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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193

   매앰- 매앰-

     

   여기저기서 울려 퍼지는 매미 소리 사이.

     

   두 개의 비수를 빠른 속도로 휘두르는 이가 있었다.

     

   검은색의 단발 머리카락 사이로 보랏빛이 엿보이는 그녀의 비수가 내질러진 순간.

   그 앞에 드리운 물의 방패가 그녀의 비수를 받아내었다.

     

   쿵!

     

   비수에 서린 독이 폭발한 순간 물살이 튀었지만, 물의 방패는 굳건하게 그 자리를 지켰다.

   그런 물의 방패 너머 붉은색의 머리카락 아래 건강한 색깔의 피부를 지닌 여성이 있었다.

     

   두 사람의 정체는 하링 라그렌과 카란디스 포세우스였다.

     

   “거기까지.”

     

   무학과 부교수 중 한 명인 카이란이 두 사람에게 전투를 중지할 것을 말하자 두 사람이 바로 떨어졌다.

     

   숨을 고르고 있는 두 사람은 천천히 경기장에서 내려왔다.

     

   “고생하셨어요.”

     

   경기장으로 내려온 하링이 수건으로 땀을 닦아 내고 있자 카란디스가 말을 걸어왔다.

   하링을 바라보는 카란디스의 얼굴은 그녀답지 않게 꽤나 무뚝뚝했다.

     

   그녀가 이런 태도가 된 것은 중간 평가 이후였다.

   그리고 그녀가 그러는 이유를 하링도 알고 있었다.

     

   “……고생했어.”

     

   하링이 대답하자 두 사람 사이에 서먹한 분위기가 이어졌다.

     

   하링은 크라슈를 제외하면 평소에도 무뚝뚝한 편이다.

   거기에 카란디스까지 조용해지자 두 사람 사이에 이야기가 거의 없어졌다.

     

   그렇게 얼마간 침묵이 이어졌을까.

     

   “크라슈 님이 언제 오시는지 하링 님도 모르시죠?”

     

   결국 먼저 입을 연 것은 카란디스였다.

   그녀 또한 이 침묵이 마냥 달갑지는 않았기 때문이었다.

     

   하링은 나뭇잎 사이로 내리쬐는 태양 빛을 느끼며 세계수를 올려다보았다.

     

   “응, 말해주지 않았어.”

     

   하링의 눈에는 아쉬움이 잔뜩 담겨 있었다.

   그 사실을 엿본 카란디스도 덩달아 세계수를 올려다보았다.

     

   “……하링 님은 크라슈 님이랑 어떤 관계가 되고 싶으신 건가요.”

     

   지금까지 줄곧 참으며 묻지 않았던 질문.

   그것을 카란디스가 꺼내자 하링이 그녀를 보았다.

     

   “크라슈 님도 마침 없는 때잖아요. 지금 아니면 묻기도 힘들 거 같아서요.”

     

   카란디스는 조금 멋쩍은 듯이 바닥을 발로 툭툭 찼다.

     

   “……어떤 관계.”

     

   하링이 잠시동안 입술을 우물거렸다.

   라헬른 아카데미에 오고 크라슈와 가장 깊게 관계를 쌓은 인물이라 하면 단연코 하링이다.

     

   크라슈와는 부단하게 어울려 다녔으니 말이다.

     

   하지만 그것과 별개로 자신이 크라슈와 어떤 관계가 되고 싶냐고 묻는다면.

   마음속에 욕심이 이성을 삼킬 정도로 머리를 들이밀어 왔다.

     

   하링은 이것을 입 밖으로 내뱉어도 되는지가 의문일 정도로 큰 욕심이었다.

     

   “저는 몇 번이고 말했지만, 크라슈 님의 아내가 되고 싶어요.”

     

   카란디스는 누구보다 당당하게 말하였다.

   하링은 카란디스의 평소 그런 부분이 조금 부럽기도 했다.

     

   “그건 포세우스 9공주이기 때문이야?”

     

   그래서인지 하링은 궁금했다.

   자신도 크라슈의 곁에 남고 싶기에 자신과 같은 목표를 지닌 카란디스가 어찌 생각하는지 말이다.

     

   “물론 그것도 있죠.”

     

   카란디스는 숨김없이 자신을 드러냈다.

   포세우스의 9공주라는 위치는 무척이나 애매하기 그지없는 위치다.

     

   분명 왕국에서 불편함 없이 살 수 있겠지만 카란디스는 야심가였다.

   자신의 신분이 이렇다면 그 신분을 뒤바꿔서라도 위로 올라가고자 하는 야심가 말이다.

     

   그러니 그녀는 크라슈를 골랐다.

   그는 분명 세계의 모두가 우러러보는 위치까지 올라갈 거라고 확신하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전 분명 다른 분들처럼 로맨틱하고 달콤한 사랑 이야기는 없어요.”

     

   왕자님이 달려와 구해주어 사랑에 빠진 공주님과 같이.

   카란디스에게 그런 이야기는 존재하지 않았다.

     

   실상은 공주라는 위치가 가장 위험에 빠지기 힘든 위치기도 하니까 말이다.

     

   “하지만 저는 저 자신을 우선하는 만큼 저 자신의 가치를 올릴 수 있는 분을 세상 어느 사람보다 사랑하고 따라갈 수 있어요.”

     

   카란디스는 이 부분에서 누구보다 자신 있었다.

   그 사람을 위해 평생을 살라고 하면 그녀는 거리낌 없이 자신을 내어줄 만큼 진심이 될 수 있었다.

     

   그렇기에 카란디스는 언제나 자신의 사랑을 증명하고자 최선을 다했다.

     

   “자기 자신을 누구보다 사랑할 수 있는 이가 다른 이 또한 자신만큼 사랑할 수 있다고 생각하니까요.”

   “……그러면 크라슈가 만약 잘못되어 버린다면 그 사랑도 무의미한 거 아니야?”

     

   카란디스는 그 말을 들은 순간 입꼬리를 틀어 올렸다.

   그녀의 얼굴에 담긴 것은 어느 사람보다 당당한 자신감이었다.

     

   “제가 사랑하는 사람이 어찌 잘못될 수 있을까요?”

     

   그녀는 가슴팍을 피며 턱을 치켜들었다.

     

   “그러한 일을 막는 게 아내의 역할이고, 제 역할이에요. 사랑하는 이가 절대 무너지지 않도록 지지해주고 돕는 것. 제가 가장 자신 있는 일이죠.”

     

   괜히 9공주로 살면서 눈칫밥을 먹은 게 아니라는 듯 카란디스가 환한 웃음을 지었다.

     

   “그리고 저는 제 눈을 의심하지 않아요.”

     

   크라슈는 절대로 무너지지 않는다.

   그녀는 감히 그것을 확신할 수 있었다.

     

   당연하다.

   자신이 남편으로 점찍은 사내였으니까.

     

   “물론 저만의 사랑 방식이 모두에게 이해받을 수 있을 거라고는 생각 안 해요.”

     

   그녀는 그렇게 말하며 웃음을 거두었다.

   그러면서 카란디스는 하링을 바라보았다.

     

   “그렇기에 궁금하네요. 하링 님은 어떤 사랑을 하고 계시는가요?”

     

   계산적인 사랑, 낭만적인 사랑, 첫눈에 빠진 사랑.

   카란디스는 하링이 크라슈를 좋아하게 된 이유가 무엇인지 물었다.

     

   그 물음을 듣고, 하링은 주저하듯 시선을 돌렸다.

   그녀의 귀 끝은 어느샌가 붉게 물들어 있었다.

     

   고작 생각한 걸로 저렇게 된 건가.

     

   카란디스는 그것을 보며 그녀가 참 빠져도 단단히 빠졌다고 생각했다.

     

   “……모르겠어. 그냥 크라슈만 보이니까.”

     

   하링은 자신의 가슴팍에 손을 올리며 꾸욱 눌렀다.

   입 밖으로 말을 내뱉기만 해도 심장이 제멋대로 날뛰었다.

     

   “처음에는 그냥 빚을 갚을 생각뿐이었는데. 어느샌가 이렇게 됐어. 그래서 더 무서워.”

     

   차라리 그를 좋아하게 된 이유를 알았더라면 그 이유를 피하여 빠져나갈 수도 있었을 것이다.

   그러나 하링은 이제 더 이상 자신이 왜 크라슈를 좋아하는지 알 수가 없었다.

     

   그저 그가 좋다.

   그의 곁에 있고 싶다.

     

   그 생각밖에 없었다.

     

   사랑에 빠진 소녀를 물끄러미 보던 카란디스는 곧 짧게 웃음을 지었다.

     

   “예쁘네요.”

     

   그리고 그녀는 솔직하게 말하였다.

   사랑에 빠진 소녀는 무엇보다 예쁘다고 말이다.

     

   이렇게 보니 조금은 깨닫게 된다.

   자신이 하는 사랑은 분명 하링에 비하면 볼품없어 보일지도 모르겠다고.

     

   속물적인 사랑이라는 건 분명 사실이었으니까.

     

   하지만 사랑받기 위해 노력하는 자신이 나쁘다고 그녀는 생각하지 않았다.

   이 또한 자신의 사랑의 일부라고 그녀는 당당히 말할 수 있었으니까.

     

   단지, 은연중에 조금은 느낄 뿐이었다.

   자신이 남자라도 저런 마음을 품은 이를 사랑해 마지않을 것이라고 말이다.

     

   ‘사랑인가요.’

     

   스스로 말하고 있지만 때로는 모르겠다고 카란디스는 조용히 생각했다.

     

   “그럼 하링 님이나 저나 꽤나 큰일이네요.”

     

   그리고 기왕 이렇게 된 거 카란디스는 하링과 제대로 이야기를 나눠 보기로 했다.

   하링이 그녀를 의문스럽게 바라보자 카란디스의 눈빛에 날이 섰다.

     

   “그야, 크라슈 님의 곁에는 저희 말고도 라이벌이 꽤 많거든요.”

   “……라이벌?”

     

   하링이 고개를 기울였다.

   크라슈밖에 볼 줄을 모르는 그녀이기에 그런 정보는 부족했기 때문이었다.

     

   “네, 라이벌이죠. 일단 가장 대표적으로 흉악무도하기 짝이 없는 괴물이 한 명 있어요.”

   “그런 사람이 있었어?”

     

   하링이 조금 놀란 표정을 했다.

   그러자 카란디스는 후우하고 기다랗게 한숨을 내쉬더니 하링에게 귀를 가까이 가져다 대라고 손짓했다.

     

   하링이 카란디스에게 귀를 가져다 대자 그녀는 숨을 고르곤 말했다.

     

   “다름 아닌 성녀 아스트리아 스티그마 프리만 님이시죠.”

   “……성녀님?”

     

   하링의 눈에 놀람이 깃들었다.

   그도 그럴 게 그녀가 조금도 생각하고 있지 않은 인물이 나왔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동시에 하링은 크라슈와 아스트리아의 관계가 떠올랐다.

   그러고 보면 확실히 그와 그녀가 꽤나 가깝게 지냈던 것이 떠올랐다.

     

   “하지만 성녀님은…….”

   “네, 본래라면 연애와 같은 것과는 인연이 한참 먼 분이죠. 신의 사랑을 받는 분이니까요.”

     

   카란디스도 하링이 생각하는 부분에 동의했다.

   그러나 카란디스는 그 부분마저도 큰 문제로 여기고 있었다.

     

   “하지만 사람이라는 건 본래 금지된 사랑일 때 더더욱 불타는 법이라고 해요.”

   “……그런 거야?”

   “수많은 이야기꾼이 나열하는 사랑 이야기들이 가장 대표적이죠. 그들이 다루는 사랑들은 늘 금단의 영역과도 같은 이야기랍니다. 특히나 용사와 신에게 육체와 정신을 바친 성녀의 이야기는 그야말로 왕도죠.”

     

   하링이 크라슈의 곁에 있던 아스트리아를 떠올랐다.

   그리고 이제야 그녀의 눈에도 비치기 시작했다.

     

   확실히 카란디스의 말대로 아스트리아의 눈은 분명 크라슈만을 향하고 있었다.

     

   “거기에 그 폭력적인 몸매, 그건 저희 나이대에 가질 만한 게 아니에요.”

     

   카란디스는 분한 듯이 양 주먹을 꽉 쥐었다.

     

   “아무리 여성에 담담한 크라슈 님이라도 그런 폭력적인 몸매로 부딪치면 넘어갈 수 있다고요.”

     

   하링은 카란디스를 보며 그녀가 그동안 얼마나 크라슈에게 주의를 기울였는지 깨달았다.

   확실히 그녀의 집념은 상당한 듯하였다.

     

   “그뿐만이 아니죠. 매일 같이 크라슈 님의 방에 드나드는 아슬란 이그노어 님의 전속 시녀분도 문제예요.”

   “시녀라니?”

   “크라슈 님의 전속 시녀인 알리샤 양과 무척이나 친한 시녀분이 한 분 있어요. 왜인지 모르겠지만 크라슈 님도 그분께는 모질게 대하시지 못하더라고요.”

     

   저한테는 매번 모질게 대하시면서.

   카란디스는 참 너무한 분이라고 험담하며 자기 볼을 손으로 감쌌다.

     

   정작 하링은 자신이 그동안 얼마나 크라슈의 주위를 보지 못한지를 깨달았다.

   설마하니 다른 사람의 시녀까지 그에게 마음을 품고 있었을 줄이야.

     

   그녀가 굳은 표정을 짓고 있자 카란디스는 한숨을 푹 쉬었다.

   

   

     

   “이 밖에도 꽤 다양하게 더 분포되어 있죠. 크라슈 님과 같은 왕국 출신이자 연금술에 대가인 달링 단펠리온 선배님이라든가 해주사, 벨투아 락로드 님의 제자 도르마 락로드 선배님도 신경 쓰이고, 거기에 최근에는 특수학 수석인 바이오렌 세드니도 은근히 수상쩍단 말이죠.”

   “그렇게나 많았어?”

   “많아요. 무진장 많다고요. 좋은 남자 곁에는 여자들이 꼬일 수밖에 없는 건 알지만 크라슈 님은 정도가 심해요.”

   “그야, 크라슈가 착하니까.”

     

   카란디스는 하링을 돌아보았다.

     

   남들이 보기에 솔직하게 말하여 크라슈는 도저히 착하다는 말에 속할 수가 없었지만.

   사랑에 빠진 소녀에게는 나쁜 남자의 행동조차 뭐든 착하게 보이는 법이다.

     

   그러니 그녀는 딱히 정정하지 않기로 했다.

   자신도 크라슈의 아내가 되고자 하니 말이다.

     

   “무엇보다 가장 큰 문제가 하나 있죠.”

     

   카란디스는 이것만큼은 어찌할 수 없다는 듯이 한숨을 내쉬었다.

     

   “비앙카 하덴하르츠.”

   “크라슈의 약혼자.”

   “맞아요. 저희로서는 얼굴도 본 적 없는 그분이죠.”

     

   카란디스의 얼굴에는 음영이 드리웠다.

     

   “다른 건 몰라도 이것만큼은 확실해요. 크라슈 님은 그분을 마음에 품고 있어요. 그것도 꽤나 크죠.”

   “…….”

     

   하링이 침묵했다.

   그녀 또한 그 사실을 모르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단지, 그 사실을 다시금 상기하자 가슴팍이 쿡쿡 찔러왔다.

     

   “다른 산을 다 넘어도 그 산을 넘지 못하면 무의미한 셈이죠.”

     

   카란디스는 가장 골치 아픈 장벽을 떠올리며 이마가를 쓸어 올렸다.

   차라리 자신이 먼저 약혼 신청했으면 좋았을 텐데 라는 후회가 들기도 했다.

     

   그렇게 그녀가 쓴물을 삼키는 사이, 하링은 멍한 표정으로 있다가 중얼거렸다.

     

   “……아내는 한 명일 필요는 없어.”

     

   다음 말은 카란디스도 두 귀를 의심했다.

   설마하니 하링이 그런 말을 할 줄 몰랐다는 표정으로 돌아보자 하링 또한 덩달아 어깨를 움찔거리더니 입가를 가렸다.

     

   그녀 또한 설마 자신이 이런 말을 내뱉을 줄 몰랐기 때문이었다.

     

   몇 달 전에 아버지께 약혼 소리를 들어서일까.

   거기에 휘말린 걸지도 모르겠다.

     

   하링이 얼굴을 새빨갛게 물들인 채 당황하는 사이, 카란디스는 멍하니 있다가 이내 피식 웃었다.

     

   “그건 맞긴 하네요.”

     

   자신의 아버지마저도 수많은 아내를 거느렸는데.

   솔직히 자신의 아버지보다도 훨씬 뛰어난 인물인 크라슈라고 해서 아내를 여럿 들이지 말라는 이유가 있을까.

     

   “아내에 속하기만 하면 그 뒤는 정실 싸움이죠.”

     

   카란디스가 다시금 의지를 불태우기 시작했다.

   정작, 이 말을 내뱉은 하링은 여전히 굳은 채 아무런 말도 못 하고 있었지만 말이다.

     

   “단지, 적만 더 많이 늘어나지 않았으면 좋겠네요.”

     

   그녀가 그렇게 말하던 순간이었다.

     

   콰아아아아아아앙!

     

   무학관 바깥 건물에서 갑작스러운 폭발음이 울려 퍼졌다.

   깜짝 놀란 두 사람이 그쪽을 바라본 순간 그들은 얼마 안 가 알 수 있었다.

     

   폭발의 장소는 다름 아닌 신학관 쪽이었기 때문이었다.

     

   신학 관에서 무언가 사건이 터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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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 Became A Thief Who Steals Overpowered Skills

I Became A Thief Who Steals Overpowered Skills

Became a Munchkin skill thief meonchikin seukil dodug-i doeeossda 먼치킨 스킬 도둑이 되었다
Score 4.0
Status: Ongoing Type: Author: Native Language: Korean

I used to think that my stealing skill only worked on what was worthless to a person.

But just before I died, I realized that I could also steal the skills.

So I stole the regressi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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