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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197

       떠난 줄로만 알았던 불량 학생이 다시 돌아왔다.

       윤채린의 뺨을 때리던 덩치 큰 소녀였다.

       

       으르릉.

       새벽이가 불량 학생에게 이를 드러냈다.

       재빨리 손을 들어 새벽이의 이를 가렸다.

       

       불량 학생이 무서운 건 아니었다.

       내가 모험가이고, 그녀가 평범한 일반 학생이라는 게 문제가 될 뿐이었다.

       

       모험가인 내가 일반인 소녀가 싸운다?

       사람들이 누구 편을 들어줄지는 안 봐도 뻔한 일이었다.

       소녀는 아직 사회의 보호를 받고 있는 미성년자였으니까.

       

       물론 소녀가 일반인이 아닌 모험가였어도 굳이 싸우지는 않았을 터였다.

       어떠한 상황에서도 싸움은 최대한 피하는 게 좋았다.

       

       “저, 저기···”

       

       우물쭈물, 소녀의 앞에서 손가락을 꼼지락거렸다.

       덕분에 막혔던 새벽이의 입이 자유를 되찾았으나, 새벽이는 더이상 으르렁거리지 않았다.

       

       “너는···”

       

       나를 본 소녀의 입이 헤 벌어진다.

       입에 물려있던 불이 붙지 않은 담배가 아래로 툭 떨어졌다.

       

       갑작스러운 등장에 놀란 건 나뿐만이 아닌 것 같았다.

       소녀도 나처럼 당황스러움을 내보이고 있었다.

       그녀의 입장에선 갑작스레 난입한 건 나일 테니까.

       

       이러면 별탈 없이 지나갈 수도 있겠다.

       희망적인 생각을 했으나, 얼마 지나지 않아 희망은 무참히 깨져버리고 말았다.

       골목길 너머로 떠나가버린 불량배들의 목소리에 의해서.

       

       “시바 무슨 라이터가 없냐.”

       

       “윤채린한테 사오라고 시켜.”

       

       “걔 그지라 돈 없을걸?”

       

       “아··· 나 지폐 깨기 싫은데.”

       

       “카드는 안 써?”

       

       “카드로 사면 내역 남잖아.”

       

       뒤섞인 남녀의 목소리와, 발걸음 소리.

       그 중 가장 처음으로 모습을 드러낸 남자가 짜증스럽게 말했다.

       

       “야, 너희 돈 가진 거 있냐?”

       

       너가 아닌 너희.

       여기에 있는 모든 이에게 하는 말이었다.

       윤채린과 불량배 소녀에게만 말하는 것인지, 우리까지 포함된 건진 알지 못했다.

       그래서 일단 가지고 있는 돈을 전부 꺼내기로 했다.

       돈 몇 푼으로 싸우지 않고 넘어갈 수 있다면 제일 좋았으니까.

       

       윤채린을 도와야 한다는 이유도 있었다.

       

       “이, 이거, 제 전 재산인데···”

       

       다 합쳐서 이천칠백 원.

       동전을 바라본 남학생의 눈이 빛났다.

       명찰에 적힌 이름은 조유찬이었다.

       

       “오, 주는 거냐?”

       

       “네, 네에···”

       

       “고맙다, 좋은 일에 쓸게.”

       

       낄낄거리며 손을 뻗는 조유찬을, 덩치 큰 소녀가 제지했다.

       어쩐지 조금 불안에 잠긴 눈빛이었다.

       

       “야, 잠깐만.”

       

       “왜? 돈 준대잖아.”

       

       “아니···”

       

       소녀가 이리저리 주변을 살펴보았다.

       곁에선 레비나스는 울먹이는 소리를 냈다.

       

       “레비나스의 붕어빵이···”

       

       “미, 미안··· 우리 붕어빵 나중에 먹자···”

       

       견학 후에 붕어빵을 사 먹기로 한 돈이었으나, 지금은 상황을 무마시키는 게 우선이었다.

       돈을 가져가라며 손바닥을 앞으로 쭉 내밀자, 남학생이 천원 한 장을 집어들었다.

       

       “라이터가 얼마···”

       

       “야! 너희 뭐 하는 거야!”

       

       저 멀리서 들려오는 우렁찬 목소리.

       거리가 있음에도 귀가 찢어지는 듯한 소리가 났다.

       

       깜짝 놀라 귀를 내리눌렀다.

       미처 잡지 못한 동전들이 짤랑 소리를 내며 바닥으로 쏟아졌다.

       

       “우, 우와···”

       

       목소리 되게 크다.

       파들파들 떨며 소리가 들려온 곳을 돌아보았다.

       조금 전에 보았던 미술 선생님의 얼굴이 도깨비처럼 붉어져 있었다. 

       

       “고등학생씩이나 돼서, 애들 돈을 뜯어?!”

       

       “아, 뭐 천원 가지고 그래요.”

       

       조유찬이 저리 가라며 손을 휘휘 손을 내 저었다.

       선생님에게 할만한 태도는 아니었다.

       

       ‘세상에.’

       

       요즘 애들 무섭다더니만 진짜 무섭구나.

       조유찬의 태도에 화가났는지, 선생님이 인상을 찌푸렸다.

       

       “너 잠깐 이리 와봐.”

       

       “아, 진짜.”

       

       조유찬이 저 멀리 질질 끌려갔다.

       우리는 멍하니 그 뒷모습만 지켜보았다.

       멀리 떨어져 있으나, 수인족의 귀는 대화를 다 들을 수 있었다.

       

       “유찬아, 너 언제까지 그렇게 세상 무서운 줄 모르고 살건데. 그러다가 진짜 큰일 나는 거야.”

       

       “제가요?”

       

       피식.

       조유찬이 비웃음을 내보였다.

       자신감이 묻어 나오는 웃음이었다.

       

       ‘뒷배가 있나 보다.’

       

       그것도 엄청 큰 뒷배가.

       괜히 건드려선 안 되는 인물인 것 같았다.

       

       “아버지 등에 업고 날뛰다가 큰코다치는 거야 인마.”

       

       “아, 좀 가세요. 제가 알아서 하니까.”

       

       “너··· 아니, 됐다. 직접 겪어보는 게 낫겠지.”

       

       하아.

       한숨을 내쉰 선생님이 우리를 돌아보았다.

       그가 마른 세수를 하면서 우리에게 다가왔다.

       

       “오늘 견학은 여기까지 해야겠다.”

       

       “네, 네에···”

       

       “무서운 일 겪게 해서 미안하다.”

       

       선생님의 등장으로 사건이 대충 해결되었다.

       나는 겁에 질려있는 레비나스를 달래주기로 했다.

       

       “레비나스, 우리 붕어빵 먹을 수 있겠다.”

       

       “응···”

       

       레비나스의 심장이 콩닥거린다.

       놀란 그녀를 꼭 안아주려는 순간이었다.

       

       “저, 저기 있잖아···”

       

       윤채린이 내 어깨를 톡톡 두드렸다.

       뺨이 부풀어 올랐음에도, 어색한 미소를 짓고 있었다.

       

       “말려들게 해서 미안해. 우리 집에서 붕어빵 파는데, 혹시 먹을래?”

       

       “붕어빵···!”

       

       레비나스의 귀가 쫑긋 솟아올랐다.

       새벽이도 비슷한 느낌이었다.

       말 한마디로 아이들의 기분을 풀어주다니, 좋은 사람이었다.

       

       “수업 시간인데 괜찮나요?”

       

       “으, 응··· 조퇴하고 집에 가서 약 바르게.”

       

       “아···”

       

       포션이 아닌 약인 건가.

       나는 조용히 고개를 끄덕여 주었다.

       

       “같이 갈래···?”

       

       “네에.”

       

       선한 사람과 인연을 맺는 건 좋은 일이었다.

       붕어빵을 먹으러 그녀를 따라가 보기로 했다.

       

       

       **

       

       

       여명길드 회의실.

       팀원들과 한창 회의 중이던 한여름의 스마트폰이 진동했다.

       

       ‘상아씨네?’

       

       회의 중이라는 걸 아는데 전화를 걸다니.

       문제가 발생한 게 분명했다.

       

       “여보세요?”

       

       -아···! 여름님···!

       

       다급하다.

       회의 중임에도 한여름은 귀를 기울일 수밖에 없었다.

       

       “무슨 일이세요?”

       

       -그, 그게 말이죠! 겨울이가, 아이들이 학교에서 돈을 빼앗겼대요!

       

       “네···?”

       

       이게 대체 무슨 소리일까.

       이런 일 당하게 하지 말라고 학교에 돈까지 쥐여 준 건데.

       한여름은 저도 모르게 입술을 깨물었다.

       

       -아이들 도와주다가 다친 학생도 나왔다네요.

       

       “지금 애들 어디 있는 줄 아세요?”

       

       -네. 도와준 학생 집으로 갔대요. 애들이 많이 놀랐나 봐요.

       

       “아··· 감사합니다. 일단 저도 한 번 알아볼게요.”

       

       통화를 종료하자, 다른 길드원들이 한여름을 돌아보았다.

       그중에는 길드 마스터 강진호도 있었다.

       

       “무슨 일인데?”

       

       “그게, 겨울이가 학교에서 삥 뜯겼다는데요?”

       

       “···뭐?”

       

       학교 선생들은 대체 뭘 하는 거야.

       강진호의 미간에 핏줄이 드러났다.

       

       그리고 그 모습에 회의실 내부에 있는 이들은 모두 직감할 수 있었다.

       오늘 회의는 여기까지라고.

       

       여명 길드에서 겨울이에 관한 일보다 중요한 일은 단연컨대 없었다.

       

       

       **

       

       

       인적드문 골목길에 세워진 포장마차.

       그 앞에선 윤채린이 얼굴을 붉히며 웃었다.

       

       “조금 낡았지? 이래 봬도 안은 깨끗해. 매일 청소하거든.”

       

       “음···”

       

       딱히 낡지 않았다.

       내 천막은 꿰맨 데만 수십 곳이었으니까.

       레비나스도 나와 비슷한 생각을 했는지, 딱히 신경 쓰지 않고 포장마차 내부로 달려 들어갔다.

       

       “붕어빵이닷!”

       

       포장마차 내부에는 흰 머리의 할머니께서 장사를 하고 계셨다.

       윤채린의 얼굴을 본 할머니의 안색이 새파래졌다.

       

       “아이구, 채린아 얼굴이 왜···”

       

       “체육 시간 때 공에 맞았어요. 저 운동신경 안 좋은 거 아시잖아요.”

       

       “아유, 조심좀 하지···”

       

       할머니를 걱정시키지 않기 위해 거짓말을 하는 건가.

       눈치를 보던 우리는 모르는 척 해주기로 했다.

       

       “할머니, 여기 아이들이 집까지 부축해 줬어요.”

       

       “그려? 착하기도 하지.”

       

       인자한 미소를 지은 할머니께서 우리에게 붕어빵을 하나씩 건네주었다.

       붕어빵을 받아든 레비나스가 뿔토끼 눈을 떴다.

       

       “붕어가 왜 안 들어 있냐?!”

       

       “레비나스, 붕어빵엔 원래 붕어 안 들어가.”

       

       “그러냐?!”

       

       잔뜩 실망한 모습이다.

       붕어빵을 건네준 할머니 앞에서 지을만한 표정이 아니었다.

       

       “붕어 없어서 실망했어?”

       

       “웅··· 왕이들이 물고기 좋아하는데···”

       

       아하.

       나와 새벽이를 위해 붕어빵을 먹자고 한 거였구나.

       물고기에 환장하는 우리였으니까.

       물고기가 없다는 걸 알게 되면 실망할 수밖에 없었다.

       

       “괜찮아. 붕어빵은 물고기 없어도 맛있거든.”

       

       “그러냐···?”

       

       “응. 먹어봐.”

       

       내 권유에 레비나스가 붕어빵을 깨물었다.

       우물우물 입을 움직이던 레비나스의 귀가 쫑긋 솟아올랐다.

       

       “마시따!”

       

       폴짝폴짝-

       레비나스가 좁은 포장마차를 뛰어다녔다.

       새벽이도 꼬리를 잔뜩 흔들고 있었다.

       

       붕어빵이 맛있긴 하지.

       근데 여긴 붕어빵 말고 다른 것도 파네.

       

       냠-

       다른 먹거리를 구경하며 붕어빵을 입에 무는 순간이었다.

       포장마차 밖에서 이쪽을 향해 다가오는 발소리가 들려왔다.

       

       손님인가.

       붕어빵을 입에 문 채, 포장마차 밖을 바라보았다.

       포장마차의 비닐 문을 열고 들어선 이는 다름아닌 조유찬이었다.

       

       “여기 있었네?”

       

       낄낄.

       장난기 머금은 입꼬리가 잔뜩 올라가 있다.

       선생님에게 혼난 게 우리 탓이라 생각하고, 복수하러 온 건가.

       참으로 성격 나쁜 사람이었다.

       

       “학생, 우리 채린이랑 친구야?”

       

       “네, 친구예요 친구.”

       

       휙휙-

       조유찬이 귀찮다는 듯이 할머니에게 손을 휘저었다.

       예의 없는 행동이었으나, 할머니는 친구라는 사실에 기쁨을 표하고

       

       “우리 채린이가 친구를 데려오는 건 또 처음이네.”

       

       “채린이가 친구가 많이 없긴 하죠.”

       

       당사자의 앞에서 저런 소리를 하는 건가.

       나는 입에 문 붕어빵을 먹지도 못하고, 채린의 눈치만 살폈다.

       그녀의 말아쥔 주먹이 부들부들 떨리고 있었다.

       

       그리고 그때.

       나는 느낄 수 있었다.

       저 멀리 있는 익숙한 인기척을.

       

       마스터랑, 한여름이랑, 최진혁이랑, 정유나랑···

       상당히 많다.

       혹시 우릴 만나러 온 건가?

       근데 왜 오지 않고 멀리서 서성이기만 한 거지?

       

       이해 불가능한 상황에 붕어빵 꼬리만 매만졌다.

       따듯했던 붕어빵이 조금씩 식어가기 시작했다.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Ilham Senjaya님 오늘도 읽어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댓글 추천 또한 정말 감사합니다! 언제나 힘이 되네요!

    습격할 기회를 보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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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 Was Kidnapped By The Strongest Guild

I Was Kidnapped By The Strongest Guild

최강 길드에 납치당했다
Score 8.6
Status: Ongoing Type: Author: Released: 2023 Native Language: Korean
When I opened my eyes, I was in a den of monster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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