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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193

       – 왔다!

       – [불 이모티콘]

       – [화형엔리콘]

       – 화령! 해명하시오!

       – 맨날 혼자서 게임하고!

       – 그럴 거면 방송 왜 함?

       

       다음 날이 되어 방송을 키자마자 몰려든 사람들은 기다렸다는 듯 불을 내기 시작했다.

       

       이 정도면 내게 항의를 하려는 것이 아니라 불을 내는 게 재밌어서 방화를 하는 게 아닐까 싶구나.

       

       나는 느긋이 그를 구경하며 아피스를 켰다. 내가 아무런 반응을 해주지 않아서 그런 것일까.

       

       점차 채팅창의 반응이 격해지기 시작했다.

       

       개 중에는 상황이 왜 이런 건지 모르겠다는 이도 있었고, 이렇게까지 화낼 일인가? 라는 의문을 표하는 이들도 있었지만 대개의 의견은 비스무리했다.

       

       – 왜 아피스 켜는 겨?

       – 이 분 왜 소통 안함?

       – 해

       – 명

       – 개무시할 거면 방송 왜 켰음?

       – 화령님. 챗창 안 봐여?

       

       나는 거기에다 그 어떤 대답도 하지 않았다.

       

       대신 아피스 안에서 튜토리얼로 들어가서 캐릭터 목록을 확인했다.

       

       무엇부터하면 좋을까.

       

       무공을 사용하는 이들을 고르면 시시하게 결말이 날 것이 훤하니 다른 것이 낫겠지.

       

       일단은 익숙한 녀석부터 골라볼까.

       

       그리 생각을 하며 용사냥꾼을 고르자 주변의 풍경이 바뀌었다.

       

       그는 수많은 천막이 펼쳐져 있는 야영지의 한 구석이었다.

       

       나의 앞에는 남자 하나가 서 있었는데 그는 과시하듯이 창을 이래저래 휘두르더니 창대로 땅을 내리찍으며 내게 물었다.

       

       “창을 휘두르는 법은 기억하고 있냐?”

       

       [기본전투 튜토리얼을 진행하시겠습니까?]

       

       “내가 다른 이에게 무를 배울 처지는 아니다만.”

       

       [튜토리얼을 스킵합니다.]

       

       본인이 아무리 창을 주력으로 다루지 않는다고는 하나 그래도 어지간한 이들보다는 잘 다룬다고 자부한다.

       

       애당초 세상에는 본인이 다룰 수 있는 무기가 다루지 못하는 무기가 더 많을 지언데.

       

       만병 중에서도 유명한 창을 본인이 못 다룰 리가 있나.

       

       – ㅇㅇ님이 1000원을 후원하셧습니다.

       [화령님. 지금 뭐하세요?]

       

       “후원 고맙구나. 왜 그대들이 재밌는 광경을 나만 본다고 무어라 하지 않았느냐.”

       

       – 커뮤 봤구나?

       – 봤으면서 왜 대답 안함!

       – ㅈㄴ 지멋대로네.

       

       “내 그래서 오늘 그대들이 만족할 만큼 재밌는 광경을 보여주려 한다.”

       

       엔리가 말을 하길 압도적인 게임 실력은 모든 논란을 잠재줄 수 있는 요소라고 했다.

       

       내가 무슨 논란을 일으켰다 그러는 것인지는 모르겠으나 압도적인 모습을 보여준다면 화형을 집행하려는 이들도 횃불을 놓고 감탄할 수밖에 없다 그러더구나.

       

       내 그래서 저들이 바라는 모습을 보여 줄 생각이었다.

       

       – 그런 거 말고 해명하라니까요?

       – 이 분 왜 자기 멋대로 함?(진짜 모름)

       – 아니 왜 자기 혼자 겜하냐고요.

       

       아직까지는 비난을 하는 이들이 많아 보인다마는 괜찮을 것이다.

       

       저들이 얼마나 비난을 쏟아내든 간에 본인은 전혀 신경 쓰지 않는데다가 우직하게 밀고 나간다면 괜찮아 지리라고 엔리가 보증까지 해주었으니까.

       

       “그럼 어디 한 번 실력 좀 볼까?!”

       

       반대편에 서 있던 남자가 두 손으로 창을 잡았다. 그 모습은 정석적인 창수의 것.

       

       “교육을 잘 받은 모양이구나.”

       

       창을 잡는 방법. 발을 내딛는 것. 시선을 두는 것. 몸에 힘을 주는 것.

       

       어느 하나 모자란 것이 없으니 분명 실력 있는 자에게 제대로 교육을 받은 이이리라.

       

       저대로 성장만 한다면 충분히 한 사람 분의 역할을 할 수 있는 창수가 되겠지.

       

       “응? 네가 왜 날 평가하냐? 단원주제에.”

       

       남자는 내 말을 이해할 수 없다는 듯 고갤 갸웃거렸다.

       

       지금은 내가 입장상 이 자의 아랫사람인 것인가?

       

       음. 납득할 수 없구나.

       

       무인의 세상은 강자존의 이치 아래에 돌아간다.

       

       아직까지 걸어온 것보다 걸어가야 할 길이 더 많은 아해가 본인의 윗사람이 되고자 한다니.

       

       “존중받고 싶은가?”

       “받고 싶은 게 아니라 존중해야 하는 거야. 내가 선배잖아.”

       “그럼 증명하라.”

       

       존중이란 강함에서 나오는 것이니 대접을 받고 싶다면 강함을 증명하거라.

       

       내가 그리 이야길하자 남자가 코웃음을 치더니 눈에 힘을 줬다.

       

       “네가 날 이기겠다고?”

       “그게 이상한가?”

       

       신체적인 능력은 눈앞에 있는 남자가 훨씬 더 뛰어나다.

       

       지금 이 몸은 기껏해야 막 창을 쥔 병사에 불과하고 상대는 숙련된 용병이니 말이다.

       

       허나 그게 무슨 문제겠는가.

       

       “후회해도 모른다?!”

       

       용사냥꾼을 택하며 손에 쥐게 된 창을 한 손으로 잡고 보법만으로 남자가 내지르는 창을 피한다.

       

       역시 아직 경험이 부족하구나.

       

       너무도 정직해.

       

       처음에는 찌르는 것으로 본인을 위협하려 하다 이내 닿지 않으니 점점 다급해 지는 게 눈에 훤하지 않으냐.

       

       처음엔 혹여 이 녀석이 삼장로 같은 존재가 아닐까라는 생각을 했지만 아무리 봐도 아닌 것 같다.

       

       이 정도면 적당히 실력을 시험하기에 괜찮은 수준이지.

       

       보통의 사람이라면 결코 이길 수 없단 위압감이 느껴지는 수준이라 볼 순 없잖은가.

       

       그럼 일단 이 놈을 처리해야 한단 소리겠구나.

       

       한 번 크게 뒤로 물러나며 거리를 벌린 후에 두 손으로 창대를 붙잡는다.

       

       “이번엔 내가 가마.”

       

       본인이 아는 창법은 여러 가지가 있으나 그 중에서 가장 선호하는 것은 이화창이라는 창법이다.

       

       이 창법을 선호하는 이유는 단순하다.

       

       창술의 안에 깃든 뜻이 본인이 생각하는 창의 본질과 가장 잘 어울리기 때문에.

       

       본인이 생각하기에 창이라는 것은 기본적으로 사냥을 위한 무기다.

       

       기다란 길이와 뾰족한 창끝을 이용해 상대를 갉아먹음으로써 유리한 고지에서 내려다보는 것으로 승부를 마무리 짓는 그런 무기 말이다.

       

       그렇기에 창수는 단기결전이라는 허상에 속아 넘어가서는 안 된다.

       

       빠르고 압도적인 승리보다는 느리나 안정적인 승리야말로 창술이 지향해야하는 길이다.

       

       이런 본인의 가치관에 가장 걸맞는 것이 이화창이라는 창법이다.

       

       바람에 흩날리는 배꽃처럼 끊임없이 변화하는 창술은 상대를 홀림으로써 유리와 불리를 판단하지 못하게 만드니.

       

       상대는 자기도 모르는 사이에 상처를 누적시키다 패색이 짙어진 순간에야 자신이 놀아났음을 깨닫게 되는 것이다.

       

       대치를 하다 상대가 호흡을 들이키는 것을 보고 보법을 밟았다.

       

       숨을 들이키는 와중에는 움직임이 둔해질 수밖에 없으니 이로써 선수를 얻는다.

       

       어중간한 창수라면 이 상황에서 억지로 몸을 비틀며 우세를 되찾으려 한다.

       

       그게 오히려 상황을 악화시키는 길이라는 것도 모르고.

       

       허나 남자는 다르다.

       

       이 자는 자신의 수세를 인정하고 방어를 취하며 얌전히 기회를 노리고 있다.

       

       “나쁘지 않구나. 엔리가 이 정도 수준만 지녔어도 가르치는 것이 훨씬 수월했을 터인데.”

       

       엔리에게 이 정도 재능이 있었다면 금강이 무엇인가.

       

       내가 시간을 들인다면 엔리를 지금 하린이 머무르는 곳까지 올려 보냈을 것이다.

       

       – 엔리님이 1000원을 후원하셨습니다.

       [왜 갑자기 절 들먹이면서 까내리시는 거죠?!]

       

       “엔리. 보고 있었나? 그럼 이를 보고 좀 배우거라. 그대도 이 정도는 할 수 있지 않겠는가.”

       

       – 엔리님이 1000원을 후원하셨습니다.

       [무술악귀 out!]

       

       “싫다면 어쩔 수 없지만.”

       

       엔리가 보낸 도네이션과 떠드는 동안에도 내 공세는 끊이지 않았다.

       

       상대가 물러서려 하면 보법으로 따라 붙어 압박을 더한다.

       

       상대가 비수를 준비하면 그보다 먼저 움직여 비수를 내지를 틈을 없게 만든다.

       

       그러다 견디지 못하고 발악이라도 하려 들면 한 걸음 물러나 그 수를 무위로 돌리고 다시 압박을 시작한다.

       

       처음엔 짐짓 여유로운 체를 하던 남자였지만 지금 그의 표정은 다르다.

       

       내지르는 창을 막아내기에 급급한 남자는 그저 패배하지 않기 위해 버티는 것밖에 신경 쓰지 못하고 있다.

       

       수세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창수는 이미 승부를 역전시킬 힘을 잃어버린 것이나 다름이 없으니.

       

       창으로 목을 겨누어주자 남자가 헛웃음을 흘리며 두 손을 들었다.

       

       “졌어. 와. 진짜 더럽게 강하네.”

       “왜 반말을 하는 거지? 약자 주제에?”

       “…졌습니다. 죄송합니다.”

       

       자아. 이 놈을 쓰러트렸으니 이제 본격적인 것이 올 차례일 터인데.

       

       창대를 어깨에 메고서 느긋이 기다리고 있자니 저 하늘에서 거대한 기운이 다가오는 게 느껴졌다.

       

       

       고개를 들어 하늘을 올려다보니 검붉은 비늘을 지닌 서양의 용이 날아오는 게 보였다.

       

       “무어냐. 용사냥꾼 튜토리얼의 마지막 상대는 무인이 아니라 덩치 큰 짐승이더냐?”

       

       – 덩치 큰 짐승…

       – 서양 도마뱀이니까 틀린 말은 아닌데.

       – 나 저거 처음 봤을 때 개 쫄았었는데 이 사람은 실망하고 있네.

       

       “실력 있는 무인을 상대하는 건 즐거운 일이지만 생각 없는 짐승을 폭행하는 건 귀찮은 사냥에 불과하지 않나.”

       

       – 튜토 상대 중에선 저 용이 약한 편이긴 함.

       – 저게?

       – ㅇㅇ. 쟨 공략이 되거든. 장작겜 하는 것처럼.

       – 근데 말이 공략이지. 더럽게 어렵잖아.

       – 아피스 튜토 중에 안 어려운 게 있나?

       

       “실망스럽군. 다음 번엔 실력 있는 무인이 나오는 튜토리얼을 하고 싶구나.”

       

       일단 그러려면 저 도마뱀을 사냥해야겠지.

       

       귀찮지만 저 따위 녀석에게 패하고 싶지는 않으니 조금 힘을 내보도록 할까.

       

       *

       

       아라는 자신이 한 말을 지켰다. 그녀의 말대로 용을 사냥하는 과정은 어디까지나 사냥이었다.

       

       상대의 공격을 허용하지 않으면서 자신만 공격을 하며 상대의 피를 깎아내는 것.

       

       거기에는 낭만도 감동도 뭣도 없었다.

       

       그저 단순한 작업에 불과했다.

       

       엔리는 그를 보며 신기하단 생각을 했다.

       

       그녀는 용사냥꾼을 주력으로 삼은 사람인만큼 저 용을 몇 번인가 잡아보려고 노력을 했다.

       

       방송에 미션으로 걸렸을 적에는 며칠 동안 저 용을 상대하는 데 목숨을 걸었던 적도 있었다.

       

       그랬기에 엔리는 알았다.

       

       저 용을 상대하는 게 결코 쉽지 않다는 것을.

       

       용의 발톱이나 꼬리는 빠르다. 보는 것만으로 피하는 건 불가능하다 싶을 정도로.

       

       거기에 데미지도 더럽게 강해서 한 방 얻어맞으면 그대로 죽어야 한다.

       

       용이 내뿜는 불꽃은 또 어떤가.

       

       캐스팅은 짧은데 범위는 더럽게 넓어서 반응이 조금이라도 늦으면 그대로 전신을 검은색으로 물들이게 된다.

       

       허나 아라는 저기에 너무도 쉽게 대응했다.

       

       꼭 미래를 읽기라도 하는 것처럼.

       

       아라의 움직임이 얼마나 여유로웠는지 채팅창에는 이런 반응이 나올 지경이었다.

       

       – 쟤 사실 샌드백인거 아님?

       – 저 정도면 나도 할 수 있을 듯.

       – 튜토 클리어 무서워서 시도도 안했는데 한 번 해봐야겠음.

       

       사정을 아는 이들은 저런 반응에 비웃음을 던졌지만 저런 반응이 나온다는 것 자체가 아라가 얼마나 압도적인 지를 증명하는 것이었다.

       

       “다들 게임이야기 하고 있네.”

       

       채팅창을 살피던 엔리는 그를 확인하고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솔직히 엔리는 오늘 아라의 방송을 걱정하고 있었다.

       

       문제는 아라가 최근 너무 많은 관심을 받았단 것이었다.

       

       방송을 하는 사람에게 관심이라는 것은 언제나 환영할만한 일이지만 그게 긍정적인 결과만을 내지는 않는다.

       

       많은 이들이 본다는 건 그만큼 물어뜯는 사람들이 많아진다는 소리니까.

       

       사실 이번 일은 엔리가 생각하기에 딱히 불탈 일도 아니었다.

       

       기껏해야 아라의 방송을 애청하는 이들이 투정을 부리고 끝날 수준이었지.

       

       다만 그를 먹이로 삼은 이들이 하나 둘 모이기 시작하면서 점차 여론이 과열되었을 뿐.

       

       엔리가 먼저 아라에게 이 화제를 꺼낸 것도 그런 이유였다.

       

       저런 것에 한 번 휘둘리기 시작하면 계속해서 휘둘리게 되니까.

       

       그를 어찌 진압하면 좋을 지를 알려 줄 생각이었던 것이다.

       

       엔리는 이를 알려주고 나서도 속으로 불안해하고 있었다.

       

       혹시나. 어쩌면. 진압이 안 돼서 불타기만 하면 어떡하나 싶어서.

       

       허나 그 걱정은 너무도 무의미했다.

       

       아라는 엔리의 상상으로 예상할 수 있는 사람이 아니었던 것이다.

       

       “이제 다른 것을 해보자꾸나. 추천을 좀 해봐라.”

       

       용의 멱을 따버린 아라는 별 감흥도 없다는 듯 다음을 이야기했다.

       

       지금 이 순간 게임 이야기외에 다른 소리를 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Ilham Senjaya님 보러 와주셔서 감사합니다.

    압도적인 체급은 불을 끕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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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Heavenly Demon is Broadcasting

The Heavenly Demon is Broadcasting

천마님 방송하신다
Status: Completed Author:
He couldn't pass his habits to others upon his return. The Heavenly Demon remained a martial arti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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