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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197

        기본적으로 내 외형은 ‘황금’ 덩어리로 보인다.

        남편에게 물려받은 ‘용금’을 몸에 빈틈없이 두르고 있으니, 당연히 그렇게 보이는 것이겠지.

        그리고 이 ‘황금색’은 제법 눈에 띄는 색깔이었다.

       

        그것은 우주에서 ‘우주선’인 척을 하는 현재에도 적용되는 부분이었다.

        레이지의 용병단이 ‘캡틴 골드’라는 이름으로서 유명해진 데에는, 우주선인 척을 하는 내 본체의 지분이 상당 부분을 차지하고 있으리라.

        그리고 눈에 잘 띈다는 것은 고용주들에게 어필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지만, 반대로 전투 시에는 적들에게 잘 보인다는 단점도 가지고 있었다.

       

        “좋아. 잘 숨었네.”

       

        “에이. 우리가 이렇게 숨은 게 몇 번인데.”

       

        = 이젠 척하면 척이죠.

       

        “…….”

       

        ……여기가 ‘우주’만 아니었다면 말이다.

       

        아무리 황금이 눈에 띄면 뭐 하는가?

        사방이 깜깜한 우주 공간에서는 황금을 빛나게 해 줄 ‘광원’이 거의 존재하지 않는다.

        게다가 설사 광원이 존재하는 ‘성계’라고는 하더라도, 기본적으로 ‘광년’이라는 단위를 사용하는 우주 공간에서는 어지간한 것들은 전부 ‘점(点)’으로 보일 뿐이다.

        색깔 따위는 볼 수도 없다는 뜻이다.

       

        그나마 근접해서 광학 무기를 쏘아댈 때는 색깔 구분이 되겠지.

        하지만 그쯤 되면 이미 눈에 띄고 말고를 따질 상황이 아니게 된다.

        ……라고 예전에 레이지에게 설명을 들었던 기억이 새삼 떠오른다.

       

        “좋아. 그럼 작전을 시작한다.”

       

        “오우!”

       

        “예이!”

       

        = 알겠습니다.

       

        힘차게 대답한 크루들이 각자의 자리에서 움직이기 시작했다.

        우주선에서 정찰용 드론들이 소행성대로 뿌려지고, 레이더가 작동되며 소행성대를 훑기 시작한다.

        우주선에서 직접 조종하는 방식의 드론이 아닌, 미리 입력된 프로그램대로 움직이는 자율형 정찰 드론이었다.

       

        효율성으로 따지면 우주선에서 직접 조종하는 방식이 훨씬 나을 것이다.

        하지만 이곳은 드넓은 우주 공간.

        소행성들이 무수히 늘어선 ‘소행성대’라고 하더라도, 일반적으로 소행성과 소행성 사이는 어마어마한 거리 차이가 존재한다.

        즉, 이 소행성대를 전부 훑어보기 위해서는 몇백 년이 걸릴 수도 있다는 뜻이다.

       

        그런 환경에서 직접 조종 방식이 얼마나 비효율적인지는 말하지 않아도 짐작할 수 있다.

        아무리 기술이 발전하더라도, ‘과학’만으로는 ‘거리’의 한계를 뛰어넘기란 쉬운 일이 아니니까.

        그렇기에 직접 조종 방식이 아닌, 자율 기능이 달린 드론을 사용하는 것이었다.

       

        참고로 나는 뛰어넘었다.

        왜냐하면 나에게는 ‘마법’이라는 기술이 존재했으니까.

        물론 크루들은 모른다.

       

        “이젠 기다리는 일만 남았네.”

       

        “그러게.”

       

        “가서 밥이나 먹을까?”

       

        드론이 적당한 흔적을 찾기 전까지는 할 일이 없다.

        그렇기에 크루들은 자연스럽게 흩어지기 시작했다.

       

        “라나~! 우리 같이 밥 먹어요!”

       

        “그러자꾸나.”

       

        나는 나를 부르는 에이미의 말에, 먹고 있던 과자를 재빨리 먹어 치웠다.

        이제 밥 먹어야지.

       

       

        *            *            *

       

       

        – ㅋㅋㅋㅋㅋ

        – 뭔가 급박한데, 급박하지 않은 느낌이넼ㅋㅋㅋ

        – ㅋㅋㅋㅋ

        – 와. 하긴. 우주 스케일이면 저럴 만도 함.

        – ㅋㅋㅋㅋㅋㅋㅋ

        – 뜻밖에 널널하군요?

       

        시청자들의 말에, 나는 고개를 끄덕여주었다.

       

        “워프 게이트와 워프 드라이브라는 발명 덕분에 우주 단위로 교류가 일어날 수는 있었으나, 그렇다고 우주라는 공간의 크기가 줄어든 것은 아니지 않느냐.”

       

        거시적인 관점으로는 거리를 좁혔다고 할 수 있겠으나, 미시적으로는 오히려 거리가 늘어났다고 할 수 있었다.

        그렇기에 우주에 진출한 문명은 어지간해서는 느긋하게 일을 처리하는 문화가 생겨날 수밖에 없었다.

        왜냐하면 우주라는 공간이 너무 넓으니까.

       

        – 아하

        – 영화에서는 맨날 빨리빨리 진행되던데.

        – 실제로 보면 저렇구나.

        – 의외네.

        – 상상 이상이넼ㅋㅋㅋ

        – ㅋㅋㅋㅋ

        – 그런데 말이 안 되는 것은 아닌 것 같음.

       

        “그렇게…… 대략 한 달 정도였던가? 그보다는 좀 안 되었을 때였단다.”

       

        중간중간 다른 해적들을 때려잡기도 하고, 소행성대에 숨어 있던 해적 본 거지를 털기도 하고.

        그렇게 약 한 달 정도 소행성대에서 매복하고 있었을 때였다.

       

        “마침내 우리는 목표로 하던 해적들의 소굴을 찾아낼 수 있었단다.”

       

        오버벨 회사의 신무기 정보를 빼돌린 산업 스파이가 숨어든 해적 본 거지를 찾아낸 것이다.

        최대 석 달까지도 각오하고 있었던 일행에게는 호재였다.

       

        “다만 문제는…….”

       

       

        *            *            *

       

       

        “저건 이즈벨 후작의 사병들인가?”

       

        “골치 아프네.”

       

        조종실에 모인 일행들은, 정찰 드론이 보내온 정보를 확인하며 얼굴을 구겼다.

        생각보다 빠르게 목표물을 찾았다는 것은 좋은 일이었으나, 문제는 이즈벨 후작의 사병들 역시 목표물을 찾았다는 것이었다.

        이즈벨 후작의 사병들 몰래 신기술을 빼돌릴 생각이었던 일행들의 생각과는 전혀 다른 상황이었다.

       

        = 어떻게 할까요 캡틴?

       

        “…….”

       

        필립의 질문에 레이지의 고민이 깊어지기 시작했다.

        모두가 숨죽이고 우두머리의 결정을 기다리는 그 순간.

        고민을 끝낸 그가 말했다.

       

        “에코. 이 주변 지도를 띄워줄래?”

       

        = [실행하겠습니다.]

       

        띠링!

       

        정찰 드론이 파악한 근처의 지형이 화면에 떠오른다.

        주변을 떠다니는 소행성의 움직임, 위치, 궤도가 나타난다.

       

        “72시간 이후로.”

       

        띠링!

       

        레이지의 말에 지도가 형태를 바꾼다.

        물론 큰 변화는 없었지만, 몇몇 소행성들의 위치가 미묘하게 변한 것이 보였다.

        그런 지도를 여러 방향으로 돌리며 살피기 시작하는 레이지.

       

        그렇게 지도를 살피던 그가 입을 열었다.

       

        “좋아. 이렇게 하자.”

       

        그의 입가에 미소가 지어지기 시작했다.

       

       

        *            *            *

       

       

        기본적으로 레이지의 전술은 크게 두 가지로 나뉜다.

        레이지 본인의 조종 실력을 이용한 ‘무쌍 작전’, 그리고 ‘디코이’와 가지고 있는 자원을 이용한 ‘교란 작전’이 그것이다.

       

        ‘무쌍 작전’일 경우에는 크게 고민하지 않는다.

        그저 레이지의 실력과, 크루들의 수명(?)을 조금 소모할 뿐이지.

        왜냐하면, 저런 상황은 보통 레이지가 머리를 굴릴 필요도 없는 경우이기 때문이다.

        해적 소탕 작전에 들어간다던가, 의뢰인의 작전을 따르기만 한다던가 말이다.

       

        반면 ‘교란 작전’을 펼쳐야 하는 경우는 조금 다르다.

        그 경우는 상황이 좋지 않은 경우…… 이를테면 일 대 다수의 전투를 벌여야 하는 경우다.

        마치 얼마 전 황자파의 습격을 받았을 때처럼 말이다.

        그렇기에 숫자의 차이를 좁히기 위하여 지형을 이용하고, 디코이를 이용하는 것이다.

       

        그리고 이번과 같은 경우에도 레이지는 잘 사용하는 ‘교란 작전’을 사용하기로 했다.

       

        = 전 디코이, 전부 제 위치로 도착했습니다.

       

        “웨폰 시스템 올 오케이!”

       

        “엔진 상태 최상! 언제든 날뛰어도 돼!”

       

        “적들의 위치 역시 예측 내입니다.”

       

        크루들의 보고가 이어진다.

        그리고 크루들의 모든 보고가 끝났을 때, 레이지는 환한 미소와 함께 조종간을 잡았다.

       

        “좋아! 작전 시작이다!”

       

        동시에 우주선이 움직이기 시작했다.

       

        가장 먼저 움직인 것은, 해적들이 주거지로 사용하고 있었던 대형 소행성 내부에 숨어 있던 소형 드론이었다.

        커다란 소행성 덩어리의 내부를 파내고, 그곳에 간단한 주거 시설을 건설하여 만들어낸 작은 콜로니와 비슷한 시설.

        그 내부에 몰래 숨어 들어간 소형 드론이, 우주선에서 발신된 암호화 된 신호를 받은 순간 움직이기 시작했다.

       

        해적들이 많이 모여드는 성계에서는 뜻밖에 흔히 볼 수 있는 시설이기도 하다.

        수많은 소행성들이 널려 있는 소행성대에서, 저 정도 크기의 소행성은 뜻밖에 흔하게 볼 수 있는 것이었으니까.

        은신처로는 딱이겠지.

       

        하지만 아무리 잘 꾸몄어도, 결국에는 부족함이 있을 수밖에 없었다.

        그야 해적들이 구할 수 있는 물건이 얼마나 좋겠는가? 해적들이 구사할 수 있는 기술력이 얼마나 좋겠는가?

        그리고 그 틈을 파고든 소형 드론은, 결국 일을 내고 말았다.

       

        퍼어어어어어엉!!!

       

        진공 상태인 우주 공간에 소리가 울려 퍼질 리는 없었으나, 우주 해적의 본거지에서 일어나는 폭발은 무의식적으로 폭발음을 떠올릴 정도로 화려했다.

        나 역시 무의식적으로 폭발음을 떠올릴 정도였으니, 다른 인간들 역시 마찬가지겠지.

       

        “좋아! 나온다!”

       

        소형 드론이 폭발을 일으킨 곳은 콜로니의 공기 정화 장치가 있었던 곳이었다. 

        당연히 본 거지에 숨어 있던 해적들은 황급히 자신들의 우주선을 타고 우주 밖으로 튀어나올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그 동시에…….

       

        퍼어엉!!

       

        콰앙!

       

        이즈벨 후작의 사병들이 진행하던 방향의 소행성들이 폭발했다.

        미리 드론을 통해 폭발물을 설치하고, 타이밍에 맞추어 폭발시킨 것이었다.

        물론 그런 폭발로 후작의 사병들에게 피해를 줄 정도는 아니었지만…….

       

        “눈에는 잘 띄거든.”

       

        레이지의 중얼거림대로, 해적들은 우주 공간 밖으로 나오자마자 눈에 띄는 폭발에 그곳으로 날아가기 시작했다.

        당연히 몰래 다가가 기습하려던 사병들은 당황했다.

        하지만 어쨌든 사병은 사병.

        금세 능숙하게 해적들을 상대하기 시작했다.

       

        “그런데 용병은 범죄를 저지르면 안 된다고 하지 않았느냐?”

       

        “에이. 괜찮아. 안 들켜 안 들켜.”

       

        내 물음에 레이지가 씨익 미소를 지었다.

        어차피 저 폭발은 사병들이 있던 곳보다 거리가 있는 곳에서 폭발한 데다, 폭발의 위력도 낮다나?

        어디까지나 ‘신호’용으로 설치한 것이라고 한다.

       

        “게다가 우리가 설치했다고는 생각 못 할 거야. 해적들의 부비트랩 정도로 생각하겠지.”

       

        어차피 들키지만 않으면 된다며, 레이지는 피식 미소를 지었다.

        참으로 옳은 말에,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기계 생명체인 ‘필립’과 AI인 ‘에코’가 똑같은 방식(‘=’를 사용하는 것)을 사용하는 것 때문에 헷갈리시는 것 같기에, 에코의 말하는 방식을 조금 변경하였습니다.

    월요일에 뵈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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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ragon’s Internet Broadca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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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래곤님의 인터넷 방송
Status: Ongoing Author:
Fantasy, martial arts, sci-fi... Those things are usually products of imagination, or even if they do exist, no one can confirm their reality. But what if they were true? The broadcast of Dragon, who has crossed numerous dimensions, is open again today. To tell us his old stori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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