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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194

       솔직히, 난 네가 호구라고 생각한다.

       ​

       성자? 보살? 내가 살던 세계에선 그런 이들을 전부 호구라고 부른다. 자기 몫 하나 챙기지 못하는 멍청이들.

       ​

       너는 성선설을 믿었다. 그래서 마지막까지 미련을 버리지 못했다.

       ​

       무엇보다, 대전쟁에서 많은 걸 깨달았다. 이대로 마왕의 뜻에 찬동해도 되는 걸까. 우리가 이리 당했다고 해서, 다른 종족에게 똑같이 복수해도 되는 걸까. 세상에 믿을 만한 사람 한 명 없는 것일까.

       ​

       저주를 풀 방법은 없을까. 왜 금안족은 다른 종족보다 마법을 못 다루는가. 철화의 저주는 어디서 생긴 걸까. 인간의 본성은 무엇이고, 그걸 알아내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

       마지막으로, 그런 걸 안 뒤로는 무얼 해야 하는가.

       ​

       그랬기에 여신은 나를 너에게 보냈다.

       ​

       나는 그 누구도 믿지 않았기에. 일단 의심부터 하고 보았기에. 그렇게 오랜 세월을 거치고 나서도, 최소한의 신뢰만 주었기에.

       ​

       깊은 관계와, 피상적인 관계. 우리는 서로 닮았다. 그리고 어느 순간부터 닮아가고 있다.

       ​

       너는 나로, 나는 너로.

       ​

       이제 가슴뿐만 아니라 머리도 맞댈 차례다. 여기서 어떻게 해야 하는가. 앞으로 무얼 하며 나아가야 하는가.

       ​

       – 그래서 제안을 하고 싶다?

       ​

       우린 사람들에게 필히 버림받을 것이다. 태생이 이러니까 어쩔 수 없는 노릇이다.

       ​

       – 몸의 주도권은?

       ​

       네가 가져가라. 단, 나와 한 가지 조건을 더 맺는다는 조건 하에 바로 가져가면 된다.

       ​

       – 흥미롭군. 말하라.

       ​

       1천 번째 기회를 소진했다고 네가 판단한 뒤. 우리가 완전히 괴물이라고 낙인찍힌 뒤.

       ​

       그런 뒤에도, 우릴 우리로서 보고 이해해 주는 사람이 남아 있다면.

       ​

       그땐 내가 네 몸을 도로 빼앗아 가겠다.

       ​

       – 웃기는 놈이로군. 내기? 좋아, 재미있어 보이는군. 네 마음대로 하라. 어차피 상관없는 일이다.

       ​

       좋아.

       ​

       – 본관이 그 전에 세상을 불태울 테니까.

       ​

       아직 끝나지 않았다.

       ​

       ​

       **

       ​

       ​

       모든 걸 참았다.

       ​

       하지만.

       ​

       – 얘는 마수가 아니에요. 제 제자한테 손대지 마세요!

       ​

       헤를라인 교수. 그녀가 쓰러지는 걸 본 순간, 머리에 핏기가 쫙 가시는 느낌을 받았다.

       ​

       ‘나’인지, ‘에테르’인지.

       ​

       누군가의 의지인지는 모르겠다. 다만, 정신을 차리고 보니 스태프를 휘두르고 있었다.

       ​

       “크윽…!”

       “이제야 본색을 드러내는구나. 모두 공격하라!”

       ​

       에테르는 도착한 기사단을 상대로 한 대씩 쥐어팼다.

       ​

       이러나저러나 황궁 정예보다 약한 수준이었다. 오히려 힘 조절을 신경 써야 할 판이었다.

       ​

       머리가 아팠다. 비를 맞아서 그런 것도, 감기에 걸린 것도 아니었다. 단지, 이 분노를 쏟아낼 곳이 필요했다.

       ​

       ‘등신새끼들, 내 이럴 줄 알았다.’

       ​

       결국 일이 틀어지고 말았다. 예상은 했지만, 허무했다. 소녀의 눈시울이 붉어졌다.

       ​

       “어억…!”

       “윽…!”

       ​

       서른 명이나 되는 정예 마도사들이 일제히 당했다. 압도적인 무력 차이. 뫼스바이어는 당황하고 말았다.

       ​

       “뭐야, 인간형은 대부분 약한 거 아니었어…?”

       ​

       그렇다면 가능성은 하나뿐이었다.

       ​

       절멸급 마수.

       ​

       그 단어가 모두의 머릿속에서 떠오른다. 사람들이 곧 우왕좌왕하며 도망쳤다.

       ​

       질서를 되찾으려는 시도는 실패했다. 아카데미는 순식간에 아비규환의 현장으로 돌변했다.

       ​

       퍼억! 토츠펠 가문의 마지막 마도사까지 쓰러뜨린 에테르가 스태프를 맹회전시켰다.

       ​

       둔한 쇳덩어리가 허공을 가른다. 쐐액, 쐐액! 날카로운 소리. 이전까지와는 다른 날렵한 움직임이었다.

       ​

       처억.

       ​

       에테르는 캘리퍼스의 끝날로 뫼스바이어를 가리켰다.

       ​

       “……마지막 기회를 주겠다.”

       “기, 기회…?”

       “방금 한 말을 모두 철회하고 잘못했다 빌어라. 용서를 구하면 없던 일로 해 주겠다.”

       ​

       말은 그렇게 했지만, 이미 알고 있었다. 이제 여기서 살기는 글렀다는 걸.

       ​

       토츠펠을 때린 순간부터 확정이었다. 인간들은 이미 자신을 마수라고 인식했다. 돌이킬 길은 없었다.

       ​

       그런데도 일부러 기회를 주었다.

       ​

       혹시나 싶어서였다.

       ​

       “네 입으로 정정하라. 본관은 괴물이 아니라는 걸.”

       “이 괴물이 뭐라는 거야…! 마도사들을 잔뜩 패 놓고서….”

       ​

       물론 그녀의 또 다른 자아는 알고 있었다. 사람들이 말을 들어주지 않을 것이라는 걸.

       ​

       사람들은 이미 선동당할 대로 선동당했다. ‘삼인성호(三人成虎)’라는 말이 괜히 있는 게 아니었다.

       ​

       그러나 해당 자아는 이미 물러났다. 이젠 ‘에테르’뿐이었다. 그녀 혼자서 모든 걸 판단해야 한다.

       ​

       낯선 감각이었다. ‘망자의 등불’을 사용한 이래로, 오랜만에 조종하는 자신의 몸.

       ​

       하필이면 이런 타이밍에 넘겨주고 떠났다. 본인이지만, 참으로 빌어먹을 녀석이다.

       ​

       “이곳에 있는 정령님들께서 이미 말씀하셨다. 저 자는 영락없이 마수다!”

       ​

       에테르는 끅끅 웃어댔다. 허탈함이 담긴 조소였다.

       ​

       “그래, 끝까지 그렇게 나오시겠다… 이거지.”

       ​

       하아, 하고 에테르의 입에서 한숨이 흘러나왔다. 어이없다는 듯한 반응이었다.

       ​

       “분수를 모르는 병신새끼들 천지로군.”

       ​

       에테르는 뫼스바이어를 향해 걸었다. 피가 섞인 진흙이 찰팍거렸다.

       ​

       “오, 오지 마!”

       ​

       뫼스바이어는 황급히 뒷걸음질을 쳤다. 그러나 곧 걸림돌에 걸려 넘어지고 말았다.

       ​

       철컥, 철컥. 남은 마도사들이 스태프를 고쳐 쥐었다.

       ​

       정령마도사들은 여신의 대행자를 현세에 현현할 준비를 마쳤다. ‘영체 소환’에는 시간이 걸린다. 여기저기서 소환술을 시전했고, 순간적으로 마력 밀도가 높아진다.

       ​

       에테르는 고개를 푹 떨구었다. 그녀의 어깨가 다 허물어진 성채처럼 축 늘어졌다.

       ​

       그녀가 뫼스바이어를 겨누었다. 동시에, 다른 마도사들은 사방에서 에테르를 겨누었다.

       ​

       “……생각할 시간을 주겠다.”

       ​

       이 순간, 소녀는 최후의 최후까지 생각했다.

       ​

       이곳 사람들에겐 사태를 인지할 시간이 없었다. 모든 게 갑작스럽게 일어났고, 뭐가 어떻게 된 건지도 몰랐을 터였다.

       ​

       1천 번째 기회. 이렇게 날려버리기엔 너무 아까웠다. 조금이라도 더 이들과 이해를 나누고 싶었다.

       ​

       하지만.

       ​

       세상은 그리 녹록지 않았다.

       ​

       “모, 모두 전투 준비…!”

       ​

       그 말을 들은 순간. 툭, 하고 무언가가 끊어지는 느낌이 들었다.

       ​

       어깨가 부들부들 떨렸다. 반대로 팔에는 힘이 들어갔다. 목구멍에 물까지 들어차는 감각이었다.

       ​

       머리에선 빗물이 뚝뚝 떨어졌는데, 정말 다행이라는 생각부터 들었다.

       ​

       “너희가, 아주, 무덤을, 파는구나.”

       ​

       소녀의 눈동자에는 물기가 맺혀있었다. 목소리는 홍수에 잠긴 듯했다.

       ​

       분명, 그 목소리에 머뭇거리는 마도사들도 있었다. 에테르와 구면인 자들이 주로 그러했다.

       ​

       반면에, 그녀와 접점이 없던 이들은 눈살을 찌푸렸다. 오랜 기간 최전선에서 구르다 온 백전노장들은 생각을 달리했다.

       ​

       그들은 주저하는 자들을 향해 고함을 내질렀다.

       ​

       “울먹이는 소리에 당황하지 마라! 인간형은 본색을 드러내기 직전에 저렇게 행동한다!”

       “……낌새가 보이는군. 모두 급습에 대비하라!”

       ​

       소녀는 흐, 하고 입매를 비틀었다. 되다 만 웃음이었다.

       ​

       다음 순간.

       ​

       쿠우웅! 에테르의 코앞으로 적빛 섬광이 쏘아졌다. 상급 화계마도의 일종이었다.

       ​

       마법 이름이 무엇인지는 중요하지 않았다. 소녀는 오도카니 서서 그 마법을 맞았다.

       ​

       얼굴에 직격이었다. 콰앙, 하는 소리와 함께 잿빛의 뭉게구름이 피어올랐다.

       ​

       모두가 유효타라고 생각했다.

       ​

       그도 그럴게, 상급 마도 아닌가. 재앙급 마수라면 상급 마법을 쏘았을 때 생채기 정도는 남길 수 있다.

       ​

       “…이럴 수가.”

       ​

       그러나 결과는 전혀 달랐다. 마법을 맞아 뒤로 젖혀졌던 소녀의 고개가 스프링처럼 제자리로 돌아온다. 그녀는 지면에 살짝 떠 있던 발을 원위치로 되돌렸다.

       ​

       쿵!

       ​

       소녀가 밟은 자리에 옅은 크레이터가 생겼다.

       ​

       “…허어.”

       ​

       에테르는 한숨을 쉬며 머리를 탁탁 털어냈다. 백설기처럼 새하얀 피부에는 그을음 하나 없었다.

       ​

       “말도 안 돼….”

       ​

       실전 경험이 부족한 자들은 그리 말했다. 반대로, 베테랑 마도사들의 몸에는 때 이른 소름이 돋았다.

       ​

       “본관이 준 마지막 기회까지 날려먹다니. 현대는 우매한 연놈들로 강산을 이루는구나.”

       ​

       끼익! 에테르가 스태프를 비틀었다.

       ​

       스태프가 섬전처럼 내쏘아진다. 한순간의 발도. 그리고 일격.

       ​

       뻐억! 세상에 번갯불이 내리꽂힌다.

       ​

       안 그래도 물웅덩이가 많았다. 전해질이 풍부한 물을 타고 전류가 흐른다. 단순히 스태프를 한 번 내리그은 것에 불과했지만, 그 일격만으로 마도사들은 제압당했다.

       ​

       헤를라인, 프레이. 그 정도를 제외하고 지근거리에 있던 마도사들이 일제히 감전당했다. 그들은 비명조차 내지르지 못하고 몸을 부르르 떨다가, 그 자리에서 쓰러지고 말았다.

       ​

       “저, 저거……. 상급을 아무렇지도 않게 튕겨내다니….”

       ​

       빠악!

       ​

       “끄아아악!!”

       ​

       에테르는 뫼스바이어의 팔뚝에 스태프를 꽂았다. 그가 비명을 내지르더니, 앞으로 후욱 당겨졌다.

       ​

       퍼억! 그를 발로 차서 떨어뜨렸다. 뫼스바이어는 땅바닥을 데굴데굴 굴렀다. 그가 숨넘어가는 소리를 내며 기절했다.

       ​

       “볼썽사나운 놈. 여기가 네놈 무덤이다.”

       ​

       에테르는 다시 한번 스태프를 높게 치켜들었다.

       ​

       “야, 야…! 그만 좀 해!”

       ​

       그때 프레이가 달려와서 매달렸다. 에테르는 최후의 타격을 먹이려다 말고 뒤를 돌아보았다.

       ​

       “아,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사람을 죽이려고 하면 안 돼! 그건 나쁜 짓이야!”

       “……좀 떨어져라, 꼬맹아. 방해된다.”

       “역시 너 이상해! 갑자기 왜 그러는데! 정신 좀 차려봐…!!”

       ​

       에테르는 프레이를 보며 혀를 찼다.

       ​

       이 녀석은 또 다른 자아의 친구다. 자신과는 관계가 없었다. 당장 내쳐도 그만이었다.

       ​

       그래도.

       ​

       ‘민천(旻天)이 키우는 꼬맹이인가. 건드리면 의리가 아니겠군.’

       ​

       캘리퍼스를 내려놓고 한 걸음 물러섰다. 전열의 마도사는 전부 쓰러진 상태였다.

       ​

       [진짜 못 봐주겠네.]

       [여신께서 늘 내리시던 지침이 있으십니다. 악의를 지닌 마수가 엘랑카야 아래로 내려오면, 가감 없이 제압하라고 말입니다.]

       [중급 삼백여 분, 상급 스무 분, 최상급 세 분 정도인가요? 좋아요, 승산은 차고도 남을 거예요!]

       ​

       스릉, 강림을 마친 정령들이 쇠사슬을 빼낸다.

       ​

       끝에 갈고리가 달린 빛의 사슬. 마수의 마석을 단번에 적출해내는 도구였다. 저것에 잘못 걸리면 일격사다.

       ​

       에테르는 생각했다.

       ​

       ‘아직 몸이 덜 풀렸다. 여기서 싸우면 져.’

       ​

       심지어 최상급이 세 마리라니. 하필이면 교환학생 때 몸을 교대받아서 이 모양이다.

       ​

       까득, 이를 악물었다.

       ​

       ‘돌파 가능한가. 아니…. 그 전에 어디 갈 만한 곳이 있나?’

       ​

       완전히 혼자였다. 그 사실이 허탈했다. 에테르는 더욱더 뒤로 물러났다.

       ​

       “……꼬맹이, 작별할 시간이다.”

       “무, 뭐…?”

       ​

       프레이의 얼굴이 절망으로 물들었다. 그 사이에 에테르는 캘리퍼스로 제 손목을 그었다. 떠나기 전, 진실을 알려주기 위해서였다.

       ​

       폐수처럼 시커먼 핏물이 흘러나왔다. 프레이가 표정을 굳히며 그 자리에서 주저앉았다.

       ​

       그녀가 입을 틀어막았다. 마치 알아선 안 될 걸 알게 된 모습. 에테르는 쓴웃음을 지은 채로 입을 열었다.

       ​

       “지금까지 속여서 미안했다.”

       ​

       프레이는 울었다.

       ​

       ​

       **

       ​

       ​

       [─ SYSTEM : 경고. 경고.]

       ​

       ‘……젠장. 나, 살아있는 건가…?’

       ​

       시스템창의 경고음을 들으며 몸을 비척였다. 전신이 난타당한 것처럼 뻐근했다.

       ​

       [─ SYSTEM : 알림. 기절 이후, ‘회복의 가락’을 10분 8초 동안 적용받았음을 알려드립니다.]

       ​

       아직 흐릿한 시야로 주변을 둘러본다. 귀에선 이상한 소리가 났다. 무언가 타는 듯한 냄새가 코로 들어왔다.

       ​

       ‘사, 상태창.’

       ​

       버멜은 스테이터스를 켜고 아래로 쭉 내렸다. 곧바로 스트레스 관리 창으로 들어갔다.

       ​

       곧 정신이 번쩍 뜨일 수밖에 없었다.

       ​

       [스트레스 수치 확인]

       [에테르 : 65 – ‘타락’ 상태]

       ​

       타락.

       ​

       선명하게 보이는 두 글자.

       ​

       ‘아, 안 돼.’

       ​

       시큰거리는 뒤통수를 붙잡으며 일어났다. 주변을 둘러보았으나, 서 있는 사람은 없었다.

       ​

       “아, 안 돼….”

       ​

       생각한 것이 그대로 말로 튀어나온다.

       ​

       기절한 사람들. 여기저기서 튀어오르는 스파크. 아까보다 더 짙어진 잿빛 하늘.

       ​

       “이건 안 돼…….”

       ​

       거품 물고 쓰러진 토츠펠 공작. 머리가 함몰된 뫼스바이어. 저 멀리 보이는, 무너진 황성.

       ​

       헤를라인을 안은 채로 울고 있는 프레이와, 반으로 잘려 죽은 이사장의 시체까지.

       ​

       [─ SYSTEM : 4번 시련, ‘흑주(黑晝)’가 시작됩니다.]

       [─ SYSTEM : 팁. 아이템 데이터베이스가 갱신되었습니다. ‘안식과 평온의 비약.’]

       ​

       버멜은 그 자리에서 철퍼덕 엎어졌다.

       ​

       그리고.

       ​

       절규.

       ​

       “으, 으아아아아아아아─!!”

       ​

       게임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1부 끝!

    원래 여기 진도를 80화까지 끝내려고 했습니다! 그런데.. 이것저것 고치고 뒤엎다보니까 190화까지 늘어나 버렸어요…!

    사실 여기까지 온 게 기적입니다! 노벨피아 가입하고 1화만 1년 넘게 썼거든요.
    역시 사람은 돈이 떨어져야 움직이나 봅니다.

    다음화 보기


           


The Magic Academy’s Physicist

The Magic Academy’s Physicist

마도 아카데미의 물리학자
Score 4.0
Status: Ongoing Type: Author: Native Language: Korean
In an era when the power of Fire Magic was considered to have reached its limit, one girl began researching nuclear fusi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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