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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194

   신학 관에서 들려온 소란에 아이들이 웅성거리는 사이.

    

   “모두 섣불리 움직이지 말고 대기하세요.”

    

   무학과 2기생 교수 가논 사르샤는 아이들이 괜히 섣부른 행동을 하지 않도록 진정시켜 두었다.

    

   ‘하필 총장님이 자리를 비운 틈에.’

    

   가논은 속으로 혀를 차면서도 지금 이게 무슨 상황인지 알고자 부교수들에게 눈짓했다.

    

   빠르게 사태 파악하고 오라는 뜻이었다.

   그 눈짓을 받은 부교수들이 뛰어나갔다.

    

   그러는 사이, 하링은 주위를 두리번거리고 있었다.

   그 모습은 마치, 빠져나갈 구색을 모색하는 고양이 같았다.

    

   “하링 님, 설마 가보려는 건 아니시죠?”

    

   하링의 낌새를 눈치챈 카란디스가 물어왔다.

   지금 이 상황에 나갔다가 잘못되면 책임을 묻는 건 하링 본인이기 때문이다.

    

   “이번 일, 어쩌면 크라슈가 이야기했던 걸 수도 있어.”

   “크라슈 님이요?”

    

   카란디스가 의문을 보였다.

   크라슈가 귀띔해두었다는 게 뭔지 궁금했기 때문이었다.

    

   “라헬른 아카데미에 일이 하나 터질 수 있으니 언제든 대처할 준비를 해두라 했었어.”

   “저한테는 그런 말 안 해 주셔놓고. 나 참, 너무하시네요.”

    

   카란디스는 툴툴거리면서도 하링의 말에 귀를 기울였다.

    

   “그래서 지금 들린 폭발음이 그런 종류일 수 있다. 이 소리인가요?”

   “가능성은 있어.”

    

   아카데미 내에는 부교수나 교수들이 있다.

   그들이 가장 먼저 대처해줄 거라는 게 카란디스의 생각이었으나 하링의 말마따나 대처 준비를 해두는 게 나쁘지는 않았다.

    

   얼마 전에는 무려 부교수인 제니칼렌이 직접 사건을 일으키기도 했으니 말이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도 섣부른 움직임은 혼란을 초래한다.

    

   “그래도 조금은 더 기다리죠. 부교수님들이 이미 먼저 움직이셨으니까요. 저희가 움직이는 것보다는 더 빠르게 파악된 소식이 올 거예요. 그걸 듣고, 움직여도 늦지는 않아요.”

    

   카란디스는 침착하게 하링의 행동을 자제시켰다.

    

   “저기 저런 꼴로 보이고 싶지는 않으시잖아요?”

    

   그러면서 카란디스가 저기 멀리 있는 발락을 가리켰다.

    

   “와, 폭발이다! 가볼래!”

    

   신나서 자리에서 방방 뛰는 발락을 보고 하링도 긍정하며 행동을 멈췄다.

   확실히 그녀도 발락처럼 철없이 보이고 싶지는 않았다.

    

   더불어 카란디스는 발락의 옆에 있는 글렌에게 눈이 닿았다.

   메리 다이아나의 사촌 동생인 글렌 다이아나.

    

   그의 얼굴은 예전과 달리 꽤나 어두웠다.

   최근에는 예전과는 다르게 적극적인 행동이 꽤나 줄어든 그다.

    

   ‘최근에 시그린 에파니아 님께 어떤 제안을 받았다고 하던데.’

    

   그 일 때문일까.

   이런 쪽으로 흐름을 잘 읽는 카란디스는 여러모로 신경이 쓰인다며 생각했다.

    

    

   * * *

    

    

   백색과 황금색으로 수놓아진 신전의 건물.

   라헬른 아카데미의 신학관.

    

   신학을 공부하는 수많은 이들이 다니고 있으며 무려 신성 왕국 프리만의 성녀까지 다니고 있는 신학 관은 무척이나 명망 있는 신학과 학생들이 다니고 있다.

    

   거기에 신학과 학생이 아님에도 신학 관을 꾸준히 찾는 학생이 있을 정도로.

   신학 관은 늘 만석이라고 봐도 무방했다.

    

   그런 그곳에서 들려온 폭발음은 당연히 예기치 못한 것이었다.

    

   “으, 으윽, 대체, 뭐가.”

    

   그러한 폭발 속.

   같은 신학과 학생이자 사제 지망인 남학생 한 명이 침음을 삼켰다.

    

   삐이이이이-

    

   귓가에 울리는 이명에 그는 침음을 삼키며 고개를 들었다.

   그 순간 그의 눈에 비춘 것은 기이한 광경이었다.

    

   등 뒤에서 솟아난 새까만 문어 다리를 두른 한 여성이 거미처럼 공중에 치솟아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녀는 고개를 떨군 채 기다란 머리카락을 늘어트리고 있었다.

   

   

   

   신전에 들어오는 불빛을 따라 반짝이는 그녀의 푸른 머리색은 그의 기억에 있는 것이었다.

    

   “어, 어어, 미레이 베아키스 님?”

    

   미레이 베아키스.

   역대 최연소 추기경.

    

   신학 관에서 늘 모두의 우상인 그녀가 터무니없는 꼴로 되어 있었다.

    

   남학생이 멍한 표정으로 그녀를 부른 순간 그녀의 고개가 천천히 옆으로 꺾여 들었다.

   그리고 그 순간 남학생은 깨달았다.

    

   새까맣게 변해 텅 비어버린 그녀의 동공을 보니 그녀는 이미 제정신이 아님을 말이다.

    

   그가 급히 자리에서 일어나 도망치고자 발을 뻗은 순간이었다.

    

   콰아아아앙!

    

   그의 앞을 막듯 새까만 문어 다리가 날아들었다.

   신전 외벽을 부숴 버린 문어 다리의 강도가 어느 정도인지 눈치챈 그가 침을 꿀꺽 삼켰다.

    

   그리고 곧 다른 문어 다리도 들어 올려지기 시작하자 그가 죽음을 직감한 순간이었다.

    

   파직-

    

   어디선가 들려온 스파크 소리가 울려 퍼짐과 함께 작열한 번개가 문어 다리를 찢어발겼다.

   미레이 또한 기습 공격을 깨닫고, 즉시 대항하려 했으나 번개는 그보다 빨랐다.

    

   폭격처럼 쏟아진 번개 줄기들은 순식간에 미레이의 문어 다리를 박살 내놓았기 때문이었다.

    

   게다가 본래 자체 재생 능력을 지닌 그녀의 문어 다리는 잔류하는 번개 덕분에 재생조차 되지 않았다.

    

   그런 미레이의 앞을 향해 걸어 나온 여성이 잿빛의 앞 머리카락을 쓸어 넘겼다.

    

   마학과 1기생 수석이자 크림슨가든의 종, 타리아 발레스였다.

    

   안경을 치켜올린 그녀는 주변을 눈으로 훑었다.

    

   “난리가 났네.”

    

   그녀의 말대로 신학관 안은 그야말로 난리가 났다.

   신학 관의 가구들은 죄다 부서져 있었고, 내벽들도 제 상태를 유지하지 못하고 박살이 나 있었다.

    

   단지, 딱 하나 다행인 점이 있다면 인명 피해가 단 한 명도 없었다는 점이다.

    

   타리아의 눈에 이맛가에 핏물을 닦고 있는 대머리의 남성이 한 명 비추었다.

    

   신학과 담당 부교수 덴버 이주리스.

    

   그는 미레이가 폭주한 그 순간 그녀의 공격에 제일 먼저 노출되었음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학생들에게 신성 보호막부터 걸었다.

   그 결과 단 한 명의 인명 피해 없이 학생들을 지켜낼 수 있었던 것이다.

    

   대단한 사명감이었다.

    

   하필 오늘은 신성 왕국 프리만에서 매년 열리는 축제 준비를 위해 집회가 있는 날이었다.

   신학 관의 교수는 물론 성녀인 아스트리아마저 프리만 왕국으로 향했는지라 신학 관을 지키고 있는 건 덴버 한 명뿐이었다.

    

   그녀는 덴버를 두고, 시선을 옮겨 미레이를 바라보았다.

   모든 문어 발이 번개로 찢어진 덕분에 바닥에 주저앉아 있는 그녀는 제 의지가 거의 없어 보였다.

    

   그런 그녀를 보며 타리아는 눈을 확 찌푸렸다.

    

   ‘로나 임블라이즈.’

    

   이 여자가 기어코 사고를 쳤기 때문이었다.

   타리아의 눈이 신학 관에 구석으로 향했다.

    

   그러자 거기에는 청록빛 머리카락을 늘어트린 이가 머리를 부딪친 채 기절해 있었다.

   그녀의 몸에는 덕지덕지 마도구가 채워져 있었다.

    

   마도구 제작사 로나 임블라이즈.

    

   그녀는 자신의 말했던 대로 처음부터 세계 침식자의 종이 누구인지 알고 있었다.

    

   그녀가 만든 마도구를 토대로 세계 침식자의 종을 구별할 수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그녀가 줄곧 염두에 두고 있던 세계 침식자의 종.

    

   그것도 흑마녀의 종은 다름 아닌 최연소 추기경 미레이 베아키스였다.

    

   그리고 그런 미레이를 폭주시킨 인물은 다름 아닌 로나였다.

    

   「완성됐다!」

    

   타리아는 로나에게 감시 마법 너머 힘차게 부르짖은 로나의 외침을 들었다.

   그리고 곧 화면을 살폈을 때 그녀는 오싹한 감각을 느꼈다.

    

   그녀의 몸 내부에서부터 새까만 기운이 치솟아 오르는 감각이 느껴졌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타리아는 이것이 세계침식의 힘임을 눈치챘다.

    

   [ 황당한 걸 만들었군. ]

    

   거기에 이것을 본 크림슨가든도 기가 찬 반응을 보였다.

   왜냐하면 로나가 만들어낸 마도구는 다름 아닌 세계침식 자체를 폭주시키는 마도구이었기 때문이었다.

    

   「오늘 드디어 내 작품들을 마음껏 세상에 선보일 순간이야!」

    

   동시에 로나는 그 외침과 함께 마도구들을 죄다 챙기고는 밖으로 뛰쳐나갔다.

   그 광경을 본 타리아는 즉시 자리에서 일어났다.

    

   안 좋은 예감이 들었기 때문이었다.

    

   「언니, 로나가 저걸 들고 설마 하려는 게…….」

   [ 세계 침식자의 종에게 쓰려는 것일 거다. ]

    

   크림슨가든도 타리아와 같은 생각인지 즉각 대답해왔다.

   타리아가 창문을 열고 자신의 학생단인 천갈단 교실 밖으로 뛰쳐나왔다.

    

   3층에서 도약해 그녀가 바닥에 착지하자 하늘 위 크림슨가든의 까마귀가 날아올랐다.

   타리아는 즉시 바닥을 박차며 달려 나가기 시작했다.

    

   그녀의 몸에 어느새 둘러진 바람 마법은 그녀의 발걸음을 더 가볍게 만들었다.

    

   「얼마 전에 로나의 마도구로 일어난 사건, 지금 그거 때문에 저러는 거겠죠?」

    

   그러면서 타리아는 로나가 지금 벌이고 있는 돌발 행동에 관해 크림슨가든에게 물었다.

   그러자 크림슨가든도 동의를 해왔다.

    

   [ 그래, 그녀의 마도구 평가가 떨어졌으니까. ]

    

   제 육체를 불살라 능력을 극대화하는 마도구를 든 학생이 힘에 폭주한 탓에 다수의 학생과 부교수마저 상처를 입었던 사건.

    

   그 건으로 인해 최근에 그녀의 마도구를 찾는 이가 한 명도 없을 지경이었다.

    

   하지만 사건의 전말을 어느 정도 알고 있는 크림슨가든은 혀를 찼다.

   왜냐하면 로나의 입장에서도 그 사건은 꽤나 억울한 일이었기 때문이었다.

    

   로나는 줄곧 여러 이들에게 마도구 제작을 의뢰받고 만들어왔다.

    

   마도구 제작이라는 학문 자체가 워낙 드물기도 하지만.

   그녀의 마도구가 뛰어난 성능을 보였기에 너도나도 원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로나는 그러한 주문 제작 말고도 개인의 작품을 여럿 만들어 왔다.

   그러한 작품들은 위험한 성능인 것들이 많았고, 대부분은 그녀의 개인 공방에 보관되어 있었다.

    

   여느 때처럼 마도구 제작을 한 뒤 그녀가 자리를 비웠던 그 날.

   그녀의 공방에 한 학생이 찾았다.

    

   그는 얼마 전 로나에게 마도구 제작을 의뢰한 이였고, 곧 있을 모의 전투 실습에서 그녀의 마도구를 같이 쓸 작정이었다.

    

   하지만 생각보다 제작 기간이 길어진 탓에 모의 전투 실습 기간이 임박했고.

   결국 그는 공방에 있던 마도구 중 괜찮아 보인 것을 멋대로 가져가 버린 것이다.

    

   그 결과 마도구의 폭주로 학생 여럿과 부교수까지 상처를 입는 사달이 났다.

    

   문제는 마도구를 쓴 학생 쪽에서 오히려 로나의 마도구 탓이었다고 모두 책임 전가하고 말았다.

    

   거기에 그 학생은 상당한 집안의 자제였다.

    

   본래도 괴짜라고 소문이 자자한 로나였다.

    

   괴짜라는 특성과 맞물린 결과.

    

   로나가 자신의 마도구를 시험하고픈 생각에 멋대로 저지른 짓이다.

    

   이러한 헛소문이 학생들에게 퍼져 버린 것이다.

    

   후에 아카데미 측에서도 사실을 확인하고, 로나의 잘못이 없음을 공표하긴 했지만.

   이미 나락이 된 그녀의 평가는 쉽게 되돌아오지 않았다.

    

   「로나의 마도구이요? 그런 위험한 걸 어떻게 써요.」

   「어쨌든 결국 그런 위험한 마도구를 만든 건 사실이잖아. 다른 게 아닐 거란 보장 있어?」

   「다친 녀석들이 아직도 후유증을 앓고 있다더라. 그건 진짜 마도구이야.」

    

   로나 본인도 사과했을 뿐, 적극적으로 해명하지는 않았기 때문이었다.

    

   그녀는 자신을 향한 비난에는 그다지 개의치 않았다.

   실제로 비슷한 사건이 아예 없는 것도 아니었기 때문이다.

    

   단지, 로나도 참을 수 없는 게 있었다.

   그건 바로 자신의 마도구가 평가 절하당하는 것이었다.

    

   이것만큼은 그녀로서도 도저히 용납할 수 없는 것이었다.

    

   그런 그녀의 눈에 때마침 마학과 부교수 제니칼렌이 일으킨 귀족 학생 납치 사건이 들어왔다.

    

   세계 침식자의 종.

   그들은 사람들에게 두려움의 존재이자 적이다.

    

   더불어 그들의 존재는 사람들 사이에서 가장 크게 입에 오르내릴 수 있는 충격적인 사건이었다.

   곁에 있던 이가 세계 침식자의 종이었다는 사실은 큰 충격으로 작용하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세계 침식자의 종을 자신의 마도구를 이용해 무찌른다면 마도구의 평가도 한순간에 바뀌지 않을까?

    

   그렇게 생각한 로나는 즉시 세계 침식자의 종을 찾을 수 있는 마도구를 제작했다.

   그리고 그 끝에 마도구를 완성한 그녀는 여성회에서 선언한 것이다.

    

   라헬른 아카데미에는 현재 세계 침식자의 종이 있다고 말이다.

    

   학생들 사이에 세계 침식자의 종이 있음을 알림은 물론.

   세계 침식자의 종이 자신을 노리도록 만든 것이었다.

    

   하지만 세계 침식자의 종은 그녀를 덮치지 않았다.

    

   그러니 어쩔 수 없이 다시금 로나 쪽에서 움직였다.

    

   ‘새로운 마도구를 만들어야 해.’

    

   그리고 그녀가 탄생시킨 것이 다름 아닌.

    

   세계침식을 폭주시키는 마도구이었다.

    

   세계 침식자의 종이 직접 움직이지 않으니 마도구를 통한 폭주를 이용해 세계 침식자의 종의 모습을 드러내고, 마도구로 물리치겠다.

    

   이런 생각이었다.

    

   로나의 계획을 파악한 타리아는 이를 깨물었다.

    

   세계 침식자의 종을 우습게 보는 것도 정도 것이지.

   아무리 그녀의 마도구라도 자칫했다간 그녀 본인이 목숨을 잃을 수 있었다.

    

   ‘대체 이딴 생각을 어떻게 하는 거지.’

    

   괴짜.

    

   ‘그리고 이런 건 또 왜 완성 시키는 거야.’

    

   천재.

    

   그것이 왜 종이 한 장 차이인지를 타리아가 실감했다.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어제 일러스트를 넣는 걸 깜빡해서 지금이라도 다시 넣어 놨습니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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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 Became A Thief Who Steals Overpowered Skills

I Became A Thief Who Steals Overpowered Skills

Became a Munchkin skill thief meonchikin seukil dodug-i doeeossda 먼치킨 스킬 도둑이 되었다
Score 4.0
Status: Ongoing Type: Author: Native Language: Korean

I used to think that my stealing skill only worked on what was worthless to a person.

But just before I died, I realized that I could also steal the skills.

So I stole the regressi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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