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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194

       

        

        

        

        

        

       ───드르르륵!

        

        

        

        머즐 플래시가 어둠을, 총성이 적막을 밀어냈다.

        

        캘리포니아로부터 사방팔방으로 뻗어나가는 두꺼운 가스관을 관리하기 위해 숲속 한가운데에 지어진 수많은 건물 – 그 사이를 두 명의 인영이 가로지른다. 한 치의 오차만으로도 얼마든지 뒤바뀔 수 있는 사냥감과 사냥꾼의 관계였다.

        

        일방적으로 밀릴 것 같으면서도 밀리지 않는 교전 상황. 스킬 활성화 구역을 벗어나며 무기 드롭률이 다시 확연히 높아진다. 그로 인해 케이스는 이전보다 좀 더 원활한 견제가 가능했다.

        

        그에 비해 유진의 무장은 이전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하드코어 모드의 단점이었다.

        

        

        

       ‘…방탄복을 바꿔입을 시간도, 삽탄할 시간도 없다.’

        

        

        

        가방에 급탄기가 달려있다고는 하지만, 그럴 여력을 주지 않는다. 유진이 압도적인 실력을 보유하였다고는 하더라도, 그녀가 물은 적은 작년만 하더라도 아시아에서 가장 실력이 뛰어난 유저라고 평가받은 사람이었다.

        

        만전의 상태였더라면, 그리고 제대로 무장을 갖췄더라면 정면에서부터 천천히 둔중하게 밀어붙일 수 있었을 테지만, 상황이 그다지 좋지 못했다. 유진 역시도 케이스와 마찬가지로 스킬 활성화 구역에서 스타트를 했기 때문이었다.

        

        아니, 오히려 총이라도 한두 자루 건진 그와는 다르게, 유진에게는 오직 소방도끼만이 유일한 무기였다.

        

        

        

       ───피융!

        

       “어으.”

        

        

        

        귀를 찢는 듯한 소음과 터져나가는 돌 파편.

        

        총이 있는 사람과 없는 사람 간의 격차는 너무나도 거대하다. 유진의 비상식적인 기동 속도와 완력, 그리고 완벽한 타이밍 선택과 같은 여러가지 톱니바퀴들이 깔끔하게 맞물려 돌아갔기에 케이스를 그렇게까지 몰아붙일 수 있었던 것이었다.

        

        그러나 스킬 활성화 구역을 벗어남에 따라 이야기는 조금씩 달라진다. 기존 유저들은 탄만 있으면 즉각적으로 장전된 탄창을 확보 가능했지만 그렇지 않은 이들도 있었고, 케이스는 거리를 유지한 채 그 점을 적극적으로 파고들었다.

        

        총을 잡기 전에 간격을 두고 말려죽일 심산이었다.

        

        

        

       ‘타파할 방법이 없는 건 아니다.’

        

        

        

        가장 좋은 방법은 최대한 손이 덜 가는 총을 찾는 것이었다. 가령 링크탄으로 연결된 기관총을 찾든지. 하지만 지금까지는 보이지 않는다. 강한 화력을 투사 가능하다는 건 성능이 좋단 것이었고, 드랍률이 낮다. 여기서는 쉽게 볼 수 없는 듯했다.

        

        게다가 차선책으로 역습이 가능한 지형인 꺾어진 복도나 복잡한 방 안을 마주한다면, 케이스는 망설이지 않고 섬광탄과 수류탄을 포함한 온갖 폭발물 등을 사용하여 유진을 그 자리에서 쫓아버린다.

        

        그는 최대한 시간이 걸리더라도 여기서 유진을 끊어버리는 것이 좋을 것이란 판단을 내린 지 오래였으며, 그녀 역시도 그러한 생각을 어림짐작하고 있었다.

        

        다시 탄환이 날아든다.

        

        

        

       -[경고 : 나노머신 잔량 50% 이하.]

        

        

        

        사격 실력이 상당하다.

        

        거리를 크게 벌리지 않으면서 중장거리에서 적을 원숙하게 제압할 수 있다는 것은 숙련된 트래커의 자질이었다. 최대한 복잡한 지형으로 끌고 들어가려 해도 당연히 쉽사리 걸려들지 않는다.

        

        그 점은 이미 반쯤 짐작하고 있었지만.

        

        창문을 통해 얼핏 보이는 바깥은 이미 그다지 좋은 상황이 아니었다. 화마가 코앞까지 들이닥치고 있었다. 건물에 불이 옮겨붙기까지는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겠지. 숨을 고르며 어둠이 짙게 내린 벽면에 몸을 붙이고 숨는다.

        

        적이 내딛는 발걸음, 그것을 통해 전달되는 진동. 그것이 느껴진다. 정적이 이어졌다. 어둠을 밝히는 것은 오직 비상문 위쪽에만 달린 비상구 표시였다.

        

        

        

       “….”

        

        

        

        그것을 가만히 바라보고 있자, 시선이 조금 아래로 내려간다.

        

        그 아래, 바닥에 놓여있는 붉은 물체. 캘리포니아 가스단지에서 가장 쉽게 볼 수 있는 물건…소화기.

        

        갑자기 머릿속이 새하얗게 변하더니, 이내 새로운 색으로 덧칠되었다. 수많은 변수라는 이름의 톱니바퀴가 역회전하며 새로운 생각과 택틱을 실시간으로 창출하기 시작했다. 소화기를 뽑아들어 몇 번 흔든 유진은 이내 만족스럽다는 표정을 지었다.

        

        다음 순간, 그녀는 왔던 길을 되돌아간다 – 다르게 말하면 케이스와의 거리를 좁히기 시작했단 뜻.

        

        이제부터는 실감나는 블러핑의 시간이었다. 

        

        

        

       ───철컥!

        

        

        

        그녀가 바닥에 널브러진 소총 하나를 주워든다.

        

        장전도 안 되어있다. 하지만 크게 상관없었다. 황급히 총을 주워들고 있다는 느낌을 케이스가 받도록 하기 위한 블러핑이었다. 거리를 벌리든 그렇지 않든 크게 상관은 없었다-만, 아마 이를 방해하기 위해 다른 수를 쓸 것이었다.

        

        그리고 아니나 다를까.

        

        

        

       -피잉!

        

        

        

        예민한 귀가 금속의 마찰음을 들었다. 핀이 짤깍이는 소리가 아니라 조금 다른 형태의 소리였지만 – 어쨌든 결과는 같았다. 포물선을 그린 수류탄이 그녀가 있는 자리로 날아오고 있었다.

        

        하지만 – 본래라면 보일 리가 없는 어두운 금속 덩어리였으나, 그 순간 수류탄에 묻은 아주 약간의 붉은 빛이 반짝이는 게 보였다. 열감지. 오직 그녀만이 보유한 숨겨진 한 수 중 하나였다.

        

        깡.

        

        소화기를 든 유진의 팔이 반사적으로 휘둘러짐과 동시에, 날카로운 금속음이 허공 위로 퍼져나갔다.

        

        아주 짧게 터져나간 섬광과, 마하의 속도로 비산한 수백 개의 쇠구슬이 그 뒤를 이었다.

        

        

        

       ───콰아앙!

        

        

        

        하지만 그것으로 끝이 아니었다.

        

        다음 순간 케이스의 정면으로 붉은 원기둥 형태의 물체가 날아든다. 황급히 총을 쏘자마자 소음과 함께 백색의 연기가 전방위로 터져나간다. 그나마 다행이었던 것은 섬광탄이 아니라 소화기였다는 점이었다.

        

        온 몸에 묻은 백색 약제를 닦아내고 다시 접근하기까지는 4초라는 짧은 시간밖에 걸리지 않았으나, 안타깝게도 유진은 그 짧은 시간 동안 이미 바닥에서 뭔가를 주워들고, 모종의 준비를 마친 상태였다.

        

        

        

       -철컥.

        

        

        

        어둠 속에서 길다랗고 투박한 총신이 모습을 드러낸다. 강선이 없고, 어딜 둘러보아도 탄창이 보이지 않는 모습 – 사실 없는 게 아니라, 튜브형 탄창이었기에 식별하기 어려운 것이었다.

        

        베넬리 M4.

        

        총을 주워들고, 챔버에 한 발, 튜브형 탄창 내에 여섯 발. 스피드 리로드를 통해 그 모든 과정을 끝마치기까지는 4초 이상의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손가락을 까딱임과 동시에, 열두 개의 쇠구슬이 허공을 난자했다.

        

        

        

       “큭!”

        

        

        

        신속히 굴러 그 자리를 벗어난 케이스가 혀를 찼다.

        

        샷건의 장전 속도가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수준. 과거 같이 훈련했던 델타 포스에서조차 그토록 빠르게 삽탄하는 사람을 찾기 힘들었다. 그런데 이런 급박한 상황에서조차 이 정도의 속도라니.

        

        한 번 주도권을 뺏기자마자 승산은 급락한다. 그러나 그것보다 한 발짝 빠르게 진노한 유진이 들이닥쳤다. 손바닥 뒤집듯 우세가 바뀌며, 케이스의 실드 외벽이 비처럼 쏟아지는 쇠구슬에 짓뭉개진다.

        

        철컥. 샷건 탄환이 다 떨어졌다. 그러나 그 시점에서 둘의 거리는 가까웠다 – 구체적으로는 방아쇠를 당겼을 때, 조정간이 연발에 놓인 돌격소총에서 세 번째 탄환이 발사될 즈음에는 손을 뻗으면 닿을 정도였다.

        

        개머리판이 휘둘러진다.

        

        

        

       -콰직!

        

       “…!”

        

        

        

        그 순간 케이스는 총을 개머리판의 궤적에 갖다대어, 동물적인 감각으로 간신히 막는다. 새파란 눈동자 너머로 놀람이 잠깐 어렸으나, 이내 호승심이 들불처럼 타오른다.

        

        케이스로서는 환장할 노릇이었다. 살짝 막는 것만으로 팔이 다 저릿저릿할 수준. 간신히 쳐내며 남은 탄환을 발사하지만, 그걸 구르는 것만으로 피해낸 유진이 다 쓴 샷건을 그대로 내던졌다.

        

        빙글빙글 회전하며 몸을 향해 날아든 샷건을 간신히 피해내자마자 소방도끼가 아래에서 위로 날아든다. 막았다. 하지만 굉음과 함께 총이 엿가락마냥 ㄱ자로 찌그러진다.

        

        다음 순간 총을 버리고 권총 속사. 그것을 몸으로 맞으며 달려드는 유진. 누가 보아도 어디 만화영화나 히어로 영화에서나 나올 법한 광경이 정면에서 재현되고 있었다.

        

        

        이내 유진은 케이스를 들이받았고, 그대로 콘크리트 벽까지 밀어붙였다.

        

        벽에 부딪히며 들려오는 묵직한 소음 사이로 날카로운 금속음이 섞였다.

        

        

        

       ───피잉!

        

       “…몰리에 수류탄 핀을 연결한다는 방법은 많이 흥미롭더군.”

        

        

        

        그 말대로, 그는 파우치에서 수류탄을 잡아뜯듯 뽑아내고 오른손에 단단히 쥔다. 왼쪽 손으로는 유진을 강하게 잡고 놓지 않았다. 누가 보아도 동귀어진을 유발하려는 모습이었다.

        

        그러나 그 순간, 유진이 수류탄을 잡은 케이스의 손을 왼손으로 밀어붙이고 – 그대로 비틀었다. 힘의 차이로 인해, 불길한 소음과 함께 순식간에 벽으로 밀어붙여진 오른손을 벽과 등 사이로 강제로 집어넣는다.

        

        여기까지 2초.

        

        도대체 얼마나 힘이 강한 거냐고 반문하기도 잠시, 유진이 손을 빼자마자 등과 벽 뒤에 끼인 케이스의 손에서부터 강렬한 폭발이 터져나왔다. 한순간 그녀마저 튕겨나갈 압력과 금이 간 콘크리트 벽면.

        

        시체는 이미 사라져버린 상태였다.

        

        

        간신히 폭발의 여파를 추스린 유진이 그 누구도 듣지 못할 정도로 작게 중얼거렸다.

        

        

        

       “거, 저작권료도 안 낼 거면서….”

        

        

        

        아무리 강철 체력이라고 한들, 그녀에게도 휴식 시간은 필요했다.

        

        유진은 그 자리에 큰 한숨과 함께 엎어졌다.

        

        경기는 중반을 향해 달려가고 있었다.

        

        

        

       

        

        

        

        

        

        

        

        

        

        

        

        

       “와, 저게 사람인가?”

        

        

        

       -예 뭐 알아 하십쇼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팩트)유진한테 정면에서 갈린 저사람은 작년 본선 in10까지 들었던 양반이었다

       -아 그냥 99명이서만 경기하라고 ㅅㅂ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어제 오로라에서 놓친걸 여기서 이렇게 앙갚음을ㅋㅋㅋㅋㅋ

       -샷건 스피드리로드 와 ㅋㅋㅋㅋㅋ 미쳐버린 수준

        

        

        

        사방이 난리였다.

        

        당연하게도, 중계는 다크 존 공식에서만 이뤄지지 않는다. 요컨대 각 스트리머들을 주체로 한 팬 중계방들 역시 우후죽순으로 생겨난다 – 이유야 간단했다. 자신이 좋아하는 스트리머와 함께 경기를 보며 의견을 나누는 것도 대회를 즐기는 한 방법이었으니.

        

        그리고 당연하다면 당연하게도, 그 위로 여과 없이 쏟아지는 전투의 현장. 여태까지의 대회에서는 결코 나올 수 없을 거라고 여겨졌던 살벌한 CQB의 형태가 수백만 명의 망막에 그대로 박혀들었다.

        

        메인 중계는 그대로 놔둔 채, 시청자가 캡쳐해온 하이라이트 클립이 그 아래를 부유하기 시작했다.

        

        가장 처음 눈에 들어온 것은 유진의 샷건 장전이었다.

        

        

        

       ───철커덕!

        

        

        

        고작해야 4초.

        

        자신을 향해 날아온 소화기에 대고 반사적으로 방아쇠를 당긴 케이스와, 그 순간 허공에 흩뿌려지는 백색 분말. 그 순간부터 타이머가 시작된다.

        

        바닥의 샷건을 정확히 낚아챈 후, 그 옆에 적당히 흩뿌려진 12게이지 셀을 집어든다. 첫 발은 챔버 안에 직접, 그리고 튜브형 탄창에 한 번에 두 발씩 삽입. 7발이 다 들어간 후에도 양쪽 손가락에 셀을 몇 개씩 든 채 그 자리에서 일어선다.

        

        그리고 그 다음 순간, 바깥에서 타오르는 불빛만이 유일한 광원인 창고 안에서 불빛이 몇 번이고 번쩍였다.

        

        심장을 둔중하게 두들기는 발사음. 순식간에 샷건 탄 전량이 소모되지만, 손가락에 끼워두고 있던 예비 셀이 다시금 밀려든다. 서로의 뼈와 살을 동시에 취하는 광기어린 교전의 현장이 일절의 검열 없이 보여진다.

        

        

        

       -진짜 프로들은 다르다….

       -팩트)프로 아니고 케이스는 현직이었다

       -이쯤되면 유진 신상 공개 안하는 이유도 대충 알 거같다 ㅋㅋㅋㅋㅋㅋ

       -그…좀 민감한 사항들을 많이 알고 있습니까?

       -뱀꼬리녀(전직 블랙옵스 에이전트)

        

        

        

        일일히 따라가기조차 어려운 무수한 하이라이트들이 사방팔방에서 벌어진다. 케이스와 유진만 경기를 하는 것이 아니었다. 도합 백 명이나 되는 이들이 넓은 지역에 점점히 흩뿌려졌기에 사방에서 교전이 발생했다.

        

        작년에도 그랬지만, 올해는 특히 더 많은 이들이 눈과 뇌가 여러 개였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는 중이었다. 이대로 가다간 아시아 예선전이 끝난 후 나온 하이라이트 모음집 길이만 24시간을 넘길 판이었으니.

        

        

        한편, 그러는 와중 짧은 휴식에서 깨어난 유진은 몸을 조심스럽게 일으켜 주변을 탐사했다. 스킬 활성화 구역에서 벗어났기에, 케이스와의 교전으로 인해 미처 열지 못한 상자 안에는 아이템들이 꽉꽉 차있었다.

        

        불과 몇 분 전에는 하고 싶어도 하지 못했던 일들이 가능해졌다. 바닥에서 MK47 한 정을 주워든 그녀가 탄통을 열고 급탄기 안에 이를 쏟아부었다. 마치 정수기에서 물을 뜨듯 탄창을 지정 자리에 놓자마자 카가각 하는 쇳소리가 들린다.

        

        

        그렇게 불과 몇십 초나 지났을까, 40발들이 예비 탄창 8개를 꽉꽉 채운 유진은 이전보다 한결 편한 모습으로 창고에서 빠져나왔다.

        

        그러나 다음 순간 산등성이 너머에서부터 치솟는 불꽃과 알람.

        

        

        

       -[경고 : 대규모 폭발 감지.]

        

       “…아니, 누가 가스관을 건드렸대.”

        

        

        

        지구의 종말이라도 온 듯한 불기둥과 열풍.

        

        상황은 새로운 국면으로 전환되고 있었다.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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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 Have Returned, but I Cannot Lay down My Gun

I Have Returned, but I Cannot Lay down My Gun

귀환했지만, 총을 놓을 수는 없습니다
Score 4.1
Status: Ongoing Type: Author: Native Language: Korean

Just the fact that I came back couldn’t be the end of everythi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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