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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19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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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페로몬을 확인할 수 있다면… 모든 게 확실해질 텐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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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런 생각을 떠올리자 자연스럽게 ‘페로몬에 대해 알고 싶다.’라는 생각이 머릿속을 스쳐 지나갔다. 그러자 가슴 속 깊은 곳에서 묘한 직감이 느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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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막 세상에 태어난 아기가 입에 들이밀어지는 걸 쪽쪽 빠는 법을 아는 것처럼 자연스럽게 무언가를 깨달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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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리안은 제 손과 몸을 내려다보며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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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내 몸에 페로몬 범벅이라면… 알 수 있을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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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스를, 마왕을 들여다보던 시선이, 권능이 눈을 떠 스스로의 몸을 내려다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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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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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뭔가를 들여다보고 이해할 수 있게 해주는 권능이니 페로몬이 몸을 뒤덮고 있는지 없는지 정도는 알려주지 않을까?’라는 생각은 몸의 변화에 하얗게 질려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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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뱀처럼 몸을 타고 흐른 권능의 힘이 자연스럽게 리안의 목덜미에 똬리를 틀더니 그대로 스르륵 사라져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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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권능이 사라진 곳엔 낯선 감각이 선명하게 남았다. 슬쩍 목을 더듬는 것과 동시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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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커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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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향수 원액에 코를 박고 깊게 숨을 들이마신 것 같은 진한 향기가 코를 후려쳤다. 리안은 다급히 두 손으로 코를 틀어막은 채 눈물을 주르륵 흘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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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게 무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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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코맹맹이 소리를 내며 연신 눈을 깜빡였다. 입으로는 의문을 토해내고 있었지만, 기민하게 상황이 어떻게 돌아가고 있는지 알아차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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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페로몬을 느끼는 기관이… 생겼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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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페로몬의 존재 여부를 판별해줄 거라 생각했던 권능은 어째서인지 페로몬 그 자체를 느끼고 내보낼 수 있는 기관을 목 옆쪽에 만들어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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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 덕분에 제스가 페로몬을 진하게 묻혀놓았다는 말을 단번에 믿을 수 있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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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숨을 못 쉬겠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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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 영역이라는 걸 표시하는 수단으로 쓴다는 말대로 코를 막는 정도로는 진한 페로몬 속을 버틸 수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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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눈이 맵고 코가 찡했으며 온몸이 욱신거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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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보통 제 반려에게 페로몬을 묻혀놓을 경우, 상대가 괴로워하지 않도록 심혈을 기울여 조절할 필요가 있었다. 하지만 리안은 페로몬을 인지하지 못하는 인간이었기에 제스는 조절 없이 냅다 페로몬을 쏟아부어 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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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 탓에 리안은 괴로움에 몸부림쳤다. 괴로움에서 벗어나고 싶다는 생각이 머릿속을 가득 채우자, 위기에서 각성하는 히어로처럼 목에 자리 잡은 기관의 새로운 사용법을 본능적으로 깨우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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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페로몬으로 덮어야 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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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역 표시가 된 곳을 차지하기 위해선 제 영역이라는 표시를 해야 한다. 제 몸을 덮은 제스의 페로몬을 해결하기 위해선 그보다 많은 양의 페로몬으로 뒤덮어버려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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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리안은 필사적으로 페로몬을 내뿜어 제스의 페로몬을 뒤덮었다. 처음 손으로 숟가락을 쥐고, 연필을 잡을 때처럼 어설프게 페로몬이 흘러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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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설프긴 했지만, 각고의 노력 끝에 제스의 페로몬을 제 페로몬으로 뒤덮는 데 성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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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후우,하아..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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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막혔던 숨을 길게 들이마셨다가 내뱉으며 눈물로 축축하게 젖은 볼을 닦아냈다. 매운 거라도 눈에 들어간 것처럼 눈가가 후끈거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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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후우, 죽는 줄 알았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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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냄새’에 가까운 페로몬은 특이하게도 새로 생긴 기관을 통해 조절할 수 있었다. 제 냄새를 자신보다 강한 이에게 들키면 안 되기에 그리 진화된 건지는 모르겠지만 -… 페로몬을 거둬들이겠다고 생각하자 온몸을 뒤덮고 있던 제 페로몬이 기관으로 돌아오는 게 느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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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만 그런 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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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다른 수인의 페로몬이 어떤 식으로 움직이는지 알 수 없으니 이게 정상인지 아닌지 알 수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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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뭐, 좋은 게 좋은 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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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젠 거부당하지 않을 거라 생각하니 진한 만족감이 밀려왔다. 그와 동시에 외면하고 있었던 생각이 머릿속을 점령하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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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스가 내 몸에 페로몬으로 범벅을 해뒀다는 말은… 제스가 했던 행동들이 고..백이 맞다는거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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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겨우 외면하는 데 성공했던 현실이 다시 눈앞에 드리웠다. 어떻게 노아를 좋아하면서도 제스에게 이성적인 호감을 가질 수 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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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스가 발육이 뛰어난 몸을 가진 만큼 설레거나 신경 쓰이는 것까진 그래, 납득할 수 있었다. 하지만, 노아와 진하게 썸을 타고 있는 이 시점에… 정식 고백만을 남겨놓은 이 시점에 친동생이나 다를 바 없는 제스에게 이성적 호감을 느끼는 건 너무 자신이 쓰레기처럼 느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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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내가 원래 이렇게 밝혔던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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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연애 경험이 몇 차례 쌓이고, 일부다처라는 형태의 사랑도 존재할 수 있다는 걸 알았다면 조금이나마 혼란이 적었겠지만… 누군가와 연애적인 감정을 느낄 때 다른 이성에게 비슷한 감정을 느끼는 건 있을 수 없는 일이며, 일부일처가 사랑의 당연한 형태라고 생각하는 리안에겐 제 감정이 너무나 혼란스러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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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평소였다면 제 감정을 억누르고, 정형적인 틀에 자신을 밀어 넣었겠지만, 이상하리만치 양보가 되지 않았다. 그만큼 리안이 제스에게 느끼고 있는 애정의 크기는 절대 작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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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노아와의 사랑에 확신이 없었다면 제스의 사랑에 곧바로 긍정할 정도로 -… 리안은 제스를 제대로 이성으로 바라보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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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래선 안 된다는 사회적 인식과 그녀를 그저 동생으로만 바라보던 기억이 리안의 발목을 콱 붙잡아 놓아주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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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똑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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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주인님?”
    “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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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리안이 괴로움에 끙끙거리는 사이 시간이 꽤 흐른 듯 제스가 찾아왔다. 식사 시간이 되어도 나타나지 않는 리안의 모습에 걱정이 되어 찾아온 것이다. 리안은 혼란스러운 머릿속이 정리되지 않아 멍한 상태로 문으로 다가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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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끼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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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스.. 좋은 아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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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하룻밤 사이 살짝 초췌해진 얼굴이 부드럽게 미소 지으며 인사를 건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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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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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하지만 돌아오는 대답은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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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그… 제스 내 얼굴에 뭐 묻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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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얼굴이 뚫어질 듯 바라보는 시선에 리안이 얼굴을 더듬으며 어색하게 웃어 보이자, 제스가 리안에겐 잘 보여주지 않는 서늘한 얼굴로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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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누구야?”
   “으응?”
   “누구랑 같이 있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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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스는 성큼 리안에게 다가와 몸을 붙였다. 자기주장이 강한 가슴이 리안의 상체에 짓눌려 뭉개졌다. 황홀한 감촉에 자신도 모르게 감탄이 터져 나오려는 순간, 제스가 거칠게 리안을 밀쳐 오두막 안으로 밀어 넣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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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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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리곤 문을 거칠게 닫아 리안을 문에 밀어붙였다. 순식간에 몸이 돌려져 등 뒤에 문이 닿자 리안이 얼떨떨한 표정을 지어 보였다. 제스는 그런 리안의 어깨를 잡아 아래로 꾹 눌렀다. 단호한 손길에 몸이 엉거주춤 아래로 내려가 제스를 올려다보는 모양새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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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덥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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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스는 리안의 얼굴을 두 손으로 붙잡더니 제 시선 속에 리안을 가둬버렸다. 잔뜩 흥분한 듯 수축과 이완을 반복하는 짐승의 눈이 리안을 집요하게 내려다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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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밤 동안 누구와 있었어?”
    “어..그…나 혼자 있..었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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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몰래 바람을 피우다 걸려 추궁을 당하는 것 같은 분위기에 목소리가 작게 떨렸다. 딱히 잘못한 것도 없는데 심장이 거칠게 출렁거렸다. 제스는 리안의 눈동자 속에 담긴 거짓과 진실, 감정을 읽어내려는 것처럼 숨결이 느껴질 정도로 얼굴을 가까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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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리안의 얼굴 옆으로 붉은 머리카락이 아름다운 장막처럼 드리웠다. 제스의 세계에 갇힌 것만 같아 마른침이 꿀꺽 삼켜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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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평소와 달리 차갑게 느껴지는 표정이 자칫 감탄이 터져 나올 것처럼 섹시해 심장이 덜컹거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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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럼 누구와 함께 있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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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집요한 제스의 질문에 리안은 눈도 깜빡이지 못하고 대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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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쭉… 혼자 있다가.. 아, 이른 아침에 고양이 귀를 한 수인이 찾아왔었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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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콰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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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리안의 말이 다 끝나기도 전에 제스가 눈앞에서 사라졌다. 어느새 몸이 문을 바라본 채 바닥에 주저앉혀져 있었고, 그의 몸을 단단히 받쳐주었던 문은 그대로 뜯겨나가 사라진 상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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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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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순식간에 벌어진 일에 리안이 멍한 얼굴로 제스를 찾았다. 돌아오는 대답은 뭔가가 부서지는 듯한 소리와 수인들이 “어어? 어어엇?! 뭐, 뭐야?!”하고 비명을 지르는 소리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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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몇 번 더 큰 소리가 울려 퍼지고 나서야 정신이 번쩍 들었다. 주저앉아있던 자리에서 일어나고자 손바닥으로 바닥을 밀어내려는 순간, 문밖에서 뭔가가 훅하고 뛰어 들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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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꺄아아악! 살려줘어어!”
    “커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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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낯선 것의 정체는 검은 귀와 검은색 단발머리를 가진 고양이 수인이었다. 꼬리가 펑 하고 커진 고양이 수인은 리안의 품으로 뛰어들었다가 그대로 박박 기어 그의 등 뒤로 숨어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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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덜덜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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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등 뒤에 딱 달라붙은 몸이 가여울 정도로 떨리는 게 느껴졌다. ‘이게 다 무슨 일이래?’라는 생각이 머릿속에 떠오르기 무섭게, 살벌한 기운을 풀풀 풍기는 존재가 뻥 뚫린 오두막 입구에 나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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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흐… 얌전히 나오면 단번에 죽여줄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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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스가 눈을 번뜩이며 손톱을 바짝 세운 채 나타났다. 바위까지 무처럼 잘라낼 수 있는 손톱이 당장이라도 고양이 수인을 베어내고 싶다는 듯, 날 선 손톱 끝이 고양이 수인 쪽을 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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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흐아아악! 주, 죽고 싶지 않아!”
    “어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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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 어느 때보다 화가 난 대장의 모습에 겁을 집어먹은 고양이 수인이 두려움에 시야가 좁아져 리안의 허리를 끌어안았다. 갑작스러운 강한 포옹에 리안이 반사적으로 신음을 흘렸다. 그 모습에 제스가 더욱 손톱을 날카롭게 세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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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자, 잠깐 제스!”
   “..금방 끝나니까 잠깐만 기다리면 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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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스는 완전히 눈이 돌아간 듯 리안의 말에도 멈추지 않았다. 리안은 조금 전, 눈 깜짝할 사이에 사라져버린 제스의 모습을 떠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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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금의 내 몸으론 제스를 말릴 수 없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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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리안이 뭘 해보기도 전에 고양이 수인은 잘게 다져지고 말 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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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다, 당장 제스를 말릴 방법이…! 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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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당황으로 난리가 난 상황 속에서 떠올린 방법은 단 한 번도 해본 적이 없는 행동이라 효과가 있을지 장담할 수 없었지만, 이대로 있다간 고양이 수인이 고/양/이 수인이 될 것 같았기에 곧바로 실행에 옮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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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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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리안이 어설프게 페로몬을 내뿜어 제스를 가볍게 덮자, 그녀가 눈을 동그랗게 뜬 채 행동을 덜컹 멈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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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Ilham Senjaya님 오늘도 재미있게 봐주셔서 감사합니다. 행복한 하루 되세요 :3

리안이 삽질을 하면 제스가 돌격해.

추천과 선작은 사랑입니다.다음화 보기

‘페로몬을 확인할 수 있다면… 모든 게 확실해질 텐데.’

그런 생각을 떠올리자 자연스럽게 ‘페로몬에 대해 알고 싶다.’라는 생각이 머릿속을 스쳐 지나갔다. 그러자 가슴 속 깊은 곳에서 묘한 직감이 느껴졌다.

막 세상에 태어난 아기가 입에 들이밀어지는 걸 쪽쪽 빠는 법을 아는 것처럼 자연스럽게 무언가를 깨달았다.

리안은 제 손과 몸을 내려다보며 생각했다.

‘내 몸에 페로몬 범벅이라면… 알 수 있을 거야.’

제스를, 마왕을 들여다보던 시선이, 권능이 눈을 떠 스스로의 몸을 내려다보았다.

“어..?”

‘뭔가를 들여다보고 이해할 수 있게 해주는 권능이니 페로몬이 몸을 뒤덮고 있는지 없는지 정도는 알려주지 않을까?’라는 생각은 몸의 변화에 하얗게 질려버렸다.

뱀처럼 몸을 타고 흐른 권능의 힘이 자연스럽게 리안의 목덜미에 똬리를 틀더니 그대로 스르륵 사라져버렸다.

권능이 사라진 곳엔 낯선 감각이 선명하게 남았다. 슬쩍 목을 더듬는 것과 동시에 -..

“커흑..?!”

향수 원액에 코를 박고 깊게 숨을 들이마신 것 같은 진한 향기가 코를 후려쳤다. 리안은 다급히 두 손으로 코를 틀어막은 채 눈물을 주르륵 흘렸다.

“이게 무슨…”

코맹맹이 소리를 내며 연신 눈을 깜빡였다. 입으로는 의문을 토해내고 있었지만, 기민하게 상황이 어떻게 돌아가고 있는지 알아차렸다.

‘페로몬을 느끼는 기관이… 생겼어…?’

페로몬의 존재 여부를 판별해줄 거라 생각했던 권능은 어째서인지 페로몬 그 자체를 느끼고 내보낼 수 있는 기관을 목 옆쪽에 만들어버렸다.

그 덕분에 제스가 페로몬을 진하게 묻혀놓았다는 말을 단번에 믿을 수 있게 되었다.

‘숨을 못 쉬겠어…!’

제 영역이라는 걸 표시하는 수단으로 쓴다는 말대로 코를 막는 정도로는 진한 페로몬 속을 버틸 수 없었다.

눈이 맵고 코가 찡했으며 온몸이 욱신거렸다.

보통 제 반려에게 페로몬을 묻혀놓을 경우, 상대가 괴로워하지 않도록 심혈을 기울여 조절할 필요가 있었다. 하지만 리안은 페로몬을 인지하지 못하는 인간이었기에 제스는 조절 없이 냅다 페로몬을 쏟아부어 버렸다.

그 탓에 리안은 괴로움에 몸부림쳤다. 괴로움에서 벗어나고 싶다는 생각이 머릿속을 가득 채우자, 위기에서 각성하는 히어로처럼 목에 자리 잡은 기관의 새로운 사용법을 본능적으로 깨우쳤다.

‘페로몬으로 덮어야 해..!’

영역 표시가 된 곳을 차지하기 위해선 제 영역이라는 표시를 해야 한다. 제 몸을 덮은 제스의 페로몬을 해결하기 위해선 그보다 많은 양의 페로몬으로 뒤덮어버려야 했다.

리안은 필사적으로 페로몬을 내뿜어 제스의 페로몬을 뒤덮었다. 처음 손으로 숟가락을 쥐고, 연필을 잡을 때처럼 어설프게 페로몬이 흘러나왔다.

어설프긴 했지만, 각고의 노력 끝에 제스의 페로몬을 제 페로몬으로 뒤덮는 데 성공했다.

“후우,하아..하…”

막혔던 숨을 길게 들이마셨다가 내뱉으며 눈물로 축축하게 젖은 볼을 닦아냈다. 매운 거라도 눈에 들어간 것처럼 눈가가 후끈거렸다.

“후우, 죽는 줄 알았네.”

‘냄새’에 가까운 페로몬은 특이하게도 새로 생긴 기관을 통해 조절할 수 있었다. 제 냄새를 자신보다 강한 이에게 들키면 안 되기에 그리 진화된 건지는 모르겠지만 -… 페로몬을 거둬들이겠다고 생각하자 온몸을 뒤덮고 있던 제 페로몬이 기관으로 돌아오는 게 느껴졌다.

‘나만 그런 건가?’

다른 수인의 페로몬이 어떤 식으로 움직이는지 알 수 없으니 이게 정상인지 아닌지 알 수 없었다.

‘뭐, 좋은 게 좋은 거지.’

이젠 거부당하지 않을 거라 생각하니 진한 만족감이 밀려왔다. 그와 동시에 외면하고 있었던 생각이 머릿속을 점령하기 시작했다.

‘제스가 내 몸에 페로몬으로 범벅을 해뒀다는 말은… 제스가 했던 행동들이 고..백이 맞다는거네.’

겨우 외면하는 데 성공했던 현실이 다시 눈앞에 드리웠다. 어떻게 노아를 좋아하면서도 제스에게 이성적인 호감을 가질 수 있는가?

제스가 발육이 뛰어난 몸을 가진 만큼 설레거나 신경 쓰이는 것까진 그래, 납득할 수 있었다. 하지만, 노아와 진하게 썸을 타고 있는 이 시점에… 정식 고백만을 남겨놓은 이 시점에 친동생이나 다를 바 없는 제스에게 이성적 호감을 느끼는 건 너무 자신이 쓰레기처럼 느껴졌다.

‘내가 원래 이렇게 밝혔던가?’

연애 경험이 몇 차례 쌓이고, 일부다처라는 형태의 사랑도 존재할 수 있다는 걸 알았다면 조금이나마 혼란이 적었겠지만… 누군가와 연애적인 감정을 느낄 때 다른 이성에게 비슷한 감정을 느끼는 건 있을 수 없는 일이며, 일부일처가 사랑의 당연한 형태라고 생각하는 리안에겐 제 감정이 너무나 혼란스러웠다.

평소였다면 제 감정을 억누르고, 정형적인 틀에 자신을 밀어 넣었겠지만, 이상하리만치 양보가 되지 않았다. 그만큼 리안이 제스에게 느끼고 있는 애정의 크기는 절대 작지 않았다.

노아와의 사랑에 확신이 없었다면 제스의 사랑에 곧바로 긍정할 정도로 -… 리안은 제스를 제대로 이성으로 바라보고 있었다.

그래선 안 된다는 사회적 인식과 그녀를 그저 동생으로만 바라보던 기억이 리안의 발목을 콱 붙잡아 놓아주지 않았다.

똑똑.

“주인님?”

“아…”

리안이 괴로움에 끙끙거리는 사이 시간이 꽤 흐른 듯 제스가 찾아왔다. 식사 시간이 되어도 나타나지 않는 리안의 모습에 걱정이 되어 찾아온 것이다. 리안은 혼란스러운 머릿속이 정리되지 않아 멍한 상태로 문으로 다가갔다.

끼익.

“제스.. 좋은 아침.”

하룻밤 사이 살짝 초췌해진 얼굴이 부드럽게 미소 지으며 인사를 건넸다.

“…”

하지만 돌아오는 대답은 없었다.

“…? 그… 제스 내 얼굴에 뭐 묻었어?”

얼굴이 뚫어질 듯 바라보는 시선에 리안이 얼굴을 더듬으며 어색하게 웃어 보이자, 제스가 리안에겐 잘 보여주지 않는 서늘한 얼굴로 말했다.

“누구야?”

“으응?”

“누구랑 같이 있었어?”

제스는 성큼 리안에게 다가와 몸을 붙였다. 자기주장이 강한 가슴이 리안의 상체에 짓눌려 뭉개졌다. 황홀한 감촉에 자신도 모르게 감탄이 터져 나오려는 순간, 제스가 거칠게 리안을 밀쳐 오두막 안으로 밀어 넣었다.

쾅!

그리곤 문을 거칠게 닫아 리안을 문에 밀어붙였다. 순식간에 몸이 돌려져 등 뒤에 문이 닿자 리안이 얼떨떨한 표정을 지어 보였다. 제스는 그런 리안의 어깨를 잡아 아래로 꾹 눌렀다. 단호한 손길에 몸이 엉거주춤 아래로 내려가 제스를 올려다보는 모양새가 되었다.

덥석!

제스는 리안의 얼굴을 두 손으로 붙잡더니 제 시선 속에 리안을 가둬버렸다. 잔뜩 흥분한 듯 수축과 이완을 반복하는 짐승의 눈이 리안을 집요하게 내려다보았다.

“밤 동안 누구와 있었어?”

“어..그…나 혼자 있..었는데?”

몰래 바람을 피우다 걸려 추궁을 당하는 것 같은 분위기에 목소리가 작게 떨렸다. 딱히 잘못한 것도 없는데 심장이 거칠게 출렁거렸다. 제스는 리안의 눈동자 속에 담긴 거짓과 진실, 감정을 읽어내려는 것처럼 숨결이 느껴질 정도로 얼굴을 가까이했다.

리안의 얼굴 옆으로 붉은 머리카락이 아름다운 장막처럼 드리웠다. 제스의 세계에 갇힌 것만 같아 마른침이 꿀꺽 삼켜졌다.

평소와 달리 차갑게 느껴지는 표정이 자칫 감탄이 터져 나올 것처럼 섹시해 심장이 덜컹거렸다.

“그럼 누구와 함께 있었어?”

집요한 제스의 질문에 리안은 눈도 깜빡이지 못하고 대답했다.

“쭉… 혼자 있다가.. 아, 이른 아침에 고양이 귀를 한 수인이 찾아왔었 -…”

콰앙!

리안의 말이 다 끝나기도 전에 제스가 눈앞에서 사라졌다. 어느새 몸이 문을 바라본 채 바닥에 주저앉혀져 있었고, 그의 몸을 단단히 받쳐주었던 문은 그대로 뜯겨나가 사라진 상태였다.

“제스?”

순식간에 벌어진 일에 리안이 멍한 얼굴로 제스를 찾았다. 돌아오는 대답은 뭔가가 부서지는 듯한 소리와 수인들이 “어어? 어어엇?! 뭐, 뭐야?!”하고 비명을 지르는 소리뿐이었다.

몇 번 더 큰 소리가 울려 퍼지고 나서야 정신이 번쩍 들었다. 주저앉아있던 자리에서 일어나고자 손바닥으로 바닥을 밀어내려는 순간, 문밖에서 뭔가가 훅하고 뛰어 들어왔다.

“꺄아아악! 살려줘어어!”

“커억!”

낯선 것의 정체는 검은 귀와 검은색 단발머리를 가진 고양이 수인이었다. 꼬리가 펑 하고 커진 고양이 수인은 리안의 품으로 뛰어들었다가 그대로 박박 기어 그의 등 뒤로 숨어버렸다.

덜덜덜.

등 뒤에 딱 달라붙은 몸이 가여울 정도로 떨리는 게 느껴졌다. ‘이게 다 무슨 일이래?’라는 생각이 머릿속에 떠오르기 무섭게, 살벌한 기운을 풀풀 풍기는 존재가 뻥 뚫린 오두막 입구에 나타났다.

“흐… 얌전히 나오면 단번에 죽여줄게.”

제스가 눈을 번뜩이며 손톱을 바짝 세운 채 나타났다. 바위까지 무처럼 잘라낼 수 있는 손톱이 당장이라도 고양이 수인을 베어내고 싶다는 듯, 날 선 손톱 끝이 고양이 수인 쪽을 향했다.

“흐아아악! 주, 죽고 싶지 않아!”

“어억..!”

그 어느 때보다 화가 난 대장의 모습에 겁을 집어먹은 고양이 수인이 두려움에 시야가 좁아져 리안의 허리를 끌어안았다. 갑작스러운 강한 포옹에 리안이 반사적으로 신음을 흘렸다. 그 모습에 제스가 더욱 손톱을 날카롭게 세웠다.

“자, 잠깐 제스!”

“..금방 끝나니까 잠깐만 기다리면 돼.”

제스는 완전히 눈이 돌아간 듯 리안의 말에도 멈추지 않았다. 리안은 조금 전, 눈 깜짝할 사이에 사라져버린 제스의 모습을 떠올렸다.

‘지금의 내 몸으론 제스를 말릴 수 없어!’

리안이 뭘 해보기도 전에 고양이 수인은 잘게 다져지고 말 터였다.

‘다, 당장 제스를 말릴 방법이…! 아..!’

당황으로 난리가 난 상황 속에서 떠올린 방법은 단 한 번도 해본 적이 없는 행동이라 효과가 있을지 장담할 수 없었지만, 이대로 있다간 고양이 수인이 고/양/이 수인이 될 것 같았기에 곧바로 실행에 옮겼다.

“…!”

리안이 어설프게 페로몬을 내뿜어 제스를 가볍게 덮자, 그녀가 눈을 동그랗게 뜬 채 행동을 덜컹 멈췄다.


           


I’m the Only One With a Different Genre

I’m the Only One With a Different Genre

나 혼자 장르가 다르다
Score 7.8
Status: Ongoing Type: Author: Released: 2023 Native Language: Korean
In the world of comedy anime, I was living an ordinary life until I became possessed by a dark fantasy novel I was reading before falling asleep. ‘Hahaha! Don’t hold a grudge -..!’ ‘Ugh, cough cough…seriously…my clothes are ruined.’ ‘…!?’ Though I was stabbed in the stomach, I calmly stood up and pulled out the spear. Originally, residents of the comedy world are a race that can be torn into 100 pieces and still come back to life the next day. ‘Stop it! Stop now! How long do you plan to sacrifice me?’ ‘No…I mean..’ ‘I’ve become strong to protect you…what have I become?’ Residents in the comedy world are just a race that vomits blood even if they stub their toe. I never made any sacrifices..but my delusion deepens and my obsession grows. One day, while I was half-imprisoned and taking care of some pitiful kids… ‘Are you the boss?’ ‘Excuse me?’ Before I knew it, I had become the behind-the-scenes boss of a huge underworld organizati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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