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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196

       방송을 끝내고 나니 피곤했다.

       

       본인에게 육체적인 피로라는 건 존재하지 않지만 정신적인 피로라는 건 분명하게 실존하는지라.

       

       마지막에 전투 마법사의 튜토리얼을 하면서 생각을 너무 많이 해서 그런가 아무것도 하고 싶지가 않았다.

       

       과연 본인이 보정의 기능을 활용하지 않고 그 과제를 마법만으로 해결 할 날이 올까.

       

       멀구나. 너무도 멀어.

       

       하아. 이럴 땐 역시 치유를 하러 가야지.

       

       정령에게 단호히 거부당하며 상처가 쌓여버린 이 마음을 바루와 놀며 치유해야하지 않겠나.

       

       그리 생각을 하며 화룡무인의 세상으로 들어왔더니 본인의 집무실에서 소리를 높이고 있는 두 사람이.

       

       아니 한 신령과 한 동물이 눈에 들어왔다.

       

       “바루. 언제까지 빈둥거리고만 있을 생각이에요?”

       “빈둥거리는 게 아니라 휴식을 취하는 게다.”

       “그게 그거잖아요!”

       

       백주는 창가에 누워 햇빛을 즐기고 있는 바루를 향해서 잔소리를 하고 있었다.

       

       그를 듣고 있는 바루는 무어라 하던가 말던가 눈을 감은 채 느긋이 대꾸를 했고.

       

       그런 반응에 백주는 더 열이 오르는 듯 목에 힘을 주다가 내 존재를 눈치 채고는 표정을 바꿨다.

       

       “민가님. 오셨군요.”

       “이제와 내숭을 부리는 게 의미가 있느냐?”

       “…그럴 땐 모르는 척 해주시는 게 맞지 않나요?”

       “미안하군. 본인은 그런 걸 싫어해서.”

       

       겉과 속이 다른 인간을 대하는 것은 너무도 귀찮은 일이 말이다.

       

       본인이 엔리라던가 바루 같은 이들을 좋아하는 것도 그런 이유가 있는 것이고.

       

       내가 그리 답을 하자 백주가 얼굴을 살짝 붉히더니 헛기침을 내뱉었다.

       

       “그래서 무엇 때문에 바루를 혼을 내고 있었느냐.”

       “혼을 내다뇨. 단지 좀 조언을.”

       “보통 사람들은 그를 혼을 낸다고 이야기한다.”

       “…바루가 하루 종일 아무것도 안 하고 있어서요.”

       

       흐응?

       

       그러니까 백주의 말은 이러했다.

       

       오늘 아침 이 곳에 와서 바루가 무얼 하는 질 가만 지켜보고 있었는데 밥을 먹고 잠을 자는 것밖에 하지 않는다고.

       

       신령으로써 산을 돌보거나, 그걸 하지 않는다면 도술의 수련이라도 해야 하는데 낮 동안 아무것도 하질 않았다고.

       

       “신령이란 존재가 이래선 안 되는 겁니다!”

       

       백주가 소리를 치는 동안에도 바루는 귀찮다는 듯이 하품을 내뱉을 뿐이었다.

       

       “바루!”

       “그러는 그대도 자신의 산을 내버려 두고 이 곳에 온 것 아니더냐.”

       “그건… 그건…”

       

       바루가 뒷발로 자신의 귀를 긁으며 그리 이야기를 하자 백주의 말문이 막혀버렸다.

       

       그 말이 거짓이라 할 순 없었으니까.

       

       어제 나는 은인에게 화산으로 와 달라고 권유했다.

       

       본인의 부탁이라면 무엇이라도 들어주기로 했던 은인은 흔쾌히 고개를 끄덕였고 그렇게 은인의 이주가 결정 되었다.

       

       그 소식에 가장 큰 충격을 받은 사람은 다른 누구도 아닌 백주였다.

       

       그녀는 아무래도 은인이 떠나가지 않으리라 생각했던 듯 얼마 없는 짐을 싸는 은인을 보고서 당혹스런 표정을 지었다.

       

       ‘정말 가는 거에요?’

       ‘그래. 은혜를 갚아야 하지 않겠나.’

       ‘그럼 저는요?’

       

       혈교가 다시 찾아왔을 경우에 자신은 어찌해야 하냐는 백주의 말에 나도 생각이 복잡해졌다.

       

       본인이야 이 자가 어찌되든 상관이 없지만 백주는 어쨌든 바루의 지인이지 않은가.

       

       그녀가 곤경에 처하면 바루가 슬퍼할 터.

       

       어찌해야 할까 생각을 하던 중 바루가 문득 이런 이야기를 꺼냈다.

       

       ‘그냥 그대도 같이 가면 되지 않나.’

       ‘네?’

       

       바루의 이야기는 이러했다.

       

       어차피 신령은 산에서 떨어져 있어도 자신의 산에서 일어나는 여러 일들을 감지할 수 있다.

       

       그러니 혼자서 산을 지키지 못할 것이라면 화산에 머무르고 있다가 내게 도움을 청하는 편이 낫다.

       

       ‘민가는 먼거리를 단번에 이동할 수 있는 수단을 지니고 있으니 다급한 일에도 대처를 하기가 편하지. 아아. 물론 민가가 허락을 해준단 전제하에다만.’

       

       나로서는 거절할 이유가 없는 제안이었다.

       

       지금 화산의 부지는 크기에 비해 사용하는 사람이 한없이 적은 곳이다.

       

       사람 한 둘이 늘어난다하여 크게 문제가 될 것도 없다.

       

       더욱이 서령산에 혈교가 쳐들어왔을 때 박살을 내주는 것도 본인이 바라는 바라 할 수 있으니.

       

       자신이 머무는 산을 버리고 간다는 사실이 마음에 걸리는 지 백주는 꽤나 길게 고민을 했지만 결국에 나와 함께 가기로 결정을 내렸다.

       

       그 결과 지금 백주가 화산에 머무르게 된 것이다.

       

       자신의 산을 내버려두고 왔단 사실을 못내 맘에 담아두고 있던 백주에게 산을 내버리고 온 것 아니냔 소리를 해버렸으니 백주의 말문이 막히는 게 당연했다.

       

       당황해서 어찌할 줄 모르는 백주를 보고 있던 바루는 한숨을 내쉬곤 몸을 일으키더니 사람의 형상을 취했다.

       

       “미안하구나. 내가 괜한 말을 했다.”

       “네? 아뇨. 아니에요.”

       “그래서 무얼 하자는 거냐.”

       “일단 나율이가 빨리 돌아오게 하기 위해서라도 이 산을 회복시키러 갈 생각인데요.”

       

       나율이라면 지난번의 독도마뱀을 말하는 것인가.

       

       신령은 죽지 않는 존재이기에 언젠가는 돌아온다고 했었지.

       

       “그거라면 하고 있는 게 있다.”

       “있어요?”

       “있다고?”

       

       나와 백주가 동시에 물음을 던지자 바루가 어이가 없다는 듯 우리 둘을 짜게 노려보았다.

       

       

       “그대들은 본인을 무어라 생각하는 겐가.”

       

       아니 그야 방금 백주가 그대에게 했던 잔소리는 대부분 맞는 소리이지 않은가.

       

       본인이 꾸준히 화룡무인 세상에 들리면서 보았던 그대의 모습이라고는 어딘가에서 느긋이 잠을 청하는 그대의 모습 뿐이었거늘.

       

       나와 백주의 떨떠름한 시선에 바루가 한숨을 내쉬더니 따라오라는 말을 했다.

       

       바루가 우리를 데리고 간 곳은 과거 이 세상의 백화령이 화산을 쳐부수며 생겨났던 거대한 공터였다.

       

       천마신공의 여파로 인해 풀한포기 자라나지 않던 땅 위에 여러 식물들의 싹이 피어나 있었다.

       

       “지금 이 화산은 완전히 생기를 빼앗긴 상태다. 그 때문에 땅에 식물을 심는다 하여도 생명을 잃을 뿐 자라나지는 않는다. 그래서 이것들을 자라나게 하는 데에도 고생을 했지.”

       

       바루는 푸른 생명을 품고 있는 것들 사이에서 자랑스러운 듯 어깨를 폈다.

       

       대체 언제 이런 일을 하고 있었던 것일까.

       

       본인이 볼 적에는 화산에서 잠만 자던 아해가.

       

       본인이 이 세상에 없을 적에만 움직인 것인가? 왜?

       

       잘은 모르겠다만 일단 잘한 일이긴 한 고로 바루의 머리를 쓰다듬어 주었다.

       

       그러자 바루의 꼬리가 바람소리를 내며 좌우로 흔들렸다.

       

       “본래는 좀 더 제대로 된 풍경이 되면 보여주려 했다만.”

       “무슨 소릴. 지금도 멋지구나.”

       “그렇느냐?”

       

       이 풍경을 만드는 데 고생을 한 것일까.

       

       바루는 나의 칭찬에 웃음을 흘렸다.

       

       우리가 대화를 나누는 동안에 백주는 숲 안을 돌아다니며 이것저것을 확인하고는 미간을 찌푸린 채 양 손으로 허리를 부여잡았다.

       

       “어제 대충 숲을 둘러보며 생각한 거지만 혈교가 벌이는 짓은 장난이 아니네요. 이런 거대한 산을 이 꼴로 만들다니.”

       “서령 산이 이리 될 뻔 했단 걸 생각하면 섬뜩하지 않으냐?”

       “무척이나.”

       

       백주의 표정이 심각한 것으로 보아 혈교가 벌인 일은 생각보다 산에 커다란 영향을 준 모양이었다.

       

       황무지라는 표현을 사용했다는 건 이 산 전체가 생명이 피어날 수 없는 장소가 될 뻔 했단 이야기인가.

       

       “백주. 그대를 여기에 데려온 것은 이 산을 회복시키기 위함도 있다.”

       “대충 알 것 같네요.”

       “부탁하마.”

       “네. 물론.”

       

       백주는 그리 이야기를 하더니 품 안에서 자그마한 봉 하나를 꺼내었다.

       

       그리고 그녀가 자그마하게 무어라고 중얼거리자 백주를 기점으로 하여 기운이 흘러나와 서서히 대지를 물들인다.

       

       “지금 저 자가 무얼 하는 게냐?”

       “이 산 전체에 축복을 내리고 있는 게다. 오랜 세월을 산 신령인 백주만이 할 수 있는 일이지.”

       

       생기 하나 없던 대지에 조금씩 조금씩 기운이 흘러들어가는 게 보인다.

       

       도술에 있어선 문외한이나 다름없는 본인이지만 저 풍경을 보고 있으면 대단하다는 걸 알 수밖에 없었다.

       

       죽어버린 대지 위에 생기를 강제로 품게 만드는 것이다.

       

       저것은 대지 위에 쓰여진 이치를 새롭게 재편하는 것과도 같으니.

       

       “실로 마법과도 같구나.”

       

       세상의 이치를 무시하고서 그 위에 자신의 뜻을 써내려가고 있으니 저를 마법이 아니라면 무어라 이야길 하겠는가.

       

       “마법?”

       

       마법이라는 걸 알지 못하는 바루가 내 말에 의문을 표했다.

       

       아아. 무림의 사람인 바루에게 마법이라는 비유는 이해하기 어려운 것이겠구나.

       

       그래서 내가 다른 세계의 현상이라며 마법에 대한 설명을 해주었더니 바루가 흥미를 보였다.

       

       “호오. 그는 우리가 사용하는 도술과 정반대를 추구하는구나”

       “반대라니?”

       

       도술 또한 이치 위에 무언가를 덧그리는 것이 아닌가?

       

       그리 생각을 하며 되물었더니 바루가 피식 웃었다.

       

       “그대도 모르는 것이 있긴 하구나.”

       “본인은 어디까지나 무에 관해서 알 따름이다만.”

       “설명을 해주마. 우선 알아야 할 것은 만물의 아래에는 도가 있다는 것이다. 도는 설명할 수 없으나 어디에나 있으며 만물의 생장 소멸 인과를 관장한다.”

       

       도라는 것에 대해 이야기를 하는 바루는 실로 사이비 같았다.

       

       말하는 사람이 사람이라 사실이라는 것을 알지만 어째서 도라는 이야기를 들으면 믿음직스럽지도 못한 것일까.

       

       “네 눈에는 우리가 기적을 일으키는 것처럼 보이겠지만 실은 그저 도의 이치에 기대어 현상을 일으킬 따름이다. 네가 무의 이치를 따라 무공을 펼치는 것처럼.”

       

       크게 보았을 때 도술과 무술은 같은 길을 바라보는 것이라는 설명에 머리가 띵했다.

       

       지난 생을 살 적에는 이런 이야기를 들은 적이 없다만?

       

       아니군. 들을 기회 자체가 없었던 것인가.

       

       본인은 도술사를 그리 좋아하지 않았으니 이야길 들을 생각도 하지 않았잖은가.

       

       …아니 근데 잠깐.

       

       “도가 만물에 깃들어 있다 했느냐?”

       “그래.”

       

       생각을 해보자. 본인은 VR의 세계에서 무를 펼치는 데에 조금의 제약도 얻은 적이 없다.

       

       그 소리는 곧 VR의 세상에서 무의 이치가 그대로 적용된다는 소리다.

       

       바꾸어서 말을 하자면 무의 이치가 적용된다는 것은 도의 이치도 그대로 적용된단 소리 아닌가?

       

       본인이 마력으로 무의 이치를 그려 무를 펼쳤던 것처럼 도의 이치를 그린다면 그 곳에서 도술을 사용할 수 있단 것일 터.

       

       겉으로 보기에는 마법과 도술은 별다른 차이를 보이지 않으니.

       

       도술을 배운다면 본인이 생각했던 마법과 무의 조화를 실현할 수 있단 소리이지 않나?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Ilham Senjaya님 보러 와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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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Heavenly Demon is Broadcasting

The Heavenly Demon is Broadcasting

천마님 방송하신다
Status: Completed Author:
He couldn't pass his habits to others upon his return. The Heavenly Demon remained a martial arti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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