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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194

    <194 – 인연은 회전문>

     

    페페는 <제국마도학의 기초와 이해> 강의를 듣는 제국학생 사이에서도 에이스 오브 에이스였다.

    그런 그가 패배한 시점에서 다른학생들의 전의는 바닥을 쳤지만 그게 꼭 패배만을 의미한다고는 할 수 없다고 몇몇은 행복회로를 굴렸다.

     

    “이만하면 지칠 때도 됐잖아!”

    “암흑마나는 사용시간이 길어질수록 통제불가의 위험성이 오르지 않아?”

    “그래, 시간만 끌면 오크노디도 몸의 이상을 깨닫고 조급해질 거야. 70연전을 시간을 끌면서 버티면 아무리 오크노디라도 기권할 수밖에 없어!”

     

    실력으로 지는 건 인정하지만 잔뜩 시간을 끌어서 ‘반 대항전’에서라도 승리를 거두겠다는 작전이다.

     

    “저런 비겁한 새끼들!”

    “암흑마나의 부작용을 알면서도 그러기야?”

    “애가 죽을지도 모르잖아, 쓰레기들아!”

     

    비겁하다는 것은 알고 있다.

    하지만 사회란 모름지기 비정한 법.

     

    “저는 괜찮아요!”

     

    당사자의 당당한 외침에 제국학생들이 소리쳤다.

     

    “들었어? 본인이 괜찮다고 했어!”

    “이미 패배한 루저들은 구석에 짜져있으라고.”

    “본인이 동의했으니 무슨 일이 일어나더라도 이젠 본인 책임이야!”

     

    도로시가 어디선가 구해온 하얀 테이블보를 손에 들고 외쳤다.

     

    “오크노디, 힘들면 바로 말해! 결투 도중에 하얀 천을 던지면 기권할 수 있대!”

     

     

    * *

     

     

    “승자, 오크노디.”

    “승자, 오크노디.”

    “승자, 오크노디.”

     

    제국학생들의 야심찬 뜻과 달리, 위어드 교수는 시작선언을 하고 1분도 지나지 않아 승자선언을 했다.

     

    “슬슬 귀찮은데 그냥 깃발만 들면 안 될까?”

     

    위어드 교수가 투정을 부릴만도 했다.

    저들의 계획대로 암흑마나를 잔뜩 쓰면 아무리 평정마법으로 인격마모와 폭주제어를 시도해도 결국은 임계점이 찾아오겠지만…

    상대들이 너무 허접한 나머지 암흑마나를 쓸 껀덕지조차도 없었다.

     

    “슈팅스톤Shooting Stone!”

    “파워 킥Power kick!”

    “따라가서 때리기!”

    “항복 안하면 급소 때리기!”

    “허어억! 하, 항복! 항보오옥!!”

     

    갈수록 적당해지는 외침에 제국학생들도 깨닫기 시작했다.

     

    “저거 마법도 아니지 않아?”

    “그냥 힘으로 돌 던지고 손발로 막 뚜까 패고 있는 거 아니야?”

     

    마법을 안 쓴다.

    그러니 마나가 소모될 일도 없다.

    고로 마나는 자연회복 되어서 페페와 싸우기 전의 상태로 되돌아가고 있다.

    실제로도 한 40명쯤 패놓고 나니 마나가 다시 다 차버렸다.

    아주 날로 먹었다는 뜻이다.

     

    “멀리던지기!”

    “으아아악!”

     

    다리를 붙잡혀서 붕붕 허공을 회전하다가 장외로 패배한 학생이 다리를 절뚝거리며 다가와 소리쳤다.

     

    “이건 반칙입니다! 신체강화야 그렇다고 쳐도 멀리던지기는 애초에 마법도 뭣도 아니지 않습니까!”

    “나라면 수치를 알아서라도 그런 소리는 하지 않아. 마법사가 적의 신체에 몸이 잡히고도 대응하지 못했다면 이미 죽은 거나 다름없잖아.”

     

    위어드 교수의 통렬한 지적에도 이미 수치고 뭐고 다 내려놓은 학생은 추하게 소리쳤다.

     

    “저런 괴물이 괴력을 쓰면서 접근하는 걸 대체 어떻게 막는단 말입니까!”

    “이렇게.”

     

    위어드 교수의 품에서 엄청난 수의 덩굴들이 우르르 쏟아져 나오며 항의하던 학생을 운동장 반대편으로 날려 보냈다.

     

    “우린 그런 마법 안 배웠는데요…”

     

    다른 제국학생이 용기를 내어서 말하자 위어드 교수가 뚱하게 대꾸했다.

     

    “예습은 학생의 미덕이라며?”

     

    전부 자기들이 변방학생들을 양학하면서 한 말이다.

    제국학생들은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

    우리가 정말 70연패를 하겠구나.

    오크노디 한 명한테 다 털렸어.

    말도 안 되는 역전승을 거둔 당사자는 펄쩍 뛰고 기뻐하며 티배깅이라도 할 줄 알았더니, 갑자기 으윽 소리를 내며 휘청거리다가 털썩 주저앉았다.

     

    “저 독한 녀석. 실은 티 안 나게 신체강화마법을 계속 쓰고 있었던 거겠지?”

    “오크노디. 괜찮아?”

    “도로시, 으윽… 나 있지…”

    “많이 아파? 암흑마나를 너무 오래 써서 그래? 의무실 데려다줄까?”

    “힘을 너무 썼더니 배가 고파…”

    “…하아. 배가 고프구나…”

     

    도로시가 잠시 고민하다가 오크노디에게 속삭였다.

     

    “식당에 테이블보를 반환하면 음식을 줄까?”

    “범인이 제 발로 찾아왔다고 벌점을 먹겠죠?”

     

    제국학생들은 심각한 표정으로 입을 틀어막는 도로시를 보며 상상의 나래를 펼쳤다.

     

    “분명 암흑마나를 너무 많이 써서 마나탈진이 온 거야. 그렇지 않고서야 저런 진지한 얼굴로 남들 듣지 못하게 대화를 나눌 리가 없어.”

    “아까 배고파서 쓰러졌다는 말을 하지 않았어? 그냥 먹고 싶은 음식을 주문하고 있는 거 아니야?”

     

    순진한 이들은 무가치한 상상을 펼쳤지만 현실적인 이들은 보다 가치 있는 화제를 꺼냈다.

     

    “11살 어린애한테 신체능력으로 발렸다는 이야기는 어디 가서 쪽팔려서 말도 못 꺼내.”

    “우린 무조건 우린 암흑마법의 사악한 힘에 당한 거야. 가문에 올릴 보고를 생각해서라도 그런 걸로 해야 해. 다들 그렇게 입 맞추자.”

    “친구들을 위해서 마나폭주까지 각오한 오크노디의 우정의 힘에 당했다고 하면 감동실화가 될 거야. 우리도 졌지만 잘 싸웠다는 소문이 퍼질 거라고.”

     

    뭐가 됐든 배가 고플 정도로 힘을 쓴 뒤에 밀크셰이크와 양념갈릭포테이토가 먹고 싶다고 칭얼대는 오크노디에게 단체로 발렸다는 소문보다는 낫겠지.

    오크노디 70연승의 전설이 1학기 내내 두고두고 회자될 주범들의 졌잘싸를 위한 소문은 그렇게 패배한 당사자들을 통해 탄생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와전된 소문은 용사의 귀에도 들어갔다.

     

    “들었어? 오크노디가 50연패를 해버린 반 친구들의 눈물겨운 패배에 분노해서 피를 토하는 각오로 암흑마나를 끝까지 제어해서 70명을 혼자 격파했대.”

    “내가 들은 소문이랑은 다른데? 50명분의 고통을 구슬로 뽑아 충전한 오크노디가 나머지 70명에게 50인분의 고통을 강제체험 시켜서 전원 기절시키고 부전승으로 반 대항전 최종생존자가 되었대.”

    “바보들. 둘 다 철지난 오크노디 우정과 승리설과 악마의 구슬설이나 믿고 있는 거야? 요새 정설은 하찮은 싸움에 질려버린 오크노디가 아군 50명을 혼자 쓰러뜨리고 나머지 70명도 전부 쓰러뜨린 1 대 120 폭군노디 설이 유력한 지지를 받는다고.”

     

    학생 한 명이 지나갈 때마다 점점 눈더미처럼 불어나는 오크노디에 대한 소문!

    어디까지가 거짓이고 진실인지는 몰라도 오크노디가 학생들에게 제 실력을 드러낸 것만큼은 명백했다.

     

    “오크노디. 용사인 나와 척을 졌으니 이제는 그 불길한 힘을 감출 필요도 없다는 거야…?”

     

    오크노디도 재단도 용서할 수 없어.

    용사 이슈타르의 오해는 오늘도 깊어졌다.

     

     

    * *

     

     

     

    [당신은 용사의 분노로부터 무사히 살아남았습니다.]

    [승자연전 이벤트를 완료했습니다.]

     

    <포인트정산>

    ━━━

    이벤트 기본보상 +1000

    최후의 보루 +5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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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합계 18만 포인트

     

    [이벤트 완료보상으로 18만 포인트를 습득합니다.]

    [체술 경험치+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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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담함 경험치+10]

    [전투지속 경험치+2]

    [마나호흡 경험치+2]

    [신속기동 경험치+2]

     

    105만 포인트를 찍은 지 얼마나 됐다고 벌써 123만 포인트를 달성해버렸다. 고난이도 억까를 돌파한 만큼 보상이 미친 듯이 풍족하다.

    하지만 그에 비례하여 새로운 위협이 꼬리를 물고 나타났다.

     

    [용사의 적대도가 상승했습니다.]

    [이제 용사파티에 속한 용사의 동료들도 당신을 적대합니다.]

     

    용사 이슈타르와 그녀를 따르는 동료들.

    자신이 힘을 드러낼수록 그들의 경계가 높아진다.

    사악한 암흑마력을 기본적인 힘으로 다루고 있으니 어그로가 끌릴 만도 하다.

    애초에 마나검증시험에서 모브의 친구 자쿠가 약간의 암흑마력을 사용한 것만으로도 상당한 긴장감을 유발했는데, 그를 압도할 정도로 막대한 암흑마나를 사용한 내게는 얼마나 거대한 어그로가 끌리겠나.

     

    ‘치. 보상은 용사파티가 좋은데.’

    “아아. 나도 용사 하고 싶었는데…”

     

    시무룩해져서 푸념을 하며 기숙사로 돌아가는데 근처에서 흠칫하는 기척이 느껴졌다.

     

    “누구야?”

    “…미안. 엿들으려던 건 아니었어.”

     

    카시아.

    연구소에서 태어난 전격인간.

    융합생명체.

    그녀가 나무 뒤에서 슬그머니 나왔다.

     

    “여기서 머하고 있었어?”

    “과제하러.”

     

    그녀의 손바닥 안에는 양손으로 겨우 덮을 만큼 커다란 장수풍뎅이가 배를 까뒤집고 기절해있었다.

     

    “우와! 이거 헤라클레스 장수풍뎅이 아니야?”

    “몰라. 중간고사에서 싸움붙일 벌레라서 제일 큰걸로 찾아서 잡았어.”

    “좋겠다~ 전기신호로 감지해서 잡은 거지?”

    “…너도 느껴져?”

    “대충은!”

    “힘들었겠네.”

    “응응. 익히기까지 제법 걸렸지!”

     

    [카시아의 호감도가 상승합니다.]

     

    용사파티의 적대도가 올랐다는 알림에 우울해졌던 기분이 조금은 나아졌다.

     

    “나중에 내 컬렉션도 보여줄게. 같이 곤충잡자!”

    “싫어. 과제가 끝나면 안 잡을 거야.”

    “잠자리채로 잠자리를 잡으러 가도?”

    “…잠자리라면 좋아.”

     

    손가락을 걸고 약속하고는 헤어졌다.

    회자정리 거자필반會者定離 去者必返.

    만남이 있으면 이별이 있고, 또 이별이 있으면 만남도 있는 법.

    용사파티랑 사이가 나빠진 만큼 카시아랑 사이가 더 좋아지면 되겠지!

    정규 용사파티가 될 생각은 없지만 용사를 이용해서 여러 이벤트에 참여할 계획은 있었던 입장에서 이번 용사파티의 적대는 조금 뼈아프게 됐다.

    그래도 그만큼 다른 캐릭터들의 심화이벤트에 몰입한다면 나름 만만찮은 보상을 얻을 수 있다.

     

    제국학생들과 레이브 교수에게도 본때를 보여줬으니 다음엔 용사에게도 본때를 보여줘야지.

    그래.

    마침 복수의 다음 기회도 코앞에 다가왔다.

     

    중간고사 직전 최종연습기간.

    플라톤 교수의 상급반 체력단련 강의.

    그 중간고사 시험 종목.

    <철인삼종경기>의 달리기, 수영, 기승 세 종목을 처음부터 끝까지 이어서 펼치며 기록을 측정하는 마지막 연습경기가 바로 내일 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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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 Became the Daughter of the Academy’s Villain

I Became the Daughter of the Academy’s Villain

아카데미 흑막의 딸이 되었다
Score 4.2
Status: Ongoing Type: Author: Native Language: Korean

From the side, she looks pitiful and worn out, but in reality, she’s living her joyful survival story in the world of games.

But how can someone’s name be Oknodi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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