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witch Mode
Please report if you find any blank chapters. If you want the novel you're following to be updated, please let us know in the comments section.

EP.193

       정말 놀랍게도, 파티 한 시간 전쯤 되니 이미 파티장의 구성은 거의 완성되어 있었다.

        

       열심히 사람들이 돌아다니고 있고, 온갖 집기를 나른다. 파티 자체는 저녁 식사가 끝났을 시간에 시작하므로, 놓이는 음식은 대부분 디저트류라고 한다.

        

       “참석자들 식사는 다 끝났나요?”

        

       내가 물어보자, 양혜인이 고개를 살짝 숙이며 말했다.

        

       “네, 방금 막 식사가 끝났습니다.”

        

       저택에서 살면서 좋은 점이라면, 역시 저택이 넓다는 거겠지.

        

       이 저택의 식당은 스무 명 남짓한 사람이 다 들어가고도 남을 정도로 넓었다. 물론 테이블은 하나뿐이라서 한 번에 다 같이 식사하지는 못했겠지만.

        

       “……식사 준비는 어떻게 했나요?”

        

       “…….”

        

       양혜인은 대답이 없다.

        

       보아하니 또 혼자 한 모양이다.

        

       이번만큼은 다른 사람이나 업체에 맡기라고 했는데도 이렇게 행동한다는 것은, 이게 양혜인의 확고한 의지라는 거겠지. 나는 따로 뭐라고 하지 않기로 했다.

        

       나에게 빚졌다고 생각하는 것을 다 갚기 전에, 양혜인은 절대로 멈추지 않을 거니까.

        

       그래도 가끔 그 사람 입에 밥을 떠먹여 주려고 하는 것은 참아줬으면 하지만.

        

       “……그러면 가죠.”

        

       막상 의식을 전환해서 내가 전면에 나서긴 했지만, 그래도 그 사람에게는 미안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가장 힘든 부분은 그 사람이 전부 해버렸으니까.

        

       사실 이런 파티가 아니라 친한 사람들끼리만 모인 조촐한 파티였다고 해도 생일파티를 하는 순간에는 내가 전면에 나서려고 했지만…… 어쩌다 보니 이야기가 여기까지 꼬여버리게 되었다.

        

       “아, 사라야.”

        

       미리 참석자들을 모아두었던 소희가 나에게 손을 흔들었다.

        

       소희 또한, 붉은 드레스를 입고 있었다. 어깨가 훤하게 드러난 화려한 디자인의 드레스였다.

        

       얼굴도 예쁘고, 몸매도 예뻐서 그런지, 평소의 메이드 복과는 다른 분위기가 풍겼다.

        

       사실 입만 다물고 있으면 무척 무게감 있는 아가씨가……되지는 못하겠구나, 응.

        

       머리카락의 물 빠진 부분 때문에, 아무리 봐도 묘하게 양아치 같은 분위기가 있었다.

        

       소희 옆에는 하늘이와 수아도 있었다. 두 사람 다 붉은색 계통의 드레스를 입고 있었다. 하늘이는 한쪽 어깨가 드러나고 다소 장식이 화려한 스타일이었고, 수아는 민소매 형태이긴 했지만, 어깨가 확 드러나지는 않는 다소 얌전해 보이는 디자인의 드레스였다.

        

       둘 다, 평소에는 묶고 있던 머리카락을 확 풀어둔 채였다.

        

       음, 이 두 사람에게선 확실히 아가씨다운 분위기가 풍겼다. 양혜인이 당장 고개를 숙이면서 아가씨라고 불러도 이상하지 않을 분위기.

        

       마찬가지로, 나도 붉은 드레스 차림이었다. 원래는 내가 아니라 그 사람이 입을 옷이었기에, 너무 치장하는 것을 좋아하지는 않는 그 사람의 성격상 장식이 그렇게 많지는 않았다.

        

       하지만, 어울린다.

        

       음, 다음에는 꿈속에서 입혀볼까, 하는 생각이 들 만큼.

        

       그리고 그대로 침대에 눕혀버리고, 반응을 즐겨볼까, 하는 생각도 들었다.

        

       ……뭐, 아무튼.

        

       드레스를 입고 있는 것은 우리 네 사람뿐만이 아니다.

        

       그 사람이 뿌린 초대장만큼, 많은 사람이 모였다. 정확한 숫자는 스물한 명이다. 그중 그 사람에게 직접 초대장을 받은 인물은 몇 명 되지 않고, 나머지는 그 뒤를 따라온 사람들이다.

        

       뭔가 얻기를 바라고, 아니, 어쩌면 여기에 오는 것 자체가 이미 뭔가를 얻은 것일지도 모르지. ‘예사라’가 직접 초대한 사람들이라는 이미지가 남으니까.

        

       물론 그 이미지를 제대로 유지하는 것은 이 사람들의 몫이지만…… 대부분의 사람에게는 주어지지 못한 혜택이라는 것도 사실이다.

        

       이제야 슬슬, 나의 이름, 나의 지위, 나의 돈이 얼마나 중요한 것인지 알 것 같았다.

        

       아이러니하게도 그걸 알게 된 건 내가 스스로 느꼈다기보다는 그 사람이 직접 떠먹여 줬기 때문이었지만.

        

       정말이지, 굉장한 사람이다.

        

       나는 가슴에 손을 얹고, 심장 뛰는 것을 느꼈다.

        

       이 심장은 나의 심장이기도 하지만, 그 사람의 심장이기도 하다.

        

       ……아껴야겠지. 그렇게 생각하면 절대로 나의 몸을 함부로 할 수 없다. 그런 생각이 들었다.

        

       오래오래 함께하고 싶었으니까.

        

       그리고 그러기 위해서는, 내가 가지고 있는 지위도 최대한 오랫동안 유지하는 쪽이 좋겠지.

        

       자, 그럼 우선,

        

       나는 그 사람이 했던 대로, 손뼉을 짝짝 쳤다. 식사를 마치고 얼마 지나지 않아 나른하던 분위기의 사람들의 시선이 모두 내 쪽으로 향했다.

        

       이제는 저 시선들이 무섭지 않았다.

        

       아니, 오히려 무서워해야 할 사람들은 내 쪽이 아니라 저쪽이지.

        

       앞으로 일어날 일들, 그리고 그 일들 때문에 펼쳐질 자신들의 미래.

        

       기대도 될 거고, 두렵기도 할 것이다.

        

       그리고 그 모든 것이, 전부 내 이름으로 된 초대장에서 시작되는 셈이니까.

        

       “자, 여러분. 이제 곧 있으면 파티가 시작될 거예요.”

        

       음.

        

       어떻게 말하는 게 좋을까.

        

       일단은…… 그래, 그냥 솔직하게 말하자. 그 사람이 언제나 그렇게 했던 것처럼.

        

       “지금 여기 이 자리를 기회라고 생각하는 분들도 있을 거고, 그저 한번 체험해보고 싶어서 오신 분들도 있을 겁니다. 하지만 어떻게 생각하건, 여기서 얼굴도장을 찍어서 나쁠 일은 없어요. 왜냐하면, 여러분 모두 ‘저의 이름’으로 초대한 거니까요.”

        

       그래. 내 이름이다.

        

       이게 가장 중요하다.

        

       유진 그룹의 수장이던 예인수 전 회장의 ‘유일한’ 딸.

        

       그 재산의 대부분을 물려받았고, 앞으로도 물려받을 예정인 상속녀.

        

       그 사람이 그렇게도 나에게 알려주고 하고 싶어 하던 그 사실들.

        

       “그러니까, 정말 만에 하나라도…… 누군가 여러분을 알아보지 못하고 하대하거나 욕을 한다면, 저의 이름을 대세요. 여기서는 거리낌 없이 저의 이름을 사용해도 좋아요. 하지만, 그렇다고 붉은 옷을 입은 사람들을 공격하지는 말아주세요.”

        

       붉은 옷에 대한 이름이 나오자, 사람들이 주위를 둘러본다.

        

       전부 붉은 옷을 입은 사람들 뿐이다.

        

       그 사람은 이 선택이 잘못된 것이 아닌가 진지하게 고민했지만, 나는 좋다고 생각한다.

        

       예쁘고 말고, 쪽팔리고 말고를 떠나, 눈에 확 띄니까.

        

       좀 안 어울리면 어떻고, 너무 눈에 띄면 또 어때.

        

       어차피 제일 중요한 것은, 여기서 붉은 옷을 입은 사람들은 전부 내 사람들이라는 것이다.

        

       앞으로 어떻게 될지는 모르겠지만, 지금 당장은 나를 위해서 움직이고 있는 사람들. 내가 직접 초대한 사람들.

        

       뭐, 운 좋은 몇 명이 우연히 붉은 옷을 입고 있었다는 이유로 묻어갈지도 모르지.

        

       아무래도 상관없다.

        

       나의 ‘영향력’아래에 어느 그룹을 둘 수 있다면, 그걸로 족하다.

        

       화영 고등학교에서 장학생들이 돈 많은 학생들에게 빌붙으려는 이유가, 졸업 후에 취업 길을 찾는 거라고 했던가.

        

       그렇다면, 나도 비슷하게 움직이면 될 일이다.

        

       다만, 나는 대부분의 그룹보다 훨씬 크게 움직일 능력이 된다는 것이 다를 뿐이지.

        

       “마음껏 파티를 즐기되, 단 한 가지만 잊지 말아 주세요.”

        

       주위가 워낙 조용했기에, 내가 굳이 목소리를 높이지 않아도, 여기 있는 사람들은 모두 내 말을 똑똑히 들었으리라.

        

       “여기에 여러분이 있을 수 있는 것은 제가 여러분을 초대했기 때문이라는 것을요. 만약 여러분께서 잊지 않는다면, 저도 잊지 않겠습니다.”

        

       잊어도 상관없다.

        

       신입생은 내년에도, 내후년에도 들어올 테니까.

        

       사람은 채워 넣으면 그만인 법이다.

        

       나는 그럴 ‘능력’이 되니까.

        

       ……이것도, 전부 그 사람 덕분에 알게 된 사실이지.

        

       나는 다시 한번 가슴에 손을 올렸다.

        

       심장이 뛰고 있다.

        

       그 사람 덕분에 지금도 뛰고 있는 심장이다.

        

       이 심장을 누구를 위해서 써야 하는지는, 너무나도 뻔하지 않은가.

        

       뭐, 가끔은 나를 위해서도 쓰기야 하겠지만 말이야.

        

       “그럼 여러분, 미리 인사드릴게요. 제 생일파티에 와주셔서 감사합니다. 모두 즐겁게 즐기시길 바랄게요. 기왕이면 ‘평생을’ 잊지 못할 추억이 되었으면 좋겠네요.”

        

       제일 먼저 박수를 치기 시작한 게 누구인지는 모르겠다.

        

       하지만, 어느 순간 이 대기실에 있는 모두가 박수를 치고 있었다.

        

       나는 그 사람들에게 모두 빙긋 웃어 보였다.

        

       *

        

       “……흠.”

        

       마치 흥미롭다는 듯, 예인혁은 로비를 둘러보았다.

        

       여기를 상속받았다는 사실은 알고 있었지만, 실제로 들어오는 것은 이번이 두 번째였다. 굉장히 살풍경해 보이던 지난번과는 다르게, 이번에는 확실히 훌륭한 파티장의 느낌이 났다.

        

       아직 손님은 모두 도작하진 않았다. 그럴 수밖에. 이 파티를 주최하도록 주도한 사람이 예인혁이었으니까. 사촌 동생의 딸의, 사실상의 첫 생일파티니 기왕이면 성대하게 해주겠다고 생각했고, 만약 친구가 있다면 부담스럽지 않게 배려했다고 생각했는데…….

        

       “드레스 코드가 있었나?”

        

       “아닙니다. 지시대로 그런 말을 넣지는 않았습니다.”

        

       옆에 있던 비서가 재빠르게 말했다.

        

       “그런가…….”

        

       하긴, 다시 보면 붉은 옷을 입은 사람들은 대부분 얼굴이 앳되어 보였다. 성인은…… 따지자면 지난번에 봤던 사용인 한 사람뿐이었다.

        

       “그렇다면, 이건 사라의 아이디어라는 거군.”

        

       종종 쓰이는 방법이다. 옷을 같은 걸로 입고 오자고 해놓고는 누군가에게는 다르게 알려주어 망신을 주는 일. 물론 사라가 그걸 노리고 있다는 생각은 들지 않았다.

        

       그보다는, 이건 일종의 ‘보호색’이겠지.

        

       “내 예상보다 훨씬 낫군. 걱정할 필요는 없겠어.”

        

       예인혁은 그렇게 중얼거리면서, 저 멀리 서 있는 사라를 올려다보았다.

        

       마지막에 만났을 때와는 다른, 호승심 가득한 미소를 짓고 있는, 이 파티의 주인공.

        

       붉은 옷의 무리 한가운데 서 있는 그 모습은 실로 주인공답다고 할 수 있었다.

       

    다음화 보기


           


I Don’t Want to Become a Villainess

I Don’t Want to Become a Villainess

Q악역 영애가 되긴 싫어
Status: Completed Author:
I fell into the single-player game 'If You Wish' and decided to struggle to avoid becoming a villainess with a terrible ending.

Comment

Leave a Reply

Your email address will not be published. Required fields are marked *

Options

not work with dark mode
Res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