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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197

       사라는 어디 있지?

       

       이수아는 조금 초조해졌다.

       

       몇 날 며칠을 고민해서 고른 선물이 있었기 때문이다. 기왕이면 예쁜 옷을 입고 있을 때, 단둘이 있을 때를 골라서 주고 싶었다.

       

       그런다고 엄청나게 로맨틱한 분위기가 날 것은 아니라는 걸 잘 알고 있었다.

       

       사라에게 있어서 이수아는 친구였다.

       

       이수아는 사라에게 친구 이상의 감정이 있기는 했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사라는 모르는 일방적인 감정.

       

       하지만 그렇다고 사라에게 직접 좋아한다고 말할 용기를 가지지도 못한 이수아였기에, 이렇게 우정이라도 계속 이어 나가고 싶었다.

       

       언젠가, 정말 언젠가는, 좋아한다고 해야겠지만.

       

       그래서 그 우정을 계속 이어 나갈 증거로 선물을 골랐다.

       

       하지만 아무리 우정이라도, 다른 친구들 앞에서 그걸 건네고 싶지는 않았다.

       

       사라와 단둘이 나눈, 우정의 선물.

       

       그런 감정이라도 느끼고 싶었기 때문이다.

       

       아까 사라가 혼자 사라졌을 때는 나름대로 기회라고 생각하고 뒤를 쫓으려고 했지만—

       

       사람들 사이에서 어느새 놓쳐버려서, 사라를 마지막으로 봤던 곳에서 계속 맴돌고 있었다.

       

       그러던 이수아의 눈에, 한 사람이 보였다.

       

       마치 날아가기라도 할 듯한 걸음걸이로 어느 구석의 방을 빠져나오는 하늘이.

       

       얼굴에는 미소가 가득했다. 뭔가 아주 좋은 일이라도 있었던 모양이다.

       

       그리고, 그 미소를 본 이수아는 생각했다.

       

       하늘이가 저렇게 웃을 수 있는 원인은, 당연히 사라 한 명뿐이라고.

       

       당장 가서 추궁해보고 싶었지만…… 아무래도 그럴 용기까지 나지는 않았다. 하늘이는 언제나 당찬 아이였고, 그 이유가 정당하다면 남이 그 행동을 두고 뭐라고 하더라도 주눅 들지 않는 아이였다.

       

       그런 하늘이 앞에만 서면 작아지는 기분이 들어, 그녀와는 대립하고 싶지 않다고 생각했다.

       

       ……하긴, 키로 치자면 하늘이보다 확실히 작기는 했지만.

       

       사실 굳이 물어보지 않더라도, 하늘이가 나온 그 방에 사라가 있다는 것이 너무나 명확했으니까.

       

       이수아는 하늘이가 완전히 지나갈 때까지 두꺼운 기둥 뒤에 숨어있다가, 그녀가 다 지나간 뒤에야 살금살금 밖으로 나왔다.

       

       만약 주변에서 누군가 보고 있었다면, 누가 봐도 수상하다고 생각할만한 행동이었다.

       

       다행히 이런 구석까지 신경 쓰는 사람은 없어 보였지만.

       

       이수아는 얼른 닫혀있는 문으로 가, 문을 빼꼼 열고 안을 보았다.

       

       사라가 쪼그리고 앉아있었다.

       

       안도의 한숨을 쉬고, 문 안으로 들어가다가, 이수아는 뭔가 이상하다는 것을 깨달았다.

       

       사라는 쪼그려 앉은 채, 두 손에 얼굴을 묻고 있었다.

       

       마치 울고 있는 것처럼.

       

       “……사라야?”

       

       순간 머릿속이 새하얗게 변했다.

       

       하늘이가 사라에게 무슨 일을 한 걸까?

       

       물론 이수아는 하늘이를 믿는다. 지금까지 보아온 사람 중에서 가장 올곧은 사람 중의 하나였으니까.

       

       믿는다.

       

       믿고 있었지만……

       

       하늘이가 방을 나간 뒤에 사라가 이런 상태라는 것을 보니, 마음이 이상했다.

       

       혹시, 정말 만에 하나라도, 하늘이가 사라에게 이상한 짓을 한 것은 아닐까?

       

       이수아는 천천히, 조심스럽게 사라의 옆으로 조금씩 다가갔다.

       

       그러면서 다시 한번, 조금 이상한 것을 느꼈다.

       

       ……사라는 울고 있는 것처럼 쪼그려 앉아 손에 얼굴을 파묻고 있었지만, 정작 훌쩍이거나 우는 소리가 전혀 들리지 않았으니까.

       

       그저 숨을 고르는 듯한 심호흡 소리만 들릴 뿐이었다.

       

       “……사라야?”

       

       사라 바로 뒤까지 간 이수아는, 사라의 어깨에 조심스럽게 손을 올리며 사라를 불렀다.

       

       “흐햑!?”

       

       사라의 반응은 격렬했다.

       

       이수아의 손이 올라갔던 왼쪽 어깨를 움찔 떨더니, 그대로 옆으로 피하려는 동작을 취했다.

       

       하지만 사라는 쪼그려 앉은 상태였고, 그 상태로 옆으로 빠르게 빠지는 것도, 아예 옆 구르기를 하는 것도, 사라의 운동신경 안에서는 무리였다.

       

       그 결과, 사라는 그대로 옆으로 철썩 넘어져 버렸다.

       

       “사, 사라야!?”

       

       사라의 이름을 몇 번씩이나 부르면서, 이수아는 사라의 곁으로 갔다.

       

       “어, 아, 수아……?”

       

       한동안 바닥에서 버둥거리던 사라는, 그 목소리를 듣고 나서야 자기 앞에 있는 사람이 수아라는 것을 깨달았다.

       

       “사라야, 무슨 일 있어?”

       

       이수아가 사라를 향해서 손을 내밀었다.

       

       “아, 아, 아냐, 아무 일도 없었……”

       

       그리고 무의식적으로 그 손을 잡던 사라의 움직임이, 완전히 멈춰버렸다.

       

       이수아의 움직임도 그와 거의 동시에 멈췄다.

       

       “…….”

       

       “…….”

       

       둘은 한참 동안 아무 말도 없었다.

       

       이수아의 눈은, 자기 손을 잡은 사라의 왼손을 향해 있었다.

       

       오른쪽으로 넘어진 사라는, 수아를 향해 본능적으로 왼손을 내민 것이다.

       

       그리고 그 왼손 약지에는, 평소 사라의 손에서는 보지 못하던 반지가 끼워져 있었다.

       

       “어, 아, 으, 이건…….”

       

       사라는 당황해서 말을 더듬다가,

       

       “이, 이건, 우정 반지야!”

       

       그렇게 외쳤다.

       

       그 말을 듣고 나서야, 굳어있던 이수아는 움직이기 시작했다.

       

       “이, 이게, 우정 반지라고?”

       

       우정 반지를 왼손 약지에 끼우나……?

       

       물론 이수아도 우정 반지의 존재를 알고는 있었다. 하지만, 그걸 일부러 맞춰서 끼고 다니는 경우는 또 본 적이 없다.

       

       그야 당연히, 그런 반지를 끼고 다니면 백 퍼센트 주변 사람들의 오해를 사기 때문이다.

       

       여자끼리 사귀는 것이 아주 일반적이라고 할 수는 없지만, 그렇다고 평생 보지 못할 정도로 희귀한 것도 아니고, 요즘에는 그다지 부끄러운 일도 아니다.

       

       반대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당연히, 우정이니 뭐니 하면서 반지를 맞춰서 다니면, 굳이 손가락이 아니라 목걸이 같은 곳에 달고 다니는 것으로도 오해받는다.

       

       그리고 이수아가 보기에, 저 선물은 그런 오해를 일부러 부추기기 위한 선물이었다.

       

       사라가 저 반지를 굳이 손에 끼고 다니지 않더라도, 당연히 남들은 사라가 반지를 가지고 다니는 것만으로도 오해할 테니까.

       

       무엇보다, 여자끼리 사귀는 것이 무안하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자주 사용하는 것이 바로 ‘친구’라는 변명이었다.

       

       ……분하다.

       

       분명히, 내가 선택한 선물도 사라와 가까운걸 티 내기 좋은 선물이었는데.

       

       하늘이는 그것보다도 더 빠르게 달리고 있는 것이다.

       

       ……적어도, 사라가 이걸 우정 반지라고 생각해주는 동안은 괜찮겠지만.

       

       “…….”

       

       “…….”

       

       조금 어색한 기류가 흐르는 가운데, 이수아의 손을 잡고 사라가 몸을 일으켰다.

       

       “그, 그런데, 여기까지는 어쩐 일이야?”

       

       아무 말도 하지 않는 이수아가 무안했던 모양인지, 사라가 그렇게 물었다.

       

       “……선물.”

       

       “어?”

       

       “나도, 선물을 주고 싶어서 왔어.”

       

       이수아는 간신히 이성의 끈을 잡아 붙들고, 크게 숨을 들이쉬었다.

       

       “이 선물, 너와 단둘이 있을 때 주고 싶었으니까.”

       

       “그, 그러니……?”

       

       수아는 고개를 끄덕인 뒤, 일부러 방으로 올라가 찾아온 상자를 들어 보였다.

       

       손바닥 안에 쏙 들어가는 크기의 상자였다.

       

       “고, 고마워…….”

       

       이수아가 그 상자를 건네면서 얼굴을 붉혔기 때문일까. 사라도 마찬가지로 부끄럽다는 듯 얼굴을 붉힌 채 그 선물을 받았다.

       

       상자 안에는, 또 다른 상자가 들어있었다.

       

       상자 안에 상자 안에 상자…… 같은 장난은 아니었고, 안에 들어있는 상자는 척 봐도 안에 보석이 들어있을 것 같은, 고급스러운 원단으로 감싸인 상자였다.

       

       “여, 열어볼게…….”

       

       상자 포장을 여는 사라를 뚫어져라 쳐다보는 이수아에게, 사라가 조금 어색하게 말했다.

       

       잔뜩 긴장해 조금 딱딱하게 고개를 끄덕이는 수아를 보고, 사라는 조금 숨을 고른 뒤, 근처 의자에 빈 상자를 올려두었다.

       

       이제 사라의 손에는 보석 상자 하나만 남아 있었다.

       

       사라는 천천히 상자를 열었다.

       

       “……와.”

       

       그 상자 안에는, 가느다란 은실 같은 것이 하나 들어있었다.

       

       하지만 자세히 보면, 세세하게 세공된 목걸이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너무 화려하지도 않고, 그렇다고 전혀 눈에 띄지 않는 것은 아닌, 결코 싸 보이지는 않는 물건.

       

       지금 이수아의 목에도 하나 걸려있는 목걸이였다.

       

       “사라야.”

       

       “으, 응?”

       

       “의자에, 잠시 앉아줄래?”

       

       “어, 어어…….”

       

       이수아의 부탁에, 사라는 근처의 비어있는 의자에 조심스럽게 앉았다.

       

       이수아는 그런 사라에게 가서, 사라의 손에 들린 보석상자 안의 목걸이를 집어 들었다.

       

       “……잠깐만, 머리카락 좀 올려잡아 주겠어?”

       

       “으, 으응…….”

       

       사라는 조금 긴장한 듯, 작게 대답하고 손으로 머리카락을 잡아 올렸다.

       

       이수아는 그런 사라의 뒤로 가서 그 하얀 목덜미를 보았다.

       

       머리카락이 완벽하게 정리되어 깔끔하게 드러난 흰 피부가 눈부셨다.

       

       그 눈부신 피부를 가로지르는 은빛 선 하나.

       

       “이제 됐어.”

       

       사라는 그 말에 손을 놓았다. 다시 내려온 검은 머리카락이 그 목걸이 뒤를 덮었다.

       

       “예, 예쁘네…….”

       

       사라가 조금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

       

       “…….”

       

       “저, 수아야?”

       

       아무 대답도 하지 않는 수아에게 불안감을 느꼈는지, 사라가 고개를 살짝 돌렸다.

       

       검은 머리카락 옆으로 봉긋 솟아오르는 하얀 피부.

       

       그리고 살짝 보이는 은은한 빛의 입술.

       

       “…….”

       

       그 모습을 보고, 이수아는 불안했다.

       

       저 입술에, 다른 입술이 스치는 것을 보게 될까 봐.

       

       아니, 이미 스쳤을까 봐.

       

       아무리 우정 반지라는 말을 들어도, 그녀는 여전히 불안했다.

       

       아주 시원한 표정으로 이 방을 나가는 하늘이를 보았으니까.

       

       지금 사라 곁에 있는 모든 여자아이 중에, 가장 뒤처진 것은 이수아였다.

       

       그렇다. 그랬기에—

       

       이수아는 생각한 것이다.

       

       나도, 저 애들처럼 달리고 싶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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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 Don’t Want to Become a Villainess

I Don’t Want to Become a Villainess

Q악역 영애가 되긴 싫어
Status: Completed Author:
I fell into the single-player game 'If You Wish' and decided to struggle to avoid becoming a villainess with a terrible endi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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