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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195

    <195 – 중상모략>

     

    연습경기는 학생들에게 미래를 보여준다.

    누가 어느 구간에 강한가.

    누가 최종라인에서 먼저 골에 들어갈 것인가.

    내 성적을 올리려면 어디를 단련해야 하는가.

    현실적으로 기록을 더 단축시킬 수 있는가.

    없다면 무엇을 해야 하는가.

     

    “당연히 남의 기록을 더 늘어나게 지연시켜야죠.”

    “유피. 그건 너무 비겁하잖아.”

     

    용사 이슈타르.

    그녀는 본래 자신의 용사파티에 속한 첫 번째 동료이자 유일한 동료 유피의 성녀다운 자비심을 이용해서 오크노디를 포섭할 생각을 했었다.

    그러나 직접 오크노디의 실체를 마주보고 성검으로 베어 그녀의 돌이킬 수 없는 타락한 마나와 기질을 파악한 이후, 작전을 뒤집었다.

    노 메르시NO MERCY.

    어떠한 자비도 없이 아이의 탈을 쓴 저 악마를 격퇴해야 한다고.

    그 과정에는 당연히 그 아이에게 들어갈 포인트를 조금이라도 줄이고, 그녀보다 우수한 성적을 내는 것 또한 포함되어 있었다.

    아카데미 교수가 그녀를 감싸는 이상, 교수들이 그녀를 비호할 이유도 하나라도 줄여야 했으니까.

     

    “이슈타르. 당신도 생각하고 있잖아요. 그 아이를 꺾으려면 성적부터 제압해서 조금씩 입지를 낮추고 아카데미에서 고립시켜야 한다고요. 그래야 초조함을 느끼고 그 불길한 암흑마나를 계속 쓰고 무리하면서 스스로 자멸하죠.”

    “그렇다고 우리까지 같은 차원으로 전락해도 되는 걸까? 전대 용사님을 보기가 너무 부끄러워.”

     

    전대용사 니알라토텝은 어떤 사건에도 발을 들이는 것을 꺼려하지 않았다는데.

    공명정대하고 정정당당한 전대용사가 보면 권모술수나 부리는 자신이 얼마나 하찮게 보일까?

     

    “누가 그런 소리를 해요?”

    “유일신 소페미아님께서 꿈속에서 내게 들려주셨어. 니알라토텝의 정의로움을 배우고 너는 부디 사악하고 교활한 권모술수에 심취하지 말라고.”

    “신께서 그리 말씀하셨다니 어쩔 수 없네요.”

    “그렇지?”

    “우리가 나설 수 없다면 다른 사람들을 이용하는 수밖에요.”

    “…다른 사람을 이용하면 더욱 권모술수잖아.”

    “참수의 골고다께서는 저를 성녀로 손꼽으면서 이렇게 말씀하셨어요. 악인을 참수하는 칼에 선악의 구분은 없다. 옳음을 따르면 그것이 곧 선이다.”

    “그래서 네가 용사가 아닌 거지.”

    “그런 성녀를 동료로 고른 건 당신이고요. 어떻게 하겠어요? 이대로 손 놓고 어쩌지 어쩌지 하면서 시간만 축낼 건가요?”

    “…부탁할게.”

    “진즉 그렇게 나왔어야죠. 절 믿어요. 당신의 절친한 친구이자 용사파티의 든든한 동료잖아요.”

     

    유피는 용사를 한번 안아주며 어깨를 다독이고는 용사의 수련실을 나왔다.

     

    ‘이슈타르. 당신 생각보다 상황은 훨씬 더 안 좋아요. 그 아이의 사악함은 제 신성한 탐지Holy detected 주문에도 걸리지 않을 정도니까요.’

     

    사악한 존재의 기척을 탐지하는 홀리 디텍티드.

    일명 신성한 탐지라 불리는 주문.

    악덕에 물든 자를 감지할 수 있는 이 주문은 참수의 골고다께서 자신을 믿는 신도들에게 하사하는 강력한 탐지능력이다.

    어지간한 악이라면 이 주문을 피할 수 없다.

    주문을 속일 정도로 강력한 속임수 수단을 갖춘 중위마족 이상의 고위험군 개체가 아니라면.

     

    ‘오크노디의 진정한 위험성은 당신이 직접 보고 판단한 것 이상일지도 몰라요.’

     

    어쩌면 이번 <상급반 체력단련>이야말로 그 아이를 견제할 수 있는 마지막 기회일지도 모른다.

     

     

    * *

     

     

    플라톤 교수의 <상급반 체력단련> 중간고사 전 마지막 강의시간.

     

    “모두 출발선에 서도록. 경기는 예정대로 연속적으로 이루어진다. 달리기가 끝나고 강 앞에서 교관의 도움을 받아 탈의와 환복을 마쳐도 좋고, 미리 수영복을 입고 참전해도 좋다. 강을 지나면 대기 중인 탑승물에 올라타 결승선까지 조종하면 된다.”

     

    세 경기를 연속적으로 치를 체력과 기본훈련을 마친 학생들이 실력을 검증하는 최종연습경기.

    오크노디는 달리기부터 선두권으로 치고 올라갔다.

    수영에서도 거침없이 교복을 벗고 옷 안에 미리 입은 스쿨미즈 수영복으로 물속에 뛰어든다.

    전생에 돌고래라도 되는 건지.

    순식간에 쑥쑥 회오리구간을 뚫고 지나가서는 골렘 위에 올라타고 얼쩡거리는 다른 탑승물들을 손으로 휙 집어서 내팽개치고 쿵쾅쿵쾅 나무 수십 그루를 몸통으로 짓뭉개며 달려 나간다.

    말은 또 어찌나 잘 듣는지 골렘 녀석의 다리몽둥이를 부러뜨리고 싶을 지경이다.

     

    “1위, 오크노디!”

     

    연습경기부터 압도적인 성적을 거둔 오크노디.

    그것이 분하기는 했는지 제국진영 학생들의 표정이 말도 아니게 구겨졌다.

     

    “스콜라. 잠시 얘기 좀 나누죠.”

    “성녀님?”

     

    신궁의 후예 스콜라.

    원거리 병기숙달 강의에서 오크노디보다 뛰어난 성적을 거두기는 했지만 정의롭지 못한 언동이 용사의 눈총을 사서 동료후보에서 박탈된 자.

    이슈타르라면 절대로 기용하지 않을 인재이지만 유피는 거리낌없이 그에게 접근했다.

     

    “당신의 도움이 필요해요.”

    “용사님의 분부입니까?”

    “그건 아니지만 용사의 동료로서 제가 드리는 부탁이에요. 이 부탁을 잘 수행한다면 용사님께 당신에 대해 좋은 말씀을 전해드릴 수는 있겠죠.”

     

    스콜라가 기쁜 기색을 여실히 드러내었다.

     

    “분부만 하시죠. 뭘 도와드리면 되겠습니까.”

    “오크노디의 독주가 지나쳐요. 사악한 힘을 다루는 그 아이가 1등을 한다면 암흑마나를 동경하고 잘못된 길을 걷는 학생들이 늘어날 것이 우려되어요.”

    “저… 혹시 원거리 저격을 의뢰하는 것이라면 아무리 그래도 그건 좀…”

    ‘역시 거기까진 안 되나?’

     

    유피가 시치미를 뚝 떼었다.

     

    “누가 11살짜리 애를 상대로 저격의뢰를 한다고 했나요? 절 뭘로 보시는 건가요.”

    “죄송합니다. 제 불민한 마음이 감히 용사님의 동료분에게 실례되는 생각을 했습니다.”

    “저는 공정성에 대해 이야기를 하고자 해요.”

    “시험에 불공정한 대목이 있었습니까?”

    “오크노디의 골렘. 탑승물 중에서는 독보적으로 강하고 거슬린다고 생각하지 않습니까?”

    “사기적이긴 하더군요. 제가 탄 사슴이 나무를 피해 달리기 급급할 때 저쪽은 온 몸으로 숲을 들이받으며 일자로 길을 내니 짜증이 나긴 합니다.”

     

    내심 자기는 왜 골렘을 고르지 않았나 후회가 될 정도로 잘나가는 오크노디의 골렘.

    달리기나 수영은 어찌저찌 한다고 쳐도 탑승물 구간에서 절망을 느끼는 제국진영 학생들이 많았다.

    스콜라 역시 그런 학생 중에 한 명이었다.

     

    “제 생각에 골렘의 난폭한 성질을 이용할 수 있으리라 생각해요.”

    “제 짧은 식견으로는 유피님의 뜻을 이해하지 못하겠군요. 가르침을 주실 수 있겠습니까?”

    “1학년 출입금지구역에 <상급반 탑승물 보관소>가 있다는 정보를 입수했어요. 그곳에 침투해서 골렘이 다른 탑승물들을 괴롭히는 정황을 포착해주세요.”

    “…1학년 출입금지구역은 너무 위험하지 않습니까?”

    “상급반 학생이라면 충분히 드나들 수 있는 곳이에요. 가는 길에 몇 가지 주의사항만 명심하면 목숨을 잃는 일은 없을 거예요.”

     

    걱정을 덜어주고자 달래듯이 건넨 말에 스콜라는 정색하며 되물었다.

     

    “목숨을 잃을 수도 있습니까?”

    “사전에 제가 드리는 지도와 실제지형을 보고 지도에 없는 공간에 발을 들이는 실수를 하지 않으면 영영 실종되는 일은 없을 거예요.”

    “그 지도 꼭 챙겨야겠군요.”

    “후드를 쓴 학생들이 다가와서 암흑에 귀의할 생각이 있냐고 묻거든 침묵으로 무시해서 떠나보내야 무사할 수 있고요.”

    “뭐하는 사람들입니까?”

    “알 거 없어요. 저도 들은대로 전하는 것뿐이니까요. 그밖에는 벌레 한 마리도 함부로 밟지 않도록 걸음에 주의를 기울이세요.”

    “자연의 생물체를 아끼는 엘프선배에게 찍혀서 살해당하기라도 합니까?”

    “잘못된 강의를 골라서 벌레로 변신한 선배들이 당신의 무례함에 열 받아서 본신으로 돌아와 당신을 담가버리는 불상사를 겪어선 안 되니까요.”

    “…”

    “아, 그리고 노랫소리가 들리면 절대로 따라가지 말고 바로 귀를 막아야 한다고 했어요.”

    “선배들의 연주를 방해하면 진노한 선배들의 공격을 받기라도 합니까?”

    “그건 아니고 음차원에서 소환한 비명 지르는 벤시 몇 마리가 탈출해서 학생들의 생기를 노리고 노래로 유혹한다는 이야기가 있거든요.”

     

    그런 위험한 곳에 나보고 들어가라고?

    어떻게 그런 심한 요구를 할 수가 있냐는 스콜라의 표정에 유피는 모든 갈등을 원만하게 해결할 수 있는 수단을 내밀었다.

     

    “착수금으로 500포인트를 지급해드리죠. 물론 용사님에게 전할 전언과는 별개로 제가 개인적으로 드리는 성의표시이니 용사에게는 비밀로 하고요.”

    “시키는 대로만 하면 되는 일이니 어려울 것 없군요. 지도만 주시면 물감통을 들고 가서 골렘의 몸통에 시뻘건 물감이라도 잔뜩 칠해두겠습니다. 심심한 골렘이 동물 몇 마리만 건드려도 피처럼 빨간 물감이 잔뜩 묻을 텐데 다들 기겁할 겁니다.”

     

    골렘에게 동기들의 탑승물을 괴롭혔다는 누명을 씌워서 시험당일 탑승물을 교체하게 만들도록 유도하겠다는 스콜라의 발상!

    원거리에서 활이나 뾱뾱 쏘는 궁수다운 비열한 발상에 유피는 만족스럽게 고개를 끄덕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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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 Became the Daughter of the Academy’s Villain

I Became the Daughter of the Academy’s Villain

아카데미 흑막의 딸이 되었다
Score 4.2
Status: Ongoing Type: Author: Native Language: Korean

From the side, she looks pitiful and worn out, but in reality, she’s living her joyful survival story in the world of games.

But how can someone’s name be Oknodi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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