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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197

       [아리야아]

       [혹시 내일 와?]

        

       [당연하죠!!!! 😠]

       [저 플래카드도 만들었어요]

       [(사진)]

       [(사진)]

       [(사진)]

       [어때요??]

        

       [아]

       [음]

       [본격적이구나]

        

       [5개 만들었어요!]

       [언니도 드릴게요 🥰]

       [도적 안 하시니까 최고에요 도적도적은 안 되고]

       [(사진)]

       [이거 어때요???]

        

       [그]

       [사실]

       [예나 좀 자제시키자는 취지로 한 연락이었거든……]

       [하긴 하더라도 예나는 좀 뒤로 빠지거나]

        

       [네??]

       [왜요……?]

        

       [예나 신상 문제도 있고]

       [사람들은 팬미팅으로 생각하고 있는데]

       [그 와중에 얜 혼자 진심 시위 준비중이잖아……]

        

       [엥]

       [누가 봐도 진심 시위 맞지 않아요??]

        

       ‘……도적에 무슨 마기가 흐르나?’

        

       다람쥐를 연상시키던 무해한 소녀는 대체 어디로 간 건지. 별포크, 아리는 뉴스에서나 보던 시위용 피켓 사진을 몇 장이나 보내오고 있었다.

        

       어째서인지, 그게 더 이상 돌이킬 수는 없다는 명확한 신호처럼 느껴지더랬다.

        

       이렇게 된 이상, 일찍 가는 수밖에 없었다. 일찍 가서, 적당히 유쾌하고 시끌벅적한 행사나 이벤트 느낌으로……잘 설득하면 되지 않을까.

        

       ‘아크’의 팬들은 찾아와줄 테니 사인할 수 있게 전용 사인지도 준비해오겠다고 했던가. 네 것이 부족하지 않겠냐고 묻자, 자신은 유동몰이에 특화된 스트리머라 찾아올 팬까지는 없을 거라고 단언하더랬다.

       

       예나 본인을 보러 올 팬이 수백배, 어쩌면 수천배는 많을 거라는 생각은 조금도 하지 않고 있는 듯한 태도. 진희는 아직도 예나가 스스로를 그리 저평가하는 이유를 도무지 이해할 수 없었으나- 어쩌겠는가.

        

       더 좋아하는 사람이 지는 싸움처럼, 더 걱정 많은 사람이 지는 싸움도 있는 법이다.

        

       진희는 마지막으로 짐을 다시 확인했다. 큼지막한 선글라스에 마스크, 그리고 깊게 눌러쓸 수 있는 모자. 모두 예나를 위한 것이었다. 혹시라도 무방비하게 올 경우에 대비해서 챙겨 둔.

        

       ‘헬멧……가져갈까.’

        

       여차하면, 일단 만나자마자 헬멧부터 씌워버리면 어떻게든 될 것 같기도 했다.

        

       ‘사람이 모여봐야 얼마나 모이겠어. 시작시간은 12시로 공지했으니, 아무리 그래도 11시 30분 언저리는 되어야 몇 명 정도 호기심에 올 거고……현실적으로 평일에 그렇게 많은 사람들이 올 리가 없지. 거기에, 얼굴 숨기면 알아보기도 힘들 거고…….’

        

       그리 생각하면 크게 걱정할 건 없을 것 같으면서도.

        

       ‘얼굴, 숨기면…….’

        

       미묘한 불안감은, 어째서인지.

        

       * * * *

        

       [GP오소독스: 레반아]

       [GP오소독스: 방송중? 바빠?]

        

       [레반: 아닙니다!]

       [레반: 무슨 일이세요?]

        

       [GP오소독스: 아니 다른 건 아니고]

       [GP오소독스: 내일 그 시위 너도 가나 해서]

        

       (레반 님이 메시지를 입력 중입니다…….)

        

       [레반: 네 안타깝게도]

       [레반: 갑니다]

       [레반: 포기를 못 시켰으니 억제라도 시켜야 해서요]

        

       [GP오소독스: 역시]

       [GP오소독스: 아니 그거 좀 물어볼게 있는데]

        

       [레반: 네 형]

        

       [GP오소독스: 그거 진짜 시위야?]

       [GP오소독스: 우리 막내가 지금 그거 가야되니까 휴가 달라고 투쟁 중인데]

       [GP오소독스: 비시즌이니 휴가는 당연히 나올 텐데]

       [GP오소독스: 진짜 게임사 상대로 하는 시위면 프로게이머가 가는 건 말도 안 되잖아]

       [GP오소독스: 그냥 컨셉이고 사실은 팬미팅이다, 뭐 그런 거면 그래도 아슬아슬 허용될 거 같거든]

        

       (레반 님이 메시지를 입력 중입니다…….)

        

       [레반: 시위라고 해주세요]

        

       [GP오소독스: 아이고…]

       [GP오소독스: 물어보기 잘했네]

       [GP오소독스: 나도 사실 안 믿겨서 그래]

        

       (레반 님이 메시지를 입력 중입니다…….)

        

       [GP오소독스: 근데 아따먹님 진짜 나오셔?]

        

       [레반: 모르겠어요]

       [레반: 진짜로]

        

       솔직한 답변이었다. 정말로 모르겠었으니. 나오는지, 안 나오는지. 이예나라면, 진정한 도적은 모습을 감추는 법이라며 숨어버려도 이상하지 않았다.

        

       아니면, 집에서 방송을 켜서는, 현장에 있을 자신이나 아크에게 중계를 부탁하거나.

        

       뒤풀이에 나올 때도 마지막까지 확답을 안 주던 사람 아니었나.

        

       ‘그렇게 생각하면 이번에도 나온다는 뜻이기는 한데. 오랜만에 얼굴을 보는 건, 나쁘진-’

        

       시훈의 손이 핸드폰으로 향했다. 언제부턴가, 이런저런 생각이 들 때면 습관적으로 이예나가 보낸 톡이 남아있는 대화방에 접속하곤 했더랬다.

        

       화면을 꾸욱 누르자- 가장 최근에 받은, ‘322님 팬 많이 오실 테니 제가 사인지 준비해갈게요. 도끼모양 도장도 하나 샀어요’라는 메시지가 그를 반겨주었다.

        

       어떻게 봐도 직접 나간다는 의미이기는 하지만……도저히, 이런 일을 진심으로 추진하는 사람의 행태로는 안 보이는 게 문제였다.

        

       며칠 전만 해도 그랬다. 갑자기 연락이 와서는 무슨 괴상한 고전 게임을 멀티로 하자고 하고…….

        

       레반, 시훈이 깊은 한숨을 내쉬는 사이, 모니터 구석에서 디스코스 알림이 연달아 올라오기 시작했다.

        

       [GP바이오: 레반님]

       [GP 바이오: 내일 아따먹님 팬미팅 전에 레반님 사인회도 있잖아요]

       [GP 바이오: 저 레반님 팬이어서 가려는 거거든요]

       [GP 바이오: 오소독스형한테 해명좀 해주세요 제발 아니 그게 무슨 시위예요 그냥 컨셉잡은 팬미팅이지]

        

       [레반: 죄송합니다]

        

       바이오님이 그 사람을 잘 몰라서 그래요- 라는 채팅을 치고 싶은 마음을 애써 억누르며, 시훈은 사과의 말을 남겼다.

        

       * * * *

        

       도심 한 가운데의 큼지막한 광장.

        

       망중한의 데이트를 즐기는 연인들과, 굳은 표정으로 바삐 움직이는 회사원들, 그리고 아무 생각 없이 관광을 즐기고 있는 외국인들이 함께 공존하는 공간이다.

        

       시위가 제법 자주 일어나는 광장으로 유명했으나- 각종 행사에 자주 사용되는 곳이기도 했다. 아무렴, 서울 한복판에 이만한 야외 공간은 흔치 않았으니. 사람이 다수 모여야 할 때, 이 광장을 떠올리는 건 드문 일이 아니었다.

        

       그러나 평소에 이곳은 그저 사람들이 가벼이 산책을 즐길 수 있는 편안한 공간이었고- 이날도, 일견 그런 날로 보였다.

        

       오전의 따사로운 햇살이, 추위가 풀려가는 날씨와 어우러지는 평화로운 분위기. 조금 특이한 점이라면, 호리호리한 여자가 사다리를 오르내리며 현수막을 설치하고 있다는 점일까.

        

       은근히 시선을 끄는 작업이었다. 이런저런 현수막이 걸렸다가 내려가는 건 흔한 일이었지만, 그 작업을 긴 머리칼의 젊은 여자가 하는 건 희귀한 일이었기에.

        

       그러나 작업 자체는 퍽 일상적인 풍경인 것도 사실이었기에, 행인들의 시선은 길게 머물지 않았다. 두터운 패딩에 가려진 몸을 뚫어져라 응시할 이유는 없었고, 깊게 눌러쓴 모자와 큼지막한 마스크 탓에 얼굴도 전혀 보이지 않았으니.

        

       얼굴이 작다는 건, 그만큼 가리기도 쉽다는 뜻이었다.

        

       그리 작업을 마치고 뿌듯하게 현수막을 올려다보는 여자의 두 눈이 부드럽게 휘는 사이. 근처 카페의 문을 열고 나타난 남녀가 눈살을 잔뜩 찌푸린 채 접근해왔다.

        

       “내가 이럴 줄 알았지. 뭔 공지는 12시라고 해놓고 10시부터 이러고 있어요?”

        

       “아. 오셨네요. 와줘서 고마워요.”

        

       “오는 건 당연히 오는 거고……이제 댁은 집에 갑시다.”

        

       “무책임한 행동을 요구하시고. 논란이 되겠어요.”

        

       가벼운 대화. 여자의 나지막한 목소리는 기묘하게도 멀리 퍼져나가는 듯했다.

        

       “……그래, 안 될거라고 생각하긴 했어. 아무튼, 뭐, 팬미팅이니까! 여태까지 꽁꽁 숨겨왔으니 이벤트성으로 좀 컨셉 빡세게 잡은 팬미팅 할 수도 있지. 현수막 설치해서 자리도 못 비울 텐데, 커피나 마시자. 골라.”

        

       두 손에 커피를 들고 온 여자가 손을 뻗어 컵 3개가 담긴 캐리어를 건넸다. 얼음이 가득 담긴 컵 2개와, 따스한 김이 올라오는 컵 1개. 잠시 고민하는 듯하던 상대는, 고개를 꾸벅 숙이며 얼음이 담긴 음료를 받아갔다.

        

       “고마워요. 잘 마실게요.”

        

       “……아이스? 닉값 어디갔어?”

        

       “사실, 저 아아 좋아해요.”

        

       제법 결연한 목소리였다. 몹시 은밀한 취향을 고백이라도 하는 듯이.

        

       그리 말하며 마음의 짐을 털어내기라도 한 걸까. 어째서인지 자세가 조금 곧아진 여자는, 현수막 앞에 놓인 의자를 향해 걸어 나가며 패딩과 모자, 마스크를 벗어 들었다.

        

       그 순간, 무심하게 걸어다니던 행인들의 발걸음이 일제히 멈춰서는 건 너무나 자연스러운 일이었다.

        

       마스크가 비정상적으로 커 보였을 정도로 조막만한 얼굴에, 창백하리만치 새하얗게 투명한 피부. 살며시 처진 눈꼬리와 반개한 눈 탓에 나른해보이는 인상이었으나, 새카만 눈동자는 묘하게 반짝거리고 있었다.

        

       그 아래 곧게 뻗은 콧날과, 조금은 화난 듯이 앙다문 입술. 그리 입을 다문 채 정면을 응시하는 것만으로도 저항하기 어려운 아우라가 뿜어져 나왔다.

        

       조명이라곤 겨울 아침의 태양 뿐임에도, 여자는 분명 환하게 빛나고 있었다.

       

        

       “드라마 찍나?”

       “누구야?”

       “아이돌 행사 아니야?”

       “도적부흥운동? 예능인가본데?”

       “요즘은 아이돌 너무 많아서 누가 누군지 모르겠어.”

       “그 그룹 아니야? 그, 이번에 따따-따 하는 신곡 발표한-”

       “배우 같은데?”

        

       지나가던 사람들이 그 자리에 멈춰선 채 저들끼리 수근거리는 소리가 광장에 울려 퍼지는 사이.

        

       얼굴을 드러내는 것만으로 반경 십수 미터의 사람들을 그 자리에 붙잡아버린 여자는 그저 의자에 앉아, 다리를 꼬고, 팔짱을 끼며-

        

       “어때요. 전세계 5천만 도적 동포의 분노가 잘 느껴지나요.”

        

       라고, 이해할 수 없는 말을 할 뿐이었다.

        

       마스크를 벗는 순간 움찔거리며 제지하려 들었던 주제에, 이제 와서는 얼어붙은 채 그녀를 멍하니 응시하고 있는 남녀에게.

        

       몇 초간, 침묵이 이어졌다. 역시 뭔가 연기를 하는 모양이라며 주변에서 멋대로 납득하는 소리만 광장에 흘렀다. 간혹 들려오는 찰칵, 하고 사진을 찍는 소리와 함께.

        

       “……5천만 도적은 모르겠고, 네가 그렇게 앉아서 슬프다고 하면 다들 화내긴 하겠다. 아주 그냥 역적이 되겠어.”

        

       “……슬픈 건 아닌데. 슬프다고 할까요. 눈물 연기는 자신 없는데.”

        

       “……그냥 하는 소리야.”

        

       “지니님은요?”

        

       “……진짜 평소엔 화장 아예 안 한 거였구나. 아니, 알긴 했는데……와. 진짜, 와.”

        

       “……칭찬으로 들을게요.”

        

       반쯤은 넋이 나간 듯한 대답이었다. 그럼에도, 만족스러웠던 걸까.

        

       “두분 다 고마워요. 이렇게 와줘서.”

        

       볼에 자그마한 홍조를 띄운 채, 여자는 배시시 미소지었다.

        

       “정말이에요. 정말로……고마워요.”

        

       추위를 순간적으로 잊게 하는- 꽃이 화사하게 피어나며 주변을 따스하게 어루만지는 듯한, 그런 미소였다.

       

       폭풍전야를 알리는 미소라는 건, 아직 아무도 알 수 없었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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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t’s Not That Kind of Malicious Broadcast

It’s Not That Kind of Malicious Broadcast

그런 악질 방송 안ㅣ에요
Score 3.7
Status: Ongoing Type: Author: Native Language: Korean

I am a healthy skill-based broadcaster.

I don’t hate priests.

It’s not that kind of broadcast.

What?

Clarify the controversy that’s been posted on the community?

M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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