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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197


    ​
    화들짝 놀란 강아지가 목을 움츠리며 동그란 표정을 지어 보이는 것처럼, 제스는 화들짝 놀란 얼굴로 혀를 살짝 내민 채 멍한 표정을 지어 보였다.
    ​
    ​
    머리 위로 버퍼링 아이콘이 떠올라 빙글빙글 돌고 있는 것처럼 제스는 그대로 얼어붙어 제대로 움직이지 못했다. 
    ​
    ​
    사사삿!
    ​
    ​
    지금이 도망칠 기회라는 걸 귀신같이 알아챈 고양이 수인이 빠르게 리안의 뒤를 벗어나 벗어났다. 검은색 귀를 축 늘어뜨린 채 벌레처럼 바닥을 기어 문 쪽으로 빠르게 이동하기 시작했다.
    ​
    ​
    멍하게 굳어버린 제스를 최대한 자극하지 않기 위해 최대한 멀리 떨어져 벽을 이동하기까지 했다.
    ​
    ​
    덥석.
    ​
    ​
    “니야악?!”
    ​
    ​
    제스의 신영이 눈앞에서 흐릿해지더니 어느새 고양이 수인의 곁에서 나타나 그녀의 뒷덜미를 잡아 올렸다. 고양이 수인은 무릎을 굽혀 몸을 웅크리며 식은땀을 주르륵 흘리기 시작했다.
    ​
    ​
    “대, 대장 뭐 때문에 그런 건지는 모르겠지만..! 다 내가 잘못했어! 그러니까 이거 놔,놔줘라악!”
    ​
    ​
    목소리 끝이 “앍앍”거리는 고양이 특유의 울음으로 번질거렸다. 짐승의 울음이 절로 튀어나올 정도로 그녀는 절박했다. 
    ​
    ​
    “…아.”
    ​
    ​
    본능적으로 도망치는 사냥감을 붙잡았을 뿐, 정신을 차리지 못하고 있던 제스는 고양이 수인의 격한 울음에 드디어 정신을 차렸다. 
    ​
    ​
    “아..어..어어?”
    ​
    ​
    제스의 얼굴이 실시간으로 벌겋게 달아오르기 시작했다. 초점 없던 눈동자가 마구 떨리기 시작하더니 이내 어디에 시선을 두어야 할지 모르겠다는 것처럼 데굴데굴 구르기 시작했다. 언제나 쫑긋 서 있던 귀가 어찌할 바를 모르고 축 늘어졌다가 쫑긋 서기를 반복하며 팔랑거렸다. 꼬리 또한 주인의 심정을 나타내는 것처럼 마구 꿈틀거렸다.
    ​
    ​
    화장실이 급한 사람처럼 초조해하던 제스는 갑작스럽게 손에 들고 있던 고양이 수인을 냅다 방 가운데로 던져버렸다. 
    ​
    ​
    “니앍..?!”
    ​
    ​
    고양이 수인은 비명을 지르면서도 어렵지 않게 몸을 빙글 돌려 바닥에 착지했다. 리안의 시선이 고양이 수인 쪽으로 돌아간 그 순간, 제스가 눈을 질끈 감은 채 집 밖으로 도망쳐버렸다.
    ​
    ​
    “으아아..!”
    ​
    ​
    떠나가는 그녀의 뒤로 힘없는 비명이 흐느적거리며 따라갔다. 
    ​
    ​
    “뭐, 뭐야..?”
    ​
    ​
    고양이 수인은 엎드린 자세로 등을 한껏 휘어 경계하는 고양이 같은 자세로 어이가 없다는 투로 중얼거렸다. 당장 물어뜯을 것처럼 쫓아온 대장이 힘없는 비명을 지르며 도망가 버리니 상황을 따라가기 힘들었다.
    ​
    ​
    “너… 뭔갈 한 거야?”
    ​
    ​
    그녀는 곧바로 시선을 돌려 당황한 얼굴로 바닥에 주저앉아있는 리안을 바라보았다. 갑작스러운 상황에 그녀 못지않게 당황한 리안은 선선히 긍정했다.
    ​
    ​
    “아, 네… 전 그냥 페로몬을 묻힌 건 말고는 -…”
    “뭣…?! 자, 잠깐 너 인간 아니었어?”
    ​
    ​
    그녀는 화들짝 놀란 눈으로 리안을 바라보다가 이내 코를 찡긋거리며 킁킁거리기 시작했다.
    ​
    ​
    “으음… 확실히 낯선 페로몬 냄새가 나긴 하는데..”
   
    ​
    그녀는 강아지라도 되는 것처럼 페로몬 향을 따라 코를 찡긋거리며 다가오기 시작했다. 목덜미에 페로몬 기관이 만들어진 탓에 그녀는 리안의 몸을 타고 올라 목 근처에 코를 박을 듯 가까이 다가왔다.
    ​
    ​
    “저, 저기 거리가 너무 가까운 것 같은데..요!”
    ​
    ​
    너무 가까워진 거리감에 본능적으로 두 손을 번쩍 들어 항복 자세를 취하며 고개를 한껏 옆으로 틀었다. 흥미로운 사실에 눈이 돌아간 그녀는 리안의 말을 제대로 인지하지 못한 채 목덜미에 얼굴을 들이밀었다.
    ​
    ​
    샤아악..
    ​
    ​
    “냑..?!”
    ​
    ​
    그 순간 뼈가 시릴 정도로 무서운 살기가 그녀의 꼬리를 콱 붙잡고, 귀를 잡아당겼다. 본능적으로 고개를 살기가 느껴지는 곳으로 휙 돌아갔다.
    ​
    ​
    “…”
    ​
    ​
    언제 돌아온 건지, 제스가 문틀을 두 손으로 꼭 쥔 채 얼굴만 살짝 내밀어 집 안을 들여다보고 있었다. 무서울 정도로 서늘한 시선이 고양이 수인의 얼굴을 뚫어지게 바라보고 있었다. 제스의 등 뒤로 눈을 뒤집고 침을 뚝뚝 흘리며 으르렁거리는 늑대의 환영이 어른거렸다.
    ​
    ​
    사사삿!
    ​
    ​
    고양이 수인은 곧바로 리안의 곁에서 떨어져 벽에 찰싹 달라붙었다. 고양이 수인이 문가를 바라보며 하얗게 질린 얼굴로 벽에 찰싹 달라붙어 있자, 자연스럽게 리안의 시선도 문 쪽으로 향했다.
    ​
    ​
    “….늇!”
    ​
    ​
    리안과 눈이 마주친 제스는 곧바로 눈을 동그랗게 뜨며 한껏 당황한 강아지 같은 표정을 지어 보이더니 이내 슉하고 사라져버렸다. 
    ​
    ​
    타다닷!
    ​
    ​
    제스가 도망치는 소리가 아련하게 들려왔다.
    ​
    ​
    “흐아아..”
    ​
    ​
    벽에 붙어 엉거주춤한 자세로 굳어있던 고양이 수인은 제스의 기척이 멀어지기 무섭게 바닥으로 주르륵 흘러내렸다. 
    ​
    ​
    “이번에야말로 진짜 죽는 줄 알았다…”
    ​
    ​
    ***
    ​
    ​
    제스가 떠난지 얼마 되지 않아 다른 수인들이 나타나 부서진 문을 뚝딱뚝딱 고쳐주고 떠났다. 대충 들려오는 말을 들어보니, 제스가 고쳐놓으라고 따로 지시를 내린 듯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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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문이 다 고쳐지고 나서야 겨우 진정한 고양이 수인은 리안의 숙소를 떠나지 않고 눌어붙어 있었다.
    ​
    ​
    “여기서 나가면 분명 붙잡혀서 죽을 거야… 죽을 거라고…”
    ​
    ​
    그녀에게 유일한 안전지대는 시선 하나로 제스를 도망치게 만들 수 있는 리안의 곁이었다. 그녀가 제스에게 공격받고 있는 이유도 어찌 보면 리안의 탓이었기에, 리안은 잠깐 제 숙소에 머무는 걸 허락했다. 
    ​
    ​
    ‘궁금한 것도 있고..’
    ​
    ​
    리안은 방구석에 몸을 웅크리고 앉아 살아남기 위한 방법을 열심히 떠올려보고 있는 고양이 수인을 향해 몸을 틀었다. 두 사람의 거리는 빈말로라도 가깝다고 볼 수 없었다. 제스의 습격이 두려워 고양이 수인이 자발적으로 벽에 반짝 붙어있었기 때문이다.
    ​
    ​
    리안은 슬쩍 그녀의 눈치를 보다가 헛기침하며 말문을 열었다.
    ​
    ​
    “저… 혹시 뭐 좀 물어볼 수 있을까요?”
    “냐악?! 뭐… 뭔데?”
    ​
    ​
    얼마나 긴장하고 있었던 건지 리안이 가볍게 말을 꺼낸 것만으로도 꼬리가 펑 부풀러 올랐다. 제스도 저런 식으로 꼬리가 부풀면 귀엽겠다는 생각이 불쑥 치솟아 가볍게 고개를 털어냈다. 
    ​
    ​
    “제스가 왜 도망친 건지 -.. 그, 이상한 반응을 보이면서 도망간 게 신경 쓰여서…”
    ​
    ​
    뒷목을 가볍게 쓸어내리며 눈을 가볍게 굴렸다. 제 목에 자리 잡은 페로몬 때문에 제스가 도망갔다는 것 정도는 이미 알고 있는 사실이었지만, 정확히 ‘페로몬’의 어떤 점 때문에 도망쳤는지 알 수 없어 막막한 기분이 들었다.
    ​
    ​
    ‘기분이 나빴나? 혹시 내가 모르는 불쾌한 뜻이 있는 건 아닐까?’
    ​
    ​
    그런 불안감에 주먹을 쥐었다가 풀기를 반복하며 고양이 수인을 바라보았다. 
    ​
    ​
    “그걸 지금 말이라고… 그럼 그게 무슨 뜻인지도 모르고 했다는 말이야?”
    ​
    ​
    고양이 수인의 말에 리안은 잠시 머릿속을 훑어보았다. ‘페로몬을 타인에게 묻히는 행위가 어떤 의미인가?’라는 질문을 머릿속에 던져넣었다.
    ​
    ​
    ‘잠깐… 이거 설마…?’
    ​
    ​
    리안은 한 손으로 제 얼굴을 하관을 가리며 떨리는 시선을 감추지 못했다.
    ​
    ​
    ‘아니… 엄청, 엄청 조금 묻혔잖아. 그게.. 제스가 내게 페로몬을 뒤덮은 것과 같은 의미가 될 수 있다고?’
    ​
    ​
    페로몬을 상대에게 묻히는 건 ‘내꺼다.’라는 의사표시나 다를 바 없었는 걸 머리로는 알고 있었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제스처럼 머리부터 발끝까지 뒤덮을 때만 해당하는 이야기라 생각했다.
    ​
    ​
    ‘만약 같은 의미라면 지금 난… 고백을 한거나 다름 없는 거 아닌가?’
    ​
    ​
    얼굴에 열이 올라 머리 위로 증기가 올라오는 것만 같았다. 그런 리안의 모습에 고양이 수인은 어깨를 으쓱이며 말했다.
    ​
    ​
    “네가 생각하는 그게 맞아. 수인끼리 서로 페로몬을 묻히는 건 가족끼리가 아닌 이상 호감이 있다는 표시야. 이성끼리 서로 페로몬을 묻히는 건 보통 교미하고 싶다는 뜻이고.”
    “커헉…!”
    ​
    ​
    생각지도 못한 말에 리안은 크게 타격을 받아 바닥에 쓰러지고 말았다.
    ​
    ​
    ‘교..뭐라고..?’
    ​
    ​
    간단하게 정리하자면.. 제스는 리안에게 페로몬을 떡칠해놓았고, 리안 또한 제 페로몬을 슬쩍 제스에게 묻혔다. 서로가 서로에게 페로몬을 묻힘으로 ‘우리 교미하지 않을래?’ 따위의 말을 전한 게 되어버린 것이다.
    ​
    ​
    고백보다 더 충격적인 의미에 리안은 HP가 1 남은 캐릭터처럼 골골거리며 정신을 차리지 못했다. 
    ​
    ​
    ***
    ​
    ​
    파바박!
    ​
    ​
    리안이 바닥을 뒹굴뒹굴 구르고 있을 시간, 제스는 제 숙소로 돌아와 커다란 베개를 마구 긁어대고 있었다. 손톱을 세우지 않아 천이 긁히는 소리만 방 안을 채웠다.
    ​
    ​
    “으웃…으으…”
    ​
    ​
    얼굴이 벌겋게 달아오른 제스는 당장이라도 눈물을 터뜨릴 것 같은 얼굴로 땅을 파는 강아지처럼 계속 베개를 헤집기를 멈추지 않았다.
    ​
    ​
    언제나 저돌적으로 돌진하던 제스에게도 리안의 페로몬은 그만큼 큰 충격이었다.
    ​
    ​
    풀썩!
    ​
    ​
    제스는 박박 긁어대던 베개에 얼굴을 파묻고 그대로 꼬리를 축 늘어뜨렸다. 귀가 연신 쫑긋거리며 제 감정을 숨기지 못했다.
    ​
    ​
    머릿속에 ‘어째서 리안이 페로몬을?’, ‘나에게 페로몬을 묻힌 이유가 뭐지? 이유를 알고 묻힌 걸까?’라는 생각으로 머릿속이 뜨겁게 달아올랐다.
    ​
    ​
    “으으…”
    ​
    ​
    그렇게 한참을 끙끙거리던 제스는 어느 순간부터 정말 괴롭다는 듯 몸을 웅크리며 신음을 흘리기 시작했다.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Ilham Senjaya님 오늘도 재미있게 봐주셔서 감사합니다. 행복한 하루 되세요 :3

오늘은
가족 모임에 (또) 납치되었습니다.

금방 글을 마무리해서 올릴 줄 알고 공지를 미루다가.. 결국 밤이 되어버린 ;0;
(앞으로는 제때 올리겠습니다 ;^;)

추천과 선작은 사랑입니다.다음화 보기

화들짝 놀란 강아지가 목을 움츠리며 동그란 표정을 지어 보이는 것처럼, 제스는 화들짝 놀란 얼굴로 혀를 살짝 내민 채 멍한 표정을 지어 보였다.

머리 위로 버퍼링 아이콘이 떠올라 빙글빙글 돌고 있는 것처럼 제스는 그대로 얼어붙어 제대로 움직이지 못했다.

사사삿!

지금이 도망칠 기회라는 걸 귀신같이 알아챈 고양이 수인이 빠르게 리안의 뒤를 벗어나 벗어났다. 검은색 귀를 축 늘어뜨린 채 벌레처럼 바닥을 기어 문 쪽으로 빠르게 이동하기 시작했다.

멍하게 굳어버린 제스를 최대한 자극하지 않기 위해 최대한 멀리 떨어져 벽을 이동하기까지 했다.

덥석.

“니야악?!”

제스의 신영이 눈앞에서 흐릿해지더니 어느새 고양이 수인의 곁에서 나타나 그녀의 뒷덜미를 잡아 올렸다. 고양이 수인은 무릎을 굽혀 몸을 웅크리며 식은땀을 주르륵 흘리기 시작했다.

“대, 대장 뭐 때문에 그런 건지는 모르겠지만..! 다 내가 잘못했어! 그러니까 이거 놔,놔줘라악!”

목소리 끝이 “앍앍”거리는 고양이 특유의 울음으로 번질거렸다. 짐승의 울음이 절로 튀어나올 정도로 그녀는 절박했다.

“…아.”

본능적으로 도망치는 사냥감을 붙잡았을 뿐, 정신을 차리지 못하고 있던 제스는 고양이 수인의 격한 울음에 드디어 정신을 차렸다.

“아..어..어어?”

제스의 얼굴이 실시간으로 벌겋게 달아오르기 시작했다. 초점 없던 눈동자가 마구 떨리기 시작하더니 이내 어디에 시선을 두어야 할지 모르겠다는 것처럼 데굴데굴 구르기 시작했다. 언제나 쫑긋 서 있던 귀가 어찌할 바를 모르고 축 늘어졌다가 쫑긋 서기를 반복하며 팔랑거렸다. 꼬리 또한 주인의 심정을 나타내는 것처럼 마구 꿈틀거렸다.

화장실이 급한 사람처럼 초조해하던 제스는 갑작스럽게 손에 들고 있던 고양이 수인을 냅다 방 가운데로 던져버렸다.

“니앍..?!”

고양이 수인은 비명을 지르면서도 어렵지 않게 몸을 빙글 돌려 바닥에 착지했다. 리안의 시선이 고양이 수인 쪽으로 돌아간 그 순간, 제스가 눈을 질끈 감은 채 집 밖으로 도망쳐버렸다.

“으아아..!”

떠나가는 그녀의 뒤로 힘없는 비명이 흐느적거리며 따라갔다.

“뭐, 뭐야..?”

고양이 수인은 엎드린 자세로 등을 한껏 휘어 경계하는 고양이 같은 자세로 어이가 없다는 투로 중얼거렸다. 당장 물어뜯을 것처럼 쫓아온 대장이 힘없는 비명을 지르며 도망가 버리니 상황을 따라가기 힘들었다.

“너… 뭔갈 한 거야?”

그녀는 곧바로 시선을 돌려 당황한 얼굴로 바닥에 주저앉아있는 리안을 바라보았다. 갑작스러운 상황에 그녀 못지않게 당황한 리안은 선선히 긍정했다.

“아, 네… 전 그냥 페로몬을 묻힌 건 말고는 -…”

“뭣…?! 자, 잠깐 너 인간 아니었어?”

그녀는 화들짝 놀란 눈으로 리안을 바라보다가 이내 코를 찡긋거리며 킁킁거리기 시작했다.

“으음… 확실히 낯선 페로몬 냄새가 나긴 하는데..”

그녀는 강아지라도 되는 것처럼 페로몬 향을 따라 코를 찡긋거리며 다가오기 시작했다. 목덜미에 페로몬 기관이 만들어진 탓에 그녀는 리안의 몸을 타고 올라 목 근처에 코를 박을 듯 가까이 다가왔다.

“저, 저기 거리가 너무 가까운 것 같은데..요!”

너무 가까워진 거리감에 본능적으로 두 손을 번쩍 들어 항복 자세를 취하며 고개를 한껏 옆으로 틀었다. 흥미로운 사실에 눈이 돌아간 그녀는 리안의 말을 제대로 인지하지 못한 채 목덜미에 얼굴을 들이밀었다.

샤아악..

“냑..?!”

그 순간 뼈가 시릴 정도로 무서운 살기가 그녀의 꼬리를 콱 붙잡고, 귀를 잡아당겼다. 본능적으로 고개를 살기가 느껴지는 곳으로 휙 돌아갔다.

“…”

언제 돌아온 건지, 제스가 문틀을 두 손으로 꼭 쥔 채 얼굴만 살짝 내밀어 집 안을 들여다보고 있었다. 무서울 정도로 서늘한 시선이 고양이 수인의 얼굴을 뚫어지게 바라보고 있었다. 제스의 등 뒤로 눈을 뒤집고 침을 뚝뚝 흘리며 으르렁거리는 늑대의 환영이 어른거렸다.

사사삿!

고양이 수인은 곧바로 리안의 곁에서 떨어져 벽에 찰싹 달라붙었다. 고양이 수인이 문가를 바라보며 하얗게 질린 얼굴로 벽에 찰싹 달라붙어 있자, 자연스럽게 리안의 시선도 문 쪽으로 향했다.

“….늇!”

리안과 눈이 마주친 제스는 곧바로 눈을 동그랗게 뜨며 한껏 당황한 강아지 같은 표정을 지어 보이더니 이내 슉하고 사라져버렸다.

타다닷!

제스가 도망치는 소리가 아련하게 들려왔다.

“흐아아..”

벽에 붙어 엉거주춤한 자세로 굳어있던 고양이 수인은 제스의 기척이 멀어지기 무섭게 바닥으로 주르륵 흘러내렸다.

“이번에야말로 진짜 죽는 줄 알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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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스가 떠난지 얼마 되지 않아 다른 수인들이 나타나 부서진 문을 뚝딱뚝딱 고쳐주고 떠났다. 대충 들려오는 말을 들어보니, 제스가 고쳐놓으라고 따로 지시를 내린 듯했다.

문이 다 고쳐지고 나서야 겨우 진정한 고양이 수인은 리안의 숙소를 떠나지 않고 눌어붙어 있었다.

“여기서 나가면 분명 붙잡혀서 죽을 거야… 죽을 거라고…”

그녀에게 유일한 안전지대는 시선 하나로 제스를 도망치게 만들 수 있는 리안의 곁이었다. 그녀가 제스에게 공격받고 있는 이유도 어찌 보면 리안의 탓이었기에, 리안은 잠깐 제 숙소에 머무는 걸 허락했다.

‘궁금한 것도 있고..’

리안은 방구석에 몸을 웅크리고 앉아 살아남기 위한 방법을 열심히 떠올려보고 있는 고양이 수인을 향해 몸을 틀었다. 두 사람의 거리는 빈말로라도 가깝다고 볼 수 없었다. 제스의 습격이 두려워 고양이 수인이 자발적으로 벽에 반짝 붙어있었기 때문이다.

리안은 슬쩍 그녀의 눈치를 보다가 헛기침하며 말문을 열었다.

“저… 혹시 뭐 좀 물어볼 수 있을까요?”

“냐악?! 뭐… 뭔데?”

얼마나 긴장하고 있었던 건지 리안이 가볍게 말을 꺼낸 것만으로도 꼬리가 펑 부풀러 올랐다. 제스도 저런 식으로 꼬리가 부풀면 귀엽겠다는 생각이 불쑥 치솟아 가볍게 고개를 털어냈다.

“제스가 왜 도망친 건지 -.. 그, 이상한 반응을 보이면서 도망간 게 신경 쓰여서…”

뒷목을 가볍게 쓸어내리며 눈을 가볍게 굴렸다. 제 목에 자리 잡은 페로몬 때문에 제스가 도망갔다는 것 정도는 이미 알고 있는 사실이었지만, 정확히 ‘페로몬’의 어떤 점 때문에 도망쳤는지 알 수 없어 막막한 기분이 들었다.

‘기분이 나빴나? 혹시 내가 모르는 불쾌한 뜻이 있는 건 아닐까?’

그런 불안감에 주먹을 쥐었다가 풀기를 반복하며 고양이 수인을 바라보았다.

“그걸 지금 말이라고… 그럼 그게 무슨 뜻인지도 모르고 했다는 말이야?”

고양이 수인의 말에 리안은 잠시 머릿속을 훑어보았다. ‘페로몬을 타인에게 묻히는 행위가 어떤 의미인가?’라는 질문을 머릿속에 던져넣었다.

‘잠깐… 이거 설마…?’

리안은 한 손으로 제 얼굴을 하관을 가리며 떨리는 시선을 감추지 못했다.

‘아니… 엄청, 엄청 조금 묻혔잖아. 그게.. 제스가 내게 페로몬을 뒤덮은 것과 같은 의미가 될 수 있다고?’

페로몬을 상대에게 묻히는 건 ‘내꺼다.’라는 의사표시나 다를 바 없었는 걸 머리로는 알고 있었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제스처럼 머리부터 발끝까지 뒤덮을 때만 해당하는 이야기라 생각했다.

‘만약 같은 의미라면 지금 난… 고백을 한거나 다름 없는 거 아닌가?’

얼굴에 열이 올라 머리 위로 증기가 올라오는 것만 같았다. 그런 리안의 모습에 고양이 수인은 어깨를 으쓱이며 말했다.

“네가 생각하는 그게 맞아. 수인끼리 서로 페로몬을 묻히는 건 가족끼리가 아닌 이상 호감이 있다는 표시야. 이성끼리 서로 페로몬을 묻히는 건 보통 교미하고 싶다는 뜻이고.”

“커헉…!”

생각지도 못한 말에 리안은 크게 타격을 받아 바닥에 쓰러지고 말았다.

‘교..뭐라고..?’

간단하게 정리하자면.. 제스는 리안에게 페로몬을 떡칠해놓았고, 리안 또한 제 페로몬을 슬쩍 제스에게 묻혔다. 서로가 서로에게 페로몬을 묻힘으로 ‘우리 교미하지 않을래?’ 따위의 말을 전한 게 되어버린 것이다.

고백보다 더 충격적인 의미에 리안은 HP가 1 남은 캐릭터처럼 골골거리며 정신을 차리지 못했다.

***

파바박!

리안이 바닥을 뒹굴뒹굴 구르고 있을 시간, 제스는 제 숙소로 돌아와 커다란 베개를 마구 긁어대고 있었다. 손톱을 세우지 않아 천이 긁히는 소리만 방 안을 채웠다.

“으웃…으으…”

얼굴이 벌겋게 달아오른 제스는 당장이라도 눈물을 터뜨릴 것 같은 얼굴로 땅을 파는 강아지처럼 계속 베개를 헤집기를 멈추지 않았다.

언제나 저돌적으로 돌진하던 제스에게도 리안의 페로몬은 그만큼 큰 충격이었다.

풀썩!

제스는 박박 긁어대던 베개에 얼굴을 파묻고 그대로 꼬리를 축 늘어뜨렸다. 귀가 연신 쫑긋거리며 제 감정을 숨기지 못했다.

머릿속에 ‘어째서 리안이 페로몬을?’, ‘나에게 페로몬을 묻힌 이유가 뭐지? 이유를 알고 묻힌 걸까?’라는 생각으로 머릿속이 뜨겁게 달아올랐다.

“으으…”

그렇게 한참을 끙끙거리던 제스는 어느 순간부터 정말 괴롭다는 듯 몸을 웅크리며 신음을 흘리기 시작했다.


           


I’m the Only One With a Different Genre

I’m the Only One With a Different Genre

나 혼자 장르가 다르다
Score 7.8
Status: Ongoing Type: Author: Released: 2023 Native Language: Korean
In the world of comedy anime, I was living an ordinary life until I became possessed by a dark fantasy novel I was reading before falling asleep. ‘Hahaha! Don’t hold a grudge -..!’ ‘Ugh, cough cough…seriously…my clothes are ruined.’ ‘…!?’ Though I was stabbed in the stomach, I calmly stood up and pulled out the spear. Originally, residents of the comedy world are a race that can be torn into 100 pieces and still come back to life the next day. ‘Stop it! Stop now! How long do you plan to sacrifice me?’ ‘No…I mean..’ ‘I’ve become strong to protect you…what have I become?’ Residents in the comedy world are just a race that vomits blood even if they stub their toe. I never made any sacrifices..but my delusion deepens and my obsession grows. One day, while I was half-imprisoned and taking care of some pitiful kids… ‘Are you the boss?’ ‘Excuse me?’ Before I knew it, I had become the behind-the-scenes boss of a huge underworld organizati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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