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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193

       여전히 어두운 하늘.

         

       바닥에 처박혀 있던 아리아가 피를 토하며 눈꺼풀을 들어올렸다. 주변에 있던 기사들이 온갖 호들갑을 떨어댔지만, 손을 드는 것으로 일축한다.

         

       “……더럽게도 아프구나.”

         

       아리아는 넝마가 된 몸을 애써 일으켜 세웠다. 온 몸이 뻐근했고, 동시에 쑤셔왔다.

         

       자신이 이렇게 됐다는 뜻은, 올리비아가 황녀를 쓰러뜨렸다는 뜻이겠지.

         

       그리고, 차원을 찢고 나타난 마왕을 소멸시키러 갔을테고.

         

       “얼추 마무리되고 있겠구나……?”

         

       타악.

         

       그때, 등 뒤에서 울리는 가벼운 발걸음 소리.

         

       스산하게 일렁거리는 이 힘의 정체를, 아리아는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다.

         

       아리아는 뒤도 돌아보지 않고 말했다.

         

       “괜찮다. 지금 이 몸에 깃들어 있는건 황녀가 아니라 짐이니.”

       “……쯧.”

         

       감히 황실의 일원 앞에서 혀를 차는 불경한 태도.

         

       주변을 둘러싸고 있던 기사들이 눈을 부릅떴지만, 정작 아리아는 아무렇지 않다는 듯 반응했다.

         

       “오랜만이구나.”

         

       마치 반가운 사람을 맞이하는 것 같은 말투로 뒤를 돌아본다.

         

       그곳에 한 여인이 서 있다.

         

       퇴폐적인 미모를 풍기는 여인.

         

       아리아는 그녀의 이름을 말했다.

         

       “대마녀 아우렐리아여.”

        “지금은 주술사니까 주술사라고 불러.”

       “그래, 대주술사여. 무슨 일로 찾아왔는가?”

       

       아리아 특유의 싱그러운 미소를 마주한 아우렐리아가 미간을 찌푸린다.

       

       “대충 알면서 왜 물어보는데?”

       “얼추 아는 것으로는 부족하니 하는 말이느니라. 어쩜, 너라는 인간은 수천 년을 살아와도 바뀌는 것이 하나 없는지. 다른건 몰라도 그거 하나만큼은 대단하구나.”

         

       고차원적인 돌려까기에 아우렐리아가 피식 웃었다.

         

       황녀였다면 방금과 같은 발언을 흉내낼 수는 없었겠지.

         

       “확인은 되었느냐?”

       “대충은.”

         

       대주술사 아우렐리아.

         

       그녀가 양 손을 펼치자, 주술에 속박되어 있던 두 드래곤 로드가 모습을 드러냈다.

         

       꽈드드득……!

         

       아우렐리아가 다시 주먹을 쥐자, 두꺼운 사슬이 그들의 몸을 짓눌렀다. 그 압박감이 상당했는지, 몸을 뒤틀기는 커녕 신음소리조차 내지 못했다.

         

       힘겹게 눈꺼풀을 들어올린 에리야스가, 아리아를 마주한 순간 딱딱하게 굳는다.

         

       [황……녀……!]

       “그래. 듣고 있느니라.”

       [맹세를 어기고도……무사할거라 생각하는가?]

         

       그러자 아리아가 가만히 미소를 지었다.

         

       “그럴리가.”

         

       딱……!

         

       손가락과 손가락이 튕겨지는 소리.

         

       찰나, 에리야스를 속박하고 있던 주술이 소멸한다.

         

       바닥으로 추락한 에리야스가 어리둥절한 눈으로 아리아를 바라본다.

         

       “짐은 절대로 맹세를 어기지 않느니라.”

       [그렇다면 왜! 저 빌어먹을 주술사 년과 손을 잡은것이냐! 분명 올리비아를 죽이기로 약속했으면서……!]

       “……그렇게 재촉하지 않아도.”

         

       아리아는 잠시 입을 다물었다. 온갖 감정을 가라앉히는 얼굴이었다.

         

       언뜻 섬뜩하기까지 한 분위기에, 에리야스가 저도 모르게 몸을 흠칫 떨었다.

         

       “곧 네가 원하는 대로 이루어질것이다.”

         

       아리아는 그렇게 말하며 에리야스의 미간에 손을 가져다 댔다.

         

       “그때까지 잠이나 자고 있거라. 이 이후로의 대화는, 네게는 허락할 생각이 없으니.”

         

       그 말과 함께 송곳같은 충격이 에리야스를 뇌리를 강타했다. 커다란 현기증이 일었다.

         

       [무슨……짓을……!]

       “걱정 마라. 때가 되면 깨워줄테니.”

         

       에리야스의 눈이 점점 몽롱해지다, 이내 완전히 감겼다. 그 모습을 옆에서 지켜보던 아우렐리아가 핀잔을 놓았다.

         

       “저 놈도 참 빌어먹을 새끼야. 안 그래?”

       “…….”

       “내가 올리비아였으면 과거의 인연이고 뭐고 싸그리 죽여버렸을텐데. 은혜도 모르는 짐승만도 못한 년놈들을 뭣하러 살려줘?”

         

       아리아는 대답하지 않았다. 그저, 조용히 옆을 돌아볼 뿐.

         

       [왜?]

         

       카르시안은 자신도 모르게 내뱉었다.

         

       저들이 무슨 이야기를 하는건지 이해할 수 없었다. 제국군 막사에서 대기하고 있던 자신을 강제로 억류해 와놓고는, 아무런 관심도 없다는 듯 자기들끼리 떠들고 있었다.

         

       [대체 왜?]

         

       마치 들으라는 것처럼.

         

       도무지 이유를 알 수가 없었다.

         

       “나중에 떠올리게 만들기 위함이니라.”

         

       아리아가 가라앉은 목소리로 말했다.

         

       “적어도 자신이 무슨 과오를 저질렀는지는 알아야, 끊임없이 오늘을 되새기며 후회할테니.”

         

       후회? 도대체 무엇을 후회한다는 말인가? 과오는 또 뭐고.

         

       말귀를 이해하지 못한 카르시안의 머리가 옆으로 기울어졌다.

         

       “…….”

         

       아리아의 시선이 표독스럽게 변했다.

         

       당연히 이해하지 못할거라 생각했다. 만약 카르시안에게 그 정도의 이해심이 있었더라면, 애초에 이런 처지에 놓일 일도 없었을테니까.

         

       “물론 올리비아는 이조차도 바라지 않겠지만……짐은 그녀만큼 마음이 넓지 않은지라 차마 그것까지 허락하지는 못하겠구나.”

       

       아리아의 말에 아우렐리아가 잠시 시선을 맞추고,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이윽고 아우렐리아가 품 속에서 부적을 꺼내 그대로 카르시안의 미간 위에 올려놓았다.

         

       [……!!]

         

       카르시안은 그 자리에서 눈을 부릅떴다.

         

       ‘기억이……!’

         

       마법이 아닌 주술로 구현되는 기적. 마치 주마등처럼, 방금 나누었던 대화의 내용이 스쳐 지나감과 동시에 기억 속에서 사라진다.

         

       방금 나누었던 대화가 떠오르는 건, 아마 ‘진실’을 깨닫게 된 후겠지.

         

       그때도 지금처럼 당당할까? 고개를 뻣뻣이 세우고 다닐 수 있을까?

         

       ‘절대 그러지 못하겠지.’

         

       아우렐리아가 부적을 떼어냈다. 그러자 카르시안 또한 천천히 눈을 감고 잠에 빠져들었다.

         

       “……슬슬 준비하자꾸나.”

         

       아리아가 슬픈 목소리로 말했다. 멀리서, 올리비아가 만들어낸 결계가 사그라드는 것이 보인다. 동시에 스쳐 지나가는 아득한 과거의 기억.

         

       [내게 도와달라고 말해.]

         

       올리비아와 맺었던 첫 번째 약속.

         

       [네가 추구하는 완벽한 결말에 도달하게 도와줄테니까.]

         

       입안에서 끔찍한 맛이 느껴졌다.

         

         

       *****

         

         

       츠츠츠츠…….

         

       올리비아가 만들어냈던 결계가 조금씩 사그라든다.

         

       성녀 리브가. 그녀는 대악마 벨페고르와 마주했으나, 끝내 승리를 쟁취해냈다. 올리비아가 자취를 감추었던 5년. 한 번도 신성력을 다루는 훈련을 거른 적이 없었고, 매 순간 정신을 단련했으며, 스스로를 채찍질했다.

         

       정신이 혼미했다. 벨페고르는 마지막의 마지막까지 발악했고, 방금까지 곁에서 싸웠던 성기사들의 육체를 희롱하고 그들의 혼을 오염시켰다.

         

       하지만 끝내 승리했다.

         

       리브가는 성창을 지팡이 삼아, 천천히 올리비아가 있던 곳을 향해 나아갔다.

         

       드디어 만날 수 있다. 죽은 줄만 알았던 올리비아를 만날 수 있다. 꿈만 같은 기분이 리브가의 가슴 깊은 곳에서부터 차올랐다.

         

       “……언니……는요?”

         

       목소리가 떨린다. 몸은 무거웠고, 당장이라도 쓰러질 것만 같았다.

         

       이런 상태로 언니를 만날 수는 없다. 몸도 성치 않을텐데, 언니를 걱정시킬 수는 없었다.

         

       ‘다 괜찮아.’

         

       올리비아는 괜찮을거다. 날개의 색깔이 유독 검었던 것도, 태양 빛이 먹구름에 가려졌기 때문이다. 당연히 그래야만 한다.

         

       ‘괜찮을거야.’

         

       결계가 걷히는 순간, 올리비아의 품으로 뛰어들 것이다. 언니! 환한 미소와 함께 그녀를 끌어안을 것이다.

         

       리브가는 차분히 목을 다듬은 다음 다시 물었다.

         

       “키엘 님?”

         

       대답은 돌아오지 않는다. 그제서야 키엘의 면면을 확인한 리브가의 얼굴이 굳는다. 산산히 부서진 손톱. 넋이 나간 듯한 얼굴.

         

       평소의 키엘이라고는 상상도 할 수 없을 정도로 충격적인 장면에, 리브가의 가슴이 덜컥 내려앉았다.

         

       키엘 로트실드. 그는 아직 감정을 추스르지 못했다.

         

       ‘내가, 내가 지켰어야 했는데.’

         

       지키지 못했다.

         

       엄청난 자책(自責)이 키엘을 덮쳐왔다.

         

       검붉은 날개를 마주한 순간, 저도 모르게 악마라고 생각해버렸다. 다른 사람도 아니고, 올리비아를. 비록 찰나에 불과했지만, 스스로가 너무나도 혐오스러워 견뎌낼 수 없었다.

         

       올리비아의 가벼운 손짓에 떠밀린 것도, 그 때문이었다.

         

       “……키엘 님?”

       “…….”

         

       여전히 대답은 돌아오지 않는다. 리브가는 더 이상 지켜만 볼 수 없었다.

         

       눈을 부릅뜨고, 결계 너머에서 올리비아가 나타나기만을 기다렸다. 당장이라도 뛰어갈 준비를 마쳤다.

         

       정 중앙에 서 있는 올리비아의 뒷모습이 보였다. 옷은 반쯤 넝마가 되었고, 항상 윤기를 잃지 않았던 머리칼은 피로 범벅이 되어 있었다. 하지만, 검은 날개는 없었다.

         

       “……언니.”

         

       다행이다. 정말 다행이야. 리브가는 떨리는 목소리를 짜냈다.

         

       비틀거리는 몸을 애써 숨기며 걸음을 바로한다. 옷매무새를 다잡는다. 걱정 많은 언니는 이런 것부터 타박할테니까.

         

       “언니!”

         

       리브가는 올리비아의 등을 그대로 껴안았다.

         

       ……따뜻하다. 살아있다.

         

       리브가의 눈동자가 덜덜 떨렸다. 터질 것 같은 눈물샘을 어떻게든 억누르며, 말을 이었다.

         

       “언니, 저……저 왔어요. 제가 왔…….”

         

       올리비아와 눈이 마주쳤다.

         

       “……어, 언…….”

         

       검다.

         

       리브가는 그 자리에 주저앉아 양 손으로 입을 틀어막았다.

         

       성녀인 그녀는 단번에 알 수 있었다. 올리비아의 신체를 구성하는 기운이, 정상적이지 않다는 것을.

         

       ‘마기.’

         

       단순히 마기가 몸에 깃든 수준이 아니다. 방금 소멸시켰던 대악마 벨페고르와도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짙고 어두운 마기였다.

         

       “아, 아니야……아니야아아아…….”

         

       머리가 아팠다. 리브가는 발발 떨리는 손을 애써 움직이며 제 귀를 틀어막았다. 눈을 감았다.

         

       ‘꿈이야.’

       

       꿈이어야만 한다.

         

       이런 재회는 원하지 않았다.

         

       리브가는 서럽게 울면서 이를 악물었다.

         

       그 순간, 정수리에서 느껴지는 익숙한 감각.

         

       툭.

         

       따뜻한 손길에, 눈물을 뚝뚝 흘리던 리브가의 눈동자가 멍해졌다.

       

       “……아.”

       

       한 없이 그리워했던 따스함.

       

       머리를 쓰다듬는 손의 떨림이, 고스란히 리브가에게 전해져 온다. 

       

       “언니가 미안해.”

       

       리브가의 눈앞이 흐려졌다.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오늘도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Ilham Senjaya님!!!!!!!!!
    다음화 보기


           


I Became the Witch Who Destroyed the World

I Became the Witch Who Destroyed the World

세계를 멸망시킨 마녀가 되었다
Score 4.0
Status: Ongoing Type: Author: Native Language: Korean

I destroyed the world to see its Annhiliation Ending.

And I possessed my Character Olivia in the game.

However… … .

[The world is rebuilt.] – NPCs killed by you return.

– Princess Aria hates you.

– Sword Saint Kiel wants to slit your throat.

… … Isn’t that a bit of a regressi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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