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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195

       

       고오오오오.

       

       거대한 날개가 하늘에 드리워졌다. 한 때 아름다웠던 날개는, 음습하고 끔찍하게 변해버렸다.

         

       올리비아가 있었던 곳에는, 더 이상 생명의 기운이 느껴지지 않았다. 느껴지는 것이라고는 짙은 죽음의 냄새 뿐.

         

       [마신을 죽여줘.]

         

       키엘은 본능적으로 알 수 있었다. 올리비아의 부탁이 무엇을 의미했는지를.

         

       스스로를 죽여달…….

         

       “키엘!”

         

       누군가 키엘을 잡아당겼다. 억세기 그지 없는 손길. 키엘은 그 손아귀의 주인이 누구인지 단번에 알아챘다.

         

       “……내 제자는 어디에 팔아먹었느냐.”

         

       멜리나였다. 다행히도 그녀는 올리비아의 모습을 보지 못했던 모양이다. 그녀가 어떻게 되었는지 보았다면……지금처럼 화를 낼 정신조차 없었을테니까.

         

       ……다행?

         

       과연 이걸 다행이라고 할 수 있을까?

         

       “정신 차리고 말해라! 지금 리비가 어디에……!”

         

       이건 벌이다. 아무것도 몰랐던 주제에, 올리비아의 목숨을 탐했던 악귀에게 내려지는 벌이다.

         

       왜 이렇게 되어버린 것일까. 과오를 바로잡고자 필사적으로 발악했는데, 대체 왜.

         

       “……모른다.”

         

       키엘은 그렇게 말했다. 이 벌을 받는 것은, 자신으로 족하다.

         

       “나는 올리비아가 어디로 간 지 모른다. 내가 아는건 저 괴…….”

         

       키엘은 더 이상 말을 잇지 못하고 입술을 악물었다.

         

       차마, 괴물이라는 단어를 입에 담을 수가 없었다.

         

       키엘은 말없이 리브가 쪽을 바라보았다. 리브가는 하늘을 쳐다보며 목 놓아 울고 있었다.

         

       “리브가……?”

         

       눈가를 연신 문질러대며 엉엉 우는 리브가를 본 순간, 멜리나는 작은 위화감을 느꼈다.

         

       알 수 없는, 그런 불안감이 피부를 간질였다. 무언가 이상했다.

         

       리브가의 성정은 잘 알고 있었다. 마음이 여리기는 하지만, 이런 급박한 상황에 울음을 터뜨릴만큼 사리분별을 하지 못하는 아이는 아니다.

         

       그렇다면 왜…….

         

       멜리나의 눈빛이 흔들렸다. 그녀의 고개가 천천히 하늘을 향해 들어 올려진다.

         

       보이는 것이라고는, 마기를 품은 검은빛의 날개 뿐.

         

       “…….”

         

       멜리나의 얼굴이 딱딱하게 굳는다.

         

       그럴 리가 없다. 그래서는, 그래서는 안된다. 멜리나의 고개가 키엘에게로 홱 돌아갔다.

         

       “……설명해라.”

        “…….”

       “설명해! 당장!”

         

       멜리나가 멱살을 틀어쥐려던 순간이었다. 등 뒤에서 인기척이 느껴졌다. 노골적인 마력에, 멜리나는 미간을 찌푸리며 고개를 돌렸다.

         

       “……황녀?”

         

       황녀가 여기는 왜? 갑작스러운 등장에 일행의 눈이 휘둥그래 떠졌다.

         

       “놓아주지 않겠는가? 상황은……짐이 설명해줄테니.”

       “황녀가 아니군. 너는…….”

         

       아리아가 고개를 끄덕였다.

         

       “마음 같아서는 회포라도 나누고 싶다만, 그럴 시간이 없구나.”

         

       아리아는 천천히 고개를 하늘로 들어올렸다

         

       마신은 잠잠했다. 아니, 잠잠한 것처럼 보였다.

         

       올리비아의 의식이 완전히 수면 아래로 가라앉는다면, 그때는 지금처럼 가만히 있지 않을것이다.

         

       “올리비아가 남겨준 말이 있다.”

         

         

       *****

         

         

       의식 깊은 곳에서 올리비아는 눈을 떴다.

         

       “…….”

         

       고요하다. 아무것도 보이지 않고, 아무것도 느껴지지 않는다.

         

       마치 리브가의 [성역]에 들어갔을 때와 비슷한 감각.

         

       시각, 후각, 촉각……모든 감각이 빠르게 수면 아래로 가라앉는다. 아무런 감각이 남아 있지 않은 상태로, 오직 사고만이 존재했다.

         

       마치 육체를 잃고 혼으로 부유하는 것 같았다.

         

       두려움은 없었다. 평범한 인간이라면 이런 공간에 존재하는 것만으로 미쳐버리겠지만, 올리비아는 옛적부터 ‘평범’의 범주를 벗어나 있었다.

         

       지금보다 훨씬 깊은 무의식의 심해 속으로 가라앉더라도 아무 일도 생기지 않을 것이다.

         

       ‘흠.’

         

       올리비아는 가만히 생각했다. 마기로 만들어낸 단검으로 심장을 꿰뚫은 것까지는 기억한다. 아득한 추락감도 함께.

         

       그 다음엔 어떻게 되었을까? 하지만 이 새카만 세상에서는 아무것도 알 수 없다. 가능한 것은 그저 짐작하는 것 뿐.

         

       ‘슬슬 나올 때가 됐는데.’

         

       올리비아는 아무 생각없이 제 심장을 찌른 것이 아니었다. 마지막 회귀자를 만나기 위해서는 그렇게 해야만 한다는 확신이 있었기 때문이다.

         

       14번째 회귀자의 존재를 망각했을 때까지만 해도, 그 상대가 진리에 도달한 정신계통 술사라고 착각했었다.

         

       초월자인 자신을 속여넘기려면, 최소한 그 정도는 되어야 할테니까.

         

       ‘하지만 그렇다기엔 이상한 점이 많았지.’

         

       그게 가능하려면 자신이 언제, 어디서 나타날지를 예측하는 것으로 모자라, 인지거리 내에서 대기하고 있어야 할테니까.

         

       ‘그러면서 나한테 들키지도 않아야 하지.’

         

       그래서 불가능하다고 생각했었다. 아무리 생각해도 그 모든 조건을 충족할 수는 없었으니까.

         

       하지만.

         

       딱 한 명. 그 모든 조건을 충족할 수 있는 마법사가 있었다. 무의식 중에 잊어버렸던…….

         

       “아주 오랜 시간.”

       

       올리비아는 생각하기를 멈추었다.

         

       “대답을 얻기에도 너무나도 긴 시간이었습니다.”

         

       그렇게 말하는 것은 올리비아가 아니었다.

         

       이 목소리.

         

       낯설면서도, 동시에 익숙했다.

         

       “영겁을 헤엄치기 시작했을 때 맺었던 맹세가……결국 여기까지 도착했네요. 그 원동(原動)이 무엇이었든, 당신의 의지는 찬사받아 마땅합니다.”

         

       숨결이 느껴질 정도로 가까운 거리. 아무 감각도 존재하지 않는 이 무의식에서조차, 그 존재감만큼은 또렷이 드러났다.

         

       하지만 올리바아는 조금도 동요하지 않았다.

         

       스스로의 심장을 꿰뚫기 전부터, 이렇게 될 것을 짐작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딱……!

         

       손가락을 튕기는 소리와 함께, 어둠으로 가득했던 세계가 와장창 깨어진다.

         

       공간에 일순 새하얀 빛이 맴돌았다.

         

       처음으로 돌아온 감각은 시각. 순차적으로 돌아오는 감각에 적응하기 위해 주변을 둘러보던 도중, 아무것도 없는 하얀 공간에 놓인 낡은 의자가 눈에 들어온다.

         

       올리비아가 눈꺼풀을 깜빡인 순간, 그 존재는 의자에 앉아 있었다.

         

       차분한 눈길. 보고만 있어도 편안함이 감도는 미소.

         

       “아주 오래 전부터, 이 순간이 찾아오기만을 고대하고 있었습니다.”

         

       하얗게 빛나는 머리카락 사이로, 그녀는 그렇게 말하며 반대쪽에 놓인 의자를 가리켰다. 올리비아는 고개를 끄덕이며 그 쪽을 향해 나아갔다.

         

       발걸음을 내딛은 순간, 풍경이 뒤바뀌었다.

         

       아주 익숙한 풍경으로.

         

       이 세계에 처음 떨어졌을 때의 기억.

         

       글레이시아를 만났다. 백색 마탑으로 쳐들어가 마법사 셋을 납치해왔다. 강제로 제자로 삼고 가르쳤다.

         

       얻은 정보가 너무나도 부족했던 탓에, 지레 겁을 먹고 숨어 살던 시절.

         

       키엘을 만났다. 다짜고짜 검부터 뽑아드는 그에 모습에 다시 한 번 확신을 가졌고, 어느 정도 세력을 쌓기 전까지는 대외적으로 모습을 드러내기 않기로 다짐했다.

         

       올리비아는 계속해서 걸었다. 그럴 때마다 풍경 너머의 시간은 빠르게 흘러갔다.

         

       멜리나를 만났다. 기억 속으로 들어가, 미래에서 찾아온 제자 행세를 했다. 그때까지만 해도 이 세계에 어떠한 미련도 없었었다.

         

       그저 게임 속 세계일 뿐이니까. 이용할 것은 이용하고, 얻어낼 수 있는 것은 최대한 얻어내야 현실로 돌아갈 수 있을테니까.

         

       하지만 멜리나의 죽음을 마주했을 때 생각이 바뀌었다.

         

       이 세계가 가짜가 아니라는 것도, 모두가 살아있는 사람이라는 것도.

         

       “모두 그때 깨달았겠지요.”

         

       목소리가 말했다.

         

       신성 왕국에서 리브가를 만났다. 그리고, 죄책감을 느꼈다. 이런 방식으로밖에 호의를 얻지 못하는 스스로에게 염증을 느끼기도 했다.

         

       그 다음에는 이카일 왕국으로 가서 에스티를 만났고, 무왕을 만났다. 그들은 여태 만났던 회귀자들과는 달랐다.

         

       “과거에 연연하지 않고 살아가는 이들이 있다는 것도.”

         

       이번에는 남쪽으로. 화의 마경으로 향하는 도중에 혁명가와 악마 사냥꾼을 만났다. 도중에 합류한 암주와 싸웠다. 그들을 대악마들로부터 구해냈다. 목의 마경에서 드루이드와 만났다. 카르시안과 에리야스가 만든 포위망에 걸려들었고, 회귀자 여섯과 싸워 패배했다.

         

       “반대로, 과거에 매몰되어 현재조차 살아가지 못하는 이들이 있다는 것도.”

       

       난데없이 과거 회차에 떨어져 황제가 된 아리아를 만나기도 했고, 연쇄살인마와 아우렐리아와 동행하기도 했다.

         

       “마지막으로……어떤 대가를 치루더라도 더 나은 미래를 향해 나아가는 이들이 있다는 것도.”

         

       올리비아는 앞으로 나아가며 지금까지 걸어온 풍경들을 보았다. 눈을 감았다 뜨자, 어느새 여인의 앞에 도착해 있었다.

         

       “너는 어느쪽이지?”

       “그야, 당신이 더 잘 알지 않을까요?”

         

       여인은 차분한 미소를 흘렸다. 그 미소를 마주한 순간 올리비아는 확신했다.

         

       “……날 데려온 건 역시 너였나?”

       “맞기도 하고, 틀리기도 하지요. 과거와 현재가 꼬리를 물었을 때부터, 정답은 존재하지 않게 되었으니.”

         

       애매모호한 답변. 마치 예언자들이나 사용할 법한 어투였다.

         

       “이제는 어떻게 되는거지?”

       “선택의 기로에 놓이게 되겠지요. 물론 별다른 일이 생기지 않았을 때의 이야기이지만 말이지요.”

       “나 말고. 다른 회귀자들 말이야.”

       “…….”

         

       그 말을 들은 여인은 살짝 멈칫거리기는 했지만, 별다른 말을 내뱉지는 않았다.

         

       올리비아 역시 신경쓰지 않고 맞은편에 앉았다.

         

       “네 동료들이잖아.”

         

       올리비아는 물끄러미 여인의 모습을 바라보다, 조심스레 입을 열었다.

         

       “‘올리비아’.”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오늘도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Ilham Senjaya님!!!!!!!!!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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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 Became the Witch Who Destroyed the World

I Became the Witch Who Destroyed the World

세계를 멸망시킨 마녀가 되었다
Score 4.0
Status: Ongoing Type: Author: Native Language: Korean

I destroyed the world to see its Annhiliation Ending.

And I possessed my Character Olivia in the game.

However… … .

[The world is rebuilt.] – NPCs killed by you return.

– Princess Aria hates you.

– Sword Saint Kiel wants to slit your throat.

… … Isn’t that a bit of a regressi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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