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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193

       레반, 시훈의 규칙적인 일과에는 이예나의 방송을 시청하는 시간이 포함되어 있었다. 정작 방송인이 규칙적이지 않았기에 생방송을 볼 수는 없었지만.

        

       그러나 오늘만큼은 예외였다.

        

       아크와 아따먹의 합방. 언제 사고가 터져서 끝날지는 아무도 몰랐지만, 최소한 언제 시작될지는 명확했다. 아크의 방송은 공중파 드라마보다도 규칙적이라는게 중론이 될 지경이었으니.

        

       그런 의미에서는, 모처럼의 기회였다.

        

       게다가, 생방송을 챙겨볼 수밖에 없었던 것이- 불안한 점도 한둘이 아니지 않은가.

        

       저 걸어다니는 폭탄이 또 무슨 짓을 할지. 여차하면 아크에게 전화해서라도 제지할 준비를 해둘 심산이었다. 이예나도 이예나지만, 아크를 보호하기 위해서라도.

        

       그리고, 뭐라고 해야 할까.

       

       예상했던 대로 사고로 가득한 방송이었다.

        

       《아니, 아니, 아니, 아니, 잠깐만. 이런 모션이 있었어요? 티배깅 모션이 이렇게 다양했다고? 패러데이는 제발 이딴 모션 만들 시간에 서리폭풍 버그나 고쳐주면 안 될까?》

        

       《아……정해진 모션은 아니에요. 패러데이가 VR에 많이 우호적이어서, 그냥 까딱까닥해서 만들어낼 수 있어요. 키마로도 좀 해주면 좋을 텐데.》

        

       《……그냥 본인이 했다는 뜻이잖아! 아니, 그게 더 신기한데. 저걸 어떻게 한 거야? 》

        

       《주문에 따라 캐스팅 시작 자세가 다르잖아요. 잘 조합하면 돼요. 음……예를 들면, 이렇게……이렇게 하면, 그, 무슨 춤이지. 아무튼 춤추는 느낌이지 않나요.》

        

       《……그동안 도적만 해줘서 고마워. 진짜로.》

        

       그럼에도-

        

       치명적인 사고는 또 안 치는 것이, 이예나답다고 해야 할까.

        

       버그판정단한테 기각당해서 화염구 법사는 안 한다는 말을 할 때, 미묘하게 시무룩해지면서도 끝까지 함구하는 것까지 확인하고……조금은, 마음을 놓았는데.

        

       VR기기를 아크에게 넘겨주고, 약 2분여.

        

       [이예나: 322님]

       [이예나: 혹시 지금 바쁘신가요]

        

       어째 고개를 숙이고 폰을 만지작거린다 싶더라니. 갑자기 날아온 메시지가 이 꼴이었다.

        

       빈말로도 무슨 의민지 모르겠다고는 할 수 없었다. 첫 시즌이 끝난 날부터 얘기할 일이 생길 때마다 꼬박꼬박 #322를 붙여가며 불러왔으니. 오기가 생겨 꿋꿋이 무시했더니, 이젠 아주 그냥 죄수번호 취급을 할 셈인 모양이었다.

        

       시훈은 미리보기로 떠오른 톡 알림을 즉각 누르고 싶은 욕구를 애써 억눌렀다. 당장 한 소리 쏘아붙이고 싶었지만- 그거야말로 저……사람이, 원하는 바겠지. 그러고 싶지는 않았다. 절대로.

        

       그리 생각하는 와중에도, 상대가 뭘 원하든 그걸 안 해주는 게 중요해요- 라고 말하던 이예나의 목소리가 들려오는 듯했지만.

        

       -하아.

        

       시훈은 가슴속에서 부글, 끓어오르는 복잡다양한 감정들을 한번 누르다가, 깊은 한숨을 길게 내뱉었다.

        

       여자한테 이토록 휘둘리는 게 대체 얼마만인지.

        

       ‘……여자한테가 아니지. 여자여서도 아니고. 그냥 저 미친, 짓거리를 너무 해대서 그런 건데.’

        

       그리 생각하는 와중에도, 화면 너머에서 오토바이 헬멧을 뒤집어쓴 모습을 보고 있노라면 떠오르지 않을 수가 없는 것이다.

        

       처음, 절대 엮이면 안 될 미친년이라고 생각했던 순간부터- ‘나무꾼 정모는 옆방이에요’라고 말하며 배시시 웃던, 그 환한 빛으로 피어나는 듯한 미소까지-

        

       [이예나: (사진)]

       [이예나: (기프티콘)]

       [이예나: (기프티콘)]

       [이예나: (기프티콘)]

        

       애써 미화되어가던 회상의 틈바구니를 파고드는 건, 다시 한번 전송된 당사자의 톡이었다.

        

       [아니]

       [왜 진짜 기프티콘을 보내고 있어요]

       [그냥 기프티콘이라고 쓴 줄 알았더니]

       [애초에]

       [아니 그리고]

       [뭔……치킨을 얼마나 좋아하는 거야]

        

       [이예나: 속이고 싶진 않아서요]

       [이예나: 레반님인데]

        

       -하.

        

       ‘…… 이게 뭐하는 짓인지.’

        

       [그래서 왜요]

        

       [이예나: (사진)]

       [이예나: (동영상)]

       [이예나: 이건 해도 될까요]

       [이예나: 버그는 진짜 아닌데]

        

       역시, 나오나. 시훈은 옅은, 아주 옅은 한숨을 다시 한번 내뱉으며- 보내온 플레이 영상을 살폈다.

        

       어딘가 어두컴컴한 공간. 빛이라고는 사제가 내뿜는 초록색 아우라 뿐이었고- 그로 인해 밝혀지는 배경조차, 칙칙한 벽의 연속이었다.

        

       힐을 하고 있다는 건 알겠다. 그러나, 대체 누구에게 힐을 하고 있다는 말인가. 그리고, 어디에서.

        

       한참을 고민해보아도, 보내온 영상 속 사제의 위치도 목적도 짐작가지 않았다. 설마 자신을 놀리려 페이크 영상을 보냈을 리도 없- 아니, 이건 그랬을 수도 있겠는데.

        

       뒤늦게 특성 맵도 확인해보았으나- 메즈기를 포함한 보조 스킬을 모두 포기하고, 치유량과 치유 범위만 극단적으로 넓혔다는 것만 알 수 있었을 뿐이었다.

        

       ‘……불안한데.’

        

       즉각적으로 반대 선언을 하지 않은 건, 이러니 저러니 해도 인정하고 있기 때문이었더랬다.

        

       저 사람이 조금- 아니, 많이 이상하기는 해도, 나오나에 임하는 자세만큼은 그 누구도 비할 수 없을 정도로 진지하다는 것을.

        

       그게 더 문제였지만.

        

       * * * *

        

       [레반: ???]

       [레반: 뭔 빌든지 진짜 잘 모르겠는데]

       [레반: 애초에 저 영상 촬영 위치가 어디에요? 저런 데가 있었어?]

        

       [따뜻한아메리카노먹고싶다: 아]

       [따뜻한아메리카노먹고싶다: 음]

       [따뜻한아메리카노먹고싶다: 지하에 리치방 있잖아요]

        

       [레반: 예]

       [레반: 거기도 횃불로 광원 구현 다 해놨을 텐데]

        

       [따뜻한아메리카노먹고싶다: 아]

       [따뜻한아메리카노먹고싶다: 리치 넉백 타이밍 이용해서 우측 4번째 기둥에 잘 들어가면 들어가지거든요]

        

       [레반: ?]

        

       [따뜻한아메리카노먹고싶다: 그리고 거기서 내부에서 몸을 잘 비비면 타고 올라가지는데]

       [따뜻한아메리카노먹고싶다: 끝까지 올라가서 광역힐쓰면 중앙거점 영역에 힐 들어가요]

       [따뜻한아메리카노먹고싶다: 힐 범위 확대 특성 몰빵하면 거의 뭐]

       [따뜻한아메리카노먹고싶다: 아무튼]

       [따뜻한아메리카노먹고싶다: 전진형 치유의 우물이라고 해서, 우물사제……그런 느낌인데]

       [따뜻한아메리카노먹고싶다: 어떤가요]

       [따뜻한아메리카노먹고싶다: 이건 솔직히 버그판정단도 박수친다]

       [따뜻한아메리카노먹고싶다: 짝짝]

        

       (레반 님이 메시지를 입력 중입니다…….)

        

       [따뜻한아메리카노먹고싶다: 최대 장점으로는 하면서 라면도 먹을 수 있어요]

       [따뜻한아메리카노먹고싶다: 아 저 라면은 진짜 잘 끓이는데

       [따뜻한아메리카노먹고싶다: 다음에 보여드림]

        

       (레반 님이 메시지를 입력 중입니다…….)

        

       [레반: 술 취했죠]

        

       [따뜻한아메리카노먹고싶다: 아니요]

        

       [레반: 방송 보고 있어요]

        

       [따뜻한아메리카노먹고싶다: 😶]

       [따뜻한아메리카노먹고싶다: 마신거랑 취한 건 달라요]

        

       [레반: 하..]

       [레반: 알겠고]

       [레반: 버그니까 하지 마세요]

        

       [따뜻한아메리카노먹고싶다: 😢]

       [따뜻한아메리카노먹고싶다: 네]

        

       [레반: 농담 아니야]

       [레반: 진짜 위험하니까 하지 마요]

        

       (레반 님이 메시지를 입력 중입니다…….)

        

       [레반: 방송 오래 해야죠]

        

       (따뜻한아메리카노먹고싶다 님이 메시지를 입력 중입니다…….)

        

       (따뜻한아메리카노먹고싶다 님이 메시지를 입력 중입니다…….)

        

       (따뜻한아메리카노먹고싶다 님이 메시지를 입력 중입니다…….)

        

       * * * *

        

       ……카나리아가 너무 민감해.

        

       아니, 카나리아는 민감할수록 좋은 건가. 하기야, 그 시절에 둔감한 카나리아를 들고 간 광부들은 사이 좋게 죽었겠지. 그리 생각해보면, 우리 감지기 성능 대단하다고 박수를 쳐야 할 것 같기도 하고.

        

       생각난 김에 쳐줄까. 응. 막간을 이용해 박수 이모지를 보내며, 방송 송출 화면으로 눈을 옮겼다.

        

       쓸데없이 선명한 화질로, 음.

        

       와.

        

       음……조금, 조금 더 연습하긴 해야겠네. 아크는 재능 있으니까. 금방 늘겠지.

        

       아무튼.

        

       고민되는 게 너무 많네. 당장 뭘 해야 하나부터.

        

       일단, 우물사제는……기각이었다. 너무 민감하다는 생각은 들지만, 능력은 인정하는 바니까.  

        

       근데, 그러면 사제는 뭐가 없는데. 제법 기나긴 세월 동안 사제가 판도를 바꾸는 역할을 맡았던 건 아주 짧은 시간- 우물사제의 발굴부터 처단까지 뿐이었다. 다른 빌드가……있었을 수도 있지만, 나는 아는 바가 없어.

        

       그런, 유일무이한 포텐셜을 가지는 빌드를 고작 위험한 냄새가 난다는 이유로 차단하다니. 혹시 사제 혐오……다음에 몰아가봐야지.

        

       아무튼.

        

       아크의 방송은 언제나 그렇듯이 재밌었다. 직관을 하니 더더욱.

        

       그렇게 공연을 즐기며, 눈앞에 놓인 병을 잔에 비우기를 몇 차례. 취기를 뚫고 느껴지는 미묘한 감각이…….

        

       슬슬, 뭔가 해야 할 타이밍인데.

        

       궁수……궁수 빌드는, 나름 있긴 하다. 버그여부를 테스트할 필요도 없고. 다만……배메와 어울리지는 않는데. 아니, 생각해보니까……그러면 지금은 아무 의미 없잖아.

        

       알코올에 절여진 뇌가 내놓는 답은 이런저런 하자를 품고 있더라. 역시 술먹방을 2부로 할 걸 그랬나.

        

       아니, 그럴 수 없는 이유가 있었던 것 같은데.

        

       “봤어? 봤어요? 와! 와, 진짜 미쳤다 방금! 봤지? 법사- 캐리!”

        

       방방 뛰는 아크가 진정한 후. 붉게 상기된 볼을 들이밀며 소리를 지르는 것도, 응. 재밌기는 했다. 다만- 내버려두면 계속 같은 것만 하지 않을까. 모처럼 아크 방송에서 합방을 하는데.

        

       “아크님.”

        

       “……어? 술, 얼마나 먹었어요?”

        

       “별로 안 먹, 먹었? 어요오. 아무튼……우리 카나리아가 반대해서요. 카나리아 애껴야지. 아무튼. 자. 선택지가 있는데. 골라보실래요?”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카나리아: 노란색 깃털을 가진 작은 새로, 대기 중 산소포화도에 대한 민감성이 인간보다 높아 탄광 등 밀폐된 공간에서 폭넓게 활용되었다.

    이예나가 보낸 박수 이모지는 (👏) 입니다.

    다음화 보기


           


It’s Not That Kind of Malicious Broadcast

It’s Not That Kind of Malicious Broadcast

그런 악질 방송 안ㅣ에요
Score 3.7
Status: Ongoing Type: Author: Native Language: Korean

I am a healthy skill-based broadcaster.

I don’t hate priests.

It’s not that kind of broadcast.

What?

Clarify the controversy that’s been posted on the community?

M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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