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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194

       진희의 머릿속에서 가장 먼저 떠오른 생각은, ‘방심했다’ 였다. 술병까지 쥐고 있는 예나를 내버려 둔 순간, 지금의 광경은 필연적인 미래 아니었을까. 애초에 감시를 했어야-

        

       ‘아니, 방심을 안 했어도 저건 못 막았지……! 헤드기어 뒤집어쓰고 게임하는 동안 만취하는 사람을 어떻게 막아…….’

        

       그나마 다행인 건, 티가 나지 않는다는 점일까. 조금 전 이야기할 때는 발음이 조금 뭉개지더라니. 술을 대체 얼마나 마신 거냐고 추궁하자마자 멀쩡한 사람으로 돌아온 것이……회복력이 좋다고 해야 하려나.

        

       ‘아니, 연기력이 좋은 거지.’

        

       진희는 몸을 리드미컬하게 좌우로 흔들거리는 예나를 보며, 절로 새어나오려는 깊은 한숨을 애써 속으로 삼켰다.

        

       ‘저거, 만취할 때마다 하던 짓이고.’

        

       뒤풀이 회식에서 사케 한 병을 거진 혼자 비울때도 정확히 저러했지. 언제부턴가 양옆으로 흔들거리며 리듬을 타기 시작해서……남성진들이 급격하게 시선처리에 신경을 쓰던 기억이 떠올랐다.

        

       그렇게 취하지 말라고 했건만. 방송사고, 방송사고 염불처럼 외우며 주의를 줬으나, 진희 자신을 위한 건 아니었다.

        

       걱정되는 건, 예나였다. 언제부턴가 항상 그러했듯이.

        

       잘 생각해보면……예나는 논란을 달고 살면서도, 정말 본격적인 사고를 친 적은 없었다.

        

       물론, 채팅창에 나락과 화염이 도배되는 건 일상이었지만- 그거야, ‘따뜻한아메리카노먹고싶다’의 방송에서 반쯤은 고유 스포츠화된 분위기였으니까.

        

       그런 분위기의 방송을 유지하는 것도 그렇고, 진희 본인의 방송에 찾아와서 보인 모습들도 그렇고……. 어지간한 일에는 흔들리지 않는, 강철같은 멘탈을 가진 사람처럼 보였으나-

        

       어째서인지, 진희에게는 그렇게 느껴지지 않았더랬다. 특히나 최근에는.

        

       “선택지가 뭔지 들어나 볼게요. 뭐 기왕 이렇게 된 거 본격적인 2차 술먹방을 하자, 이러면 진짜 화낼 거니까 각오하세요.”

        

       “……2번 선택지부터 말씀드려도 되나요.”

        

       목소리가 조금은 흔들리는 게……진짜 제대로 취한 것 같은데. 언제나와 같이 정신나간 소리를 하고 있는 익숙한 모습임에도, 평소와는 약간 달랐다. 무엇 때문이라고 콕 집을 수는 없지만, 왠지 조금은 더 솔직한 듯한-

        

       -하아.

        

       방송 중이다. 달리 말해, 그런 고민을 할 시간 따위는 없었다. 자연스럽게, 대화의 흐름을 이어나가며 오디오를 채워야만 했다.

        

       스트리머니까. 진희 자신도, 눈앞의 예나도.

        

       “얘기해보세요.”

        

       “아크님은 배메로 솔로랭크 돌리시고……저는, 배경음악을 연주하는 거예요. 그림 괜찮을 것 같은데. 아크님 좋아하시는 지튜브 각도 나오지 않을까요.”

        

       그리 말하며 벌떡 일어나더니, 외투가 걸린 옷거리로 가서 주머니 이곳저곳을 뒤지기 시작하는 게- 설마, 진짜로 또 오카리나를 가져왔나.

        

       “아니, 헬멧쓰고 오카리나 어떻게 불게요?”

        

       “옆방에서 불 거예요. 좀 멀리서 들려오면 아련한 느낌 들고 그러지 않을까요.”

        

       “기각입니다. 1번 선택지였던 것이나 말해보세요.”

        

       “……그건 폐기됐어요. 아쉬워라.”

        

       저 헬멧 안의 표정이 너무나 궁금한 건, 진희 뿐만은 아닐 터였다. 슬슬 방종하고, 헬멧을 벗으라 할까. 제법 무거운 헬멧이라 불편하기도 할 텐데.

        

       애써 피하던 선택지였지만, 생각해보면 방종을 해도 이상할 건 없는 시점이었다. 이러니저러니 해도, 벌써 2시간 30분은 넘게 방송하지 않았나. 배틀메이지라는 새로운 빌드를 배운다는 컨셉도 충실히 달성했고.

        

       결국 듀오는 하지 못했으니, 합방 컨텐츠로서 아쉬움은 남겠지만……커트라인은 넘겼다고도 볼 수 있었다.

        

        -ㅇㅇ 님이 1,000원을 후원하였습니다!-

       【저 취객 좀 재워야 하지 않을까요? 피곤해보이는데】

        

       『아 지랄 ㄴ해』

       『넌 나가라』

       『얼굴도 안 보이는데 피곤은 지랄』

       『술 많이 마시긴 한듯』

       『방종유도 밴좀 하죠』

       『너 어디사냐?』

        

       아크의 생각을 대변하듯 했던 도네이션. 그러나 시청자들의 생각과는 달랐던 걸까. 우호적이던 채팅창의 분위기가 급변하는 건 순간이었다.

        

       비상식적으로 빠르게 화르륵 불타오르는 건, 예나가 구축한 시청자 풀의 성향을 보여주는 면도 있겠으나- 그만큼 방송이 끝나는 게 아쉬운 상황이라는 뜻이기도 했다.

        

       ‘그래도, 방종을 하긴 해야할 것 같- 어?’

        

       그럼에도 방송을 마무리짓는 쪽으로 생각하는 진희의 마음을 아는지 모르는지. 예나는 어느새 주섬주섬 VR장비를 주워 입고 있었다.

        

       “그러면, 그러면 제가 그……신기한 거 하나 더 보여드릴게요. 이건 원래 진짜 마지막까지 아껴 두려 했던 건데.”

        

       “……진짜 괜찮겠어?”

        

       “네. 그럼요. 아끼다 상하면 안 되잖아. 이 추세면 나오나 또 망하게 생겼는데. 내가 그 꼴 2번은 못 보지.”

        

       “어? 또……?”

        

       의아한 진희가 읊조리는 질문에 대답은 없었다. 망설일 틈이 없다는 뜻일까. 이미 카메라 앵글 밖으로 걸어나가 헤드기어를 뒤집어쓴 예나는, 주변을 이리저리 둘러보다가, 픽창으로 들어가서-

        

       약 3초 후에 닷지했다.

        

       “……멀미나요. 메슥거리네. VR멀미가 생긴 것 같은데. 역시 VR은 잠깐 가지고 노는 거지, 본격적으로 게임하기엔 별로예요.”

        

       “……그냥 술 들이 부어서 속 안 좋은 거잖아…….”

        

       “마실 땐 마셔야죠. 좋은 사람, 좋은 자리. 흐. 아, 저, 헬멧 다시 써야-”

        

       “카메라! 카메라!”

        

       『ㄲㅂ』

       『아크야 작작 막아라ㅡㅡ』

       『아니 얼공 자연스럽게 하려는 걸 왜케 막아』

       『얼공되는 순간 좆빻은거 들켜서 시청자 1/10토막인데 아크한테 고맙다고 절해야 되는 거 아니냐?』

       ㄴ임시차단되어 삭제된 메시지입니다.

        

       저 취객 좀 재워야하지 않겠냐던 도네이션이, 왜 갑자기 머릿속에서 다시 재생되는지.

        

       * * * *

        

       “……좀 아쉽지 않아요? 멀미는 VR할 때 나는 거라……게임 안 하고, 뒤에서 훈수하면 되는데. 저 지니님 훈수 기가 막히게 잘해요. 경력직인데.”

        

       “그렇게 치면, 듀오도 기가 막히게 잘했지. 맨날 저격이나 하고.”

        

       “시청자 참여.”

        

       “그래, 그런 거로 하자.”

        

       시청자들의 아우성을 뒤로 한 채 방종하고 약 30분여. 아크가 부엌에서 타온 꿀물을 홀짝거리며 소파에 늘어지듯 누워있자니- 아, 좋긴 하네.

        

       진작 방종할 걸 그랬나.

        

       그래도, 모처럼 아크와의 합방인데. 아크를 위해서도 그렇지만, 시청자들도……조금은 더 오래 보고 싶지 않았을까.

        

       물론, 입밖으로 꺼내기엔 조금 민망했지만.

        

       “그래서, 얘기나 해봐. 왜 오늘따라 술을 그렇게 막……응? 무슨 일 있었어?”

        

       무슨 일. 무슨 일이라.

        

       일이야, 늘 있지 않나. 그런 질문을 받으면 떠오르는 것이 셀 수 없이 많을 정도로. 떠올리지 않으려 애써 꾹꾹 눌러 놓는, 그런-

        

       다만.

        

       “아까 말씀드렸는데……그냥, 좋은 사람들이랑 마시니까 좋아서요.”

        

       오늘은 정말로, 좋아서 마신 거였다. 진짜로. 

        

       그리 설명하며 다시 한번 신뢰감 가는 표정을 지어보이고자 무거운 눈꺼풀을 애써 들어올리니- 눈빛, 눈빛이 또 왜 이래.

       

       다른 얘기해야지.

        

       “아무튼. 오늘 배틀메이지는 어떠셨나요. 금방 잘 배우시던데.”

        

       “……재밌었어.”

        

       “흐. 다행이네요.”

        

       -후룩

        

       꿀물을 한 모금 더 마시고- 아, 이거 보드카 조금만 타면 정말 맛있겠는데. 차마 입밖으로 낼 엄두도 나지 않는 말을 목구멍 안으로 삼키며, 천천히 잔을 내려놓았다.

        

       “꿀물 잘 마셨어요. 그러면……저, 슬슬 갈게요. 방종하니까 긴장이 풀려서 그런가. 좀 피곤하네요.”

        

       “……벌써?”

        

       “네. 솔직히, 지금도 소파가 너무 편해서 잠들 것 같아요.”

        

       택시, 잡히려나. 차라리 완전 늦은 시간이면 괜찮을 텐데, 아직 너무 애매한……피크 시간. 그렇다고 버스를 타기엔 너무 피곤한데.

        

       일단 부를까.

        

       무거운 손가락을 움직여 택시 호출 앱을 가동했다. 역시나, 잡히지 않았지만. 웃돈을 주고 비싼 택시를 부르면……아니, 도적부흥운동 자금을 그렇게 헛되이 할 순 없지. 이건 돈의 많고 적음의 문제가 아니다.

        

       소파에 몸을 조금 더 깊게 눕히며, 택시를 재호출했다. 근처의 택시를 찾는다는 메시지가 반복되기를 몇 차례. 조금은 어색한 침묵이 스튜디오를 메웠다.

        

       그러고 보면, 아크가 함께 하는 자리에서는 항상 침묵이 길어지기 전에 아크가 뭔가 말을 하면서 분위기를 이어나갔던 것 같은데.

        

       ……MC의 재능이……응.

        

       “아. 혹시, 지니님도 그……시위 와주실 건가요?”

        

       “시위? 아, 그 팬미팅……불러주면 당연히 가려고 했는데. 설마 안 부를 생각이었어?”

        

       ……뭔가, 이상한 단어가 섞인 것 같은데. 설마, 은근슬쩍 레반 사인회로 둔갑시켜서 유동인구를 긁어 모으고, 팬들이 해산하기 직전에 본격적인 시위를 시작하는 계획마저 눈치챈 건……아니, 아니겠지.

        

       “……와주시면 감사하죠. 아무튼, 요즘 노력은 하고 있는데. 솔직히, 얼마나 올지는 많이 의문이어서요. 아크님 같은 셀럽이 와주면, 당연히 좋아요.”

        

       “지니.”

        

       “네에?”

        

       “……아니야.”

        

       모르겠다. 졸려. 요즘 많이 피곤했던 여파가 한번에 몰려오는 기분이었다. 술 때문인 것 같기도 한데, 응.

        

       -우웅

        

       또다시, 택시를 잡는데 실패했다는 알림. 눈썹을 찌푸리며 확인하고 있자니, 어딘가 지친듯한 아크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차라리 자고 갈래?”

        

       * * * *

        

       “침대에서 자라니까.”

        

       “아니에요. 저, 바닥에서도 잘 자서. 예전에 친구 집에서 하룻밤 신세질 때는 수건 3도류로 잔 적도 있어요. 수건 1개는 베개, 1개는 요, 1개는 이불. 의외로 괜찮았어요.”

        

       “……나 예나 무용담 되기 싫어. 그냥 침대에서 같이 자자. 이불 2개고, 킹사이즈라 괜찮을 거야.”

        

       “저 잠버릇이 나빠서 안 돼요.”

        

       “나 깊게 자서 괜찮아. 걱정하지 말고-”

        

       “자면서 옷 벗어서. 답답한가봐요. 잘 때 껴입어도 항상 깨보면 그 모양이던데.”

        

       “……소파로 이불 갖다 줄게.”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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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t’s Not That Kind of Malicious Broadcast

It’s Not That Kind of Malicious Broadcast

그런 악질 방송 안ㅣ에요
Score 3.7
Status: Ongoing Type: Author: Native Language: Korean

I am a healthy skill-based broadcaster.

I don’t hate priests.

It’s not that kind of broadcast.

What?

Clarify the controversy that’s been posted on the community?

M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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