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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197

       [……당신 뭐야.]

         

       의식 깊은 곳에서 들려오는 목소리. 하지만 아리아는 아무렇지도 않다는 듯 군대의 지휘를 이어나갔다. 마신이 어디에서 출현하는지 알고 있었던 사람처럼, 정예병들과 기사단을 배치해 나갔다.

         

       “……언제부터?”

         

       멜리나였다. 아리아에게 자초지종을 전해들은 순간부터, 그녀는 망연자실한 얼굴로 바닥에 주저앉아 있었다. 언제나 당당했던 등은, 초라하게 움츠러들어 있었다.

         

       “도대체……언제부터 그랬더냐……?”

         

       멜리나의 목소리는 살짝 떨리고 있었다. 질문에 답해주려던 아리아는, 이내 입을 다물었다.

         

       그녀가 자신에게 물은 것이 아니라는 것을 깨달았기 때문이다.

         

       멜리나의 시선이 닿아있는 곳은.

         

       하늘이었다. 어둡고, 칙칙한 기운을 내뿜는 하늘.

         

       “왜……?”

         

       끝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활짝 펼쳐진 수천 겹의 날개. 눈처럼 휘날리는 무수한 검은 깃털. 그 최심부에서, ‘무언가’가 꿈틀거리고 있었다.

         

       아리아는ㅡ 저것의 정체를 알고 있었다. 마기 속에서 요동치는 인간의 형체는, 그녀가 기억하던 사람과 똑 닮아 있었으니까.

         

       쩌저저적!

         

       마신이 검붉은 번개를 쏘아보냈다. 그럴 때마다 지면에 거대한 구멍이 뚫리고, 매서운 진동에 병사들이 주저앉았다. 아리아가 공간을 왜곡시켜 뇌전을 튕겨내고 나서야, 땅을 딛고 일어설 수 있을 정도였다.

         

       “…….”

         

       아리아는 주변을 돌아보았다. 가까이 다가갈 필요도 없었다. 소리를 듣는 것으로도 충분했다. 제국이 자랑하는 정예병들이 공포를 느끼고 있었다. 공포는 전의를 꺼뜨리고, 순식간에 전염병처럼 번져나갔다.

         

       사방에서 아주 많은 소리가 들려왔다.

         

       저게 뭐지? 살고 싶어. 살려줘! 이러다가 다 죽을거야! 사제, 사제가 필요해! 도망치고 싶어. 죽고 싶지 않아. 우리가 저런 말도 안되는 것과 싸워야 하는 건가? 아이테르시여, 제발 저희를 구원하소서.

         

       ‘……도무지 적응이 되지 않는구나.’

         

       몇 번을 보아도 마찬가지다. 마신이 나타난 순간, 세계는 아무렇게나 죽죽 그어 만든 그림처럼 변해버린다. 평평했던 평원은 울퉁불퉁하게 뒤틀리고, 산맥의 조형 또한 기괴하게 변해버린다.

         

       그리고 갈수록 이 뒤틀림은 심해지겠지.

         

       “옛날 생각 나네.”

         

       아우렐리아가 팔짱을 낀 채로 중얼거렸다.

         

       “1초라도 빨리 이 지옥에서 벗어나고 싶은 기분……백 번도 넘게 경험해봤지만……항상 X같더라.”

         

       아리아는 쓸쓸히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사방이 마물들의 살점과 시체들로 가득했다. 마신이 흩뿌린 깃털들은 지면에 닿기 무섭게 주변의 시체들을 빨아들이며 새로운 존재로 변태했다.

         

       [끼에에에엑!!]

       [왁왁왁왁왁왁……]

         

       마신을 중심으로 몰아치는 무수한 마기의 격류.

         

       “하늘을 쳐다보지 마라! 정신이 오염당한다!”

        “마물들을 쓰러뜨리는데 주력해……!”

         

       올리비아가 그런 ‘결단’을 내렸던 것도, 더 이상 이런 참극을 반복하고 싶지 않았기 때문이겠지.

         

       [당신은 뭔데 내 몸을……!]

       “이미 알고 있지 않느냐. 짐이 누구인지를.”

         

       아리아는 어깨에 매인 검집을 매만지며 말했다. 검술을 제대로 배운 적은 없지만, 지휘용으로는 이것만큼 용이한 것도 없었다.

         

       “단지 인정하고 싶지 않을 뿐이지 않느냐.”

       […….]

         

       정곡을 찔렸는지, 머릿속에서 울려퍼지던 목소리가 조용해졌다.

         

       “궁금한 것이 많다는 것을 아느니라. 적당한 때에 대답해줄테니, 무엇을 질문할지나 생각하고 있거라.”

         

       아리아는 마른 웃음을 흘리며 중얼거렸다. 대답은 돌아오지 않는다. 자존심이라도 상한 것인가.

         

       ‘그래도 별 수 있나. 결국 주도권은 짐이 쥐고 있는데.’

         

       아직은 말이다. 아직은.

         

       “아우렐리아.”

         

       주변에 부적을 설치하던 아우렐리아가 고개를 돌렸다.

         

       “가서 키엘을 도와줄 수 있겠나?”

       “……내가? 나 쟤랑 여기서는 초면인데?”

       “맘 같아서는 직접 하고 싶지만, 나는 병사들을 보호해야 하느니라.”

       

       아리아의 말이 끝나기 무섭게, 마신이 거대한 날개를 움직이기 시작했다.

         

       쿠구구구구…….

         

       마기가, 새카만 진액처럼 뚝뚝 떨어진다. 떨어지는 것은 마기뿐만이 아니다.

         

       눈물도.

         

       “내가……내가 너를 어떻게 죽이겠니……내가 어떻게…….”

         

       멜리나는 쓰러진 그 자리에서 한 발짝도 움직이지 못했다. 그녀는 제 심장을 쥐어짜듯 틀어쥐고, 원망하듯 마구 때리기를 반복했다. 퍽, 퍽. 그럴 때마다 흐느끼는 소리도 커졌다. 어느새 전투를 끝내고 다가온 에스티는, 손에 쥐고 있던 악마사냥꾼의 멱을 놓았다.

         

       잠시 망설였다. 무슨 말을 해야 하나? 누구를 위로하는 것은 익숙치 않았다. 굳이 그럴 필요가 있을까? 슬픈 일이지만, 올리비아가 그것을 바랬다면 들어주어야 한다. 그게 ‘친구’니까.

         

       어려운 부탁이니 친구에게 부탁한 것 아니겠는가.

         

       에스티는 혀를 차며 기절한 악마 사냥꾼을 노려보았다. 뒤따르던 무왕도 혼절한 혁명가를 아무렇게나 내던졌다.

         

       그리고, 멜리나를 노리고 다가오는 마물들에게 주먹을 휘둘렀다. 마구잡이로 내려찍고, 악력으로 뜯어버리고, 집어 던졌다. 원형을 알아볼 수 없을 정도로 밟고, 뭉개고, 부쉈다. 무왕은 평소처럼 광소를 자아내지 않았다.

         

       콰아아아앙……!

         

       다만 기계처럼, 마구잡이로 마물들의 뼈와 내장을 때리고 부수었다.

         

       “야.”

         

       에스티는 조용한 목소리로 멜리나를 불렀다.

         

       자신과 무왕은 올리비아의 친구다. 하지만 멜리나는 아니다. 그녀는 올리비아의 스승이었고, 동시에 가족이었다.

         

       에스티는 가족이라는 단어가 가지는 무게를 잘 알았다. 수백년 간 외로이 지냈던 사람에게, 얼마나 큰 의미를 가지는지도.

         

       200년이라는 시간은, 길다. 정말 끔찍하도록 길다. 인연을 맺었던 사람들이 하나 둘 무덤 속으로 들어가버리고, 정신을 차린 순간 외톨이가 되어있는 스스로를 발견한다. 주변인들의 죽음이 반복될수록, 정신은 마모되어 간다.

         

       육체는 여전히 강건하지만, 홀로 남은 현실에 갉아먹힌다. 그 차이는 시간이 흐를수록 더욱 급격하게 벌어진다.

         

       그런 지옥같은 삶 속에서 나타난 가족이, 올리비아였을 것이다.

         

       에스티는 그런 멜리나의 심정을 이해할 수 있었다.

         

       하지만, 저대로 망연자실한 상태로 내버려 둘 수도 없었다.

         

       “야.”

         

       굳이 말을 건 것은, 그 때문이었다.

         

       “거기서 그러고 있으면 죽어. 등신아.”

        “…….”

         

       일부러 과격하게 말했는데도, 반응이 돌아오지 않는다.

         

       에스티는 머리를 긁적이다가, 다시 입을 열었다.

         

       “그러면 개죽음이야. 올리비아도 네가 그렇게 죽는 걸 바라지 않을거고.”

       

       멜리나의 흐느낌이 뚝 멎었다. 고개를 치켜드는 것도 힘겨웠는지, 한참을 비척거리다가 고개를 가로저었다.

         

       “제자를……죽이는 것보단, 그 편이……낫지 않겠느냐?”

         

       멜리나는 비척비척 몸을 일으켰다. 공허한 눈동자 아래는 눈물 자국이 번져 있었다.

         

       에스티는 잠시 머뭇거렸다. 하지만 곧 그녀는 마음을 독하게 먹고, 비웃음에 가까운 미소를 만들어냈다.

         

       “퍽이나 그러겠다. 네 눈에는 저게 올리비아로 보이냐? 도대체 어딜 봐서? 내 눈에는 그냥 괴물로밖에 안보이는데?”

       “…….”

       “지금, 너보다 한참 어린 애들도 나가서 싸우고 있어.”

         

       에스티가 말한 대로였다. 펑펑 울면서도, 리브가는 성창을 들고 앞으로 나아가고 있었다. 날개를 활짝 펼치고, 마물들을 베어나가면서.

         

       “아아아아아아아!”

         

       절규를, 내지르면서.

         

       리브가는 마신의 날개를 베어냈다. 상처를 마구 비집었다. 성창이 정신 없이 움직일 때마다 울컥, 하고 마기가 솟구쳤다. 그때마다 리브가는 피를 토하듯 절규했다.

         

       하지만 그러면서도, 절대로 나아가기를 멈추지 않았다.

         

       그 이유를 에스티는 알고 있었다.

         

       “솔직히, 난 사람 설득하는 건 자신 없어. 특히 너같이 고집 센 마법사들은 더더욱.”

        “…….”

       “근데, 이거 한 마디는 해야겠다. 너는 올리비아가 어떤 사람인지도 모르는 등신이야. 그것도 상등신.”

         

       멜리나가 천천히 고개를 들었다. 그녀의 눈동자에는, 옅은 분노가 깃들어 있었다.

         

       멜리나는 자리에서 일어서며 에스티를 향해 오른손을 치켜들었다. 콰아앙! 불꽃이 폭발하며 뒤에서 다가오던 마물이 타오르는 고통에 몸부림쳤다.

         

       “……내가 리비가 어떤 사람인지 모른다고?”

       “어.”

         

       멜리나의 손끝이 가늘게 떨렸다.

         

       [스승님.]

         

       다른 것은 몰라도, 그 말만큼은 쉬이 넘길 수 없었다.

         

       “나는……네가 아는 것보다 리비를 수천 배는 더 잘 안다. 그만큼 가까웠고, 그만큼ㅡ.”

       “그래?”

         

       에스티가 웃었다.

         

       “그렇게 잘 아는 사람이면, 당연히 올리비아가 어떤 성격인지도 잘 알겠네.”

         

       에스티는 옆머리를 매만지며 중얼거렸다.

         

       “하나만 물어보자. 걔가 자기 스승한테 이런 무거운 짐을 떠넘기고 도망갈 얘냐?”

       “…….”

         

       멜리나가 그 자리에서 굳었다.

         

       “아니. 걔는 절대 그럴 녀석 아니야. 오히려 혼자 싸웠으면 싸웠지.”

         

       에스티는 다시 고개를 들어 하늘을 보았다.

         

       “지금, 올리비아도 싸우고 있을거야. 저 괴물 새끼 안에서 미친듯이 치고 박고 있을거라고.”

       “……하지만.”

        “네 제자가! 구해 달라잖아!”

       “……!!”

         

       올리비아라면.

         

       다른 사람도 아니고, 올리비아라면.

         

       멜리나는, 조금 알 것도 같았다.

         

       그녀의 세계가 순간 흔들렸다. 아주 어렴풋이, 올리비아의 얼굴이 아른거리는 것도 같았다. 자신이 기억하는 제자라면, 그 아이라면…….

         

       후련하다는 듯 숨을 토해낸 에스티가 몸을 돌렸다.

         

       “난 간다.”

       

       할만큼 했다. 이제부터는 멜리나 스스로의 몫이다.

         

       에스티는 근처의 물을 끌어모아 파도를 만들었다. 전투 중에 대부분 소멸한 탓에, 크기 자체는 보잘 것 없었다.

         

       ‘이걸로 어떻게 싸우…….’

         

       쏴아아아……!

         

       말이 끝나기도 전에, 하늘에서 비가 쏟아졌다. 황금빛 마력을 품은 비가.

         

       가히 폭우라고 할 정도로.

         

       “등신새끼.”

         

       에스티가 히죽 웃었다.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오늘도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Ilham Senjaya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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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 Became the Witch Who Destroyed the World

I Became the Witch Who Destroyed the World

세계를 멸망시킨 마녀가 되었다
Score 4.0
Status: Ongoing Type: Author: Native Language: Korean

I destroyed the world to see its Annhiliation Ending.

And I possessed my Character Olivia in the game.

However… … .

[The world is rebuilt.] – NPCs killed by you return.

– Princess Aria hates you.

– Sword Saint Kiel wants to slit your throat.

… … Isn’t that a bit of a regressi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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