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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196

       오래 전부터 가지고 있었던 의문이었다.

         

       이 세계에 떨어진 순간부터 가지고 있었던 오성(悟性). 아득한 수준의 마나 감지력.

         

       그것은 단순히 대마법사의 육체에 빙의를 했다고 해서 단숨에 익힐 수 있는 것들이 아니었다.

         

       아기들이 걸음마를 떼기까지 한참이 걸리는 것처럼, 자신도 최소한 그런 과정은 거쳤어야 했다.

         

       ‘하지만 나는 처음부터 아무렇지 않게 마법을 쓸 수 있었지.’

         

       잠깐의 망설임조차 없었다. 빙의한 그 순간부터 모든 마법을 이해했고, 무엇을 해야 할지를 알았다.

         

       의심을 하기 시작한 건 그때부터였다. 내 안에 여전히 ‘올리비아’가 존재하고, 점점 그에 물들어가고 있다는 의심.

         

       그런 것이 아니라면, 여태껏 자신의 적이었던 암주가 아가레스에 의해 죽을 위기에 처했다고 해서 분노할 리도 없었으니까.

         

       그리고, 그 의심은 지금 확신이 되었다.

         

       “동료들은 괜찮을거에요. 불멸성이 봉인된 마신은 반쪽짜리에 불과하니까요.”

       “……봉인되다니?”

         

       ‘올리비아’가 몸을 일으켰다. 그녀는 천천히 걸어 올리비아를 지나쳤다.

         

       “마신이 소멸하는 순간, 대륙에 존재하는 모든 생명체 중 가장 강한 존재에게 마신의 잔재가 스며듭니다. 그리고 그 존재의 생명이 다하는 순간, 잔재가 개화하지요.”

       “……그리고 새로운 마신이 만들어지겠지.”

         

       존재함에 있어, 의외로 스스로의 의지는 중요하지 않다.

         

       결국 자신은 스스로가 아닌 타인에 의해 정의되는 것.

         

       비록 전혀 다른 존재일지라도, ‘마기의 근원’이라는 큰 틀을 공유하는 순간, 타인에게 같은 이름으로 숭배받게 된다.

         

       마신이라는 이름으로.

         

       불완전하지만, 적어도 모든 생명체의 명이 다하기 전까지 유지되는 불멸. 그렇기에 위험하고, 그만큼 강력하다.

       

        “매번 카인에게 죽기를 선택했던 것도 전부 그것 때문이었습니다. 제 영혼에 깃든 마신의 잔재를 소멸시킴으로서 일시적으로나마 마신의 강림을 막을 수 있었으니까요.”

         

       ……카인?

         

       “당신이 연쇄살인마라고 부르는 아이의 이름입니다.”

         

       ‘……걔가 이름이 있었어?’

         

       아무튼. ‘올리비아’는 계속 말을 이어나갔다.

         

       “하지만 결국 일시적인 해결법이었을 뿐, 완전한 해결책은 되지 못했습니다. 그 이유는…….”

       “‘회귀’ 때문이겠지.”

       “……네. 맞아요.”

         

       ‘올리비아’가 씁쓸한 얼굴로 고개를 끄덕였다.

         

        “제가 회귀를 계속하는 이상, 결국 언젠가는 마신의 잔재가 제 영혼 속에서 깨어나는 것을 막을 수 없게 될테니까요. 마음 같아서는 영원히 버텨보고 싶었지만……어느 순간부터 정신이 버텨주질 못하더군요.”

         

       새로운 회차를 거듭할때마다 밀려드는 정보의 홍수. 단순히 그것을 받아들이는 것만으로도, 그녀가 지불해야 하는 대가는 가볍지 않았다.

         

       세계의 법칙과 정해진 운명을 수도 없이 뒤바꾼 대가를, 그녀는 매 순간 숨을 쉬고 움직일 때마다 지불해야 했다.

         

       어느 순간부터는, 무엇을 위해 그렇게 해야 하는지도 희미해질 정도로…….

         

       “그래서, 결단을 내릴 필요가 있었습니다.”

         

       차분하기 그지 없던 그 음색에, 보기 드물게 희미한 슬픔이 섞여 있었다.

         

       ‘올리비아’의 걸음이 멈추었다.

         

       그녀가 보는 방향에서 다시 하나의 영상이 떠오르고 있었다.

         

       마지막 불살회차.

         

       그 때의 ‘올리비아’가 보였다. 황제 아리아의 모습도, 아우렐리아의 모습도 보였다.

         

       – 방금 뭐라고 했냐? 마신을 소멸시킬 방법을……알아냈다고?

       – 어. 그걸 가능하게 만들려면 너희들의 도움이 필요해.

         

       아리아가 고개를 가로저었다. 옛적에 한계에 도달한 그녀는, 더 이상 다음 회차로 나아갈 수 없었다. 그건 더 이상 자신의 영역이 아니었다. 다음 회차로 넘어가는 순간, 인격이 파편화되어 정신이 망가져버릴 것이다.

         

       – 아리아, 너는 다음 회차로 건너가지 않아도 돼.

       – 으음……?

       – 언짢아하지 말고 들어. 네가 없는 편이 더 나아서 그래.

       – 일단 계획이 뭔지 말부터 해봐. 답답하게 빙빙 돌려서 얘기하지 말고.

         

       아우렐리아의 핀잔에 ‘올리비아’가 고개를 끄덕였다.

         

       – 마신이 될 생각이야.

       – 왜? 아니, 그 전에. 어떻게……?

       – 진리에 도달할 수 있는 자격은, 각 계열별로 단 한 명에게만 주어져. 그렇지?

       – 그렇기야 하지.

       – 신격도 마찬가지야.

         

       자신만만하게, 올리비아는 선언했다.

         

       – 마신을 이루는 본질은 멸망(滅亡)과 종언(終焉). 만약 내가 그보다 더 그의 본질에 가까워진다면……. 내가 마신으로서의 신격을 얻을 수 있어.

       – ……그러러면.

       – 상상도 할 수 없을 정도로, 많은 생을 꺼뜨려야겠지. 그걸 너희들에게 떠넘길 생각은 없어. 그들의 증오도, 원망도 모두 내가 오롯이 짊어질 생각이니까.

         

       아리아의 얼굴이 굳어졌다.

         

       – 왜 내 협조가 필요 없다는건지는 알겠구나. 그를 위해서는 너를 증오할 사람이 한 명이라도 더 필요할테니까. 다만, 아무리 이전 회차의 기억이 없다고 해도 나는 나다. 너를 원망하기 전에 그렇게 행동한 이유부터 알아내려 들 게 분명해.

       – 그건 괜찮아. 아우렐리아가 네 옆에 딱 붙어서 판단력을 흐리게 만들거니까.

         

       츠츠츠츠츳!

         

       거기서, 영상이 끊겼다.

         

       올리비아의 두 눈이 흔들렸다. 그녀가 하는 말이 무슨 뜻인지를 이해했다. 마신이 된다는 말이 무슨 뜻인지.

         

       “역시……불멸성을 봉인했다는 뜻은…….”

         

       ‘올리비아’는 씁쓸한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예. 제 존재에 완전히 이식했습니다. 제 자아가 완전히 소멸하기 전까지는, 마신의 불멸성이 퍼져나가지 못하게 붙잡아둘 수 있지요.”

         

       작금의 마신이 반쪽짜리라는 것도 그런 뜻에서 나온 말일 것이다.

         

       눈 앞의 ‘올리비아’가 무의식 속에서 버티고 있는 이상, 마신이 폭주하는 일은 없을테니까.

         

       “물론 완벽하지는 않았습니다. 본래의 마신도 제 의지대로 통제하지 못했던 불멸성을, 막 신격을 얻은 제가 완벽히 잠재우는 건 불가능에 가까웠으니까요. 그래서 몇 번 폭주하기도 했었지요.”

         

       올리비아의 얼굴이 심각해졌다.

         

       그렇다면, 지금까지 있었던 일들을 설명할 수 있었다.

         

       아가레스가 죽는 그 순간까지 영광스럽다는 얼굴을 했던 것도, 부정적인 감정이 감당할 수 없을 정도로 치밀어올랐던 것도, 정신이 아우렐리아의 단서 속으로 들어갔을 때 육체가 폭주했던 것도.

         

       내 머릿속 깊은 곳에 ‘올리비아’의 의식이 잠들어 있었던 것이다. 마신의 불멸성을 붙잡아 둔 채로.

         

       ‘그런 거였어.’

         

       올리비아는 비틀거리며 몸을 일으켰다. 하나의 육체에, 세 개의 존재가 깃들어 있었다.

         

       자신과 올리비아, 그리고 마신의 불멸성.

         

       ‘그 때 날 구해준 것도…….’

         

       마계에서 눈을 뜨기 전, 느꼈던 아득한 어둠.

         

       그 강력하고 전율적인 마기로부터 도망칠 수 있었던 것은, 자그마한 한 줄기 빛의 인도 덕분이었다.

       

       따스하면서도 낯익은 웃음을 내뱉던 빛.

         

       모두 이것으로 확실해졌다. 몇 가지 의문점이 더 남아있기는 했지만, 그것들까지 물어볼 시간이 없었다.

         

       츠츠츠츠츳…….

         

       ‘올리비아’로부터 불길한 기운이 새어나왔다. 눈처럼 하얗던 그녀의 머리카락은, 어느새 칙칙한 잿빛으로 뒤바뀌어 있었다. 그녀의 머리색은 지금 이 순간에도 점점 어두워지고 있었다.

         

       “……후후. 벌써 이렇게 되어 버렸네요. 생각했던 것보다 시간이 많지 않았던 모양이에요.”

       “방금 내가 선택에 기로에 놓일 거라고 했었잖아. 그건 정확히 무얼 의미하는거지?”

       “말 그대로에요. 어줍잖은 연민을 베풀어 훗날 위협이 될 자를 살려둘지, 결단을 내려 이 자리에서 위험인자를 배제할지.”

         

       올리비아가 피식 웃었다. 애초에 선택권이 있기는 한가?

         

       한쪽 선택지를 강요하는 어투가, 자신과 똑 닮아 있었다.

         

       “지금 널 쓰러뜨리면 되나?”

        “아직은 아니에요. 아직은.”

         

       더 버틸 수 있어요.

         

       ‘올리비아’가 미소지으며 천천히 고개를 가로저었다. 마치, 다짐하는 것 같은 몸짓이었다.

         

       서서히 풍경이 뒤바뀌고 있었다. 하이얀 세계가 깨어지고, 북부의 대평원이 모습을 드러냈다. 사방은 진득한 어둠으로 가득했고, 쉴새없이 비명이 울려퍼졌다.

         

       의식 너머, 현실 세계의 모습.

         

       아무리 불멸성이 봉인된 껍데기뿐이라고 한들, 마신은 마신. 그것도, 수도 없이 초월의 영역에 도달했던 대마법사의 육체에서 비롯된 존재였다.

         

       절대로 호락호락할 리가 없었다.

         

       콰아아아아아!

         

       마신의 날개가 움직인 순간, 검은 천둥이 내리쳤다. 수도 없이 우레가 쏟아졌고, 검은 안개가 물밀듯이 쌓여갔다.

         

       [회귀자, ‘올리비아’를 제압했습니다.]

       [단서 #15를 획득합니다.]

       .

       .

       .

       [메인 퀘스트가 개방됩니다!]

         

       올리비아는 그 메시지를 보았다. 단검으로 스스로의 심장을 꿰뚫었던 그 순간부터 나타나 있었던 메시지.

       

       의도적으로 무시하고 있었는데.

         

       “동료들이 마신의 껍데기를 쓰러뜨리는 그때.”

         

       ‘올리비아’가 천천히 고개를 돌려 나를 보고 있었다.

         

       더 이상의 말은 필요 없었다. 그녀의 다음 말이 무엇일지, 누구보다 내가 잘 알고 있었으니까.

         

       +

         

       클리어 조건 : 마신을 ‘완전히’ 소멸시키세요.

         

       +

         

       마침내, 이 세계의 엔딩이 코앞까지 다가왔다.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오늘도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Ilham Senjaya님!!!!!!!!

    -뚜알기가 조아님 50코인 후원 감사드립니다!!!
    ^^7^^7^^7^^7^^7^^7^^7^^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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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 Became the Witch Who Destroyed the World

I Became the Witch Who Destroyed the World

세계를 멸망시킨 마녀가 되었다
Score 4.0
Status: Ongoing Type: Author: Native Language: Korean

I destroyed the world to see its Annhiliation Ending.

And I possessed my Character Olivia in the game.

However… … .

[The world is rebuilt.] – NPCs killed by you return.

– Princess Aria hates you.

– Sword Saint Kiel wants to slit your throat.

… … Isn’t that a bit of a regressi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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