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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194

       이번에 상대하게 된 용은 지난 번 엔리가 추천해 준 게임에서 만났던 녀석보다 재미가 없었다.

       

       단적으로 말해 더 약했다.

       

       지난 번 그 놈은 나름대로 초월자 같은 모습이라도 보여줬지 이 놈은 그저 덩치 큰 도마뱀일 뿐이지 않나.

       

       바닥에 쓰러져선 미동도 않는 용의 머리를 걷어차주고 나니 내 앞에 메시지 창이 떠올랐다.

       

       [튜토리얼 클리어!]

       [보상이 지급됩니다!]

       

       그 말과 함께 떨어진 것은 가죽으로 된 검은 색 코트였다.

       

       이전에 엔리가 내게 마구잡이로 옷을 입힐 적에 비슷한 걸 입어본 적이 있지.

       

       포근한 느낌이 들어 그럭저럭 괜찮다 생각을 했었다만.

       

       “이 튜토리얼의 보상도 현실에서 보내주는 것이냐?”

       

       – ㅇㅇ

       – 시간은 걸려도 보내줄 걸.

       – 화령은 코트 입어도 잘 어울릴 듯?

       

       “나쁘지 않구나.”

       

       이 정도면 현실에서 입고 다녀도 괜찮지 않을까.

       

       용을 때려잡을 때까지만 하더라도 귀찮은 작업이라 생각을 했지만 코트를 받고 나니 기분이 한결 나아졌다.

       

       역시 용이라는 녀석은 좋은 보상을 주는 게 보편적인가 보구나.

       

       “자아. 다른 녀석을 추천해 보거라.”

       – 권왕 ㄱ

       – 검성부터 가는 게 맞지

       – 전마 재밌을 것 같지 않음?

       

       – ㅇㅇ님이 1000원을 후원하셨습니다.

       [편사편사편사편사…]

       

       – 도네로 도배하지마.

       

       – 아리곤님이 1000원을 후원하셨습니다.

       [천마 다시 한 번 해줌 안 돼요?]

       

       – ㅇㅇ님이 10000원을 후원하셨습니다.

       [편사]

       

       – 검악귀님이 10000원을 후원하셨습니다.

       [뭔 좆 노잼 캐릭 권유하냐. 당연히…]

       

       본인은 그저 다음에 상대할 만한 것을 추천해주기를 바랐을 뿐이거늘 이번에 채팅창은 다른 의미로 난장판이 났다.

       

       각자의 의견이 너무도 달라서 어느 하나 통일된 의견을 찾기가 어려울 지경이었다.

       

       이런 식이면 본인이 아무거나 집어서 가는 것과 다를 바가 없지 않은가.

       

       어찌해야 할까 고민을 하고 있으려니 엔리에게서 메시지가 날아왔다.

       

       <투표 받죠!>

       “투표?”

       <네! 이럴 땐 그게 최고에요!>

       

       엔리가 이야기를 해 준 방식은 방송의 기능을 이용해 시청자들 중 가장 많은 이들이 바라는 것을 공략하잔 소리였다.

       

       흐음. 괜찮을 것 같구나.

       

       “어찌하면 되느냐?”

       <아무것도 건들지 마세요! 제가 알아서 할게요!>

       “아니.”

       <가만있어요!>

       

       엔리의 적극적인 만류에 나는 들었던 두 손을 다시 내려놓을 수밖에 없었다.

       

       내가 대체 얼마나 걱정스러웠기에 저런 반응이 나오는 것인지 모르겠구나.

       

       본인은 이제 그래도 그 만큼이나 시스템을 다루는 데에 서투르지 않다 생각한다만.

       

       어찌 되었든 엔리의 지휘 아래에 투표가 열렸고 머잖아 나의 다음 행선지가 정해졌다.

       

       ‘권왕’

       

       – 나이스!

        – 크. 역시 화령은 권이지.

       – ㄴㅈ

       – 응. 꿀잼이죠? 지 맘에 안 든 거 나왔다고 그러죠?

       

       “권왕인가. 가보자꾸나.”

       

       그 곳에선 부디 재밌는 것이 기다리고 있기를 바라마.

       

       *

       

       그 후로 나는 여러 개의 튜토리얼을 돌아다녔다.

       

       권왕 튜토리얼에 나오는 보스는 그의 스승 되는 사람이었는데 그는 그리 흥미롭지 않은 인간이었다.

       

       권의 극을 자신의 안에서 찾는 게 아니라 외부의 힘으로 달성하려 한 자라니.

       

       나는 그딴 놈이 무인을 자칭하는 꼴을 인정할 수 없었다.

       

       그래서 다소 거칠게 박살을 내주었지.

       

       그렇지만 보상으로 내놓은 물건 자체는 마음에 들더구나.

       

       수련을 할 때에 입기 좋을 것 같은 검은 색의 무복이라니.

       

       현실에서 봐야 알겠지만 편하게 입고 돌아다닐 수 있을 것 같아 좋았다.

       

       그 다음은 검성이었다.

       

       본인은 검의 극의를 추구한 자를 만나게 되리라 기대했다만 안타깝게도 그 바람은 이루어지지 못했다.

       

       검성 튜토리얼의 보스는 숲의 정령이었다.

       

       무림의 신령마냥 숲을 이용해서 본인을 괴롭히는 놈은 꽤나 귀찮은 상대이긴 했지만 재밌는 상대는 아니었다.

       

       그래서 난 굳이 녀석과 놀아주는 대신에 숲 째로 반토막을 내는 것으로 끝을 보았다.

       

       이 놈이 준 선물은 그리 흥미로운 물건이 아니었다.

       

       나뭇가지를 엮어서 만들어 낸 팔찌라니.

       

       장식품으로써의 가치는 있을지 모르겠으나 실용성과는 너무도 동떨어져 있지 않은가.

       

       상대와 보상 어느 쪽이건 즐겁지 않은 것을 마주한 나는 시청자들에게 불평을 했다.

       

       좀 재밌는 것을 추천해 보라고.

       

       그랬더니 저들이 붉은 오크를 추천해 주었다.

       

       붉은 오크의 대적자는 검성을 자칭하는 검사였다.

       

       과연 이는 상대할 맛이 나는 상대였다.

       

       자신의 무에 신념을 가진 상대는 언제든 싸울 가치가 있지.

       

       참으로 안타까운 것은 그 자칭 검성이라는 녀석이 아직까지 완성되지 않은 것처럼 보였다는 것이다.

       

       분명 더 위로 올라갈 수 있는 녀석이거늘 이런 상태로밖에 만날 수 없다니.

       

       검성을 쓰러트리고 나서도 얼마나 아쉽던지.

       

       튜토리얼을 클리어한 후에 주어진 보상은 목걸이였다.

       

       이 또한 장식품으로써의 가치만을 지닌 물건이었지만 감상은 정령의 선물과는 달랐다.

       

       이는 강자와의 싸움 끝에 얻어낸 징표이니 말이다.

       

       귀찮기만 하던 마법쟁이에게서 얻어낸 것과 무인에게서 얻어낸 것은 의미가 다르지.

       

       이는 훗날 집에 온다면 어딘가에 장식을 해놔야겠구나.

       

       – 이 사람 너무 강해.

       – 볼거리가 많아서 좋긴 한데 고난이란 게 없는 거 아님?

       – 심지어 하늘의 끝에서 썼던 여러 잡기술도 안 썼음.

       – 너무 밸붕이야.

       

       “아니 네놈들이 멋있는 광경을 보고 싶다지 않았느냐.”

       

       – 그랬던가?

       – 몰?루?

       – 내가 그런 것 아닌 듯?

       

       이 놈들은 어디 세 살짜리 갓난아기더냐?

       

       조금만 하면 질려서는 다른 것을 갈구하는 모습이 실로 변덕스럽구나.

       

       애당초 목표로 했던 불을 진압한다는 목적은 이미 달성한 셈이니 평소 방송하던대로 해도 될 것 같긴 한데.

       

       – 정령성애자님이 1000원을 후원하셨습니다.

       [님들 정령 궁수 튜토리얼 어떰?]

       

       그런 생각을 하던 중에 누군가가 후원을 보냈다.

       

       정령 궁수? 내 기억이 맞다면 그것은 데케이가 하던 캐릭터이지 않나.

       

       다른 생명체에게 명령을 내리는 그것은 나와는 그리 맞지 않을 것 같다만.

       

       – 그런 식으로?

       – ㄱㅊ을 듯.

       – 일단 재밌긴 하겠다.

       – ㄹㅇㅋㅋㅋㅋ

       

       “너희들끼리만 떠들지 말고 내게도 알려주면 안 되느냐?”

       

       대체 정령 궁수 튜토리얼이라는 것이 어떤 식으로 이루어지기에 이런 반응들이 나오는 것인지 나도 좀 알자꾸나.

       

       – 스포 ㄴ

       – ㄱㄷ

       – 보면 알아요.

       

       이럴 때는 쓰잘데기없이 단결이 잘 되는 구나.

       

       어찌 본인에게 제대로 된 설명을 하는 사람이 한 명도 없을 수가 있는지.

       

       여론이 저런 식으로 형성이 되었으니 투표 결과는 보지 않아도 뻔했다.

       

       그렇게 난 시청자들이 시키는 대로 정령 궁수의 튜토리얼 안으로 들어가게 되었다.

       

       정령 궁수의 튜토리얼은 숲 속에서 시작이 되었다.

       

       광활한 호수의 옆에서 눈을 뜨니 물의 위에 자리를 잡고 나를 내려 보는 여인을 마주할 수 있었다.

       

       그녀는 반투명한 형체를 지니고 있었는데 빛이 비틀려 투과되는 것이 꼭 물이 사람의 형체를 취한 것만 같았다.

       

       “깨어나셨군요. 정령사님.”

       

       그녀가 말을 함과 동시에 그녀의 주변에서 네 명의 정령이 모습을 드러냈다.

       

       이전에 데케이를 상대할 적에 보았던 아해들이었다.

       

       적으로 만났을 적엔 여러 잡다한 수단을 사용하는 귀찮은 녀석들이라 생각을 했지만 이렇게 보니 귀여운 것 같기도 하구나.

       

       “정령들과 대화를 하는 법은 기억하고 계신가요?”

       [정령 조작 튜토리얼을 들으시겠습니까?]

       

       아하. 정령 궁수의 튜토리얼이라는 것은 아예 전투과는 관련이 없는 형식인가 보구나.

       

       그러니 시청자들도 본인이 이를 잘 해결하지 못할 거라 생각한 것이고.

       

       과연 영악한 놈들이로고.

       

       허나 본인이 겨우 이 정도 시련에 굴복하리라 생각했다면 아주 큰 오산이다.

       

       정령들과의 대화?

       

       그 정도야 그냥 하면 되는 것 아니더냐.

       

       서로 이야기를 나누는 것이 무어 어려운 일이라고.

       

       “알려주었으면 좋겠군.”

       

       [튜토리얼을 시작합니다.]

       

       “우선 그 시작은 교감을 하는 것에서 시작이 됩니다. 물의 정령에게 손을 내밀어 보시지요.”

       

       여인이 시키는 대로 여인과 비슷한 모양새를 한 자그마한 아이에게 손을 내밀었다.

       

       허나 손을 내밀었음에도 불구하고 난 정령과 교감을 할 수가 없었다.

       

       내가 손을 내밀자마자 물의 정령이 여인의 뒤로 숨어버린 것이다.

       

       “허?”

       “어라? 얘가 왜 이러지?”

       

       다른 정령들도 마찬가지였다.

       

       그들은 하나같이 내가 다가가면 도망치기에 바빴다.

       

       튜토리얼을 진행하는 여인은 정령들의 모습에 당황해서는 그들에게 접근을 권유했으나 그 어떤 정령도 여인의 말을 듣지 않았다.

       

       “어. 저. 이게. 어?!”

       

       여인은 이런 걸 처음 보는 지 당황해 기괴한 목소리를 냈지만 나는 이러한 풍경을 경험한 적이 있었다.

       

       본인이 귀여운 동물을 보고서 다가갈 적에 보통 이런 일이 일어났었지.

       

       본인은 어찌 귀엽거나 자그마한 생물들한테 사랑을 받는 일이 없는가.

       

       하아. 바루가 그러워 지는 순간이구나.

       

       곰방대를 피우고 싶단 생각이 점차 간절해지고 있는 와중이었지만 시청자들은 본인을 비웃느라 정신이 없었다.

       

       – ㅋㅋㅋㅋㅋㅋ

        – 쟤들한테 거절당하는 인간이라닠ㅋㅋ

       – 정령들 사람 진짜 좋아해서 저런 일 없지 않나?

       – 이건 또 뭔 버그얔ㅋㅋ

       

       – 데케이님이 1000원을 후원하셨습니다.

       [나 이런 거 처음 봐.]

       

       “데케이. 그대도 있었느냐? 이를 어찌 해야 하는 지 이야기 좀 해봐라.”

       

       그대는 정령 궁수라는 캐릭터를 오랫동안 해보지 않았느냐.

       

       이 상황을 어찌 해결해야 할지 이야기 해보거라.

       

       – 데케이님이 1000원을 후원하셨습니다.

       [화령님 얼굴 피세요. 그래야 다가올 거 아닙니까.]

       

       얼굴을 피라고?

       

       내 일부러 찡그렸던 얼굴을 피고 웃음을 지어 주었더니 여인의 뒤에 있는 정령들이 바들바들 떨기 시작했다.

       

       – ㅋㅋㅋ

       – 아니 웃는 게 너무 살벌하잖아.

       – 살인마의 얼굴이었다.

       – 꿈에 나올 듯?

       

       “데케이. 다음에 아피스를 할 때 기대하거라. 내 손으로 꼭 반쯤 죽여주도록 하겠다.”

       

       – ㄷㄷㄷ

       – 저격선언

       – 데케이 강등쇼 가는 겨?

       

       – 데케이님이 10000원을 후원하셨습니다

       [죄송합니다. 이거 받고 살려 주세요.]

       

       “미안하지만 늦었다. 감히 농으로 본인을 능멸하다니.”

       

       오랫동안 본인을 상대하지 않다 보니 본인이 어떤 인간인지를 잊었나 보구나.

       

       기대해라. 반드시 네놈에게 복수를 하러 갈 테니.

       

       하아. 어찌 되었든 이를 당장에 진행하기란 어려운 일처럼 보이는 구나.

       

       “이번 것은 포기다. 진행이 안 될 것 같으니 다른 걸 추천해 보거라.”

       

       – 어쩔 수 없네.

       – 재밌었으니까 만족.

       – 딴 거 뭐 하지?

       

       – 데케이님이 1000원을 후원하셨습니다.

       [님들 전투 마법사 어떰?]

       

       – 전마?

       – 전마 괜찮지.

       – 그것도 재밌을 듯.

       – 근데 데케이님. 안 무서워요?

       – 이미 죽은 목숨. 조금 더 업보를 쌓고 가겠습니다.

       – ㅋㅋㅋㅋㅋ

       

       전투 마법사?

       

       그것은 또 어떤 식으로 튜토리얼이 진행되기에 저러는 것인가.

       

       사람들의 반응이 괜찮은 것을 보면 몸을 움직여서 해결하는 문제는 아닌 듯 하다만.

       

       여론이 형성된 순간부터 이 흐름을 본인이 막을 수는 없었다.

       

       그렇게 투표로 결정된 다음 행선지는 전투 마법사의 튜토리얼이었다.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Ilham Senjaya님 보러 와주셔서 감사합니다.

    바루의 소중함을 느끼는 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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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Heavenly Demon is Broadcasting

The Heavenly Demon is Broadcasting

천마님 방송하신다
Status: Completed Author:
He couldn't pass his habits to others upon his return. The Heavenly Demon remained a martial arti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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