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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196

       세상에 알기 쉬운 일은 없더라.

        

       게임과의 가장 큰 차이다. 아군과 적이 뚜렷한 색으로 구분되지 않듯이, 모든 것이 흐릿하고……고려해야하는 변수도 너무 많으니. 현실에서는 시간이 흐를 때까지는 이게 좋은 일인지, 나쁜 일인지조차 헷갈리는 것이 태반이었다.

        

       이 패치도 그러했다.

        

       프리시즌 시작 지연이라니.

        

       패치의 행간을 읽어보면, 무언가 바꾸어야 할 걸 다 바꾸고, 게임이 제대로 돌아갈 때 비로소 프리시즌을 시작하겠다는 취지 같은데.

        

       그러니까……일을, 일을 한다는 의미 아닌가.

        

       예전의 나오나에 패치가 없었던 건 아니다. 골골거리면서도 살아는 있었던 게임이니 패치야 했지. 다만, 빈말로도 실시간 대응이라고 보기는 어려웠다.

        

       본격적인 망조가 들기 전, 그래도 회산데 뭐라도 하지 않겠냐는 믿음이 있던 시절에조차 모든 패치가 한참 늦었으니.

        

       내가 괜히 부부부부캐정도 되는 캐릭터들의 빌드까지 죄다 기억하는 게 아니다. 한번 제대로 발굴된 빌드는, 제법 긴 시간동안 너프 따위로 건드려지는 일 없이 군림하곤 했던 것이다.

        

       그 당시에는 겨우 6개밖에 없는 캐릭터로 돌아가는 특성을 고려한 운영이라는 강경우호파도 제법 있었는데.

        

       ……그냥 개발 역량이 없었던 것 아니었을까. 지금 생각해보면.

        

       아무튼.

        

       비슷하지만 다른 세상이기에, 비슷하지만 다른 게임이다. 새삼스레 놀라는 것도 우습겠지.

        

       그럼에도, 누구에게도 말할 수는 없겠으나……솔직히, 제법 놀랐더랬다.

        

       시즌 3에나 너프되었어야 할 도적이 즉각, 그것도 과도하게 너프될 때도 당황하기는 했지만. 솔직히 그때는 머리에 열이 과도하게 올라서……차분하게 반추할 여유가 없었고.

        

       그러나 지금은 달랐다.

        

       임시 제한 조치에, 시즌 일정을 조정해가며 유연한 밸런스 조절……이런 게 가능한 게임사였구나.

        

       풀어낸 빌드라고 해봐야, 부계정으로 레딧에 슬쩍 올린 빌드와 바이오에게 흘린 빌드까지 포함해서 5종류 정도다. 패러데이의 반응 따위는 기대도 안 하고, 사람들의 주목이나 조금 이끌어내려 생각했는데.

        

       나비효과를 목도한 시간여행자가 된 기분이더라.

        

       나오나를 빼고 보면, 나는 딱히 시간을 거슬러 올라온 것도 아니었다. VR로 게임 컨셉을 바꿔 잡은 탓인지, 나오나가 몇 년 정도 늦게 출시되었을 뿐.

        

       그러니 코인이니 주식이니 하는 미래의 정보는 나와 거리가 멀었으나- 그거야, 현실의 얘기고.

        

       나오나에서는 조금 달랐다. 최소한, 여태까지는.

        

       하지만, 하지만…….

        

       프리 시즌 일정이 지연된다는 공지를 다시 읽어내렸다. 어디부터 어디까지 수정할 생각이길래 이렇게까지 할까. 자기들이 정한 일정과 방향만큼은 브레이크가 고장난 불도저마냥 밀어붙이던 치들이었는데.

        

       우선, 홀레기사는 어떻게든 너프하겠지.

        

       그래도 조금은 기대되는 것이……원래는 홀레기사가 찍는 특성들을 대뜸 너프했다가, 대검 최대 크기까지 제한해버리며 욕을 잔뜩 처먹지 않았나. 이번엔 일단 신실한 육체부터 막아두고 패치를 준비하는 게……뭔가, 응.

        

       최소한 어디서 버그가 터진 건지는 즉각 파악할 정도로 개발 역량이 우수하다는 의미, 라고 하면 과도한 선해가 되려나.

        

       하지만 나는 원래 강경우호파였으니까. 이제 와서 입장을 바꿀 필요는 없겠지.

        

       아무튼.

        

       다른 걸로는……우물사제는 공개 못했으니, 파이어볼과 매직미사일. 공지가 올라온 시점을 생각해보면, 이거까지 잡아두고 새로운 시즌을 시작하겠다는 의도 아닐까.

        

       그러면, 어쩌면 제대로 고칠 지도 몰라.

        

       응.

        

       솔직한 말로, 조금은 난감한 상황이었다. 시위 일정도 꼬인 마당 아닌가. 본래 프리시즌이 시작되고 일주일 정도는 지난 후에……그러니까, 저 패치가 얼마나 개판인지 사람들이 체감한 후에 시위를 할 예정이었는데.

        

       거기에, 궁수 빌드 쇼케이스도 사실상 진행이 어려워졌다. 소개할 예정이었던 석궁암살 빌드는, 도적이 너프된 후에나 날뛸 수 있는 빌드였으니. 프리시즌과 함께 너프 패치도 지연된 지금은 시연 자체가 무리였다.

        

       이건 조금 아쉽긴 하네.

        

       이걸 잡을 수 있는 유일한 천적이 도적이었는데, 큰일났습니다- 라고 선동하기 위해, 제법 열심히 준비했는데. 시작해보기도 전에 망했다. 각종 동물들 간 천적관계를 조사한 사진 자료……언젠간 쓸 일이 있으려나.

        

       아무튼.

        

       이렇듯 패치가 조금 늦어진다는 건 분명 작은 변화에 불과했으나, 내게 미쳐지는 영향은 생각보다 컸다.

        

       그 무엇보다도- 이렇게나 달라지기 시작한다면, 내가 쥐고 있는 정보의 우위가 사라지는 것도 순식간이겠지. 그래선 안 된다고 생각하면서도 움켜쥐고 있던, 자그마한 연결고리와 함께.

        

       ……그럼에도 가슴이 조금씩 두근거리는 건, 이러니저러니 해도 나오나를 사랑하기 때문일까.

        

       아니면…….

        

       -우우웅

        

       재촉하듯 울리는 핸드폰. 확인할 생각은 없었다. 어차피 그제부터 불평불만이 많던 322씨일 확률이 9할 이상이니.

        

       방송 잘 해놓고 왜 그러는지. 어제는 시청자도 무려 15,000명이나 찍었고……다양한 사람들이 보내는 1,000원 도네이션으로만 이번 달 월세는 벌었겠던데.

        

       내가 보낸 도네이션까지 포함했을 때 얘기기는 하지만, 응. 누가 무단으로 밥 사라고 했나. 아직도 15만원은 더 보낼 수 있다. 이자까지 생각하면 25만원은 보내도 될 거야.

        

       -우우웅

       

       핸드폰을 뒤집어 덮어둔 채, 컴퓨터 앞으로 옮겨 앉았다.

        

       이제 뭐하지.

        

       본래 부계정 키우랴, 빌드 깎으랴, 여기저기에 부채질하랴 정신 없었겠으나……일정이 다소 붕 떴다고 해야 하나.

        

       파괴적인 빌드야, 당연히 이것저것 더 있었다. 하지만 대부분은 이런저런 패치들이 적용된 후에나 실현 가능한 것들이다.

        

       지금의, 시즌1 모습 그대로인 나오나에서 쓸만한 건……없는 건 아닌데.

        

       아주 사소한 버그가 맛깔난 조미료처럼 뿌려진 것들이라서.

        

       -우우웅

       -우우웅

        

       각혈하던 카나리아가 진희까지 우군으로 끌어들여 압박 강도를 높인 마당에, 방송에서 대대적으로 홍보하기는 조금.

        

       그러면, 그러면…….

        

       아, 머리 아파.

        

       게임이나 할까.

        

       머리를 식히다보면 좋은 아이디어가 떠오를지도 모르잖아.

        

       -우우웅

        

       ……저 민원인의 주의도 흐트러트릴 겸.

        

       * * * *

        

       [택배입니다. 문앞에 두고갑니다.]

        

       “왔다!”

        

       침대에서 용수철처럼 튀어 올라, 구르듯 착지. 누군가가 봤다면 고작 택배 하나에 보일 반응이라기엔 과하지 않냐며 고개를 저었을 정도로 격한 움직임이었다.

        

       하루종일 노심초사 문자를 기다리던 이유나의 입장에서는, 오히려 최대한 자제한 리액션이었지만.

        

       -끼이익

        

       아직 이른 저녁. 그녀의 부모님은 거실 소파에 앉아 티비를 시청하는 중이었다. 하지만 분명 한 눈과 한 귀는 자신을 향해 있을 터. 몰래 빠져나가는 건 어불성설이었다.

       

       이 시간에 집에서 빠져나갈 때는, 잠입액션보다는 연기와 설득이 주효할 터.

        

       ‘자연스럽게. 자연스럽게.’

        

       이유나는 이제 곧 고3이라는 것을 과시하는 듯한 후줄근한 츄리닝에 큼지막한 배낭을 메고, 어깨가 축 처진 자세로 거실로 향했다.

        

       “저 도서관 좀 다녀올게요.”

        

       “늦었는데, 집에서 하지 않고?”

        

       “네. 식곤증 때문에 집중이 잘 안 돼요. 11시까지만 하고 올게요.”

        

       “아유, 그래? 그러면, 이따가 엄마가 데리러 갈 테니까 집에 올 때 전화해.”

        

       “요 앞인데요, 뭐. 혜리랑 같이 올 거니까 괜찮아요.”

        

       “혜리랑? 그래 그래, 그러면 늦어지면 꼭 연락하고?”

        

       “네. 다녀오겠습니다.”

        

       무사통과, 일까. 허리를 꾸벅 숙여 보인 후, 가방이 거의 빈 것이 들키지 않도록 천천히 몸을 돌려 현관으로 향하고-

        

       -흐으!

        

       이유나가 기쁨 섞인 신음을 내보낸 건, 문을 열고, 앞에 놓인 택배 상자를 챙겨, 엘리베이터에 탑승한 후의 일이었다.

        

       주머니에서 꺼낸 커터칼로 상자를 개봉하자, 비닐에 담긴 옷이 두벌. 바삐 열어젖히니, 제법 퀄리티가 괜찮은 검은 빛 후드와 망토가 그녀를 반겨주었다.

        

       아따먹의 팬미팅에 입고 갈 장비다.

        

       갈지 말지 고민은 제법 했었다. 하지만……이런 기회가 두번 온다는 보장도 없지 않은가. 팬미팅을 팬미팅이라고 부르지도 못할 정도로 부끄러움이 많은 사람이다. 과연 아따먹이 다시 팬미팅을 열어줄지, 아무도 알 수 없는 일이었다.

        

       거기에, 그녀에겐 반드시 아따먹과 만나야 하는 이유도 있었다. 예전에, 대회전킥……따위의 말을, 농담이랍시고 했던 것에 대해 직접 사과를 하고 싶었고. 고소를 하지 않고 너그러이 용서해준 것에 대해 감사 인사도 하고 싶었다. 그리고 직접 만든 굿즈 선물도, 꼭-

        

       그렇게 스스로를 합리화한 후부터의 진행은 일사천리였다.

        

       단순히 팬미팅에 가는 것을 넘어서, 준 코스프레를 하고 관리자까지 지망하기로 결심하는 데는 채 하루도 걸리지 않았다.

        

       ‘이제 고3이니까, 관리자……잘 못할 수도 있겠지만. 그래도, 그래도!’

        

       그렇게 치면 난관이 한둘이던가. 애초에 티어도 마스터에서 한참 거리가 멀었다. ‘아따먹 팬튜브’의 운영자라는 점을 적극 어필해서, 지튜브 전형으로 통과해볼 생각이었지만.

        

       ‘아! 아이디도 빨리 빌려야 되는데.’

        

       당연히, 좋아하는 스트리머에게 거짓말을 할 생각은 없었다. 하지만……혹시 입구컷을 할 수도 있으니까. 숨쉬듯이 티어 차별을 하며, 발언권조차 제한하던 사람 아닌가.

        

       이야기조차 들어보지 않고 돌려세우는 경우를 대비하기 위해서는, 마스터 아이디 하나 정도는 필요했다.

        

       그러나 인터넷에서나 너도나도 마스터지. 시간이 날 때마다 VR방으로 몰려다니는 그녀의 친구들은 물론이고, 학교 안에서 한 다리 건너서 수소문을 해봐도 그런 티어를 가진 사람은 찾을 수 없었더랬다.

        

       다행히, 혈육 중에 있었지만.

        

       [오빠오빠🖐🖐]

       [혹시 방송에서 한번도 안 쓴 부계정 있어? 😭]

       [적당히 마스터 정도 되는 걸로!!]

        

       그녀의 6살 터울 오빠, 시훈의 답장은 제법 빠르게 돌아왔다.

        

       [🪓: 부계정?]

       [🪓: 있긴 한데, 무슨 일이야?]

        

       [나 하나만 빌려주면 안 돼?]

       [게임은 안 할게!! 진짜로!!]

        

       [🪓: 게임도 안 할 건데, 계정을 왜?]

        

       역시나, 집요한 추궁. 그러나 예상한 대로였다. 이유나는 빠르게 손가락을 두들겨, 준비한 핑계를 들이밀었다.

        

       [나 고3이라고 엄마가 학원 엄청 늘렸자나…]

       [근데 새로 간 학원에서 만난 애하고 얘기하다가 오빠가 나오나 진짜 엄청 잘한다고 했거든??]

       [막 절대 안 믿는다?? 😠]

       [그래서 내가 보여주겠다고 했는데]

       [오빠가 방송하는 거까지 알려주긴 싫단 말이야😟]

       [그니까 보는 앞에서 오빠 부계로 로그인까지만 하게!!]

       [부탁해요오🙂🙂🙂]

       [🙏 🙏 🙏]

        

       1이 없어진 후에도 답장은 잠시 오지 않았으나- 이유나에게는 확신이 있었다. 그녀의 오빠는, 이런 건 못 참으리라.

        

       [🪓: (아이디)(비밀번호)]

       [🪓: 게임은 해도 상관없는데, 특성 저장된 것들은 건드리지 마. 내 이름이나 트위트 아이디도 얘기하지 말고.]

       [🪓: 근데]

       [🪓: 요즘애들은 다 그 이모지인가 써?]

        

       ‘역시!’

        

       [응 그치??]

       [아무튼 땡큐!! 고마워!!!]

        

       다시 한번 기쁨의 소리를 억누르며, 이유나는 나이트 오브 나이츠 홈페이지에 접속했다. 혹시라도 나중에 마음이 바뀌었답시고 비밀번호를 바꿀지도 모르니까. 인증샷은 미리 찍어 둘 일이었다.

        

       ‘빌드깎는노인……? 닉네임 센스, 진짜. 이거 바꾸면 안 되겠지? 아, 물어보시면 뭐라고……스토리 만들어둬야 할 거 같은데. 여자인 티 내기 싫어서 이렇게 했다고 하면 아따먹님도 이해하시려나? 그러시겠지?’

        

       분명, 그럴 터였다.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출석 님, 50코인 후원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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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t’s Not That Kind of Malicious Broadcast

It’s Not That Kind of Malicious Broadcast

그런 악질 방송 안ㅣ에요
Score 3.7
Status: Ongoing Type: Author: Native Language: Korean

I am a healthy skill-based broadcaster.

I don’t hate priests.

It’s not that kind of broadcast.

What?

Clarify the controversy that’s been posted on the community?

M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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