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witch Mode

EP.195


   제스가 진심으로 살기를 담아 노려보자, 리안에게 은근히 유혹적인 시선을 보내던 여성 수인들이 어깨를 움츠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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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히익..?!”
   “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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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스는 슬슬 도망치는 여성 수인들을 하나하나 살벌하게 노려보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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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스, 이제 끝난 거 같은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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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리안의 조심스러운 부름에 피어난 꽃봉오리처럼 웃으며 달려갔다.
   ​
   ​
   아무리 상대가 원해서 시작한 대련이라고는 하나, 수인들을 엉망진창으로 만들어버린 탓에 슬슬 눈치를 보던 리안은 해맑은 표정으로 다가오는 제스를 보곤 안도의 미소를 지었다.
   ​
   ​
   “저기 제스..?”
   ​
   ​
   그런 안도는 1분도 지나지 않아 곤란으로 물들었다. 리안의 부름에 한걸음에 달려온 제스가 그의 허리를 끌어안은 채 그릉그릉거리기만 할 뿐, 널브러진 수인들을 무시해버렸기 때문이다.
   ​
   ​
   대련이기에 큰 상처를 만들지 않았지만 그렇다고 상처가 아예 없는 건 아니었다. 
   ​
   ​
   ‘이대로 방치해도 괜찮은 건가? 수인이라 동사 걱정은 안 해도 되는 거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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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상처야 수인 특유의 회복력으로 해결된다지만, 온몸이 얼어붙을 것 같은 추위까지 괜찮은 건지 알 수 없었다.
   ​
   ​
   수인들의 복장이 가벼운 만큼 추위를 덜 타는 건가 싶으면서도 걱정이 사그라지지 않아 멀찍이 떨어진 여성 수인들을 향해 시선을 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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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동료니까 누가 텐트 안에라도 옮겨주면 안 될까요?’라는 의미를 담아 시선을 보냈지만 아무도 화답해주지 않았다. 도리어 돌아온 건 질린다는 표정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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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내가 뭘 잘못했나? 바지가 내려가거나… 아니면 머리카락이 날아갔다거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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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조금전까지만 해도 수줍은 웃음을 보내던 수인들이 기분 나쁜 무언가를 보듯 미간을 찌푸린 채 자신을 바라보자, 자연스럽게 끔찍한 생각이 머릿속에 둥둥 떠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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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다급히 머리를 더듬고 허리춤을 더듬었다. 다행히 바지가 내려가거나 머리카락이 날아간 건 아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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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안도의 숨을 내뱉으며 슬금슬금 거리를 두고 멀어지는 수인들을 바라보았다. 여성 수인들뿐만 아니라 싸움에 참여하지 않았던 남성 수인들까지 미간을 찌푸린 채 물러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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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저기 제스.. 나 뭔가 실수한 게 있는 걸까?”
   “으응? 아니!”
   “그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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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리안은 속으로 눈물을 주르륵 흘리며 생각했다.
   ​
   ​
   ‘아무리 전투에 환장하는 수인이라도… 낯선 외부인에게 동료들이 쓸려나가는 걸 보게 되면 거부감이 생기기 마련이겠지.’
   ​
   ​
   그런 리안의 생각이 맞다는 듯 이후의 수인들은 리안을 쭉 피해 다녔다.
   ​
   식사할 때도, 제스의 안내에 따라 야영지를 돌아다닐 때도, 가볍게 검을 휘둘러 몸을 풀 때도 찡그린 시선이 리안의 주변을 따라다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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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수인들은 강자를 인정해준다면서요. 선생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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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리안은 수인에 대해 많은 정보를 알려주었던 네스트의 선생님을 떠올리며 울상을 지었다. 그의 슬픔은 바닥을 뒹굴던 수인들까지 슬슬 리안을 피해 다니기 시작할 때 최고조에 달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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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리안의 중심으로 보이지 않는 투명한 결계라도 생긴 것처럼 수인들은 리안을 피해 다녔다.
   ​
   ​
   다음날, ‘인간이란 종족을 차별하는 게 아닐까?’라는 생각하며 시무룩한 얼굴로 거처에 콕 박혀있었다. 
   ​
   ​
   똑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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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리안만이 머무르고 있는 오두막 문을 누군가가 두드렸다. 현재 야영지에서 그에게 찾아올만한 사람은 제스 뿐이었기에 아무런 생각 없이 문을 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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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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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문을 열자 보인 건 검은 고양이 귀를 달고 있는 고양이 수인이었다. 처음 텐트 안에서 보았던 여성 수인 중 한명이었다. 그녀는 어째서인지 잔뜩 찡그린 표정으로 귀와 꼬리를 늘어뜨린 채 끝을 파들파들 떨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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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해 줄 말이…으읍..”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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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그녀는 말을 끝맺지 못하고 다급히 손으로 입가를 가리며 뒤로 훌쩍 물러났다. 썩은 음식의 냄새라도 맡은 듯한 과격한 반응에 리안이 망연자실한 표정으로 제 손목 부근에 코를 박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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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심한 냄새라도 나는 건가 싶어 킁킁거려봤지만, 종일 붙어있는 바람에 옮은 제스의 체향 말고는 아무런 냄새도 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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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혹시 저한테 안 좋은 냄새라도 나는 건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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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수인들의 예민한 코에만 감지되는 이상한 냄새라도 나는 건가 싶어 다급히 뒤로 주춤 물러나는 고양이 수인에게 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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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녀를 놓치면 누구에게도 답을 들을 수 없다는 다급함에 한 걸음 앞으로 다가가자, 그녀가 고개를 마구 털며 두걸음 물러났다. 단호한 거부에 보이지 않는 공격이 몸을 스치고 지나간 것만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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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개그 필터가 제대로 작동했다면 피를 토했을지 몰랐다. 그 정도로 그녀의 표정은 싸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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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유… 이유라도 알려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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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당장 바꿀 수 없는 이유라도 모르는 것보단 아는 게 훨씬 나았다. 리안이 절실한 표정으로 고양이 수인을 바라보자, 고양이 수인이 머뭇거리는 듯 눈을 도르륵 굴리다가 이내 작게 한숨을 내뱉으며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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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페로몬 때문에 그래.”
   “페..로몬?”
   “끄잉! 다가오지 마! 지금 네 몸이 대장의 페로몬으로 뒤덮여 있어서 코가 찡하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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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양이 수인이 엄지와 검지로 코 옆부분을 꾹 누른 채 눈물을 글썽거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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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주 자기꺼라고 범벅을 해놨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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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리안을 위아래로 훑어보는 시선이 흡사 침 범벅된 개껌을 바라보는 것 같았다. 페로몬으로 범벅이 된 상태이니 틀린 말은 아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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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장의 페로몬은 그다지 강하지 않다고 생각했는데… 착각이었네.”
   “어.. 페로..몬이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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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양이 수인을 한 걸음 더 뒤로 물러나 고개를 흔들어 냄새를 털어내곤 말을 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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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수인들이 자기 영역에 묻혀두는 흔적이라고 보면 돼. 쉽게 말해 대장이 내꺼라는 의미로 침을 잔뜩 발라놓은 상태라는 거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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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리안의 얼굴이 잘 익은 토마토처럼 뜨겁게 달아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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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그럼 지금까지 몸에 ‘제스꺼.’라고 큼지막하게 적어두고 다닌 거나 다름없다는 거잖아.”
   “그래, 잘 이해했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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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망연자실한 리안의 중얼거림에 고양이 수인이 가볍게 대답해주자 리안이 깜짝 놀라 어깨를 흠칫 떨었다. 그의 귀와 목이 더욱 뜨겁게 달아오르자 고양이 수인이 눈을 가늘게 뜨며 입술을 삐죽거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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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귀여운 게 딱 내 취향인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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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양이 수인을 입맛을 다시다가 훅 밀려오는 진한 페로몬 향기에 진저리치며 고개를 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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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장이 저렇게까지 침 발라 놓은 걸 탐할 순 없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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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녀는 빠르게 얻을 수 없는 것을 포기한 후, 리안에게 식사 시간이 미뤄졌다는 사실을 전했다. 리안은 감사의 인사를 전한 후 멍한 얼굴로 서 있다가, 수인들이 코를 찡긋거리며 괴로워하는 표정을 보곤 황급히 오두막 안으로 복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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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페로몬..이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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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두막에 마련된 나무 침대 끝자락에 앉아 옷을 펄럭여보았지만, 수인들이 질색할 만큼의 지독한 향 같은 건 느껴지지 않았다. 여전히 은은하게 제스의 체향만 맡아질 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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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게 제스의 페로몬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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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스가 ‘리안은 내꺼니까 아무도 넘보지 마!’라는 의미로 잔뜩 침을 발라놓았다고 생각하니 뜨겁게 달아오른 얼굴이 식을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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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으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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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리안은 작게 신음을 흘리며 양손으로 머리를 부여잡은 채 주저앉았다. 제스가 그를 ‘반려’라 선언하고, 페로몬을 잔뜩 묻혀 놓았다는 사실이 어이가 없을 정도로 기뻐서 혼란스러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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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노아는… 노아는 어쩌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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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꿈이었다고는 하나, 노아는 리안에게 고백이나 다를 바 없는 말을 했고 리안 또한 좋아한다는 말로 대답했다. 그녀를 구하기 위해서라고는 하나, 아무런 감정 없이 뱉은 말은 아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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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슬라임의 몸으로 돌아오자마자 ‘제대로 고백할걸.’이란 후회를 했다는 게 그 증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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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런 리안에게 제스를 향한 호감은 ‘불륜’이나 ‘죄’처럼 느껴졌다. 그렇다고 마냥 죄책감에 잠겨있기엔 노아와 리안의 관계는 애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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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노아의 마음이 그사이 변했을 수도 있고, 그녀의 고백이 꿈속 한정일 수도 있었다. 인간의 복잡한 생물이라 서로 좋아한다고 전부 사귀게 되는 것도, 반드시 결혼하게 되는 것도 아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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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연애보다 꿈을 좇는 사람들은 사랑을 포기하기도 했다. ‘가족’이나 ‘이성’에 좋지 못한 감정을 가진 이들은 짝사랑만 고집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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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꿈속에서 리안과 행복한 가정을 이루었던 노아라도 현실에선 어떨지 알 수 없었다. 그렇기에 리안이 제스에게 이성적 호감을 느끼는 건 ‘불륜’이라 치부하기 애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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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페로몬이라는 게 정말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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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빙글빙글 머릿속을 돌던 생각은 이내 리안을 심장을 뒤흔들었던 ‘페로몬’이라는 곳에 포커스가 맞춰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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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페로몬이 아닐 수도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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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양이 수인이 “대장의 페로몬은 그다지 강하지 않다고 생각했는데 -..”라고 말했던 걸 떠올리자 의심은 더욱 짙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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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원래 제스의 페로몬이 그리 진하지 않았다는 건, 수인들이 맡은 지독한 페로몬이 제스의 것이 아닐 수도 있다는 말이잖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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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하나의 의심은 다른 의심을 꽃피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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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만약 그런 거라면 제스가 나를 반려라 소개한 것도 그저, 원래의 육체를 잃어 약해진 나를 지키기 위해서였던 게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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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스가 보낸 사랑 고백이 사실은 자신을 위한 배려에서 시작된 행동일 뿐이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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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리안은 죄책감에서 벗어나고자 거하게 삽질하기 시작했다. 페로몬의 유무를 확인할 수 없으니, 말도 안 되는 생각이 점차 진실처럼 느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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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Ilham Senjaya님 오늘도 재미있게 봐주셔서 감사합니다! 행복한 하루 되세요 😀

바로 다음화 올라갈 예정입니다.

추천과 선작은 사랑입니다.다음화 보기

제스가 진심으로 살기를 담아 노려보자, 리안에게 은근히 유혹적인 시선을 보내던 여성 수인들이 어깨를 움츠렸다.

“히익..?!”

“헉..!”

제스는 슬슬 도망치는 여성 수인들을 하나하나 살벌하게 노려보다가.

“제스, 이제 끝난 거 같은데..”

리안의 조심스러운 부름에 피어난 꽃봉오리처럼 웃으며 달려갔다.

아무리 상대가 원해서 시작한 대련이라고는 하나, 수인들을 엉망진창으로 만들어버린 탓에 슬슬 눈치를 보던 리안은 해맑은 표정으로 다가오는 제스를 보곤 안도의 미소를 지었다.

“저기 제스..?”

그런 안도는 1분도 지나지 않아 곤란으로 물들었다. 리안의 부름에 한걸음에 달려온 제스가 그의 허리를 끌어안은 채 그릉그릉거리기만 할 뿐, 널브러진 수인들을 무시해버렸기 때문이다.

대련이기에 큰 상처를 만들지 않았지만 그렇다고 상처가 아예 없는 건 아니었다.

‘이대로 방치해도 괜찮은 건가? 수인이라 동사 걱정은 안 해도 되는 거겠지?’

상처야 수인 특유의 회복력으로 해결된다지만, 온몸이 얼어붙을 것 같은 추위까지 괜찮은 건지 알 수 없었다.

수인들의 복장이 가벼운 만큼 추위를 덜 타는 건가 싶으면서도 걱정이 사그라지지 않아 멀찍이 떨어진 여성 수인들을 향해 시선을 보냈다.

‘동료니까 누가 텐트 안에라도 옮겨주면 안 될까요?’라는 의미를 담아 시선을 보냈지만 아무도 화답해주지 않았다. 도리어 돌아온 건 질린다는 표정뿐이었다.

‘내가 뭘 잘못했나? 바지가 내려가거나… 아니면 머리카락이 날아갔다거나…?!’

조금전까지만 해도 수줍은 웃음을 보내던 수인들이 기분 나쁜 무언가를 보듯 미간을 찌푸린 채 자신을 바라보자, 자연스럽게 끔찍한 생각이 머릿속에 둥둥 떠올랐다.

다급히 머리를 더듬고 허리춤을 더듬었다. 다행히 바지가 내려가거나 머리카락이 날아간 건 아니었다.

안도의 숨을 내뱉으며 슬금슬금 거리를 두고 멀어지는 수인들을 바라보았다. 여성 수인들뿐만 아니라 싸움에 참여하지 않았던 남성 수인들까지 미간을 찌푸린 채 물러나고 있었다.

“저기 제스.. 나 뭔가 실수한 게 있는 걸까?”

“으응? 아니!”

“그치..?”

리안은 속으로 눈물을 주르륵 흘리며 생각했다.

‘아무리 전투에 환장하는 수인이라도… 낯선 외부인에게 동료들이 쓸려나가는 걸 보게 되면 거부감이 생기기 마련이겠지.’

그런 리안의 생각이 맞다는 듯 이후의 수인들은 리안을 쭉 피해 다녔다.

식사할 때도, 제스의 안내에 따라 야영지를 돌아다닐 때도, 가볍게 검을 휘둘러 몸을 풀 때도 찡그린 시선이 리안의 주변을 따라다녔다.

‘수인들은 강자를 인정해준다면서요. 선생님..’

리안은 수인에 대해 많은 정보를 알려주었던 네스트의 선생님을 떠올리며 울상을 지었다. 그의 슬픔은 바닥을 뒹굴던 수인들까지 슬슬 리안을 피해 다니기 시작할 때 최고조에 달했다.

리안의 중심으로 보이지 않는 투명한 결계라도 생긴 것처럼 수인들은 리안을 피해 다녔다.

다음날, ‘인간이란 종족을 차별하는 게 아닐까?’라는 생각하며 시무룩한 얼굴로 거처에 콕 박혀있었다.

똑똑.

리안만이 머무르고 있는 오두막 문을 누군가가 두드렸다. 현재 야영지에서 그에게 찾아올만한 사람은 제스 뿐이었기에 아무런 생각 없이 문을 열었다.

“어?”

문을 열자 보인 건 검은 고양이 귀를 달고 있는 고양이 수인이었다. 처음 텐트 안에서 보았던 여성 수인 중 한명이었다. 그녀는 어째서인지 잔뜩 찡그린 표정으로 귀와 꼬리를 늘어뜨린 채 끝을 파들파들 떨고 있었다.

“전해 줄 말이…으읍..”

“…!”

그녀는 말을 끝맺지 못하고 다급히 손으로 입가를 가리며 뒤로 훌쩍 물러났다. 썩은 음식의 냄새라도 맡은 듯한 과격한 반응에 리안이 망연자실한 표정으로 제 손목 부근에 코를 박았다.

심한 냄새라도 나는 건가 싶어 킁킁거려봤지만, 종일 붙어있는 바람에 옮은 제스의 체향 말고는 아무런 냄새도 나지 않았다.

“혹시 저한테 안 좋은 냄새라도 나는 건가요?!”

수인들의 예민한 코에만 감지되는 이상한 냄새라도 나는 건가 싶어 다급히 뒤로 주춤 물러나는 고양이 수인에게 물었다.

그녀를 놓치면 누구에게도 답을 들을 수 없다는 다급함에 한 걸음 앞으로 다가가자, 그녀가 고개를 마구 털며 두걸음 물러났다. 단호한 거부에 보이지 않는 공격이 몸을 스치고 지나간 것만 같았다.

개그 필터가 제대로 작동했다면 피를 토했을지 몰랐다. 그 정도로 그녀의 표정은 싸늘했다.

‘이유… 이유라도 알려줘!’

당장 바꿀 수 없는 이유라도 모르는 것보단 아는 게 훨씬 나았다. 리안이 절실한 표정으로 고양이 수인을 바라보자, 고양이 수인이 머뭇거리는 듯 눈을 도르륵 굴리다가 이내 작게 한숨을 내뱉으며 말했다.

“페로몬 때문에 그래.”

“페..로몬?”

“끄잉! 다가오지 마! 지금 네 몸이 대장의 페로몬으로 뒤덮여 있어서 코가 찡하다고!

고양이 수인이 엄지와 검지로 코 옆부분을 꾹 누른 채 눈물을 글썽거렸다.

“아주 자기꺼라고 범벅을 해놨네.”

리안을 위아래로 훑어보는 시선이 흡사 침 범벅된 개껌을 바라보는 것 같았다. 페로몬으로 범벅이 된 상태이니 틀린 말은 아니었다.

“대장의 페로몬은 그다지 강하지 않다고 생각했는데… 착각이었네.”

“어.. 페로..몬이라면..?”

고양이 수인을 한 걸음 더 뒤로 물러나 고개를 흔들어 냄새를 털어내곤 말을 이었다.

“수인들이 자기 영역에 묻혀두는 흔적이라고 보면 돼. 쉽게 말해 대장이 내꺼라는 의미로 침을 잔뜩 발라놓은 상태라는 거지.”

“…!”

리안의 얼굴이 잘 익은 토마토처럼 뜨겁게 달아올랐다.

“…그럼 지금까지 몸에 ‘제스꺼.’라고 큼지막하게 적어두고 다닌 거나 다름없다는 거잖아.”

“그래, 잘 이해했네.”

“…!”

망연자실한 리안의 중얼거림에 고양이 수인이 가볍게 대답해주자 리안이 깜짝 놀라 어깨를 흠칫 떨었다. 그의 귀와 목이 더욱 뜨겁게 달아오르자 고양이 수인이 눈을 가늘게 뜨며 입술을 삐죽거렸다.

‘귀여운 게 딱 내 취향인데.’

고양이 수인을 입맛을 다시다가 훅 밀려오는 진한 페로몬 향기에 진저리치며 고개를 저었다.

‘대장이 저렇게까지 침 발라 놓은 걸 탐할 순 없지.’

그녀는 빠르게 얻을 수 없는 것을 포기한 후, 리안에게 식사 시간이 미뤄졌다는 사실을 전했다. 리안은 감사의 인사를 전한 후 멍한 얼굴로 서 있다가, 수인들이 코를 찡긋거리며 괴로워하는 표정을 보곤 황급히 오두막 안으로 복귀했다.

‘페로몬..이라고?’

오두막에 마련된 나무 침대 끝자락에 앉아 옷을 펄럭여보았지만, 수인들이 질색할 만큼의 지독한 향 같은 건 느껴지지 않았다. 여전히 은은하게 제스의 체향만 맡아질 뿐이었다.

‘이게 제스의 페로몬인가?’

제스가 ‘리안은 내꺼니까 아무도 넘보지 마!’라는 의미로 잔뜩 침을 발라놓았다고 생각하니 뜨겁게 달아오른 얼굴이 식을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아으으…”

리안은 작게 신음을 흘리며 양손으로 머리를 부여잡은 채 주저앉았다. 제스가 그를 ‘반려’라 선언하고, 페로몬을 잔뜩 묻혀 놓았다는 사실이 어이가 없을 정도로 기뻐서 혼란스러웠다.

‘노아는… 노아는 어쩌려고?’

꿈이었다고는 하나, 노아는 리안에게 고백이나 다를 바 없는 말을 했고 리안 또한 좋아한다는 말로 대답했다. 그녀를 구하기 위해서라고는 하나, 아무런 감정 없이 뱉은 말은 아니었다.

슬라임의 몸으로 돌아오자마자 ‘제대로 고백할걸.’이란 후회를 했다는 게 그 증거였다.

그런 리안에게 제스를 향한 호감은 ‘불륜’이나 ‘죄’처럼 느껴졌다. 그렇다고 마냥 죄책감에 잠겨있기엔 노아와 리안의 관계는 애매했다.

노아의 마음이 그사이 변했을 수도 있고, 그녀의 고백이 꿈속 한정일 수도 있었다. 인간의 복잡한 생물이라 서로 좋아한다고 전부 사귀게 되는 것도, 반드시 결혼하게 되는 것도 아니었다.

연애보다 꿈을 좇는 사람들은 사랑을 포기하기도 했다. ‘가족’이나 ‘이성’에 좋지 못한 감정을 가진 이들은 짝사랑만 고집하기도 했다.

꿈속에서 리안과 행복한 가정을 이루었던 노아라도 현실에선 어떨지 알 수 없었다. 그렇기에 리안이 제스에게 이성적 호감을 느끼는 건 ‘불륜’이라 치부하기 애매했다.

‘…페로몬이라는 게 정말 있을까?’

빙글빙글 머릿속을 돌던 생각은 이내 리안을 심장을 뒤흔들었던 ‘페로몬’이라는 곳에 포커스가 맞춰졌다.

‘페로몬이 아닐 수도 있지 않을까?’

고양이 수인이 “대장의 페로몬은 그다지 강하지 않다고 생각했는데 -..”라고 말했던 걸 떠올리자 의심은 더욱 짙어졌다.

‘원래 제스의 페로몬이 그리 진하지 않았다는 건, 수인들이 맡은 지독한 페로몬이 제스의 것이 아닐 수도 있다는 말이잖아.’

하나의 의심은 다른 의심을 꽃피웠다.

‘만약 그런 거라면 제스가 나를 반려라 소개한 것도 그저, 원래의 육체를 잃어 약해진 나를 지키기 위해서였던 게 아닐까?’

제스가 보낸 사랑 고백이 사실은 자신을 위한 배려에서 시작된 행동일 뿐이라면?

리안은 죄책감에서 벗어나고자 거하게 삽질하기 시작했다. 페로몬의 유무를 확인할 수 없으니, 말도 안 되는 생각이 점차 진실처럼 느껴졌다.


           


I’m the Only One With a Different Genre

I’m the Only One With a Different Genre

나 혼자 장르가 다르다
Score 7.8
Status: Ongoing Type: Author: Released: 2023 Native Language: Korean
In the world of comedy anime, I was living an ordinary life until I became possessed by a dark fantasy novel I was reading before falling asleep. ‘Hahaha! Don’t hold a grudge -..!’ ‘Ugh, cough cough…seriously…my clothes are ruined.’ ‘…!?’ Though I was stabbed in the stomach, I calmly stood up and pulled out the spear. Originally, residents of the comedy world are a race that can be torn into 100 pieces and still come back to life the next day. ‘Stop it! Stop now! How long do you plan to sacrifice me?’ ‘No…I mean..’ ‘I’ve become strong to protect you…what have I become?’ Residents in the comedy world are just a race that vomits blood even if they stub their toe. I never made any sacrifices..but my delusion deepens and my obsession grows. One day, while I was half-imprisoned and taking care of some pitiful kids… ‘Are you the boss?’ ‘Excuse me?’ Before I knew it, I had become the behind-the-scenes boss of a huge underworld organizati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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