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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193

       *** ***

         

       지갑이 텅 비었다.

         

       호천안이 된 이래 올해까지 딱히 돈을 모으지는 못했다.

         

       도박을 하면서 생존 자금만 남기고 싹다 때려부었으니까.

         

       도박을 대성한 뒤로 받은 몇 건의 의뢰가 있지만 유의미한 자금이라고 보기에는 애매한 액수였고…자산이라고 할 수 있는 돈을 쥔 것은 당가타로 불려 갔을 때부터군.

         

       당가에서 당가맹호암룡투법에 들어간 도박기술 관련 사용료와 도박 강의 비용으로 번 돈이 대략 금자 100냥.

         

       이건 목속성 영약을 구하느라 다 소비했다.

         

       그 뒤로 큰 수입이라면 성락루에서 딴 금자 270냥. 여일예에게 분배해 준 70냥을 제외하고 나머지 200냥이 내 수입.

         

       그 뒤로는 점창파로 가는 길에 마차를 사거나 하면서 잡다하게 수익을 까먹었고.

         

       황궁에서 하사품을 수여 받으며 금자 백 냥이 자산에 추가되었다.

         

       최종적으로 현재 내 재산은 금자 300냥을 조금 넘는 수준이었는데 이걸 다 광재련에게 털어넣게 되었다.

         

       “개꿀.”

         

       사실 금이 조금만 모이면 상단에 투자하는 것이 무림천하의 기본이다. 수행하고 여행할 시간도 부족한데 돈까지 벌기 위해서 발품을 파는 것은 너무 시간 낭비가 심하거든.

         

       본래라면 그렇게 해야 하지만.

         

       사천에서 황금가를 터트린 여파가 커도 너무 컸다. 황금가와 사천 상계가 흔들린 여파가 어디까지 퍼질지 알 수 없는 상황에서 상단에 투자를 할 수는 없어서 어쩔 수 없이 돈을 묵혀 두고 있었는데….

         

       광재련의 공방이 빚더미에 나앉았다는 정보를 접하고 이거다 싶었다.

         

       광재련의 새로운 강철 제련법은 그야말로 떡상이 예약된 주식이나 마찬가지.

         

       마음이 들떠서 심상서고가 제대로 작동을 안 할 지경이었다. 나는 시원하게 설정집을 덮고는 책상에 다리를 올리고 눈을 감았다.

         

       아아, 보인다 그래프창을 뚫어버리는 붉은 화살표가.

         

       돈 복사의 꿈은 이루어진다.

         

       그렇게 갑부 호천안의 단꿈에 젖어 있을 때.

         

       “교관님. 들어가도 괜찮겠습니까.”

         

       재상해가 찾아왔다.

         

       *** ***

         

       재상해는 십이 번대에 배속될 때를 떠올렸다.

         

       지금과 같이 구체적인 의혹은 아니었지만 그래도 불만 정도는 가지고 있었다.

         

       ‘우리 부대만 인원수가 맞지 않은 것은 좀 그렇지 않나. 대 금의위가 이 정도 형평성 배려도 못 해주다니.’

         

       그런 부대라면 숙련된 교관이라도 붙여 줘야 하는 것이 아닌가. 그런데 외부고문이라 금의위 시험을 경험해 본 적도 없는 자를 붙여주다니.

         

       처음에는 그냥 그렇게 생각했다.

         

       그리고 그런 의혹은 모의전 이후로 씻은 듯이 날아갔다. 호천안은 다른 교관들과 수준이 달랐으니까.

         

       송안성이 심각한 얼굴을 하며 자주 다가온 것도 그런 이유에서라고 생각했다. 너무 압도적인 훈련 성과를 보이고 있으니 그런 점에 대해서 자제 요청을 하는 것이 아닐까. 재상해는 그 정도로 판단하고 넘어갔다.

         

       그러나 조가주와 강추모루가 생활관을 떠나면서 재상해의 가슴에는 의문이 피어올랐다.

         

       정말로 저 호천안이 조가주와 강추모루가 금의위를 관둘 것을 예상하지 못했을까? 그런데 왜 아무 것도 안하고 두 사람을 그냥 보내지?

         

       엄청나게 열성적으로 십이 번대를 훈련시킨 호천안이 아니었던가. 그런데 그런 열정이 무색하게 결실의 순간에 떠나는 이들을 방치했을까.

         

       한 순간의 의혹은 기이한 호천안의 행태를 경험하며 점차 형태를 갖추었다.

         

       그래서 동기들에게 조사를 부탁했고 아버지의 반응을 떠보러 갔다.

         

       ‘무언가 들으신 게 있었던 거지.’

         

       신중함을 미덕으로 삼는 사람답지 않게 거의 탈락을 확신하던 아버지의 태도. 그리고 동기들의 타 부대 신상 조사까지.

         

       대부분의 훈련생들은 황군 출신이거나 유명 무가나 도장의 제자들이었다. 그 외의 경력은 손에 꼽을 정도였다.

         

       ‘그런데 우리 십이 번대는…군인 출인이라고는 넷. 문신 가문이긴 하지만 명가인 나야 그렇다고 치더라도 화가에 조각사에 대장장이에…’

         

       그런데 십이 번대에는 온갖 출신의 합격자들이 모여 있었으며 인원이 한명 부족하기까지 했다.

         

       재상해의 머릿속에는 하나의 결론이 도출되었다.

         

       ‘십이 번 대는 처음부터 탈락을 위해 짜여진 부대였다.’

         

       다른 분야에서 두각을 보일 수 있는 인재들. 이는 다시 말하면 금의위직을 그만두더라도 별로 아쉬울 것 없는 자들이라는 뜻이기도 했다. 인재야 차고 넘치니 어차피 철새가 될 확률이 높은 이들을 탈락시키겠다는 것일까.

         

       재상해는 금의위의 의도를 그리 파악했다. 아니 이젠 금의위의 의도는 아무래도 좋았다.

         

       ‘송안성 부관은 호천안 교관님에게 계속해서 경고를 했었던 거였군.’

         

       탈락부대를 너무 강하게 조련하니 수시로 눈치를 준 것이었다. 그렇게 생각하니 부관의 행동이 모두 들어맞는 것 같았다. 갑자기 뜬금없이 개최한 모의전도 결국 십이 번대에 대한 견제구였던 것이다. 십이 번대의 저력을 공개하여 다른 이들이 위기감을 갖도록 한 술책!

         

       재상해는 슬쩍 호천안이 바라보던 책을 보았다. 깊이 공부하지는 않았지만 여러 문자를 배웠던 적이 있는 재상해도 처음 보는 기이한 문자가 쓰여 있는 책.

         

       정말 일관적이게 수상한 사람이었다.

         

       “다 알았습니다.”

         

       “뭘 말입니까? 재상해 수련생.”

         

       “일부러 훈련생들의 자퇴를 유도한 것 말입니다. 금의위에서는 십이 번대를 통째로 탈락시키라고 하지 않았는지요?”

         

       “본관은 지금 바쁘지는 않지만, 재상해 훈련생의 뜬금없는 음모론에 어울려 줄 정도로 한가하지도 않습니다.”

         

       눈 하나 꿈적하지 않은 호천안을 보면서 재상해는 그냥 고개를 끄덕였다.

         

       “예. 제 음모론입니다. 광재련 그 자식 어제 아주 눈이 퉁퉁 부어서 돌아왔더군요. 떠난다 하던데요. 뭐, 어떤 교관님이 공방에 투자를 해주기로 했나 봅니다.”

         

       호천안은 대답하지 않았다.

         

       “아, 광재련이 말한 건 아닙니다. 그저 제가 이렇게 될 것 같다는 음모론을 떠들고 있는 중이지요. 광재련 녀석은 그냥 공방으로 돌아간다고만 이야기하고 떠났습니다.”

         

       재상해는 호천안을 바라보며 길게 한숨을 내쉬었다.

         

       “그리고 이렇게 전후사정을 다 알고 나니깐 말입니다. 호 교관님이 절 어떻게 대했는지 뼈저리게 알아버리고 말았지 뭡니까.”

         

       “본관은 딱히 특별대우를 한 기억은 없습니다만.”

         

       “조가주에게 좀 신경을 써 주신 경향이 있기는 하지만…그래도 교관님은 공평하게 십이 부대 전원에게 기회를 제공하려고 애쓰셨다는 건 압니다. 그리고 그게 문제였고요.”

         

       재상해는 자세를 고쳐 앉았다. 좀 더 편하고 방만해진 자세였다.

         

       “교관님. 저는 평생을 특별 대우를 받으며 살아왔습니다. 어딜 가서도 그야말로 군계일학의 취급을 받았지요.”

         

       “그렇습니까.”

         

       “예. 그랬습니다. 학당에서는 대놓고 게으름을 피워도 스승님이 어여삐 여기셨고 학당의 친구들은 그런 저를 우러러보며 부러워했습니다. 어딜 가나 마찬가지였죠. 시서예화는 물론이고 무공이나 잡기까지.”

         

       “저는 무엇이든지 금방 배웠고 금방 질려서 새로운 것을 배우러 갔습니다. 그 과정에서 스승을 무시하는 일도 왕왕 있었지요.”

         

       말을 하던 재상해가 껄껄 웃었다.

         

       “일학(一鶴)이었던 제가 처음으로 평범한 취급을 받은 곳이 바로 이 십이 부대였고 호천안 교관이었습니다. 재능을 조금만 보여주면 다들 대번에 눈빛이 바뀌었지만. 호 교관님은 제가 재능을 보이거나 말거나 별달리 신경도 쓰지 않으시더군요. 오히려 까라면 까라고 혼구멍이 났지요.”

         

       호천안은 아무 말 없이 재상해의 말을 계속해서 들었다.

         

       “저는 말입니다. 사실 닭이 되는 것이 두려웠습니다. 그렇기에 재능만 보이고 도망쳤습니다. 진정 위를 추구하기 시작하면 나와 동등하거나 그 이상의 재능을 가지고 노력까지 겸비한 이들과 마주쳐서, 사실 재상해는 학이 아니라 닭들 중 하나에 불과했다고 여겨지는 것이 두려웠습니다.”

         

       “그 사실을 애써 외면하고 도망치며 자신을 속였습니다. 재능으로 반짝 성취를 보이고는 글은 시시하다. 음악은 시시하다. 그림은 시시하다 이런 식으로 도망치고 도망치다가 결국 금의위까지 도달했지요. 그리고 이렇게 이곳에서 닭이 되어버리고 말았습니다.”

         

       “본관은 재상해 훈련생의 재능을 높이 평가했습니다.”

         

       “예. 그렇지만 특별 대우를 해주시지는 않았지요. 교관님은 결국 저를 남들보다 비도술을 조금 더 잘하는 훈련생 정도로 취급하셨습니다. 뿐입니까? 조가주, 강추모루, 광재련…이런 이들이 날아갈 수 있도록 배려해 주셨으면서 저한테는 마지막 날인 오늘까지 아무런 조치도 하지 않으시더군요. 다른 이들의 재능은 아깝다 여기셨으면서도 이 재상해의 재능에는 아쉬움을 느끼지 않았던 것이 아닙니까.”

         

       재상해의 어조는 마치 끓어오르는 것과 같았다. 왜 내 재능은 인정해 주지 않았는가. 얼마인지는 모르겠으나 광재련에게는 막대한 금전적 투자까지 했으면서 어째서 자신은 인정해 주지 않았는가.

         

       “아니 그렇습니까?”

         

       재상해는 그렇게 말하고 있었다.

         

       “하나, 정정할 것이 있습니다.”

         

       재상해는 긴장감에 마른침을 삼켰다. 이 자리에 앉은 뒤 처음으로 있는 호천안의 의사 표명.

         

       “하나. 본관은 조가주, 강추모루, 광재련의 재능을 보지 않았습니다. 그러나 지금은 없는 셋이 특출난 점이 있다는 것은 인정합니다.”

         

       “…그것이. 무엇입니까? 재능이 아니라면 무엇이 호 교관님이 그들을 학으로 여기게 했습니까?”

         

       “목표.”

         

       호천안은 담담하게 말했다.

         

       “그들이 보고 있는 곳이 너무나 명확하기에 그저 등에 손을 올려 주었을 뿐입니다.”

         

       “…그렇습니까.”

         

       재상해는 할말을 잃고 등받이에 몸을 기댔다. 목표…목표라.

         

       그게 결국 내가 닭이 되었던 이유인가. 맞는 말이었다. 날아야 할 의지도 방향도 모르는 새가 어찌 하늘을 날 생각을 할 수 있을까. 날지 못하는 새는 닭에 불과할 뿐이었다.

         

       재상해는 납득했다.

         

       “평생 닭이 되는 것을 두려워하며 도망쳤습니다. 그런데 막상 닭의 취급을 받는 것이 그리 나쁘지는 않군요. 저는 왜 이리 닭이 되는 것을 두려워했는지 모르겠습니다. 닭이라 할지라도 정직하고 노력하고 홰를 치며 날려 하는 것은 학과 같았는데 말입니다.”

         

       “둘째로 정정해야 할 것이 생겼습니다. 재상해 훈련생.”

         

       호천안의 말에 재상해의 눈에 의문이 서렸다.

         

       “훈련생들은 모두 새입니다. 본관은 모두가 가능성이라는 날개를 펼치고 날아오르리라고 확신합니다.”

         

       재상해의 눈이 떨렸다.

         

       “본관이 아까도 말했듯이 조가주도, 강추모루도, 광재련도 학이 아니었습니다. 그들이 조금 먼저 알을 깨고 나간 것뿐입니다. 반면 재상해 훈련생은 아직 알일 뿐입니다. 그렇지만 재상해 훈련생, 알은 먼저 깨고 나간다고 하여 그 새는 대붕이 되고 다른 새들은 참새가 됩니까? 그렇지 않습니다.”

         

       “…교관님.”

         

       “학과 닭? 그런 것은 허상에 불과합니다. 그저 날아오른 새와 아직 날아오르지 않은 새가 있을 뿐이지요. 닭이라 칭하며 스스로를 날 수 없다 여기지 마십시오. 창공은 영원하니 언제라도 도전하는 자들은 응당 날아오를 것입니다.”

         

       재상해가 떨리는 눈으로 호천안을 바라보았다. 호천안은 그런 재상해를 보며 질문했다.

         

       “재상해 훈련생. 조가주나 강추모루나 광재련이 하늘을 날아가는 것을 보며 손가락만 빨 생각입니까?”

         

       “아닙니다!”

         

       재상해는 주먹을 불끈 쥐며 말했다.

         

       “지금이야 그들이 한 발자국 먼저 시작했지만 이 재상해! 곧 따라잡을 것입니다! 그러니…저 역시 금의위는 관두겠습니다.”

         

       “그렇습니까.”

         

       “예. 아무래도 저는 영 군인 체질은 아닌가봅니다. 상명하복이라…아직도 치가 떨리는군요!”

         

       재상해는 한 바탕 너스레를 떨고는 본심을 입에 담았다.

         

       “제가 언제부터 무엇 때문에 이리되었는지 곰곰이 생각해 보았습니다. 결국에는 집안에 대한 반항심에서 시작했던 일 같더군요. 아버지는 제가 늘 겸손하기를 원하셨고 전 그에 반발했죠. 아마도…그 때문에 늘 학이 되어야 한다고 생각했던 것 같습니다.”

         

       “집으로 돌아갈 생각입니까?”

         

       “예. 아버지께 인정받고 가풍부터 뜯어 고치기로 결심했습니다.”

         

       호천안은 재상해의 웃음이 시원해 보인다고 생각했다.

         

       “아버지도 아무 토를 달지 못하고 인정할 높이까지 올라가면 될 일 아니겠습니까? 까짓거 뭐 재상이라도 되도록 하지요.”

         

       “그렇습니까.”

         

       재상해는 담담하게 대답하는 호천안을 보며 생각했다. 왜 호천안이 본래 탈락해야 할 십이 번대를 끝까지 합격시켰는지는 모르겠다. 그러나 이제 짐작 가는 것 정도는 생겼다.

         

       그편이 훈련생들의 미래에 도움이 되니까.

         

       금의위라는 직함을 달게 되면 훈련생들은 더 높은 언덕에 서게 된다. 만약 알을 깨고 나와 날개를 퍼덕인다면 금의위라는 언덕에서 강제로 굴러떨어진 것보다 쉽게 하늘을 날 수 있겠지.

         

       재상해는 확신했다. 이 호천안이라는 교관은 금의위라는 집단의 의사조차 거스르며, 그저 훈련생들의 가능성을 개화하는 것만을 신경 쓴 진짜 교관이라는 것을.

         

       정이라고는 눈곱만큼도 없어 보이는 이 무뚝뚝한 교관은 그 누구보다도 뜨거운 가슴으로 훈련생들을 품었다는 것을.

         

       ‘감사합니다. 교관님. 이 은혜는 절대, 절대 잊지 않겠습니다.’

         

       재상해는 담담히 가슴 속에 은혜를 새겼다.

         

       금의위 연수 대기 마지막 날의 일이었다.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내일 부터 신작을 업로드할 것 같네요.

    후피집은 일이 터졌을 때 작가의 멘탈이 버티지 못할 거 같아서

    게임 속 중간보스가 되는 쪽으로 가닥을 잡았습니다.

    내용은 쓰고 있지만 제목이 아직 미정인지라…아마 내일 작품 등록하고 소개를 드릴 것 같네요.

    다음화 보기


           


I Became an Outcast the Martial Arts Masters are Obsessed With

I Became an Outcast the Martial Arts Masters are Obsessed With

무협게임 속 고수들이 집착하는 낭인이 되었다
Score 4.0
Status: Ongoing Type: Author: Native Language: Korean

I became Ho Cheon-an, a second-rate warrior in the martial arts game [Murim Cheonha].

To survive, I had no choice but to give enlightenment.

Martial arts masters began to obsess over me.

In Murim Cheonha, where fame means difficulty, getting attention meant death.

Please, just go away.

Please, let me li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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