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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194

        

       

       

       화봉국-호란은 정교 유착 국가다.

        

       신이 내려 준 무녀는 막대한 권력을 손에 쥐며, 폭군으로서 군림해도 그 권위가 견고할 수밖에 없다.

        

       성스러운 불꽃을 갖고 태어났다고 하여 미야는 무녀가 되었지만.

       

       수많은 국민의 삶이 자신에게 달렸다는 사실이 그녀에게 큰 압박감을 안겨주었다.

       

       하지만 메이는 달랐다.

       

       

       ─ ‘힘들면 말해. 내가 무녀 역할 대신해줄게. 어차피 우린 똑같이 생겼으니까 아무한테도 안 들킬 거야.’

       

       

       메이는 미야의 부담을 덜어 주겠다는 식으로 말했고.

       

       실제로 미야의 역할을 대신하더니 국민들에게 무녀로서의 위엄을 곧잘 내비쳤다.

        

       미야는 자신의 쌍둥이 언니, 메이가 누구보다도 총명한 사람이라 믿었다. 단호한 결정력, 합리적인 판단력, 재빠른 실행력을 갖춘 언니는 우상과도 같았다.

       

       그래서 미야는 자신 같은 사람보다 언니야말로 위에 설 자라고 생각했다. 자신은 그저 신비한 힘만 타고난 바보에 불과하다고 여기면서.

       

       그 사고방식은 메이가 만들어 놓은 작품이었다.

       

       매일 동생의 어수룩함과 자신의 유능함을 은근슬쩍 비교시키며 동생의 자신감을 떨어뜨려 놓았으니. 내가 있으니 괜찮다며 미야를 다독여주고 자신에게 의지하도록 만들었다.

       

       그리고 얼마 안 가 메이는 무녀 역할을 대행하면서 준비해 두었던 함정에 미야를 빠뜨렸다.

       

       성스러운 불꽃을 가지고 싶었으니까.

       

       그 힘은 미야와 메이를 가르는 결정적 차이. 메이가 아닌 미야가 무녀가 될 수밖에 없는 이유.

       

       메이는 그 힘만 가지면 자신이 진정한 무녀가 될 수 있으리라고 생각했다.

       

       사실 미야는 이미 언니의 의도를 알아차린 채였다. 메이가 무엇을 노리는지 짐작하기란 어렵지 않았다.

        

       하지만 일부러 함정에 빠져 주었다.

        

       화봉국을 위해서라면, 지혜로운 언니가 무녀가 되어 주는 편이 더 나을 테니까. 자신이 타고난 신비로운 불꽃만 언니에게 나눠 주면 괜찮을 테니까.

       

       그래서 수단만 확인한 뒤 마지막엔 대화로 풀 작정이었으나.

       

       설마 그 일이 자신을 깊은 잠에 빠뜨려 마력만 쏙쏙 뽑아내는, 공장처럼 써먹는 일일 줄은 미야는 상상치도 못했다.

       

       강제로 잠에 빠져드는 미야의 마지막 기억 속, 메이의 얼굴은 이제껏 단 한 번도 보여 준 적 없는 뒤틀린 미소로 가득 차 있었다.

       

       메이에게 있어서 여동생이란 그저 자기 야망을 위한 도구였다는 사실이 드러나는 순간이었다.

       

       

       ─ ‘언니, 어째서…?’

       

       ─ ‘그거 알아?’

       

       

       제 몸집보다 훨씬 커다란 마도구에 잡아먹히기 전, 미야는 언니인 메이가 한 말을 도저히 잊을 수 없었다.

       

       

       ─ ‘우리 배고팠던 시절에, 난 수틀리면 널 팔아서 급전을 마련할 생각밖에 없었어.’

       

       

       넌 보험에 불과했던 거야.

       

       미야는 깊은 잠에 빠져들었다.

       

       그렇게 언니가 폭군으로서 군림하는 몇 년간, 미야는 악몽 속을 헤매야만 했다.

       

       

       메이는 미야가 쌓아온 모든 걸 제 것으로 만들었다.

       

       현 무녀가 진짜 미야가 맞는지 의심했던 예리한 관료들은 메이가 정치적으로 매장시킨 뒤 사람을 보내 암살했고.

       

       메이는 자신의 지위가 탄탄해지도록 토대를 쌓는 데에도 집중했다.

       

       그러다 생각했다.

       

       강한 무력이 필요하다고.

       

       권력과 부는 인간들이 모여서 만들어낸 사회 내에서나 성립되는 것.

       

       자신을 지키려면 사회 체계와는 무관한, 순수하게 강한 힘을 갖추어야만 했다.

       

       이윽고, 동생인 미야가 죽음의 숲에서 구미호와 친구가 됐다고 한 이야기를 떠올렸다.

       

       이용할 수 있을 지도 모른다. 토벌대도 해치우지 못했던 화염의 마수, 구미호라면 훌륭한 전력이 되어 주리라.

       

       메이는 구미호를 찾아가 미야인 척 연기하며 불공정한 사역마 계약 조건을 내세웠다.

       

       미야와 함께 있고 싶었던 구미호는 그 계약을 망설임 없이 수락했으며, 메이의 사역마가 되어 무녀의 위상을 드높였다.

       

       

       궁전 꼭대기에서 세상을 내려다본다.

       

       작은 키로 올려다보았던 추악한 세상이 이제는 비좁게 느껴졌다.

       

       메이의 눈이 수평선 너머로 향했다.

       

       그녀의 꿈이 커져만 갔다.

       

       

       

       * * *

       

       

       

       “아이작 학생, 평소에 운 안 좋은 편이죠?”

       “갑자기 왜요?”

       “이번 공신제에서 벌어졌던 두 번의 사건 모두 아이작 학생이 개입돼 있잖아요…. 피에르 플랑체 학생은 자신을 탈락시킨 아이작 학생에게 화가 나서 사고를 벌였고, 미야 학생은 저번 대련의 원한을 풀고 싶어서 아이작 학생을 따로 불러냈고…. 어쩜 안 좋은 일마다 잘도 엮이시네요.”

       “그게 제 잘못은 아닌 것 같은데요…?”

       “질책하는 게 아니에요. 그냥 불쌍해서 하는 말이에요.”

        

        

       공신제는 찝찝한 마무리를 지으며 끝이 났다.

       

       교직원에게 사건 관계자로서 진술했다. 성실히…는 아니고 진실과 거짓을 섞어서.

       

       메이가 나를 불러 싸운 것까지는 사실 그대로 이야기해주었다.

       

       다만, 기절한 뒤로는 무슨 일이 벌어졌는지 모르겠다고 진술했다. [멸악자] 발동해서 에르메토나 조졌던 일을 나도 모르는 일처럼 생략한 것이었다.

       

       그렇게 생긴 공백을 메운 건 이름 없는 영웅의 등장. 시계탑 위에서 백룡과 함께 나타났던 대마법사였다.

       

       교직원과 황실 기사단이 그 모습을 목격했기에 내가 그 대마법사가 아닐 것이란 게 간접적으로 입증되었다.

       

       이름 없는 영웅은 시계탑에서 곧바로 도주했다. 당연하게도 그건 내가 아니었다.

       

       내가 빌려준 마법 위장 복식을 차려입은 카야였지. 이미 소환돼 있던 빙설룡-힐드는 내가 마력을 불어넣은 덕분에 크기를 키운 상태였다.

       

       다행히도 아카데미와 황실 기사단은 시계탑 위에 나타났던 사람을 이름 없는 영웅이라고 믿는 듯했다. 빙설룡까지 나타난 판에 나라도 그리 믿었을 듯했다.

       

       

       ‘그리고….’

       

       

       빙설룡이 말하길, 괴묘-체셔가 쫓아오진 않았다고 했다.

       

       마력 감지에 주의를 기울였기에 확신할 수 있었다고 하면서.

       

       왜 쫓지 않은걸까. 몰라서? 놓쳐서? 더 중요하게 살펴야 할 게 있어서?

       

       그리 생각하다 보니 자연스레 앨리스 캐럴의 동향에 의문을 품게 되었다.

       

       

       ‘앨리스는 곧장 대련장에 왔었어.’

       

       

       마치 시계탑 위에 나타났던 이름 없는 영웅 쪽보다는 내 쪽을 살피는 게 중요하다고 판단한 것처럼.

       

       좋은 징조는 아니었다. 최악의 경우를 상정할 필요가 있으리라.

       

       앨리스가 ‘아이작이 이름 없는 영웅이다’라고 확신하는 경우 말이다.

       

       진술 조사를 받기 전에는 아카데미 병원에서 치료 받았다. 크게 다치지 않았던 데다 도로시까지 치유 마법을 써 줬던 덕분에 당분간 재활 치료만 몇 번 하면 된다고 하여 금방 병원을 나섰다.

       

       문제는 메이였다.

       

       마족 에르메토나에게 사정 없이 두들겨 맞았던 탓에 몸 상태가 말이 아니었으니까. 교회에서 수준 높은 치유 마법을 받았음에도 일주일 정도는 움직일 수 없다고 들었다.

       

       이제 그 애는 슬슬 무대에서 퇴장할 때가 되었다는 생각이 든다.

       

        

       이른 아침. 어스름한 빛이 나뭇잎 사이사이를 파고들었다.

       

       

       “아이작 님, 저 왔습니다.”

       “여기 앉아.”

       

       

       조세나 숲 안에 있는 노르한 호수. 나는 그루터기에 앉아 있었다.

        

       옆에 마련해 둔 의자에 카야 아스트레앙을 앉힌 뒤, 그녀에게서 위장 복식을 돌려받고 마법 주머니에 집어넣었다.

       

       

       “부담됐을 텐데 고생했다.”

       “아니에요! 아이작 님 명령이라면 뭐든 괜찮습니다.”

        

        

       명령은 아니었는데.

       

       굳건한 충성심을 보여주는 카야가 무척 기특했다.

       

       미소로 화답했다.

        

        

       “뭐 보답해줬으면 좋겠어?”

       “보답이라뇨, 당치도 않습니다! 저는 아이작 님의 충복이니까요…! 아이작의 미소 하나. 그것만 있다면 전 뭐든지 할 각오가 돼 있습니다…!”

       “…….”

        

        

       비장하게 대답하는 카야.

       

       내용이 독특해서 잠깐 당황했으나, 카야가 최근에 본 소설 내용을 자신과 나로 빗대었다는 사실을 간파하고 그냥 넘어가기로 했다.

        

        

       “그러냐.”

       “그런데 아이작 님. 사람들이 믿어 줄까요? 시계탑 위에 있던 게 진짜 이름 없는 영웅이었다고.”

       “아마 다는 안 믿을걸.”

        

        

       일단 의심부터 하고 보는 사람, 수많은 가능성을 일일이 고려해 보는 사람은 제대로 속이지 못했을 것이다.

        

       이름 없는 영웅이 왜 시계탑 위에서 아카데미를 훑고 있었을까, 란 찝찝한 의문이 해소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괜찮을 거야.”

        

        

       그 정도면 충분했다.

       

       의심의 화살이 곧바로 내게 뻗치는 것보다는.

        

        

        

       ……

        

        

        

       카야와 여러 이야기를 나누고 헤어진 뒤 아카데미 수업동으로 향했다. 축제가 끝났으므로 모든 학생은 일상으로 돌아가야 할 때였다.

       

       마법학부 건물, 오르핀관 2학년 B 클래스 강의실로 향하는 중. 현 상태를 머릿속으로 정리했다.

        

       신밀의 에르메토나 격퇴, 홍련의 무녀 클리어 보상으로 많은 경험치를 얻었다. 레벨은 총 4 업. 현재 레벨은 122다.

       

       그리고 업적, [꺼져가는 불꽃]을 달성하며 [불 속성 원소 저항력]이 30 만큼 증가해 50이 되었다. 이제 B급이다.

       

       여태 레벨 업하며 얻은 스탯은 전부 [대 인간 전투력]에 투자했다. 그래서 현재 [대 인간 전투력]은 68. A-급.

       

       

       ‘이제 이번 학기에 남은 건….’

       

       

       <메르헨의 마법 기사> 「9막, 앨리스 토벌전」뿐.

       

       앨리스 캐럴과 격돌할 준비를 해야 한다.

       

       만날 때마다 웃으면서 장난치고, 데이트하자며 채근하고, 나를 ‘애기’라고 불러 주는 학생회장과.

       

       …망설일 건 없었다. 이미 처음부터 마음을 다 잡아 놨으니까. 앨리스하고는 서로를 죽일 각오로 싸워야만 한다.

       

       애당초 앨리스는 한번 피를 보면 주체 못 하고 대규모 학살을 자행할 녀석이었다. 서리의 시련에서 보았듯이 말이다.

       

       그러니 해치워야 할 적이란 건 분명했다.

       

       단지 나는 이 여정에서 조금의 의문점도 남겨두고 싶지 않을 뿐. 그래서 알고 싶은 건 세 가지.

       

        

       ‘앨리스가 어떤 사람인지, 뭘 숨겨뒀는지, 왜 패배하고 곧바로 자살했는지….’

        

       

       그리 생각하다 보니 자연스레 무녀도 떠올랐다.

       

       어렴풋이 남아있는 흐릿한 기억과 감정을 되새겼다.

       

       1회차에서 무녀를 지키지 못했다는 사실에 나는 깊은 회한을 느껴야만 했다.

       

       그리고 전술했듯, 그녀는 메이가 아니었다.

       

       지금의 무녀를 기피했던 것도, 루체가 무녀를 족쳐도 그냥 넘어갔던 것도, 저번 대련 때 일말의 망설임도 없이 복수해서 무녀를 반 병신으로 만들어 놓았던 것도, 여태 무녀에게 티끌만 한 애정을 못 느꼈던 것도.

       

       전부 그녀가 내 동료였던 진짜 무녀가 아니었기 때문.

       

       조만간 미야와 메이를 두고 세상이 시끄러워지리라.

        

       

       오르핀관에 도착해 넓은 복도를 가로질렀다.

        

       그런데 어째… 복도를 지나다니는 학생들의 눈초리가 따가웠다.

        

        

       “저 사람이 아이작 선배야.”

       “진짜 잘 생기긴 했다….”

       “그래도 저게 그 난리가 벌어질 정도냐?”

       “섹시하잖아. 똑똑하고 멋있고 성실하고 몸도 좋고 꼴리고….”

        

        

       귀를 쫑긋 세웠다. 왜 내 이야기가 오가고 있는지 알 수 없었다.

        

       1학년 사이에서 날 찬양하는 학생이 많이 늘었다는 얘기를 들었지만 이 정도일 줄은 몰랐다. 괜히 멋쩍게 느껴져서 잰걸음으로 2학년 층으로 올라갔다.

        

        

       “주인공 떴다.”

       “어제 저 새끼 몰매를 맞았어야 했는데. 끄으윽.”

       “확실히 잘 생기긴 했어….”

       “성적도 좋고, 의외로 천재기도 하고.”

        

        

       아니, 뭔데? 얘네도 징그럽게 왜 그러는 건지 이해할 수 없었다.

        

       어제의 사건 때문에? 아니지. 내 외모와 성적을 칭찬하는 게 메이와 전투를 벌인 것과 무슨 상관이 있겠는가.

        

       이름 없는 영웅의 출현 이야기로 심각하게 떠들던 몇몇 학생도 나를 보더니 내 이야기로 화제를 틀었다.

       

       

       ‘대체 뭐냐….’

        

       

       일단 못 들은 척 강의실에 들어갔다. 강의실 안에서도 많은 학생이 나를 뚫어져라 응시했다.

        

       불편한 공기를 뚫고 겨우 자리를 잡자마자 마테오 조르다나와 검은 토끼 귀 리본을 단 여학생, 에이미 할로웨이가 내 앞으로 다가왔다.

        

        

       “욥, 친구야.”

       “아, 에이미. 마테오도 안녕.”

       “어제 완전 난리였지?”

       “이름 없는 영웅 나타났던 거?”

       “그것도 그런데.”

        

        

       에이미는 내 책상 위에 앉고는 상체를 내밀어 속닥거렸다.

        

        

       “미녀 콘테스트 말이야.”

       “콘테스트?”

        

        

       그게 왜?

        

       미녀 콘테스트는 폐막식 전에 이루어지는 분위기 환기 목적의 대회였다.

        

       각 학년의 명예를 걸고 한껏 치장한 여학생들이 나서서 외모로 자웅을 겨루는데.

       

       그것보다 단련이 중요했던 나는 콘테스트 당시 텅 빈 훈련장에서 마법을 단련하고 있었다.

        

       <메르헨의 마법 기사>에서도 미녀 콘테스트는 캐빨용 이벤트에 불과했으니까. 굳이 내가 나설 이유가 없었던 것이었다.

        

        

       “인기남이라 좋겠어. 이눔아, 어제 내 심장이 다 떨렸다구.”

       “……?”

        

        

       으흐흫, 하고 웃는 에이미를 무시하고 마테오 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콘테스트 때 뭔 일 있었냐?”

       

       

       에이미와 마테오는 둘 다 놀랐다.

       

       

       “…너, 없었어? 그 재밌는 순간에?”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맙소사….”

        

        

       에이미와 마테오는 이마를 턱 짚고 탄식했다.

       

       곧 에이미는 어제 있었던 일을 이야기해주었다.

        

        

        

       * * *

        

        

        

       공신제 폐막식 전. 마지막 순서는 미녀 콘테스트였다.

        

       전교생이 몰린 가운데, 온갖 장신구로 치장한 여학생들이 무대 위로 올라갔다.

       

       그녀들은 아름다운 드레스 차림으로, 그 미모는 학생들의 감탄을 자아해내기에 충분했다.

        

       에이미 할로웨이의 진행에 따라 아름다운 여학생들은 여러 레크리에이션으로 경쟁하거나 장기자랑하면서 자신의 매력을 뽐냈고.

        

       최종 투표를 통해 이번 공신제의 ‘메르헨 아카데미 미의 여신’이 뽑혔다.

        

        

       “메르헨 아카데미 미의 여신으로 선정된 학생은! 바로오!”

        

        

       짠.

       

       스노우화이트였다.

        

       순백의 드레스. 분홍빛 헤어핀과 금빛 장신구.

        

       세계에서 가장 아름답기로 유명한 그녀는 이미 등장했을 때부터 구경하던 학생들의 혼을 쏙 빼놓은 채였다.

        

       작정하고 꾸민 그녀의 모습은 이미 탈인간이라고 보아도 무방할 만큼 어여뻤다.

       

       황국 내에서도 주신 만할라가 그녀를 조각하고는 자신의 걸작이라고 껄껄댔을 것이란 이야기가 우스갯소리로 오갔을 정도다. 가히 믿을 수 없는 미모였다.

        

       이어 2등은 루체 엘타니아, 3등은 도로시 하트노바로 선정되었다.

        

       에이미는 화이트 옆에 서서 확성기를 갖다 대며 우승 소감을 물었다.

       

       미녀 콘테스트 내내 긴장한 얼굴로 쭈뼛쭈뼛대던 화이트는, 돌연 누군가를 생각하더니 아련한 표정을 지었다.

        

       곧 그녀가 내뱉은 소감은 큰 파장을 일으켰다.

        

        

       “제가 이 아카데미에서 가장 신뢰하는 분이 계세요. 저를 보듬어 주시고, 아껴주시고, 때론 질책하며 바른 길로 이끌어 주시는 분. 제가… 이 아카데미에서 가장 좋아하는 분. 이 모든 영광을 ‘아이작 선배님’께 돌립니다.”

        

        

       전교생의 입이 떡 벌어졌다.

        

       옆에 서 있던 루체의 표정이 싸늘하게 식었다. 그녀의 고개가 고장 난 기계처럼 삐걱대며 화이트에게로 돌아갔다. 생기 잃은 푸른빛 눈동자가 황녀를 응시했다.

        

       다른 쪽에 서 있던 도로시는 입을 헤 벌리고 감탄했다.

        

       다른 참가자였던 카야는 뒷목이 당겨 오는 듯했다. 정신이 아찔해져서 그만 휘청거리고 말았다.

        

       에이미는 자기 친구의 이름이 들려서 내심 당황했지만 아이작 학생이 멘토라 그렇겠군요, 라며 자연스럽게 수습하고서 진행을 이어갔다.

       

       그러나 콘테스트 내내 화이트의 귀여운 모습에 마음이 녹아내렸던 학생들은 충격에서 헤어나올 수 없었다.

        

       다음으로 에이미는 루체에게 소감을 물었다.

       

       일반적으로 2등과 3등을 차지한 학생들에게는 정해진 단골 멘트가 있었다. 자신이 미의 여신이 되지 못해서 아쉽지만, 1등의 미모를 추켜세우며 어쩔 수 없다는 식으로 넘어가는 것이었다.

        

       그러나 루체는 싹 다 무시하고 화이트를 노려보았다.

       

       아이작 바라기로 유명한 루체다. 아무래도 화이트의 소감을 듣고 말문이 막혀 버린 모양이었다.

        

        

       “아하하…! 루체 학생, 소감을 말하기엔 감정이 조금 북받치는 모양이에요. 괜찮아요, 루체 학생은 정말정말 예쁘니까요!”

        

        

       루체의 살의에 당황한 에이미는 어떻게든 상황을 수습하고 넘어갔다.

        

        

       “자, 그러면 다음! 마지막으로 도로시 선배, 소감을 들려주….”

       “이얍!”

       “앗!”

        

        

       도로시는 아예 에이미의 확성기를 빼앗고 소리쳤다.

        

        

       “내 팬들도 좋고, 친구들도 좋고, 너희들 다 좋지만! 역시 이 아카데미에서, 나한테 제일 소중한 사람은 너뿐이야!”

        

        

       도로시는 오른팔을 앞으로 쭉 뻗고서 검지와 중지를 펼쳐 V 표시를 했다.

       

        

       “아이작! 너한텐 이 누나가 제일 예쁘지? 반해 버려도 상관없다구? 니히히.”

       

       

       화사한 미소가 도로시의 얼굴에 만개했다.

       

       전교생은 다시 한번 경악했다.

        

        

        

       * * *

        

        

        

       “그런 일이 있었어.”

        

        

       B 클래스 강의실. 검지를 치켜세운 에이미가 이야기를 끝마쳤다.

       

       

       “맙소사….”

       

       

       나는 이마를 턱 짚었다.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라서니스 님 60코인 후원 감사하고, 재밌게 읽어주셔서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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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Academy’s Weakest Became A Demon-Limited Hunter

The Academy’s Weakest Became A Demon-Limited Hunter

AWBDLH, 아카데미 최약체는 마족 한정 먼치킨이 되었다
Score 8.8
Status: Ongoing Type: Author: Released: 2022 Native Language: Korean
I possessed the weakest character in my favorite game’s Hell Mode. I want to survive, but the way the main character is being controlled is atrocious. It can’t be helped. I have to stop the bad ending myself.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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