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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194

       신이란 무엇인가?

       

       전지전능한 존재니, 세상을 만들어낸 존재니, 그런 시시콜콜한 이야기는 다 때려치우자. 애초에 나보다 더 뛰어난 놈들도 없는데, 전지전능은 무슨.

       

       내가 말하고자 하는 신은, 인간의 믿음에 의해 태어난 신들. 인간의 의문을 해결하고자 하는 마음에서 태어난 신들.

       

       홀로 오롯히 존재할 수 있는 육체를 가지지 않고, 다른 이들이 바치는 신앙심을 이용하여 육체를 만들어내고, 신도들에게 의존해야만 존재를 증명 할 수 있는 나약한 존재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런 신앙심을 이용해서 다른 생명들보다 뛰어나다고 자부하고 있는 존재들.

       

       그들은 믿음으로서 존재할 수 있는, 신도들의 신앙심에 기생하여 존재할 수 있는 실체 없는 허상에 가깝다고 생각한다.

       

       물론, 나와 나의 아이들처럼 별도의 본체가 있는 신들은 예외지만.

       

       신앙을 통해 육체를 만들어냈다면 그게 본체가 아니냐고 말할 수 있겠지만, 그렇게 육체를 만들어낸들, 신앙이 꾸준히 투입되지 않으면 육체를 유지할 수 없을테고, 신앙이 끊어진다면 겨우 만들어낸 육체도 소멸하는 과정을 거치게 될테니까.

       

       아무튼, 그렇게 인간의 신앙에 기생하여 존재할 수 있는 일종의 정신기생체라고 할 수 있는 신들.

       

       그런 신들이 죽음을 맞이하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할까?

       

       바알의 경우를 생각해본다면, 막대한 충격으로 신의 육체를 분쇄하여 소멸시켜버린다거나 하는 방법이 있겠지만, 그런게 가능한건…. 음. 보통은 무리고, 드래곤들 정도의 힘이 없다면 불가능하겠지.

       

       바알의 육체가 소멸할때의 충격량이 어느정도인지는 잘 모르지만…. 바닷속에서 대륙이 솟아오를 정도의 충격량이면, 적은 것은 아닐테니까.

       

       전쟁을 벌이던 당시에 드래곤들이라면, 그정도의 파괴력은 낼 수 있을 것 같지만, 달리 말하자면 드래곤 정도가 아니면 신의 육체를 파괴할 수 없다는 소리.

       

       거기에, 그렇게 육체를 파괴한들, 그 신을 향한 신앙심이 계속해서 유지된다면…. 일시적으로 육체를 파괴한 것에 지나지 않을테니. 얼마 지나지 않아 다시 새로운 육체를 만들어 나타나게 될테니까.

       

       아, 바알의 경우에는 아직 신앙심이 남아있지만, 스스로가 육체를 다시 만드는 것을 거부하고 있는 경우라고 볼 수 있으니 예외로 해두자.

       

       음. 신의 영혼, 신령에 직접적인 타격을 입힐 수 있다면 모르지만. 이 점에 대해서는 아직 판단하기 힘드니 보류. 애초에 신이라는 존재에게 영혼이 있다는 사실도 나는 바알의 경우를 통해 알게 되었으니까.

       

       음. 일단 물리적인 충격으로 신을 죽이는 방법에 대해서는 보류하도록 하고. 다음.

       

       

       신을 죽이는 또다른 방법. 신에게 직접 손을 쓰는 것이 아닌, 그 신에게 향하는 신앙을 끊어내는 것.

       

       유명한 소년만화에서도 나오지 않던가. 모든 것에게서 잊혀질때가 죽게 되는 순간이라고.

       

       신앙에 의지해 존재하는 신들의 경우에는, 그러한 말이 더욱 뼈저리게 느껴지겠지.

       

       믿는 이가 있기에 신앙을 얻고, 그 신앙을 이용해 신도들을 늘리며, 더욱 많은 신앙을 얻어 성장하는 신들.

       

       그런고로, 신을 없애기 위해서는 그 신에게 향하는 신앙심을 모조리 끊어내는 것이 가장 효과적인 방법일 것이다.

       

       말하자면 보급선을 차단한다고 할까.

       

       그러한 방법들 중 가장 단순한 방법으로는, 그 신을 믿는 인간들을 몰살시키는 방법이겠지만…. 그건 그냥 학살에 지나지 않을테니 일고의 가치도 없고.

       

       그 신을 믿는 인간들을 교화시켜 다른 신을 믿도록 하는 것 또한 방법이겠지만, 교화라는 것은 무척이나 애매한 방법이기에…. 인간 개개인의 신앙심이 모두 제각각인지라 제대로 가늠되지 않는 것이 문제.

       

       만약, 목숨보다 신앙을 중요시하는 인간이 있다면…. 음. 별로 생각하고 싶진 않네.

       

       

       그렇다면 다른 방법으로, 그 신의 권위를 실추시켜서 인간들이 믿음을 져버리게 하는 방법이 그나마 타협할 수 있는 수단이려나.

       

       자신들이 믿는 신이 차마 눈 뜨고 볼 수 없는 추태를 보인다면, 그 신을 믿는 자들의 신앙 역시 줄어들지 않겠는가.

       

       그렇게 신들의 권위를 실추시키는 것에는…. 음. 좋은 생각이 떠올랐다.

       

       신들의 황혼. 라그나로크. 북유럽 신화를 끝낸 마침표.

       

       기간토마키아. 그리스 신화의 종막을 알리는 신호탄.

       

       다른 신화들에도 종말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가장 대표적인 것은 이 두가지일테니까.

       

       이러한 일들을 흉내낸다면…. 쓸데없이 많은 신들을 줄일 수 있겠지.

       

       올림포스와 에시르 뿐만이 아니라, 다른 세력들의 숫자도 함께 줄여버리고. 신의 자리에서 격하시키며. 그 영혼을 인간으로 환생하게 해버린다면…. 관리하기에 적절한 정도의 숫자로 줄일 수 있을 터.

       

       때마침 나의 이름 중 하나가 가이아니까…. 기간토마키아를 일으키기에 적절할 것 같구만.

       

       아, 그래도 기가스를 새롭게 만드는 것은 좀 귀찮으니까, 음. 드래곤을 좀 동원하도록 하자. 드래곤이라면 신들과 비교해서 밀리지 않을테니까.

       

       머릿수가 조금 부족한건, 음…. 골렘을 써볼까?

       

       저승을 수호하는 탈로스처럼, 바위로 만들어진 거인…. 음, 꼭 바위일 필요는 없지.

       

       끓어오르는 용암이나, 얼어붙은 빙산 같은 것을 재료로 만든 거인들을 써보는 것도 좋을 것 같고.

       

       거인. 거인…. 아인종의 거인은 나름 강하긴 하지만, 신들에 비하면 약하니까. 이런 일에 동원할 순 없겠지.

       

       아무튼, 드래곤들에게도 이야기를 다 해둬야하고, 골렘들도 만들어야 하고, 음…. 신들 사이에 불화도 키울까? 신들끼리 싸워서 난장판을 만들어 추태를 보인다면 더욱 편해질테니.

       

       그래. 그렇게 하자. 그게 좋겠어.

       

       내가 정한 신들의 왕, 바알을 무너뜨린 놈들이니. 그만한 댓가를 치르게 해줘야지.

       

       

       “그래서 그 이야기를 제게 하시는 의도가 뭔가요?”

       

       “음. 그냥 뭐, 적당히 마음의 준비는 해두라는 의미?”

       

       “마음의 준비라니….”

       

       

       나는 아연실색하는 이프리트를 보며 작게 웃었다.

       

       

       “다른 신들이 좀, 안하무인으로 날뛰는 점이 있긴 하지만. 그래도 그렇게 한꺼번에 처리하는건…. 곤란하지 않을까요?”

       

       “곤란하다라….”

       

       “네. 문제를 일으키는 경우가 많긴 하지만, 그래도 그들이 이 세상의 균형을 유지하는데 상당한 지분이 있는 것은 사실일테니까요. 그런 신들이 갑자기 한꺼번에 사라진다면, 혼란스럽게 되지 않겠어요?”

       

       

       흐음. 균형이라. 이프리트는 신들이 존재하는 것으로 균형이 유지되는 것이라 생각하는구나.

       

       애초에 균형이고 뭐고 할 것도 없는데. 신들이 있든 없든. 세상은 그 자체로 존재할 뿐인데.

       

       신이 없는 세상에서의 기억을 가지고 있는 나와, 자아를 가질때부터 세상을 관리해온, ‘나’를 지켜봐온 이프리트 사이의 관점 차이인가.

       

       

       “이 세상을 너무 얕보는구나. 세상이란 그렇게 쉽게 무너지진 않는단다.”

       

       “그런가요…? 제가 보기에는 굉장히 위태로운 것처럼 보이는데요.”

       

       

       나를 똑바로 바라보며 말하는 이프리트. 흐음…. 이 세상이 그렇게 위태로운 상황이었나?

       

       뭔가 내가 알지 못하는 위험요소라도 있는건가. 잘 모르겠네.

       

       

       “그건 그렇고, 엄마는 다른 신들이 싫으신건가요?”

       

       “음? 그건 갑자기 왜 물어보느냐?”

       

       “그야, 음. 딱 봐도 그런 느낌을 풀풀 풍기니까요? 직접적으로 말은 하지 않으시지만, 다른 신들을 말하는 태도에서 느껴지는 걸요.”

       

       

       흐음…. 그런가? 나는 신들을 싫어하는 건가?

       

       음. 으음…. 잘 모르겠다. 좋다, 싫다로 구분을 짓는다면…. 싫은 쪽에 가깝지 않을까.

       

       하지만 말이지. 이 세상에 생명이라는 씨앗을 뿌리고, 진화라는 과정을 거쳐서 번영하도록 관리해온, 이 모형 정원의 세상의 관리인 입장에서.

       

       그저 생명에 기생해 존재할 수 있는 기생충 같은 놈들이면서, 다른 생명들에게서 모은 신앙심을 휘둘러대는 놈들을…. 좋게 봐줄 이유가 있을까?

       

       나보다 약하고, 나보다 할 수 있는게 적고, 나보다 오만하며, 멋대로 생명들을 깔보는 그 신이라는 놈들을, 좋게 봐줄 이유가 있을까?

       

       아무리 생각해도, 없는 것 같은데.

       

       어차피, 생명들이 발전해서 많은 지식을 탐구하며, 세상의 법칙을 이해해간다면 도태될 놈들을 좋게 봐줄 이유가 있을까?

       

       그나마 바알의 경우에는 나름 책임감도 있고, 노력하려는 태도도 보여서 괜찮았지만….

       

       음. 역시, 신들을 좋아할 이유는 별로 없는 것 같단 말이지.

       

       

       “그래도, 지켜보고 있으면 나름 재미있는 녀석들인데요. 한참 모자란 녀석들이 자기들끼리 아웅다웅거리며 투닥거리는게 재밌단 말이죠.”

       

       “그 사이에서 다른 생명들이 고통스럽지 않다면, 나 역시 그렇게 생각했겠구나.”

       

       

       생명의 여신이라는 신성을 분리해서 분령으로 만들었다고 한들, 생명을 탄생시킨 책임감이라는건 아직 남아있단 말이지.

       

       

       “그래도 모든 신들을 다 싫어하시는건 아니잖아요? 저희들이라던지, 바알이라던지. 음. 시리우스라던지. 아, 그리고 닉스도 있고요.”

       

       “그렇긴 하지만…. 음. 닉스. 닉스라. 그러고보니 그 아이는 지금 어떻게 지내고 있지?”

       

       “바알이 사라진 후 그 빈자리를 채우려고 이리저리 노력하고 있어요. 바알의 신전이나 가지고 있던 물건들도 그 아이가 관리하고 있지요. 탐내는 신들이 워낙에 많았던터라.”

       

       “음….”

       

       

       그러고보면, 바알이 가졌던 것들은…. 어떻게 되었는지 신경을 쓰고 있지 않았구나.

       

       그것들 하나 하나가 다른 신들의 입장에서는 탐이 나는 물건일텐데, 내가 너무 무신경했나.

       

       그렇다면, 조금 시간을 내어서 만신전에 가봐야겠구만.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Ilham Senjaya님.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본가에 내려온 상태로 쓴 글인지라. 오늘은 이미지가 없습니다. 유감!!

    주 6일 연재… 12시 정오 직후 업로드… 노력했다아…!

    그런고로 내일은 쉽니다.(사망)

    오늘도 행복한 하루 되세요!!

    다음화 보기


           


Whether You Call Me a Guardian Dragon or Not, I’m Going to Sleep

Whether You Call Me a Guardian Dragon or Not, I’m Going to Sleep

늬들이 날 수호룡이라 부르든 말든 난 잘거야
Score 8.4
Status: Ongoing Type: Author: , Released: 2023 Native Language: Korean
The story of a human reincarnated as the Creator God of a new world, and her observation logs of the burgeoning new world and life. — Dragons, which have existed since before the birth of human civilization, became the guardian dragons of the empire. But whether you guys call me that or not, I’m going to slee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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