 한다고….”

       “그야 어차피 처음부터 나한테는 너밖에 없었으니까.”

       “꺄아악!”

       

       데보라는 더 이상 버티지 못하고 비명을 지르고 말았다. 

       

       저러다 얼굴이 익는 거 아닌가 싶을 정도로 홍당무가 되어 있었다. 

       

       고개를 숙인 채 눈도 못 마주치고 있는 데보라에게, 이번엔 레키온이 반격했다. 

       

       “데비 너야말로 나 좋아했다면서 왜 그동안 자꾸 나랑 잘 어울린다고 엮어 주는 사람들 앞에서 부정한 거야? 네가 그렇게 강하게 부정하니까 내가 좋아한다고 말하고 싶어도 그럴 수가 없었잖아.”

       “…왜 못하는데?”

       “그야 말했다가 거절당하면 예전 같은 사이로 돌아가지 못할 수도 있고….”

       

       레키온이 입술을 깨물었다. 

       

       “무엇보다 널 다시 못 보게 될 수도 있다고 생각하니 끔찍했어.”

       “…….”

       “널 잃는 것보단 차라리 이대로 곁에, 누구보다 가까이 있는 게 낫다고 생각했어. 진심으로 말이야.”

       

       그러자 데보라가 조심스럽게 고개를 들었다.

       그리고, 들릴락말락한 목소리로 말했다. 

       

       “…나도 그랬어.”

       

       와!

       

       ‘미쳤다.’

       

       나와 아르는 팝콘을 씹는 것도 잊고 몰입하고 있었다.

       

       사실상 서로 고백한 거나 다름없는 지금.

       

       레키온과 데보라의 눈이 완벽한 순간에 마주쳤다. 

       

       “레키온….”

       “데보라.”

       “…데비라고 부르지 말라고 할 땐 그렇게 말 안 듣더니…. 드디어 제대로 불러주는구나.”

       

       목소리는 부드러워졌고.

       서로의 눈빛이 더욱 깊어졌다. 

       

       그리고 서로의 얼굴이 점점 가까워지고.

       

       “…….”

       “…….”

       

       멈췄다.

       

       잠시간의 침묵 이후, 아르가 구슬픈 목소리로 말했다. 

       

       “…왜 멈처여?”

       

       나와 실비아도 실망이 가득한 표정으로 레키온과 데보라를 바라보았다. 

       

       “왜 멈추긴, 그렇게 보고 있으니까 멈추지!”

       

       데보라의 말에 아르가 삐죽 입을 내밀었다. 

       

       “히잉. 레온이랑 실비아 온니는 키쓰하는 거 안 보여준단 마리에여. 구래서 삼촌이랑 데보라 온니 키쓰하는 거 보구 시펐는데….”

       “가, 갑자기 나랑 실비아 씨 얘기가 나온다고?”

       

       내가 당황해서 실비아를 보자, 실비아도 같은 표정으로 아르를 보았다.

       아르는 허리에 손을 얹으며 볼을 부풀렸다.

       

       “마짜나! 레온이랑 실비아 온니 요즘 맨날 아르 혼자 방에 이쓸 때 몰래 나가서 손도 잡구, 키쓰도 막 찐하게 하구 그러자나. 아르는 다 아러!”

       “우, 우리가 언제! 그리고 그렇게 찐하게 하진 않았….”

       

       앗.

       

       나는 황급히 말을 끊었다. 

       

       “거 바. 아르두 키쓰 보구 시픈데….”

       

       아르의 입이 댓발 나온 모습을 본 레키온이 웃음을 터뜨렸다. 

       

       “하하하, 아르야. 키스 보고 싶어?”

       “우응! 삼촌, 보여줄 고야?”

       

       아르가 반색하자, 레키온이 데보라를 보며 말했다. 

       

       “데비, 어때. 아르가 보고 싶다는데 한번 보여줄까?”

       “꺼져!”

       

       데보라가 고개를 홱 돌렸다. 

       

       “…할 거면 돌아가서 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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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 Picked Up a Hatchli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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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츨링을 주웠다
Status: Ongoing Author:
But this guy is just too cut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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