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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196

        

       루키우스의 재판일.

         

       원래라면 국정을 운영하느라 눈코 뜰 새 없이 바빠 참관하지 않겠지만, 루키우스의 재판에 참관하기로 정했다.

         

       조용히 방청석에 소수의 경호원을 대동하여 않는다.

         

       법원에 따로 언질을 주지 않아 내가 참관하는 건 아마 모를 것이다.

         

       그렇게 생각하고 있을 때.

         

       -방청석의 계신 제국민 여러분들 판사님께서 입장하십니다. 모두 자리에서 일어나 주시길 바랍니다.

         

       판사가 재판소에 입장한다.

         

       이내 판사가 판사석에 착석하자.

         

       모두 방청객과 재판관련자가 착석하려 하자…

         

       -또한 오늘 재판은 황제 폐하께서 특별히 참관하시기에 모두 자리에서 일어나 황제 폐하께 예를 올리시기를 바랍니다.

         

       테오도라도 참석하는 건가?

         

       내가 그런 생각을 하며 뒤를 재판소 입구를 바라보니. 테오도라와 사비넬리, 그리고 그들을 지키는 무장병들이 따라 들어온다.

         

       그리고 이내.

         

       판사 뒤에 의자를 두고 재판관의 뒤의 단상에 앉는 테오도라.

         

       “황제 폐하, 처음 뵙겠습니다. 저는 율리스 판사라 합니다.”

         

       한 50대쯤 돼 보이는 판사가 테오도라에게 고개를 숙여 예를 표한다.

         

       “그래, 바쁜 재판에 짐이 괜한 행차를 한 게 아닌지 모르겠구나.”

         

       그 말에 율리스가 손을 흔들며 황급히 대답한다.

         

       “아닙니다. 폐하께서 이리도 재판에 관심이 많으시다니 오히려 제국의 축복입니다.”

         

       그 말에 테오도라가 화사한 미소를 흘리며 말한다.

         

       “그리 말해주니 참으로 고맙구나, 그래 재판을 어서 거행하게나.”

         

       테오도라가 그렇게 말하자 판사가 자리에 앉으며 재판을 거행한다.

         

       “피고인은 재판소에 입장하시오.”

         

       판사가 그렇게 외치자, 밧줄에 꽁꽁 묶여 병사들에게 끌려 나오는 루키우스와…

         

       익숙한 남자가 같이 나오고…

         

       “뮐러?”

         

       뮐러가 변호사석에 착석한다.

         

       -또각,또각…

         

       그리고 20대 중반의 젊은 여인이 하이힐을 신은 채 검찰석에 착석한다.

         

       “자, 그러면 검찰은 피고인의 혐의에 관해 설명하시오.”

         

       판사의 말에 검찰이 자리에서 일어나 말한다.

         

       “루키우스, 그는 대공부의 대공 비서관으로 재직하던 중 그의 아버지 마리우스가 평소 알고 지내던 친구 욤에게 뇌물을 받아 루키우스에게 공문서위조를 청탁하였고 루키우스는 그에 응해 정보부 인증을 허위로 발급받아 욤에게 준 혐의입니다. 따라서 이 사건은 고위 공직자가 공문서를 위조하였고 사사로이 청탁을 받아넘긴 사안으로 법정 최고형인 사형을 구형하는 바입니다.”

         

       그녀의 말을 들으며 이곳에 오기 전 루키우스 사건에 대한 보고 받았기에 미리 알고 있는 내용이다.

         

       하지만 징역 30~40년 정도 예상하던 나로서는 사형을 구형할지 몰라서 조금 걱정된다.

         

       구형인 것 자체가 검찰에서 피고인에게 적당한 형벌을 제시하는 것이라 직접 판결을 받는 건 아니지만 제국법상 사형은 조금 과하게 책정한 게 아닌가 생각한다.

         

       “피고인은 혐의에 대해 인정하시오?”

         

       재판관의 말에 루키우스가 고개를 끄덕인다.

         

       “네, 인정합니다.”

         

       루키우스의 말에 판사가 고개를 끄덕인다.

         

       “혐의를 인정하는 부분이니 형벌만 확정하면 될 거 같소, 변호인도 이에 대해 동의하시오?”

         

       그 말에 뮐러가 자리에서 일어나 말한다.

         

       “혐의는 인정하나, 유죄를 인정하는 건 아닙니다. 심리를 요청합니다.”

         

       해괴한 뮐러의 말에 판사가 인상을 찡그리며 말한다.

         

       범죄를 저지른 건 인정하지만 유죄는 아니라는 말이 마치 음주하고 운전은 했지만 음주운전은 아니라는 말과 비슷한 거 같다.

         

       “그게 무슨 말이오? 혐의를 인정하는데 유죄를 인정하는 건 아니라는 말은 이해가 되지 않소, 또한 무슨 심리를 요청하는 것이오?”

         

       “피고인의 범행 동기에 대해 심리를 요청합니다.”

         

       죄가 확정된 순간 범행 동기에 대해 심리요청이라니.

         

       이 얼마나 시간 낭비란 말인가?

         

       그런 시간 낭비를 머리 좋은 뮐러가 할 리가 없다.

         

       “검찰 측 심리에 동의하는 바이오?”

         

       재판관의 말에 검찰이 고개를 젓는다.

         

       “이미 피고인은 범죄를 인정하였는데. 시간 낭비라 생각됩니다.”

         

       나도 지극히 같은 생각이지만 뮐러가 나서서 말한다.

         

       “존경하는 재판관님, 공정하신 배심원 여러분. 현재 피고인은 스스로 범죄 행위를 인정했습니다. 하지만 현재 검찰 측은 법정 최고형인 사형을 구형하여 가혹한 형벌을 받으려고 급급합니다. 따라서 저희는 공정한 재판을 위해 피고인은 스스로 변론할 기회를 주어야 합니다. 그러니 피고인에게 범행 동기에 대해 심리를 재판관님께 요청합니다.”

         

       확실히 말 하나는 청산유수군.

         

       뮐러는 예전부터 말재주와 논리가 비상한 부분이 있다.

         

       “변호인의 주장은 받아들이겠소. 변호인은 심리를 진행하시오.”

         

       재판관의 말에 뮐러가 증인석으로 나와 말을 건다.

         

       “피고인, 피고인은 공문서위조가 중범죄임을 충분히 알고 있었습니다. 그걸 알면서도 그런 커다란 범죄를 저지를 이유가 무엇입니까?”

         

       뮐러의 말에 루키우스가 고개를 떨구며 말한다.

         

       “그건… 아버지를 위해서였습니다.”

         

       “왜 공문서위조가 아버지를 위한 것입니까?”

         

       그 순간 검찰이 나서서 이의를 제기한다.

         

       “지금 변호인은 배심원들의 감정에 호소하여 공정한 재판을 막으려고 합니다.”

         

       검찰의 말에 뮐러가 나서서 말한다.

         

       “검찰 측 주장은 이상합니다. 이 조사 기록에 피고인의 동기에 대해서는 단 한 줄도 없습니다. 제가 변호인 생활을 오래 한 건 아니지만 검찰 조사에 피고인의 동기가 제외된 건 처음 봅니다. 검찰이 고의로 누락 또는 실수로 받아들일 수밖에 없지요. 저는 처음에 실수라 생각했지만 지금 보니 고의로 빠뜨린 거로 보입니다. 이건 법정 기만죄로 받아들일 법한 문제이며 피고인의 변호권이 훼손하는 범죄입니다.”

         

       뮐러의 말에 검찰이 다급하게 변론한다.

         

       “법적으로 범죄가 확정되었는데 어찌 동기가 중요합니까? 법적으로 그는 공문서를 위조하였고 그는 인정했습니다. 또한 그 공문서가 밀수에 사용되었으니 당연히 최고형이 명백하겠지요.”

         

       검찰의 말에 뮐러가 고개를 끄덕이며 비릿한 미소를 짓는다.

       

       “어쩌면 검찰 측의 주장이 맞을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형벌을 책정하기 위해서는 피고인의 범행 동기가 중요한 부분인데 이 부분을 고의로 빠뜨린 것이라면 위법행위입니다. 즉 현명하신 재판관님께 검찰에서 고의로 빠뜨린 부분에 대해 밝혀주실 것을 간곡히 요청합니다.”

         

       뮐러의 말에 재판관이 미간을 꾸기며 생각에 잠기다 입을 연다.

         

       “검찰의 이의를 기각하오. 변호인은 심리를 재개하시오. 또한 검찰 아리아는 이번 재판 이후에 내부적으로 문책이 있을 줄 아시오.”

         

       그 말에 검찰이 인상을 찌푸린다.

         

       뮐러는 재판관의 재가가 나자 이어서 말한다.

         

       “피고인 왜 아버지 때문에 범죄를 저지른 겁니까?”

         

       뮐러의 말에 루키우스가 머뭇거리며 말한다.

         

       “이야기가 조금 깁니다, 괜찮을까요?”

         

       “우선 말씀을 해보시지요.”

         

       그렇게 루키우스의 이야기가 진행된다.

         

       루키우스의 아버지 마리우스는 욤에게 커다란 빚이 있다.

         

       그런 욤이 길거리에 내몰리게 되자 마리우스에게 간절한 부탁을 하였고, 평소 아버지가 욤에게 마음의 빚이 있다는 걸 안 루키우스는 자신이 도움 드리지 못한다면 커다란 아버지의 죄책감이 크기에 어쩔 수 없이 욤의 부탁을 받아들였다는 주장을 들으며 생각에 잠긴다.

         

       루키우스의 증언이 끝나자, 뮐러가 나서서 말한다.

         

       “이상입니다.”

         

       뮐러가 여유로운 표정으로 변호인석으로 들어가는 걸 보며 생각한다.

         

       ‘이래서 배심제를 선택했군.’

         

       처음에 왜 굳이 배심제를 선택했는지 몰랐었다.

         

       하지만… 가부장적인 사회구조를 띄고 있는 제국.

         

       아들이 아버지가 지고 있는 마음의 빚을 갚기 위해 커다란 범죄를 저질렀다는 것은 제국민들에게는 다르게 다가갈 것이다.

         

       어쩌면 저들은 집에 있는 아들 생각이 날지도 모르지.

         

       우리나라로 치면 열녀를 생각하듯, 효자는 종교적으로나 사회적으로 지지를 받는다.

         

       -딱하네.

         

       -그러게 말이야, 우리 집에 있는 막시무스도 저랬으면.

         

       -쯧쯧… 가장을 위한 일인데 사형은 너무 가혹하군.

         

       배심원들이 대화가 들리자, 검찰은 다급하게 말한다.

         

       “존경하는 배심원 여러분, 저자는 비록 효심이 있을지는 모르지만 제국의 공공질서를 어지럽혔습니다. 아무리 효심이라고 해도 남에게 피해를 주면 안 됩니다. 특히 욤은 백금을 밀수하여 불법 금화를 만들어…”

         

       잠깐? 백금?

         

       백금…

         

       이곳에서 백금은 쓰레기나 다름없는 금속 취급을 받지만 현대에서는 쓰이는 곳이 많을 정도로 화학공학에서 귀한 희귀 금속이다.

         

       그뿐만이 아니다. 귀금속을 만들 때 보석과 어울릴 때 특유의 빛과 광택으로 금보다 훨씬 인기가 많다.

         

       거기다가… 최근 비료 공정에서 막대한 양의 백금을 요구하지만 백금을 구할 경로가 없어 구하고 있지 못하고 있다.

         

       구대륙에서 백금이 없으니까. 현재까지 밝혀진 바로는 신대륙에서만 백금 광산이 확인되었다.

         

       그렇다고 해서 신대륙에서 쉽게 구할 수 있는 게 아니다.

         

       백금을 이용하여 위조 화폐를 만드는 것을 우려한 연합왕국에서 판매하지 않고 전량 바다에 빠트리고 있다.

         

       그렇기에 숙부에게 백금을 사고 싶다고 말하기도 애매한 게…

         

       이곳에서 쓰레기나 다름없는 금속인 백금을 내가 구매한다면 필시 용도에 대해서 해명해야 한다.

         

       그도 그럴 게 이곳에서 백금은 화폐 위조의 대명사인 금속이니까.

         

       그러면 비료 개발에 대해 연합왕국으로 정보가 흘러 들어갈 것이기에 쉽게 얘기를 꺼낼 수 없다.

         

       그렇기에 여러 가지 촉매 반응을 일으키는 백금을 못 구하고 있었는데.

         

       백금을 구했다고?

         

       구대륙에도 백금이 존재하는 것인가?

         

       지금 재판이 중요한 게 아니다.

         

       내가 자리에서 일어나 검찰을 보며 소리친다.

         

       “잠깐! 재판에 이의가 있다. 백금을 어디서 구한 것인가? 그리고 백금은 어떻게 되었지?”

         

       내가 재판 중에 소리치자, 루키우스와 뮐러, 그리고 테오도라가 놀란 표정을 짓는다.

         

       “정숙하시오! 정숙! 법정에서 소란은 퇴장당할 수 있소 한번은 경고로 넘어가겠지만 다시 한번 신성한 법정을 소란스럽게 한다면…”

         

       재판관이 나를 노려보며 경고하자, 그의 뒤에 상석에 앉아 있던 테오도라가 나지막이 말한다.

         

       “율리스 재판관. 그이가 왜 이곳에 있는지는 모르지만… 저자는 짐의 반려이네.”

         

       율리스가 황급히 고개를 돌려 테오도라를 올려다본다.

         

       “폐… 폐하의 반려이면…?”

         

       당혹해하는 율리스를 보며 테오도라가 환한 미소로 고개를 끄덕인다.

         

       “그래, 프란체스코의 대공이며 이 제국의 국서이니라.”

         

       그렇게 말하며 마치 내가 이곳에 올 줄 알았다는 듯 아름다움을 숨길 수 없는 미소로 말한다.

         

       “대공은 뭐 하는가? 내 옆자리에 오지 않고?”

         

       그녀의 말에 내가 고개를 끄덕인다.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Ilham Senjaya님 오늘도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그리고 오늘도 후원 해주신 기열찐빠땅개공병님 너무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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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다들 사랑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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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 Became the Master of the Empress

I Became the Master of the Empress

여황제의 주인이 되었다
Score 4.0
Status: Ongoing Type: Author: Native Language: Korean

They say to leave when the applause dies down, and so I tried to depart.

I intended to give the Empress, who had married me despite her utter disdain, the gift of our marriage annulment…

But the Empress glares at me and says,

[ Did you really think… I would let you go? ]

Something is going terribly wro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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