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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193

        작전의 첫 번째.

        프롤레티아 성계의 외부 소행성대에 은밀하게 진입.

       

        “성공!”

       

        “후우~!”

       

        “떨려서 죽을 것 같네.”

       

        크루들이 일제히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이제야 겨우 시작인데, 벌써 무서워하면 어쩌나?

        이런 내 생각에 동의하듯, 레이지가 손뼉을 치며 모두의 시선을 모았다.

       

        “자. 이제부터 시작이야. 필립! 디코이 배치는?”

       

        = 모두 끝났습니다.

       

        “좋아.”

       

        씨익 미소를 지은 레이지가 선언했다.

       

        “모두 작전 개시!”

       

       

        *            *            *

       

       

        – 와.

        – 이건 또 장르가 참신하네.

        – ㅋㅋㅋㅋ

        – ㅋㅋㅋㅋㅋ

        – ㄹㅇㅋㅋ

        – 잼씀!

        – 팝콘 맛나다!

       

        채팅창이 빠르게 올라가기 시작했다.

        다행히 재미있는 모양이다.

       

        “어디 보자…….”

       

        여기서부터는 그냥 이야기만으로 묘사하기에는 한계가 있으니, 내가 잘할 수 있는 것을 사용하기로 했다.

        황금을 조작해, 그때 상황을 작게 재현하기로 한 것이다.

       

        – 캬!

        – 이거지!

        – 할모니! 시청각 자료 감사해요!

        – 와우

        – 나 헌터인데, 저렇게 세세하게 물질 조작하는 거 개 어렵던데.

        – ㅋㅋㅋㅋㅋㅋ

        – 감사. 압도적 감사!

       

        “자. 이것이 그때의 성계 모습이란다.”

       

        한가운데에는 ‘프롤레티아 성계’의 유일한 항성이 존재하고, 그 주위에는 커다란 가스 행성 4개가 존재하는…….

       

        “……이게 아니었던가?”

       

        어라? 갑자기 헷갈리기 시작한다.

        그러니까…… 그때 성계 구조가…… 그러니까…….

       

        – 엌ㅋㅋㅋㅋ

        – 헷갈리심ㅋㅋㅋ

        – 기억이 좀 오락가락하실 나이기는 함.

        – ㅋㅋㅋㅋㅋㅋ

        – ㅋㅋㅋ

        – 아이고 할모닠ㅋㅋㅋㅋㅋ

        – ㅋㅋㅋㅋㅋ

        – ㅋㅋㅋ

       

        “…….”

       

        이 고얀 놈들.

        나는 볼을 빵빵하게 부풀리며 다시 기억을 되돌아보았다.

        그러니까 세 번째 행성이 고리를 가지고…… 아니, 고리를 가지고 있었던 것은 네 번째 행성이었던가?

       

        “…….”

       

        나는 그냥 떠올리기를 포기했다.

        어차피 기억도 안 나는데, 그냥 대충 하기로 결정했다.

       

        “아무튼 이런 모양이었고, 우리는 여기에 있었지.”

       

        – 그냥 포기하심ㅋㅋㅋㅋ

        – ㅋㅋㅋㅋㅋ

        – ㄱㅇㅇ

        – 700

        – ㄱㅇㅇ

        – 아이 귀엽습니다!

        – ㄹㅇㅋㅋ

       

        시끄럽다!

        나는 채팅창을 한 번 무시하며, 다시 이야기를 이어 나가기 시작했다.

       

       

        *            *            *

       

       

        작전의 첫 번째 단추는 끼웠다.

        사실 이 부분은 간단한 과정이었다.

        그저 성계군의 감시가 허술한 성계 외부의 소행성대에 몰래 잠입하는 것이 전부니까.

       

        = 4번 디코이, 작동 시작합니다.

       

        부함장인 필립의 말과 함께, 우리가 숨어 있는 소행성대의 반대편에 잠복 중이던 디코이가 미리 입력된 프로그램대로 움직이기 시작한다.

        아무리 성계 단위로 물자 교류가 일어나는 시대라고는 하더라도, 광년 단위로 떨어진 거리에 있는 물체를 실시간으로 원격 조종할 수 있는 기술은 존재하지 않는다.

        ……사실 마법을 사용하면 가능하기는 한데, 내 정체를 아는 레이지 이외의 인간들이 의심할까 봐 사용하지는 않았다.

       

        그 대신.

        디코이에는 일종의 인공 지능 프로그램이 내장되어 있었다.

        기계 생명체인 필립과 오퍼레이터인 에이미가 함께 노력해서 만들어 낸 전투 인공 지능이었다.

       

        삑! 삑! 삑!

       

        사방으로 흔적을 남기며, 빠르게 움직이기 시작하는 4번 디코이.

        그리고 갑자기 소행성대에서 튀어나온 정체불명의 우주선에, 성계를 순찰하던 성계군들이 빠르게 움직이기 시작했다.

       

        “저 번쩍번쩍한 외형은 무시할 수 없긴 하지.”

       

        “맞아.”

       

        황금으로 둘러진 내 외형을 두고 웃음을 흘리는 아놀드와 제인.

        그리고 그것을 뒤에서 듣던 나는 그냥 과자를 먹었다.

        과자 맛있다.

       

        = 4번 디코이. 성계군을 피해 도주를 시작합니다.

       

        “좋아. 그대로 3번, 5번도 작동 개시!”

       

        = 라져!

       

        레이지의 지시에 따라 점점 작동을 개시하는 다른 디코이들.

        각각 내장된 인공 지능이, 각각에게 입력된 프로그램에 따라 다른 행동을 시작한다.

        어떤 디코이는 성계군을 공격하고, 어떤 디코이는 도망치고, 또 어떤 것은…….

        그렇게 얼마나 시간이 지났을까?

       

        “앗?! 제국군이 출격하고 있어요!”

       

        그 순간 에이미의 보고가 이어진다.

        프롤레티아 게이트를 지키기 위해 존재하는 제국군들이, 각 콜로니에서 우수수 쏟아져나오기 시작한 것이다.

       

        “미친.”

       

        “어마어마하네…….”

       

        비록 몇 시간 전 신호를 보고 있는 것이지만, 새까맣게 몰려나오는 제국군의 위용은 보는 이들에게 위압감을 주기 충분했다.

        숫자는 그것만으로도 위압적이기 마련이니까.

       

        “단단히 작정한 모양인데?”

       

        “그러게요.”

       

        “성계 외곽의 소행성대에서 우주선 한두 개가 난리 치는 것 정도로 저 숫자의 제국군들이 나선다? 말이 안 되지.”

       

        = 심지어 이곳이 장거리 워프 게이트가 있는 곳이라고 하더라도요.

       

        크루들이 화면을 바라보며 한마디씩 했다.

        그들의 말대로, 제국군은 만약의 사태를 대비하기 위한 이들이다.

        다른 제국의 침공을 받았을 때 장거리 워프 게이트를 수호하거나, 혹은 다른 지역에 군사를 파견해야 할 때를 제외하면 딱히 움직이지 않는 이들이라는 소리다.

       

        그런데 그런 이들이, 겨우 외곽에서 소란을 피우는 우주선 한두 개에 움직인다?

        결국 저들에게 손을 뻗은 이가 있다는 것을 증명하는 것밖에 되지 않는다.

       

        “이를 갈고 있는 모양이네?”

       

        레이지가 화면을 보며 피식 미소를 지었다.

        그러고는 바로 옆자리에서 덜덜 떨고 있는 미네 황녀의 손을 꼭 잡아주었다.

        그러자 미네 황녀의 떨림이 천천히 줄어들기 시작한다.

       

        ‘좋을 때로군.’

       

        나는 그 모습을 흐뭇하게 바라보았다.

        그래. 레이지도 슬슬 짝짓기를 할 나이가 되긴 했지.

       

        = 디코이! 차례대로 격파되고 있습니다!

       

        성계군을 대상으로는 손쉽게 상대하던 인공 지능이었지만, 역시 제국군까지는 어쩔 수 없었던 것일까?

        사방으로 신호를 내보내던 디코이들의 신호가 차례대로 끊어지기 시작한다.

        그리고 그것을 확인한 레이지가 소리쳤다.

       

        “좋아! 1번! 출발한다!”

       

        “넵!”

       

        우우우우웅!!

       

        곧바로 엔진 소리와 함께 움직이기 시작했다.

        디코이들을 사냥하기 위해 많은 숫자의 제국군이 나와 있었기에, 정작 게이트를 지키는 제국군의 숫자는 줄어든 상황.

        그렇기에 갑자기 튀어나와서 프롤레티아 게이트를 향해 다가가는…….

       

        피이이잉!

       

        지이잉!

       

        “큭! 환영 인사가 열렬한데?”

       

        사방에서 쏟아지는 공격에, 레이지가 혀를 내둘렀다.

       

        이미 말했지만, ‘장거리 워프 게이트’는 매우 중요한 요충지다.

        그렇기에 ‘장거리 워프 게이트’에는 좀 과하다 싶을 정도의 대비가 되어 있었고, 이미 어마어마한 숫자의 제국군이 밖으로 나왔는데도 불구하고, 게이트 주변에서는 여전히 어마어마한 숫자의 제국군이 몰려 있었다.

       

        “으아아악! 역시 이건 미친 짓이라니까!”

       

        “괜찮아!”

       

        아놀드의 비명을 귓등으로 넘기며, 레이지가 조종간을 조작하기 시작한다.

        화려한 곡예비행을 선보이며, 10기의 디코이들과 함께 게이트를 향해 돌진하기 시작한다.

       

        “으아아아악!”

       

        “꺄악!”

       

        크루들의 비명과 함께, 총 11기의 우주선들이 제국군들의 공격을 피하며 게이트를 향해 날아가기 시작했다.

        그동안 수집된 레이지의 조종 방식을 딥러닝으로 학습시킨 전투용 인공 지능답게, 레이지에 버금가는 회피 기동을 선보이는 디코이들.

        물론 숫자는 감당할 수 없기에, 디코이들은 하나하나 파괴되어 갔다.

        하지만 그들의 희생을 바탕으로, 마침내 게이트에 다다를 수 있었다.

       

        지이이이이이잉!!

       

        거대한 크기를 가진 장거리 워프 게이트.

        수많은 우주선들과 물자들이 오가는 게이트답게, 게이트 주변으로는 수많은 민간 우주선들이 몰려들어 있었다.

        그리고 그 사이로 우리 우주선들이 파고들기 시작했다.

       

        “하핫! 이러면 쉽사리 공격할 수 없겠지?!”

       

        이것이 바로 레이지의 노림수.

        어떻게든 게이트 근처까지 접근할 수만 있다면, 게이트를 오가는 민간선 사이에 숨어들 수 있다는 판단이었다.

       

        “제국군이 되어서, 제국민들을 공격할 수 있겠냐고!”

       

        레이지의 말대로, 차마 민간선을 쏠 수 없는지 머뭇거리는 제국군들.

        그리고 우주선들은 신들린 비행 솜씨로 게이트를 향해 날아가기 시작했다.

        그렇게 게이트 통과가 이루어지는가 싶은 그 순간이었다.

       

        퍼어어엉!

       

        콰아앙!

       

        “?!”

       

        “헉?!”

       

        “미친!”

       

        제국군이 민간선을 무시한 채 사격을 개시했다.

        전혀 계획에 없었던 상황에, 모든 이들이 기겁하기 시작했다.

       

        = 디코이 격파 중! 계속 파괴되고 있습니다!

       

        “젠장! 다른 우주선들이 비행을 방해하고 있어!”

       

        설마 제국군이 민간선을 무시한 채 공격을 감행할 줄은 몰랐는지, 크루들의 얼굴이 새파랗게 질리기 시작했다.

        이렇게 될 경우, 오히려 우리 쪽이 불리해진다.

        우리는 민간선을 피해 비행해야 하기에 경로가 제한되는 반면, 제국군은 그냥 공격하면 되기 때문이다.

       

        = 게이트가 닫히고 있습니다!

       

        “뭐?!”

       

        설상가상이라고 했던가?

        제국군은 거기서 한술 더 떠서, 장거리 워프 게이트를 아예 닫아버리기까지 했다.

       

        장거리 워프 게이트는 항성의 에너지를 이용해 작동한다.

        그리고 그 거대한 규모 때문에, 한 번 작동하는데 상당한 시간과 예산이 소모되는 물건이다.

       

        인간들이 이해하기 쉽게 예를 들자면…… 제철소의 용광로라고 하면 되려나?

        ‘제철소의 용광로’는 작동을 정지하는 순간, 용광로 내부에 남아 있던 녹은 금속이 그대로 굳어 버리게 된다.

        그리고 그렇게 되어 버린 용광로는 다시 작동할 수 없기에, ‘제철소의 용광로’는 한 번 작동을 시작한 이후로 수명이 다할 때까지 절대로 작동을 멈추어서는 안 된다고 한다.

       

        장거리 워프 게이트 역시 그것과 비슷하다.

        한 번 작동을 멈추는 순간, 항성의 강력한 에너지와 자기장, 그리고 중력에 의해 주요 시설들이 망가지기 시작하는 것이다.

        그렇기에 작동을 멈출 리가 없다고 생각했는데…….

       

        “젠장! 그렇게 우리를 고평가 해주는 건가?”

       

        “캡틴이 너무 잘나가는 것도 문제구만!”

       

        제인이 레이지를 한 번 노려보았다가 다시 화면에 집중하기 시작했다.

       

        “좋아! 해 보자고!”

       

        레이지가 조종간을 조작하기 시작했다.

        게이트가 닫히기 전에 지나갈 수 있느냐, 아니면 지나갈 수 없느냐.

        그것이 승부처다.

       

        퍼어엉!

       

        퍼엉!

       

        하나씩 부서지는 디코이들.

        제국군의 포화 속에서 난장판이 되어가는 민간선들.

        그리고 그 속을 거슬러 올라가는 우주선 한 대!

       

        “으랴아아압!”

       

        레이지의 기합 소리와 함께, 막 앞을 가로막은 민간선을 지나친다.

        그리고…….

       

       

        *            *            *

       

       

        – 그리고?!

        – 그리고 어떻게 되었어요?!

        – 헥헥헥!

        – 부들부들…….

       

        기대하는 시청자들에게 말했다.

       

        “잠깐 햄버거 하나만 더 먹고 말해 주마.”

       

        – 갸아아아악!!

        – 으아악!

        – 젠장!

        – 앙대여!!!

       

        나는 채팅창을 살짝 무시하며 햄버거를 물었다.

        옴뇸뇸…….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잠깐 햄버거 먹고 다시 이야기해줌.

    ㄹㅇ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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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ragon’s Internet Broadcast

Dragon’s Internet Broadcast

드래곤님의 인터넷 방송
Status: Ongoing Author:
Fantasy, martial arts, sci-fi... Those things are usually products of imagination, or even if they do exist, no one can confirm their reality. But what if they were true? The broadcast of Dragon, who has crossed numerous dimensions, is open again today. To tell us his old stori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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